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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5 레몬 쉬야 요술쟁이 4









1. 레몬 쉬야


"엄마, 쉬 마려워요~!"하고 달려온 연수. 화장실에 데려가 발판을 놓아주니 올라가서 쪼르륵~ 싼다. 

연수: 오줌 색깔이 하얗네. 물 쉬야네~.

엄마: 물 쉬야?

연수: 응. 오줌이 하얀색이니까 물 쉬야지~.

엄마: ^^ 그럼 노란색은 무슨 쉬야야?

연수: 레몬 쉬야!!


푸하하~! 재밌어서 크게 웃었다. 

쉬 다하고 거실로 나간 연수는 엄마가 웃으니 저도 재밌었는지 "주황색 쉬야는 귤 쉬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2. 요술


점심밥을 먹으며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고 있었다.
그림책이 있어야만 밥상앞에 잠시라도 진득하게 앉아있는 연수인지라 책 읽어주랴, 밥 떠먹이랴, 내 밥먹으랴.. 정신없는 엄마는 곧잘 지친다. 오늘도 '언제쯤 혼자서 밥을 좀 잘 떠먹게 될까...' 한숨쉬며 밥을 먹이고 있었는데.. 
괴물나라에 간 주인공 맥스가 '마법을 써서 괴물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읽자 연수가 문득 생각난듯 말했다. 

연수: 연수도 요술 부릴 수 있어. 

엄마: 그래~? 연수도 요술을 부릴 수 있어?

연수: 응!! 연수는 냉장고를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어. 

엄마: 에? 정말? 우리 연수 대단하네. ^^

연수: (신이 나서) 연수는 물로 빵을 만들 수 있어! 쓰레기를 꽃으로 만들 수도 있구... 나무를 기차로 만들 수도 있어!

엄마: (술술 이어지는 연수 이야기에 감동받아서 밥먹일 생각도 잊은채) 와... 우리 연수 정말 대단하구나~. 쓰레기를 꽃으로 만들다니 너무 감동적이다...! +_+

그 뒤로도 몇가지 더 자신이 할 수있는 요술을 읊고 난뒤 연수가 말했다.

연수: 그만~! 이제 밥은 그만이야.

그러더니 휙하니 의자에서 내려가 제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칙칙폭폭하며 논다.

연수 요술에 제대로 걸린 엄마는 일찍 숟가락 놓은 아이를 쫓아가 밥을 더 먹일 생각도 못하고,
연수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서 마냥 행복해하며 자기 밥만 마저 다 먹었다.










우리 요술쟁이. 언제 이렇게 쑥 컸나..
생각해보면 이 아이가 내곁에 온지 만3년도 안됐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지켜보고, 함께 지냈던 것만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삶에 나타나기로 예정돼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내게 와서 나를 온통 사로잡아버리기로 운명지어져 있었던 것처럼. 이런게 아이의 요술일까...^^  
 










엄마를 꼼짝못하게 제 요술에 걸어놓은 귀여운 요술쟁이 같으니라고.
오늘도 쫑알쫑알 펼쳐놓은 네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 
건강하게 잘 크고 잘 놀아줘서 고맙다.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