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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6 여름 풍경
하루2013. 7. 16. 00:29






한참만에 블로그를 쓴다.
서울은 장마의 한복판에 들어왔는지 연일 비가 주룩주룩...
엄마는 집안 곳곳에 그득한 빨래가 안 말라 걱정이고, 세 녀석 먹이고 씻기느라 온몸이 땀과 물로 흠뻑 젖어 꿉꿉한데
아이들은 장마비 맞고 크는 여름풀들처럼 비속에도 쑥쑥 잘 자란다. 

밤으론 제법 서늘한터라 어디 문 하나 열고자면 다음날 세 녀석 다 콧물이 훌쩍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뛰어놀고 장난치고 웃으며 하루를 땀나게 보낸다. 
다행이다.
크게 아프지 않고, 성질난 엄마한테 고래고래 야단을 맞아도 돌아서면 또 헤헤 웃고 매달리고.. 저들끼리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같이 깔깔거리고 웃는 때가 더 많아서..
다행이고 고맙다.
이렇게 조용한 밤에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이 다 고맙고 또 다행스러운 것 뿐인데
낮에 아이들과 지지고 볶을 때는 왜그리 화가 나고 답답하고 힘들었을꼬....ㅠㅠㅠㅠ
온갖 개구진 장난과 고집과 말썽으로 엄마를 폭발하게 했던 꼬맹이 녀석들! 
미안하다.. 
내일은 엄마도 좀 덜 버럭거릴테니 너희들도 조금만 더 얌전하게 지내주렴.
그렇게 우리 이 여름을 무사히 잘 살아내자. 
  
 
여름 초입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사진 찍은 것들을 쭉 모았다.
초여름부터 장마까지 수호제 삼형제의 여름풍경. 








개구장이 김연호, 부쩍 컸어요~!
6월에 두 돌을 지내며 연호가 정말 쑥~~~ 컸다. 
이제는 낮에는 기저귀도 떼고, 하는 행동도 날로 야무져지는데 그와 함께 장난과 고집도 날로날로 심해져서 엄마가 요즘 쩔쩔매고 있다.ㅠ

놀이터에서 요렇게 매달리는걸 '휘청휘청'이라고 부르는 연호.
"엄마, 노~피(그네) 타러 가자!" 하고 손을 끌고 나서서는 그네에 앉으면 "노~~피, 더 노~~~피!"를 외친다.
 









비가 오면 "엄마, 우산 쓰고 상큼상큼 가자~"하고, 물이 고여있으면 "웅덩이다~!"하고 첨벙 뛰어드는 연호.
보고 배운게 있는지라 어린데도 참 잘 논다.  
형아 유치원 가있는 동안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산책나가서 신나게 놀 때 보면 꼭 어릴때 연수 보는 것 같다. 
이제는 제법 형아랑 대화(?)도 되고, 꿍짝도 잘 맞아서 둘이 놀기도 잘 놀고, 형아가 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그대로 따라한다.
형아가 집에 있으면 형아 뒤만 따라다니는... '마음은 김연수, 몸은 김연호". ㅎㅎ










요즘 내가 제일로 예뻐하는 이 분..^^
형아들 보고있으면 굳은 인상이 펴지질 않는데
연제를 보면 그나마 요 말랑말랑 포동포동한 살결에 볼을 부비면서 엄마도 마음을 풀고 웃게 된다.
그래... 네가 이렇게 해주려고 엄마한테 왔구나.
아직은 아가인 네가 있어 엄마 마음이 또 위로를 받는구나.. 











"아가, 책 가치~"하며 연제 앞에 책 들고앉은 연호.

연제도 요즘 형아들 구경하는걸 좋아해서 가끔 형아들한테 눈맞추며 벙글벙글 웃는데 그러면 연수랑 연호랑 엄청 좋아한다.
연수도, 연호도 우리집에서 연제가 제일로 좋단다.
연수는 연제 다음으로 엄마가 좋고, 연호는 연제 다음으로 형아가 좋다고~^^;;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상일동산 물놀이장.
물놀이장 바로 옆이 낮은 산이고 나무 데크도 잘 해놓아서 나는 데크에 돗자리깔고 연제데리고 앉아있고 
아이들은 아빠랑 작은 물놀이장이지만 신나게 놀았다.
막둥이가 어려 올해는 어디 멀리 놀러가기는 어렵지만 집가까이, 짧게 두어시간이라도 이렇게 나가볼 수 있으니 참 좋다. 
고맙다.










메롱~^^

아빠가 연호랑 그림책을 보다가 튜브가 나온걸 보고 물었다.
"연호야, 이게 뭐지?"(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했나..?)
연호 대답은.. "젖베게!"
ㅎㅎㅎㅎ

연호야, 세살 여름이 다 가기전에 꼭 튜브 한번 태워줄께...! ^^












전세계적인 '강남스타일' 열풍이 다 지나간 뒤에.. 
우리집에는 뒤늦게 강남스타일 바람이 불었다. 
연수가 유치원에서 어느 친구가 부른걸 듣고 와서는 "오빤 강남스타일~"하며 겅중거리는데 옆에서 연호가 썬글라스끼고 장단을 맞춘다.
연호.. 썬글라스가 은근 잘 어울린다. 누군가를 연상시킨다고 아빠엄마는 뒤에서 수군수군..^^











우비 소년.
아직 제 또래들은 엄마 품에 안겨 같이 우산쓰고 다니기가 쉬운데
동생한테 엄마 품을 내준 연호는 벌써 혼자 우비입고 앞장서서 걸어간다.
"엄마, 비옷입고 상큼상큼?"
자주 창문에 붙어서서 밖을 구경하는 연호는 저도 나가고 싶어 묻고 또 묻는다. 
어린 동생데리고 자주 나갈 수 없는 엄마는 '그래, 좀있다 아가 깨면 같이 나가자, 좀있다 형아오면 같이 나가자..' 달랜다.
드디어 엄마의 '나가자!' 소리가 떨어지면 너무 좋아서 제 신발 챙겨신고 비옷 들고 와서 얼른 입혀달라고 조르는 연호.










장대비가 한번 쏟아지고 나면 인공하천인 집 옆 냇물은 엄청나게 불어나곤 한다. 
또 금새 물이 빠지긴 하지만.. 
아이들과 내려가서 거센 물결을 보고 있으면 
우리 곁에 있는 작은 자연이지만 그 안에 담긴 큰 힘이 느껴진다.











"형아, 같이 가~!" 
연호가 연수 부르며 뛰어간다. 
여섯살 연수.. 참 빠르기도 하지. 곧 엄마보다 더 빨리 뛰게 되겠지?
아가동생 업고 엄마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동안 내 첫 아이와 둘째 아이는 바람처럼 씽씽 내 앞으로 달려간다.
자라는 것도 그렇겠지. 
지금은 너무도 느린 것 같지만.. 화살처럼 빨리 이 날들은 우리를 지나가겠지.











고우니 미우니 해도 연수도 연호를 잘 챙겨준다.

연제 안고있는 엄마대신 가끔 연수가 연호 그네 밀어준다.

집안에서 놀 때는 엄마가 바쁘면 으레 연호는 형아 따라다니며 놀고, 연수도 어린 동생을 답답해할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가르쳐가며 같이 논다. '둘이 같이'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얼마후에는 '셋이 같이'가 되겠지.. 

엄마는 아이 셋을 데리고 늘 힘에 부쳐 버벅거리지만.. 너희들끼리는 그렇게 조금씩 더 위해주고, 아껴주고, 같이 노는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잘 지내주렴. 

아이 셋을 낳고 나의 육아는 점점 더 형편없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더 자주 화를 내고, 더 조금밖에 못 놀아주고ㅜ) 그 큰 구멍을 부디 너희들이 어린 아이 특유의 보드랍고 따뜻한 성정과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메워주길... 부족한 엄마는 빌고있단다. 











주말에 한번씩 들러보는 가래여울 우리 텃밭 근처의 한강.
우리 텃밭은... 강일동 인근 지역 나비들과 여러 곤충들과 새들의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다...ㅋ 
그래도 몇차례 오셔서 손봐주신 이모님 덕분에 상추는 맛있게 많이 먹었지만 다른 작물들은 모두~~~ ^^; 










연호 아기띠해서 안고 연수 혼자 이 강가에서 모래성 쌓는걸 지켜보던 때가 금방인 것 같은데
어느새 연호가 저만큼 커서 형아 따라 저도 모래성을 만들어본다.
연제는 아빠가 텃밭앞 느티나무 그늘에서 아기띠해서 안고 재우고
나 혼자 두 아이 데리고 오랫만에 강가에 가보았다.









연수가 만들어두고 온 모래성.

장마비 속에 잘 있니? 모습은 허물어졌어도 고운 진흙, 둥근 조약돌들은 강물속에 여전히 누워있겠지.

비 그치고 여름이 깊어가면 우리 아이들 데리고 또 찾아갈께.

이 강가에 시원한 가을이 올 때까지, 억새가 눈부시고 하늘이 쨍하게 푸르러질 그 때까지..

아이들도, 나도, 조약돌들도 모두 잘 지내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