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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1. 5. 21:04


똑순이가 드디어 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연속뒤집기로 뒹굴뒹굴 굴러다니던 녀석이
한 2주쯤 전부터 낑낑 배를 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오더니
아직 배를 바닥에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슥슥 싹싹 원하는 곳 어디로든 잘도 기어 다닙니다.




+ "어~ 엄마다" 한참 기고 뒤집고 노는 녀석, 카메라를 갖다댔더니 엄마 뭐하냐는 표정입니다. ^^


아이가 기기 시작하니 기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집을 다 새로 보게 됩니다.
우선 방바닥이 깨끗한지 젤 먼저 보고(깨끗할 때가 별로 없습니다ㅡㅡ;;)
집안 구석구석에 뭉쳐있는 먼지들을 치우고, 화분들이나 입에 넣으면 안되는 것들도 치우고
기다가 쿵 부딪힐만한 곳엔 쿠션이나 베게를 놓아둡니다.

새댁이 뭔가 집안일을 하다가 발을 옮길 때는 발밑을 먼저 봐야합니다.
혹시 똑순이가 소리없이 새댁 발옆에 와있을 수도 있거든요. 
일하는 중에는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똑순이를 슬쩍슬쩍 눈으로 따라다니는데
어찌나 빨리, 잘 돌아다니는지 가끔 놓칩니다.
잠깐 사이에 안보여 '응? 얘가 어딜 갔지?"하고 찾다가
바로 제 발밑에서 발견하고 꺅! 소리를 지르며 놀란적도 몇번 있지요.ㅠ
부엌 쓰레기통이나  노트북 전선, 진공청소기 호스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있진 않은지..
곁눈질하랴 안아올리랴 털어주랴(어느 먼지구뎅이를 굴렀는지..ㅠㅠ)... 새댁, 몹시 바빠졌습니다.

이러니 '누워만 있을 때가 정말 편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애기가 태어나면 '배속에 있을때가 젤로 편하다'는 말이 실감나고,
기어다니면 누워있을 때가, 걷기 시작하면 기어다닐때가 편하다는걸 알게 된다지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잘 기어다니며 노는 똑순이를 보고있는데
앗! 갑자기 아랫배가 싸하고 아파오며 큰일의 신호가 왔습니다.
이럴때는 똑순이를 잠시 보행기에 태워두고 화장실로 가야하는데
그날은 넘 순식간에 배가 심하게 아파와서 
어쩔수없이 똑순이를 그대로 두고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아.. 그런데 똑순이 녀석, 엄마가 달려가는걸 보더니 저도 슬금슬금 기어 화장실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욕실은 목욕을 좋아하는 똑순이가 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문을 닫아 엄마 얼굴이 안보이면 무척 심하게 앙~! 울것이 뻔해서 문도 닫지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있는데
어느새 욕실 앞까지 다온 녀석.. 
"똑순아 안돼~~ 들어오면 안돼, 그냥 거기 깔개 옆에서 놀아라 제발~~"
엄마의 다급한 호소가 먹혔는지 
똑순이는 유유자적 깔개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보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똑순이가 변기에 앉은 저와 같은 방향으로 몸을 틀더니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끙~하고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아픈 와중에도 이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새댁, 변기에 앉아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날 두 모자는 나란히 앉아 거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매우 시원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욕실 앞을 떠났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음..^^;;;


+ 위급한 순간에 큰 도움주는 고마운 보행기입니다 후후^^


아이가 자라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느새 7개월, 똑순이도 낯가림을 심하게 하고 좋고 싫은 것도 분명하게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아이를 이전만큼 안아주지도, 
그렇다고 함께 할 새로운 놀이도 많이 못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그때가 편했어'라고 아이키우는 엄마들이 늘상 얘기하게 되는건
아이가 자라며 새롭게 펼쳐지는 상황들이 점점더 엄마들을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만큼 자란 뒤에도 '예전이 편했어'라고 하게 될까요?
아직 까마득히 먼 얘기가 문득 궁금한 새댁입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입시땜에 고심하게 되면 '아고 중학교 때가 편했어' 하고 얘기하게 될 것 같긴 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때부터 중학교 입시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요 역시 학교가기 전이 편한걸까요..ㅠㅠ)  
 
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너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구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어느 육아책 저자가 써놓은 걸 봤는데
심장이 쿡 하고 쑤시더군요. 
그래.. 엄마란건 평생 갖고살 이름이구나.. 싶었어요.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엄마, 아이가 자라는만큼 딱 그만큼씩 함께 자라게 되는 엄마..
그런 길이니 매일매일 과정을 즐기는 것이 이 힘든 길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래도 지금이 낫다, 앞으로는 더 힘들꺼야'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엄마뒤를 졸졸졸 따라 기어오는(때론 그러면서 앙앙 우는ㅜㅜ) 똑순이와 함께 참 행복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사촌형아가 입던 우주복을 올겨울 잘 빌려입고 있습니다. 귀여운 송아지가 우리집에 등장했어요^^



_덧..
오늘 짬짬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지구 저편에서는 전쟁으로 우리 아이만한 아이들, 우리 아이만큼이나 소중하고 예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가 기는걸 보고 이렇게 좋아하고있는데
그들은 공습과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죽는 것을 보며 비통해하고 절규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키우며 알게된 것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참으로 어렵게 태어나고, 참으로 절절한 사랑속에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목숨을 짓밟는 일만큼은 지구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전쟁이 당장 중단되기를 바래봅니다.
먼 나라에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좌절하다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웃들의 죽음, 파괴된 집과 마을..
전쟁은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절망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즉시 침공을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일개 아기엄마인 제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어가지도, 들어간다한들 별 힘이 없겠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된 한 인간으로서 촉구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9. 22. 21:10



처음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는 고개조차 들기 어려워하던 녀석이
어느새 고개를 잘 가누게 되더니 두리번 두리번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보고, 벽지도 보고, 자기 앞에 놓인 베게며 노래하는 공 같은 장난감들도 봅니다. 

어느 오후, 혼자 의젖하게 엎드려있는 똑순이가 문득 다 큰 아이같아 사진 한 장 찍어두었습니다. 

*

젖먹고 잠자는 순간을 제외하면 요즘 똑순이가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뒤집기 입니다. 
잠깐 눈을 떼고 뭔가를 하다가 돌아보면 여지없이 뒤집고 있습니다.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다시 방에 눕혀 놨더니 그새 또 뒤집었군요!^^

참.. 열심입니다. "(엄마, 바로 눕히며) 에고~ 똑순아, 힘들지 않니~?"  "끙.......(뒤집!)"
우문현답입니다.
아이는 자라고 싶은가 봅니다.
엄마아빠랑 눈맞추며 얘기하고 싶고, 엄마아빠처럼 걸어다니고싶은가 봅니다. 뒤집기는 그 첫 시작인 셈입니다.

*

그제부터 똑순이가 기어가보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었다내렸다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단지 뒤집기만 하던 시절에는 한참 두리번거리며 잘 놀다가 힘이 떨어지면 '에~'하고 우는 것이 다였는데 
이제는 뒤집자마자 배와 다리에 힘을 주고, 머리도 땅에다 박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 온몸으로 애를 씁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머리와 목은 온통 땀 범벅... 끙끙 앙앙 앓는 소리와 울음 소리가 번갈아 터집니다.    
결과는... 아직은 제자리에서 90도 회전하는 것입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참.. 이제 겨우 백일된 아가를 앞에 두고 초보엄마, 감정이 북받칩니다.
바로 안아줘야할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갈때까지 더 두고 봐야할지.. 갈등하면서.
똑순이는 앞으로 기어가는 법을 찾고, 엄마는 자라는 아이의 곁을 제대로 지켜주는 법을 찾고 있습니다.




"찾고야 말겠어!" 오늘도 다부진 각오로, 똑순이는 바둥거립니다.


덧.
아이에게 생존을 위한 성장은 본능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리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지요... 
어린 새가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둥지를 박차고 나서듯 
힘든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아이에게서
어느새 내 삶에 꼭 필요한 변화와 성장이더라도 힘들다는 이유로 자꾸 미뤄두고 몸을 사리는 엄마에 대한 따끔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어른이 몸만 크지... 본능적인 용기는 잃어버렸나 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