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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0 불법신문판촉에 나선 비정규직 지국장 아저씨.. 8
이웃.동네.세상2009. 3. 30. 23:41


조용한 한낮 누군가 새댁네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
"누구세요?"
"아 네~ 사모님, 이것 좀 받아보시라고요~"

아. 신문판촉이구나.
보통때같으면 '아 괜찮아요~ 저희 다른 신문 보고있어요' 하고 대답하고 말텐데(물론 그렇게 말해도 아저씨들은 그냥 안가시고 계속 얘길하시지만요ㅜ)
오늘은 큰맘먹고 문을 열었습니다.

며칠전 신랑과 '또 불법신문판촉 하러 오면 꼭 받아서 신고하자'고 다짐했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여니 아저씨 한분이 흰봉투를 내미시는데
아이고 이런.. 봉투 안에는 만원짜리 네 장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모님, 신문 보시는거 있으세요? 이참에 동아일보로 한번 바꿔보세요.
연말까지 무료로 넣어드릴테니 보시다가 연말부터 1년만 구독해주세요.
스포츠신문이나 경제신문도 하나 같이 그냥 넣어드릴께요."
"...."

심경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막상 현금봉투를 보니 살짝 기가 막혀 손이 선뜻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신고를 위해서라지만 이런 검은(?) 돈을 받는 것 자체가 꺼려졌어요.

한편 재빨리 계산기도 돌아갔습니다.
불법신문판촉 포상금은 제공된 불법경품의 10배라니까..
현금 4만원*10만원=40만원, 신문 7개월(15000원*7)*10=100만5천원, 경제신문 끼워준것도 100만원.. 아, 이건 내년에도 공짜로 준다는 거니까 얼추 한  250만원... 도합 400만원?!!!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ㅠㅠ

'그래, 이번만큼은 꼭 받아서 신고하자. 이런 불법행위는 신고해야 없어져..'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새댁이 아무 말이 없자 돈이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아저씨는 얼른 현금1만원을 더 꺼내서 봉투속에 넣었습니다.

그걸 보니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아니 됐어요. 아저씨, 안 봐요" 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아저씨가 문을 잡으며 다급하게 말을 이어가셨습니다.

"제가 이번에 저 앞에 새로 지국을 열었거든요. 
실적이 중요해요. 꼭 좀 받아주세요. 실적이 좋아야 본사에서 정규직되는 시험칠 자격을 줘요.
내 나이가 마흔여덟인데 이 나이에도 비정규직이라니.. 불쌍하지 않습니까. 
저도 호텔 이사(?)하다가 나와가지고 겨우 직장 다시 구한거예요.  
한 부만 받아봐주세요."

아.... 마음이 또 아파왔습니다.
그동안 꽤 여러번 신문불법판촉 아저씨들을 만날때마다 그냥 본다하고 받아서 신고할까 매번 고민했지만 
결국 이 분들이 안쓰러워 번번히 안본다고 말하며 그냥 돌려보냈었는데..

신문고시가 만들어져서 불법신문판촉을 신고, 처벌할 수 있게 된것은 무척 다행이지만
불법판촉을 지원.조장한 본사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본사의 압력하에 자기 돈 써가며 불법판촉에 나섰던 지국만 처벌받게 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규직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 되기위한 시험을 볼 수있는 자격을 준다니... 
정말 너무하네. 동아일보!

아저씨는 제 손쪽으로 계속 봉투를 밀며 받아달라고 하셨지만 
아저씨 사정을 알고 나니 더 마음이 약해져서
손사래를 치며
"제가 왜 아저씨 돈을 받아요. 신문 안 볼꺼니 그냥 가져가세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괜찮아요, 이 중에 3만원은 본사에서 지원으로 내려온 거구요, 2만원만 제 돈이예요.
그리고 저는 실적이 더 중요하니 괜찮아요."  
하시는게 아닙니까.

본사에서 아예 불법판촉하라고 돈을 주는구나!
화가 확 나면서 불쑥 용기가 생겨 봉투를 받아들었습니다. 

아저씨는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연신 감사하다, 고맙다 인사를 하시더니
작은 표에 저희집 주소와 제 전화번호 등을 써가지고 가셨습니다.
본사에서 전화가 오면 본다는 얘기만 해달라고 부탁하시며..

휴우.....

하지만 저는 결국 아저씨를 불러세워서 다시 돈을 돌려드리고 말았습니다.
머리속으로 오고간 생각을 다 얘기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국 또 용기를 못낸 것이죠.

계속 '그러지말고..' 하시며 경품받고 신문을 봐달라는 아저씨께
'불법이라 신고할까 하다가 그냥 돌려드린다, 신고하면 아저씨가 벌금 많이 무셔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불법인줄 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벌금 물지 뭐' 하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ㅠㅠ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꼭 신고를 해야겠습니다.
거대신문재벌들이 돈으로 판촉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를 미끼로 불법판촉에 나서도록 강요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신고하고, 그래서 한 지국이라도 불법판촉을 덜하게 되기를..
본사가 불법판촉을 강요하면 내부고발을 할 용기라도 내실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그런 용기를 기대하려면 나부터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국 분들의 처지가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침묵하면 거대재벌신문사들만 더 의기양양하게 불법을 조장하고, 강요하고, 저지를 것 같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갖고, 더 막강한 영향력을 우리 사회에 행사하게 되겠지요..  


다음번엔 꼭....!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넷을 좀 찾아봤는데.
에고.
'불법신문판촉'도 진화하고 있나봅니다.
신고할때 증거물이 되는 '구독계약서'와 '명함'.. 그 어느 것도 오늘 아저씨는 주지 않았습니다.
새댁도 받을 생각을 미처 못 했고요.

'본사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얘기하신 것으로 보아
구독신청자의 정보만 가지고 가서 전화상으로 확인만 하면 구독계약이 되는 방식인가 봅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지요..
물론 받은 경품은 증거물이 되지만 보다 자세한 증거물들이 있을수록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MB정부들어 전체 신고 건수는 늘었는데 '과징금'처벌은 현저히 줄어들고, 시정명령에 그치는 경우가 늘었다는군요.
방법이 진화하기 때문인지, 처벌 의지가 약해진 것인지ㅠ


다음엔 정말로. 꼭. 신고해야겠습니다. 마음 다부지게 먹고요.


+ 불법신문판촉 신고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를 참고해보셔요.
http://blog.daum.net/kpt004/15712392?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kpt004%2F15712392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