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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7. 12:12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에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로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


생일에 선물받은 책중에 시집이 한권 있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유명한 제목의.. 
거기에 이 시가 들어있었다. 
똑순이가 아프기 전에도 그랬지만 집은 늘 너무나 어지러웠고, 나는 늘 참 분주했다.
세수 한번 샤워 한번하는데도 어렵게 시간을 쪼개야했고 , 마음놓고 잠을 자본지는 7개월이 되었다.  
그래도 한순간, 잠시 노는 아이 옆에 누워 그 녀석과 눈을 맞추고 웃으면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집은 어지럽고, 나는 아직 세수를 못했지만..
어쩐 일로 똑순이의 낮잠이 길어져 이 시를 블로그에 옮겨본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과 그들의 '또 다른 나의 심장'에게 평화가 깃들길...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