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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8 엄마와 바나나 17
umma! 자란다2009. 5. 8. 15:47


똑순이데리고 슈퍼에 들렀다가 바나나를 한뭉치 사들고 왔습니다.
내일 여행갈때 똑순이 간식으로 고구마를 쪄갈까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바쁠것 같아 바나나로 대신할 요량으로요.

똑순이 낮잠재우느라 업고 왔다갔다하면서
아까부터 침고이게 했던 바나나를 뚝 떼어 두 개나 까먹었습니다.
달달하고 맛있습니다.
^^

옛날에 엄마따라 시장에 가면 엄마는 어렵게 지갑을 열어 
리어카 위에 한 개씩 떼놓고 팔던 바나나 하나를 사주시곤 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그때 바나나 한개가 천원이었던 것 같아요.
벌써 20년도 더된 옛날.. 하드 하나가 50원하던 시절이니 천원은 꽤 큰돈이었습니다.
처음 수입되던 신기하고 달달한 그 과일을 막내딸에게 먹여주고 싶으셔서 
엄마는 다른 반찬값을 얼마나 깍고 또 깍으셨을지.. 
이제 저도 살림을 하고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산 바나나는 15개쯤 붙은 한송이가 4000원이었으니 개당 250원쯤 될듯합니다.
아고.. 20년 사이에 이렇게 값이 떨어진게 바나나 말고 또 있을까요.
지금은 들고오기도 무거운 큼직한 한 송이를 사서 한자리에 앉아 몇개씩 먹지만
그때는 행여나 빨리 먹을세라 아껴아껴 살살 깨물어 먹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껍질 까놓고 '엄마 한입줄까?' 물으면 엄마는 '나는 됐다, 너나 먹어라' 하시고 안드시거나,
그래도 권하면 한입 베무시고는 '너 다 먹어라'하셨던 것 같아요.
'집에 가서 언니오빠한테 먹었다는 말 하지말라'시던 당부도 기억납니다. 
그때 먹던 바나나가 세상에서 젤루 맛있는 바나나였던 것 같습니다.
^^


이십년 세월이 흐르고나니 이제는 제가 아기에게 바나나를 사주는 엄마가 됐네요.
아기는 어리고, 유기농 바나나도 아닌 그냥 바나나라 농약걱정에 겉살은 제가 다 먹고 
아가는 겨우 속살이나 조금 숟갈로 긁어먹이게 될테니
이 녀석에게 바나나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주긴 어려울 듯 합니다.

이 아이에게, 초보엄마 새댁은 어떤 달콤한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세번째 바나나를 먹으며 고민해보게 되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딸들은 자라면 엄마를 참 애틋해하게 됩니다.
같은 여자로 살면서 엄마가 겪은 아픔들을 뒤따라 하나씩 경험해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가 더 고맙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들들은 어떨까요?
아들이 아닌지라 잘 모르겠어요. 궁금해요. 
주변의 아들들보면 저마다 다른것 같기도 하니.. 남녀차가 아니라 개인차가 있는 걸까요?
울 똑순이는 자라면서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 
똑순이가 저를 좋은 친구로, 다정한 말벗으로, 함께 산책하고 싶은 애틋한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래보며 
새댁, 첫번째 어버이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똑순아.. 음.. 꽃은 없냐?
ㅎㅎ






'꽃보다 똑순'
이 녀석, 웃음으로 떼울 생각인가 봅니다~^^


멀리 고향에 계시는 울엄니 아부지는 오늘 무슨 맛난 것이라도 드셨는지,
오늘도 피곤한 일터에서 온종일 고생하셨을 시엄니 아부지 편찮으신덴 없는지..
엊그제 뵙고 왔다고 오늘은 멀리서 꽃한송이도 못보내고 전화만 한통 떨렁 드린 
막내딸, 맏며느리, 새댁은 궁금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