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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8 연호 돌잔치하던 날 2
umma! 자란다2014. 2. 28. 23:44

ㅠㅠ

세상에... 연호 돌잔치 포스팅을 무려 1년 반도 더 지나, 정확히는 딱 20개월만에 올린다.

20개월은 연호와 연제의 터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연제 돌을 며칠 앞두고 '연호 때는 돌상을 어떻게 차렸더라...?' 궁금해진 엄마가 블로그를 뒤적여보니 글쎄.. 

연호 돌 잔치는 사진만 올려놓고 글을 채 마무리짓지 못해 여직까지도 '비공개'로 되어있더란 사실...ㅜㅜㅜㅜ

아구.. 연호야, 미안하다.

네 돌잔치하고 바로 뒤이어 꼬마 동생이 엄마 뱃속에 자리잡는 바람에 

엄마가 그만 정신이 없었구나..;;;


뒤늦게라도 연호 돌잔치 포스팅을 올린다.

2년 전, 그때의 우리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자. 

사랑한다, 아기 연호. 




 

 


 

6월 17일 일요일에 연호 돌잔치를 했다.

미사리에 있는 한식당에서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점심 함께 먹으면서 연호의 첫 돌을 축하해주고, 돌봐주신 어른들께 감사 인사도 드렸다.


연수 때처럼 연호 돌상도 직접 차려주고 싶어서

돌잔치 며칠 전부터 떡과 꽃을 맞추고, 과일을 사고 돌상에 놓을 이런저런 것들을 틈틈이 챙겨두었다.

연수 때는 처음이라 나도 워낙 정신이 없어서 상을 어떻게 차렸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저 연수랑 사진찍고 밥만 먹고 부랴부랴 돌아온 것 같다. 

이번에는 두번째이기도 하고, 또 내가 차리는 마지막 내 아이 돌상일거란 생각에 좀더 차분하게, 정성껏 차리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정 엄마가 하루 전날 올라오셔서 나와 함께 장도 봐주시고, 돌상에 필요한 것들도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준비하는데 훨씬 안심이 되었다.

사실 돌잔치 며칠 전부터 연호가 모세기관지염을 앓기 시작해서 내가 많이 긴장하고 있기도 했고, 연호 감기가 다 나아갈 무렵에는 나도 같은 증상이 살짝 나타나길래 엄마에게 엄살을 좀 떨었더니 엄마가 하루 먼저 우리집으로 와주셨다.

나이가 서른 다섯,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 엄마가 되었어도 

조금이라도 큰일을 하려고하면 겁이 먼저 나고, 엄마가 내 곁에 와주신다는 것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아이와 함께 며칠 앓느라고 먹을 만한 반찬도 하나도 없었지만 엄마가 오신다는 소식에 기운이 번쩍 나서

밑반찬도 몇가지 뚝딱 만들고, 엄마랑 나중에 시댁 어르신들 오시면 대접하려고 고기도 재우고, 잡채도 만들고 하며 신나게 잔치 준비를 했다.

나중에 어른들이 우리집에 들리지 않고 모두들 식당에서 바로 가시는 바람에 음식이 엄청 남기도 했고,

또 돌상을 직접 차리고보니 돌잔치도 내 집에서



(여기까지가 2012년 6월 27일에 써놓은 글이다. ㅎㅎ

 그 때는... 연호가 내 인생의 마지막 아이일 줄 알았지모야. 설마 셋째가 또 있을줄을 몰랐지모야...^^;;;

인생이란 참 신기하고 고맙지뭐야.. 내게 연제를, 세 아이를 주셨으니.

아마도 '돌잔치도 내 집에서 하면 좋았겠다'고 쓰려고 했으려나? 

연제 때는 시댁이긴 하지만 집에서 하게 되었으니 내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다. 연제와 어머니께 감사드려야겠다. ^^


이제 여기서부터는 2년전의 우리들을 보며 지금 쓴다:)



 

 



아... 다섯살 김연수는 이리도 귀여웠네..!!

지금은 왜 그리 못생겨진거니..ㅠㅠ

볼이 아직도 보동하고 통통한 연수가 아기같아서 안아주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긴다.

미안.. 연수야. 요즘은 엄마가 너무 널 안 안아주는구나..ㅜㅜㅜㅜ

 

 

 

 

 


만나면 늘 신이나서 둘이 딱 붙어노는 친정 큰조카와 연수. 

일곱살 조카도 아기같네~^^


 

 

 




연수 돌에도 한복을 입었던 나는 연호 돌에도 오랫만에 한복을 꺼내 입었다.

아이의 인생에서 손에 꼽는 소중한 잔치인만큼 엄마가 예쁘게, 정성껏 예복을 갖춰입고 함께 해 주고 싶었다.

셋째는 왠지 마음이 약해져서(?) 연제만 한복입혀주고 나는 그냥 평상복입고 치를까.. 했었는데 흑. 사진을 보고나니 안 되겠다.

아무리 집에서 하는 돌잔치지만 엄마도 한복입고 연제랑 사진 한장 남겨야지. ^^


 

 

 

 

 


어머님은 이 때나 지금이나 별로 안 달라지신 것 같은데, 사진속의 나는 어째 지금보다 훨씬 젊은 것 같다. ^^;;

셋째를 키우며 확~ 나이들어진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2년전 사진을 보기가 괴로워진다. 흑...






 


 

할아버지랑 연호랑 옆모습이 닮았다. ^^









외할아버지와 연호.


멋쟁이 우리 아빠. 아빠는 늘 멋지신데 나는 어째 늘 촌티가 난다. 

아빠의 옷맵시는 언니가 닮았다(그리고 또 형부가 닮았다 ㅎㅎ). 

그래도.. 막내딸은 영원한 아빠의 팬. ^^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손주들.


햇살이 빛나는 6월이었고, 미사리의 한식당은 나무가 크고 정원이 예뻤다.

연호도 나뭇잎이 푸르고, 장미가 환하게 피는 좋은 계절에 태어났구나.

첫 생일날, 이렇게 밖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갑자기 연호 돌잔치를 예쁜 식당에서 한 것이 잘 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축하해주러 오신 분들, 우리가 모신 어른들께 좋은 풍경속에 앉아서, 고운 햇살과 예쁜 나무들 아래에서 아이들 뛰어다니는 모습을 잠시 흐뭇하게 지켜보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린 것이 잘한 일인 것만 같다.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연제 돌잔치도 식당에서 할 껄 그랬나..ㅜ 

어머님 너무 고생하시게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밀려든다....ㅠㅠ 

꼭 돌잔치가 아니더라도.. 어른들 모시고 좋은 곳도 많이 가고, 아이들과 함께 예쁜 사진도 많이 찍어드려야겠다.

 

 







돌쟁이 연호.

이 사진을 보니 연호 아기 시절 얼굴이 보인다.

그 전 사진들에서는 왠지 지금 얼굴이랑 똑같은 것 같아서 '연호 얼굴은 거의 안 변했구나..'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찍은 것을 보니 이리 앳된 얼굴이었네.







연수가 신나게 동생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엄마가 촛불을 끈다. 


딱 한 개뿐인 초. 

딱 한 번뿐인 첫 생일. 

딱 한 번뿐인 인생의 모든 날들.








네 식구. ^^

아빠도 젊고(ㅎㅎ) 엄마는 달덩이구나.. 

연호 가졌을 때는 정말 어찌도 그리 살이 많이 쪘던지... 연호 낳은 후에도 참 오래도록 살이 안 빠져 몸이 무거웠다. ㅠㅠ 

그래도 연수 때에 비해 젖량이 많아져서 연호가 젖을 잘 먹고 통통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좋아서 

나 뚱뚱한 것은 크게 괴로워않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젖주며 지냈던 것 같다.

 





 


 

사진에서는 국수가락을 들어보고 있지만.. 연호는 돌잡이에서 붓을 잡았다.

'돈, 실, 붓, 책' 딱 기본만 놓고 다른 것을 놓지않은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야겠지...^^;;;


무엇을 집든 네가 잘 자랄 것을 엄마는 믿는다. 

네 힘껏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랑하며, 네게 운명지어진 삶의 길을 열심히 걸어갈 것을 믿는다. 

네 몫의 인생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소중히 살아낼 것을 엄마는 한치도 의심없이 믿는단다, 아가야. 

빛나는 여행자야. 나의 동료야.




 


 

 


이 날, 와주신 가족 친지들께 아빠엄마가 감사 인사를 드릴 때, 

나는 울었다. 

글처럼 말에도 늘 감정이 많이 실리는 나는 '엄마가 되고보니 어머니들이 저희를 키우며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제야 알겠다'는 얘기를 하다가 그만 눈물이 푹 쏟아졌던 것이다. 

우는 바람에 그 뒤에는 별 얘기를 못하고 그저 '부모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는 얼른 자리에 앉고 말았다.

친정엄마는 살짝 눈가를 닦고, 어머님은 '에고, 그래도 우리 떄는 너희만큼 힘들지 않게 키운것 같다'며 나를 안쓰럽고 다정하게 바라보시던 기억이 난다. 


두 아이 키우며 힘들기는 했지만 그 것 때문에만 눈물이 난 것은 아니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났던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고보니 그제야 부모님의 정이 어떤 것인줄 조금은 알겠어서,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게 기울여주셨을 사랑과 보살핌이 어떤 것인지 이제 내가 내 아이를 키워보니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으로 알겠어서

그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엄마는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을까,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식구들을 보살피고 농사일과 큰 시골집 살림을 하며 나를 키우시느라..

시어머니는 또 얼마나 어렵고 힘드셨을까. 어려운 살림에 몸 아끼지않고 일하며 세 아이 살뜰히 거두시느라..

어머니아버지들의 힘든 수고를 그제야 알 것 같아서 눈물이 났던 것이다.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사는 중에 시나브로 알게된 또 한가지는

엄마아빠도 참 행복하셨겠다는 사실.


꽃처럼 예쁘다고들 하지 않는가.

아이들 자라는 모습이.

아가들 웃는 모습이. 

내 속으로 낳고, 내 품에 안고 젖물리며 한 발씩 한 발씩 키워낸 자식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옹기종기 둘러앉아 고물고물 놀고 맛난 것을 오물오물 먹고 나를 향해 웃고 손 흔드는 모습을 볼 때

엄마아빠가 얼마나 행복하셨을지..

그 것을 이제 알겠다.


아이들은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서 내게 왔구나.. 

세 아이 노는 모습 바라보던 어느날 문득 생각했었는데  

내가 부모님께 드린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서도 왔나보다.

생활의 고단함도, 어려움도 잠시 잊고 그 순간 만큼은 빛나는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줄 수 있을만큼.









 

하지만 이 고운 녀석들에게 나는 또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다.

아이들 때문에 속 상하고 힘들다고

내 분노와 어리석음을 아이들에게 퍼붓고, 심어놓는다.


아이는 아직 어린 아이라서 그런 것인데, 

저희들도 이 부자유스런 환경속에서 견디고 자라느라 한껏 애를 쓴다고 쓰는 중인데

엄마는 북돋워주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는게 아니라

엄마 속에 배어있는 나쁜 것들을 폭발시키고 보여주며 고스란히 가르치고 있다. 


아직도 참 멀고 멀었다.


연호 돌잔치 포스팅이 좀 뜬금없는 엄마의 반성으로 끝나게 됐지만... 시작과 일맥상통한 면도 있다.


연호야, 미안하다..

엄마가 참 많이 부족하구나.

다가오는 봄.. 너는 세 돌을 향해 가고 있지.

엄마는 너에게 많이 배워야겠다. 

고운 마음, 다정한 마음, 깔깔 웃기, 도전하기..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같이 잘 자라자.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