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5.11 어린이날 작은 운동회 16
umma! 자란다2011. 5. 11. 01:10









'무슨무슨날'이라고 이름붙은 날이 다가오면 '그 날 뭐하지?' 하는 고민을 한다.
어딜 갈까, 누굴 만날까... 뭘 먹을까 까지.
일년을 통털어 그리 많지는 않은 특별한 날들을 맞아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특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즐거운 일이다. 매해 새로운 일을 하면서 같은 날들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할 일이 정해져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에게는 어린이날이 그렇다.  ^^









어린이날에는 아빠의 대학선배들 가족이 모교 잔디밭에서 만난다. 
우리는 작년부터 참가했는데 하루를 온전히 널찍한 잔디밭에서 아빠와 온갖 운동경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 모습에 반해서 
올해도 그렇게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는 망설임없이 '어린이날엔 버들골~~!'로 결정했다. 










아직 형아들의 야구세계에 끼기는 어려운 연수.
하지만 이제는 누가 하는걸보면 '연수도 해봤으면..'하고 잘 해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은 네살이다.
작년에 사서 집안에서만 늘 잘 가지고 놀던 야구놀이 세트가 드디어 바깥 나들이를 했다.
형들 발야구할때 옆에서 차고 놀 고무축구동도 출동~~~!










두근두근... 긴장하며 기다리는 김연수 타자.
형아들 게임하는걸 옆에서 보더니 "연수는 2번타자!"란다. 2번이 제일 맘에 드는 모양이다. ㅎㅎ
2번 김연수타자를 맞아 마운드에서 고전하고 있는 오늘의 투수는...










두둥~~! 바로 임신9개월의 평화엄마~. ^^

네 살배기 아드님이 던지기는 제법 하시지만 아직 방망이는 못 휘두르시는 관계로
공을 연수가 가만히 들고있는 방망이에 던져서 맞춰주는(?) 것이 본 투수의 어려운 임무다. ㅎㅎㅎ
 









폼은 상당히 우습지만(--;;;) 살살, 신중히 던져서 맞추기만 하면 되는 투수 역할은 엄마가 제법 한다. 
연수가 투수를 하겠다고 하면 엄마는 글러브와 공을 넘겨주고, 타자석에는 아빠가 서는 3인 시스템의 야구. ^^ 
평화가 네살쯤 되면 4인 시스템의 야구를 해볼 수 있으려나... 아, 그때쯤에는 아빠와 연수는 형아야구단에서 뛰게 되려나!











휴식시간. 연수와 동갑내기인 가원이는 간이침대에 누워서 아빠를 보며 저렇게 예쁘게 웃고있다.
아~~ 딸있는 집과 없는 집의 이 확연한 간극이여... 애교쟁이 딸과 노는 아빠의 모습을 연수아빠는 심히 부럽게 쳐다보았다. ^^










개구쟁이 아들의 휴식시간은 열심히 먹고, 또 뭘하면서 뛰어다녀볼까.. 궁리하는 시간. ^^











점심먹고는 엄마들까지 모두 함께하는 피구 게임이 진행되었다. (물론 나는 열외여서, 술렁술렁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
'작은 운동회'라고 내맘대로 이름 붙였듯이 정말 이 날의 프로그램은 다른 게없고 하루 온종일, 봄볕에 얼굴을 마음껏 태워가며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운동'을 하고 논다.
운동경기에 끼기 어려운 어린 아기들은 제 나름껏 놀거리를 준비해와 옆에서 놀면 되고, 천막 한쪽에 쳐놓은 텐트 안에서 젖도 먹고 낮잠잘 시간이 되면 유모차를 타고 교정을 한바퀴 휘 돌며 산책을 하기도한다.  
때되면 모두 둘러앉아 준비해온 점심밥과 간식을 나누어 먹고
아빠와 아이들이 야구, 축구, 발야구 등을 할때 엄마들은 천막 아래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마음 넉넉하게 논다.
어른들이 좀 쉴때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또 잔디밭에서 뭔가 놀거리를 찾아내서 잘 놀았다. 
뭔가 운동경기가 하나 끝났을 떄는 진 것이 분한 어린 소년들은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전 내내 신나게 뛰어논 연수는 유모차에 탄채로 천막 아래서 아주 긴 낮잠을 잤다.
볕을 많이 쬐어서일까, 바람이 시원해서였을까...
일년에 한번, 여기 버들골에 올때가 아니면 잘 듣지 못하는 풍물 소리가 그토록 온 골짜기에 쩌렁쩌렁 울렸는데도
연수는 곤하게 잘도 잤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오랫만에 만난 선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넉넉히 나누고 풍물소리도 마음에 담아보면서 잘 쉬고 왔다.











잘 자고 일어난 연수는 비누방울을 신나게 불고, 전날 엄마가 어린이날 선물로 장만(^^)해준 연도 날렸다.
늦은 오후에는 바람도 제법 불어 연이 꽤 높이까지 날아올라가기도 했다. 
 









연수는 얼레를 돌려 실을 풀고, 그 실을 여기저기 끌고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워했다.










엄마도 어린 시절에 연을 그리 많이 날려본 사람은 아니라서 영 서툴다. 
연수랑 앞으로 많이 날리다보면 엄마도 연날리는 실력이 좀 늘겠지...^^
사내아이를 키우는 날들은 꼭 저만한 사내아이가 되어서, 그 시절에 내가 그리 관심없었던 팽이, 연, 비행기, 기차, 자동차, 총, 칼, 배 같은 것들을 무수히 만들고, 날리고, 돌리고, 휘두르는 놀이들에 빠져지낼 수 밖에 없는.. 그런 날들인지도 모른다.
이미 야구, 축구 경기는 매일 같이 우리집 거실에서 나와 연수가 1대1로 벌이고 있기도 하다.  
연수가 좀더 크면 엄마가 좋아하는 수영과 자전거를 함께 배우는 날도 오겠지..^^
기대되기도 하고, 그 험난한 여정이 미리 겁나기도 한다. 

 










보람차게 잘 뛰어놀았던 어린이날 하루가 잘 저물었다.
학교 후문앞에 있는 고깃집에서 선배님들께 저녁밥까지 든든히 잘 얻어먹고 돌아왔다.
'내년에는 갓난아이 데리고 오겠네~!'하시며 순산하라고, 아기랑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내년 어린이날에 다시 만나자며 등두드려주시는 든든한 선배언니들의 손길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내년 어린이날에도 우리는 스케쥴이 정해졌다. 
연수도, 평화도 별탈없이 잘 커서 내년 봄에는 또 저 잔디밭에서 각자의 놀이와 푸른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