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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7 공룡시대 15
여행하는 나무들2012. 3. 17. 23:07










브라키오사우르스.

나는 이 공룡이 좋다. 둘리 엄마 같아서. ^^

'둘리야, 얘가 또 어딜 갔지? 둘리야, 둘리야아~~' 
타임머신을 타고 엄마와 함께 살던 시대로 돌아간 둘리가 '난 안 갈거야, 엄마랑 여기서 계속 살꺼야'하는데 
아기 희동이가 몰래 둘리 다리에 끈을 묶어놔서 '깐따삐야!' 주문과 함께 날아오른 바이올린 타임머신에 끌려
둘리도 다시 정든 고향을 떠나오고 말았다.
그때 방금 전까지 곁에 있던 둘리가 없어진 것을 보고 '둘리야, 둘리야' 부르던 엄마 목소리가 우주에 부드럽게 메아리쳤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생각하면 또 코끝이 찡한걸. ㅎㅎ
참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어릴때도 그 목소리와 그 대사가 잊히지 않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들려주기도 했었다. '어때, 나 둘리엄마랑 똑같지?' 하고. ^^;
엄마가 된 지금 내 아이들을 그렇게 불러보고 싶다. '연수야~ 연호야~' 
 










스테고사우르스.

'엄마, 우리집에 공룡이 있었으면 좋겠어. 초식공룡은 안 무서우니까 괜찮잖아. 우리집 화분에 풀 먹고 살면 되지..' 하는 연수.
그래.. 엄마도 초식공룡은 괜찮다.. 토끼처럼 키우지 뭐.. 같이 잔디밭에 산책도 나가고. 

남자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언제고 한 번은 찾아온다는 '공룡시대'가 지난 겨울부터 우리집에도 찾아왔다.
외가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공룡 모형들을 가지고 잘 놀기에 공룡이 나온 그림책과 사전 하나를 사주었더니 금새 빠져들어서 이름을 외우고, 엄마아빠연호까지 모두 공룡 역할을 한가지씩 시키면서 겨울 끝자락을 공룡으로 채우며 살았다.












티라노사우르스의 얼굴.

연수는 육식공룡이 좋단다. 그래서 역할놀이를 하면 자기는 꼭 티라노사우르스나 타르보사우르스같은 육식공룡을 한다.
'캬오오~~~' 소리도 실감난다.
불쌍한 아기 안킬로사우르스(연호)나 엄마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초식공룡들이라 얼른 도망가거나 우리를 잡아먹지말고 같이 빨간열매를 먹자고 회유해야한다. ^^;;
그러나 아빠는 같이 육식공룡이 되어서 서로 잡기놀이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제 맘을 맞춰주니 연수는 아빠 퇴근할 시간을 목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연수가 하도 공룡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하고 자기는 날아다니는 파충류 프테라로돈 이라며 풀쩍풀쩍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해서
내가 '놀래키오사우르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었다. 엄마를 자꾸 '놀래키는' 공룡이라는 뜻이었다. ㅎㅎ 
그런데 나중에 연수가 즐겨 역할을 맡은 '타르보사우르스'가 알고보니 '놀라게하는 도마뱀'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뭔가 끌리는데가 있었던계야. 하는 짓도 비슷하고...^^;;;











천정에 떠있는 것은 바다속을 헤엄치던 엘라스모사우르스 화석 모형이고, 
아빠와 연수가 보고있는 것은 뿔이 세개 있는 트리케라톱스 화석.

여기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다. 
역시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의 필수 코스다. 
다양한 공룡 화석이 많지는 않지만 실감나게 잘 전시되어 있고,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물들의 화석과 여러 종류의 암석(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조각도 있다), 동식물 등 다양한 전시물이 어른들에게도 무척 흥미롭다.(학교다닐땐 왜 그리 재미없었는지!! 인제 보니 이렇게나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지구의 탄생' 같은 짧은 영상물도 볼 수 있어 연수가 더 커서 오면 더 재미있게 오래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밖에는 큰 공룡미끄럼틀이 있고 공룡화석이 묻혀있는 모래놀이터도 있어 어린 아기들에게는 안보다 밖이 더 재미있을 수도. ^^ 

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왔다가 밥까지 한끼 먹고 돌아가려고 한다면 추천하고픈 곳이 있다.
연희동 사러가쇼핑 바로 옆에 있는 '이품'이라는 중국집.
정말 맛있다. ㅎㅎ 면요리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꼽은 서울 3대 면요리 맛집이다. (지극히 개인적 평가이나 곧 나머지 두 집도 한번 포스팅하겠음. 같이 가보고싶은 분들은 언제든 전화주세요~~ ㅎㅎ)
연신내 살 때 이 집에 참 여러번 가서 먹었다. 이사오며 이품과 너무 멀어진다는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ㅠ
짬뽕, 짜장면, 군만두 모두 흔히 맛보기 힘든 깊고 신선한 맛을 자랑한다. 











'알베르토사우르스. 육식공룡으로 다른 공룡들을 먹고 살았다. 크기는 사람보다 훨씬 훨씬 컸다.... 공룡은 약 2억7천만년전에 지구에 처음 나타났다...'
이건 모두 연수가 혼자 중얼중얼 하는 얘기들. ^^
외운 것도 있지만 주로는 책에 이 공룡이 뭘 먹었는지, 크기가 얼마만 했는지 그림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서 보고 제 나름대로 말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공룡백과'라는 책인데 그림도 좋고 설명도 적당하여 두고두고 잘 볼 좋은 책이다. 블로그 이웃 고래님(고래가 부르는 노래)의 책소개를 보고 샀는데 역~~시 고래님의 안목은 신뢰할 만하다.

'엄마 왜 공룡이 지구에 살았어?'
'엄마 왜 공룡이 다 없어졌어?'
'엄마 왜 공룡이...'

하루종일 공룡에 대한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처음에는 나도 저 책을 읽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나름대로 과학적인(?) 대답을 해주다가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내 맘대로 얘기를 지어내서 대답해주기도 했다. 

'그래야 재밌잖아.. 공룡이 지구에 살아서 얼마나 재미있고 좋니.. 연수랑 엄마랑 화석발굴도 할 수 있고' 라든가
'공룡은 없어진게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다른 별로 살러간 거 같아.. 안그럼 왜 그때 같이 살았던 거북이랑 잠자리같은 애들은 다 지금까지 남아있겠어? 기후변화나 화산폭발로 멸종한게 아니고... 우주 어딘가엔 아직도 살아있을거야. 나중에 우리가 찾아볼까?' 등등.... 
매번 같은 답을 말하기가 지겨워서 꾀가 난 엄마의 얼렁뚱땅 대답이 연수에게는 더 인상적인지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를 앞에 두고 '공룡은 우주에서 아직 살고있다'는 엄마표 학설을 진지하게, 끝까지 주장하곤 했다.(아빠는 물론 말도 안된다며 콧방귀! 흥!! 두고보시지~~)











그리하여 겨울이 끝날 무렵, 연수는 매일 아파트 화단에서 공룡 화석을 발굴했다.
덕분에 우리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볕에 질퍽하게 녹고 있는 현장에 엎드려
흙이 봉긋하게 부풀어오르는 그 느낌을 두 발로, 두 손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봄과 함께 유치원 생활이 시작되면서 연수의 공룡시대도 조금은 시들해졌다.
그러나 언제고 또 화려하게 부활하는 날이 있을 것임을 나는 안다.
지금까지 지켜보니 연수의 놀이와 관심은 늘 순환하고 또 그때마다 더 깊어지곤 했다.
다시 공룡시대가 찾아오면 다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도 가보고 그때는 꼭 이품에 들렀다와야지. ^^

뒤늦게 겨울 사진 정리하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