'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생존자의 무사귀환을 빕니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4.25 조용히 반기들고 살아가기 6
이웃.동네.세상2014. 4. 25. 16:37



아침밥 차리는 엄마 옆에 세 녀석이 옹기종기 붙어서 놀던 중에.


연수: 엄마, 우리 이제부터 말 끝에 다 '파워~!'붙여서 말하기 하자!

연호: 좋아! 나도 할래~!

엄마: 그래.

연수: 그래~파워! 해야지!

엄마: 알았어~파워.

연수: 엄마, 사랑해~파워!!

엄마: ^^.. 엄마도 사랑해 파워.

연호: 사랑해 사랑해 똑같은 말 두 번하기 없기야!

연수: 아니야, 있어. 사랑해 사랑해 두번 하기 있지이~~~(엄마)?

연호: 으응~!! 있지이!


쿡. 웃음이 터졌다.

방금전까지 제가 같은 말 두번 하기 없다고 해놓고, 

형이 동의를 구할 때마다 쓰는 '있지이이~~?' 하고 말꼬리를 길게 늘리는 말투로 물으니 저 한 말은 금새 까먹고 '으응~~!'하고 맞장구쳐주는 네살배기 연호가 귀여워서 웃었다.

엄마한테 '사랑해에~ 파워!'하고 외쳐주는 일곱살 아들이 고마워서 웃었다. 

형들 따라 '우오우오아으~'하고 뭐라뭐라 저도 얘기하는 꽃같은 막내둥이가 예뻐서 웃었다.


웃다가 다시 심장이 읔. 하고 아팠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인데.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죽은 것이다. 

이렇게 살 부비고 안아주며 키워온 자식을 하루 아침에 잃은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 열흘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계속 지금 내가 서있는 현실과 지금 이 순간 진도 앞 바다에서 수많은 부모들이 멀쩡히 두 눈 뜨고 자식을 잃으며 오열하는 도무지 현실같지 않은 현실 사이를 오고가며

웃다가 울다가 멍해졌다가 가슴이 쓰렸다가 분노했다가 절망하기를 반복했다.

참담했다.


내 눈앞에서 뛰어 놀고 웃고 먹고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초록 잎사귀가 어느새 무성해진 봄나무들과 꽃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문득 가슴이 저며와 숨을 골라야했다. 


우리는 모두 저 시간 뒤로 돌아갈 수 없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차가운 물속에 우리 심장의 한 부분을 담궈둔 것처럼 

그렇게 시시때때로 오싹해지는 추위와 소름을 몸의 일부로 붙이고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 키워온 칠년동안

거의 보지않았던 뉴스를 매일밤 아이들 재운 후 컴퓨터를 켜고 보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 을 가물거리는 눈을 부릅뜨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그동안 너무 데모를 안했구나' 하는 반성을 혼자 했었더랬다. 

내가 무슨 대단한 운동가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소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해야하는 작은 동참, 

비상식적인 일들에 문제 제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위해 함께 즐겁게 시도하고, 정당한 목소리를 모으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기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일 같은 것을 너무 방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아이들 키우는데만 급급하고 바빠 

다른 아이들을, 내가 속한 사회를 바라보고 참여하는데 게을렀던 것을 반성했다.


아이들을 잃고.. 나는 부끄럽다.

너무나 미안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 것이다.

조용히. 내 자리에서. 반기를 들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