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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9 모유수유 이후. 15
umma! 자란다2010. 8. 9. 13:48



젖을 끊었다.
연수 낳고 꼬박 2년 2개월동안 먹였던 젖이다.
25, 26개월차에는 낮에 먹는 젖은 끊고 밤에만 젖을 먹다가 얼마전에 그마저도 끊었다.

허전하다.
연수도 나만큼 허전할까? 아마도 아이는 나보다 더 그리울 것이다.

천천히 낮에 먹는 젖부터 줄이고, 끊고 해와서 그런지 젖양은 많이 줄어있었어서 
젖을 끊는데도 특별히 젖이 많이 불거나 하진 않았다. 큰 통증없이 젖을 끊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연수는 많이 힘들었다.
밤젖은 연수에게는 어떤 자장가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안식이고 위안이었어서
젖없이 밤잠들기가 힘들어 처음 며칠은 밤마다 많이 울었다.
처음 잠들 때만이 아니라 자다가 두어번 깰때도 그전같으면 엄마 젖을 한모금 흡족하게 빨고 금새 다시 곯아떨어졌을 것을
젖을 먹지 못하니 다시 잠이 안들어서 새벽녘에 한시간 이상 말똥거리며 놀다가 겨우 다시 잠들기도했다.

엄마젖의 빈자리가 어린 마음을 온통 허전하게 한 것이 안쓰럽고 그 깊은 밤에 서럽게 줄창 울지않게 하기위해 
나는 잠에서깬 연수가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다해주려고 노력했다. 
업고 밖에 나가자하면 깜깜한 아파트 복도에 나가 한참을 왔다갔다하다가 들어왔고, 안고 다니라하면 비몽사몽간에도 어린 것을 끌어안고 거실을 서성거렸다.   

하필 일년중 가장 무더울 때라 더위를 많이 타는 연수는 밤에 평소보다 더 자주 깼다.
내가 왜 이 더운 날에 젖을 끊겠다 했을꼬... 시원한 가을까지 먹이고 끊을껄.. 하는 때늦은 후회도 하고
젖달라고 우는 아이가 측은해 그냥 한1년 더 먹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엄마젖은 오래 먹을수록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가 밥같은 고형식을 안먹고 젖만 먹으려고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젖처럼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정서적 안정과 충족감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연수는 젖을 먹으면서도 밥도 잘 먹었다. 
굳이 젖을 끊은 것은 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낮에 먹는 젖은 연수가 두 돌이 될 즈음에는 거의 한 번 정도, 낮잠잘때 먹는 것으로 줄어있어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밤에 꼭 두어번은 깨서 젖을 먹이고 자는 일은 지난 2년 동안 나름대로 몸에 익었다고해도 갈수록 피곤하게 느껴졌다. 
26개월동안 먹었으면 그래도 오래 먹인 것이니 이제는 좀 끊어야겠다고 천천히 내 마음은 정리했는데
엄마 젖먹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연수는 엄마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때때로 많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고, 화도 내고 하면서 연수는 어렵게 젖없는 생활에 적응해갔다.
마음이 허전하지 않게 더 깊이 안아주고 따뜻하게 자주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했지만
때로는 더운날 매달리는 아이에게 짜증도 내고, 한숨도 많이 쉬었다.
그러는 동안에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고 더이상 연수가 젖을 찾지 않는 날들이 찾아왔다.

요즘 연수는 엄마와 목욕을 하면 꼭꼭 엄마 젖꼭지를 한번씩 빤다. 
엄마젖꼭지를 입에 물고있는 그 느낌을, 아주 잠시동안 음미하는 것이다. 
그래, 그것이 네 그리운 갓난아이 시절의 느낌이지..
돌아갈 수 없는 한 시절이 네 인생에서도 생겨났구나.. 앞으로는 계속 그런 날들이 생겨날 거란다. 
가끔 엄마젖을 빨면서 그 시절의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건 행복한 일일 것이다. 늘 보호받고, 언제든지 네가 원할때면 안고 마음껏 젖을 먹여주었던 젋은 엄마와 함께 지내던 갓난아이의 시절, 그 시절이 네게 참 행복했었기를 빈다, 얘야...








+ 처음 연수가 엄마 젖을 빨때의 느낌, 그 쫑긋거리고 콕콕 잡아당기던 느낌이 지금도 기억난다. 








+ 이렇게 수유쿠션 위에 발끝까지 딱맞게 올라오던 작은 아기는 어느새 수유쿠션에 엉덩이도 겨우 걸치는 큰 아이가 되었다.
26개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와 함께 붙어있었던 수유쿠션. 수고많았어.. 우리 아기를 잘 키워줘서 고마워..^^
 



젖을 끊고 연수는 밥을 전보다 많이 먹고, 나는 더 적게 먹게 됐는데도 나는 살이 찐다.
낮수유을 끊을 때부터 찌기 시작한 살은 밤수유까지 끊은 요 2주 사이에 급속하게 쪄서 두어달 사이에 3~4킬로가 늘어버렸다.
몸이 무겁다. 젖이 늘 차서 붕긋하게 부풀어있던 가슴은 꺼지고, 배와 허리살은 날로 찌고 있으니 안그래도 젖주는 엄마시절을 마감하며 우울해졌던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난 2년동안 한시도 쉼없이 달렸던 몸이다.
쉬지 않고 젖을 만들고, 미처 지방이 쌓일새도 없이 만들어지는 족족 아이먹일 젖으로 빠져나가던 날들.. 고등학교 시절에도 못보던 몸무게를 연수 한창 젖 많이 먹이던 시절에 다시 보고 깜짝 놀랄만큼 나는 많이 말랐었다. 
그런 날이 끝났으니 이제야 비로소 내 몸도 지방을 좀 제 몫으로 쌓아보고 있는 것이다. 
잠깐은 쉴 틈이, 잠깐은 한없이 퍼져볼 시간도 필요하겠지...
그래서 마음을 좀 편히 갖기로 했다. 

연수도, 나도 시간이 필요하다.
젖을 끊고 나면 연수가 금방 밤에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잘 자는 날이 올거라는 기대도 실은 섣부른 것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26개월 동안 지녀온 수면패턴이 하루 아침에야 어찌 바뀌랴.. 
나도 그렇다. 연수가 깨지 않아도 내가 먼저 예전에 연수가 깨던 그 새벽녘쯤엔 스르르 잠이 깨곤 한다.   
우리는 한동안은 이렇게 잠이 잘 안들어 뒤척이고, 자다 깨는 날들을 살다가
머지않은 어느 날쯤에는 더이상 잠들 때 서로를 찾지 않고, 자는 동안에는 서로를 까맣게 잊고 지내는 날.. 푹 잠이 들어서 더이상 중간에 깨지 않는 날을 맞을 것이다. 

내 몸도 천천히 더 편안해지겠지.
젖을 끊고나면 그동안의 긴장이 풀려 아프거나 입맛을 잃는 엄마들도 많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얼마나 긴장된 날들이었던가. 젖먹이는 엄마는 마음놓고 아플수도 없다. 엄마가 아프면 젖먹는 아이는 정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밥도 못먹는 시절에는 엄마젖이 아이 밥이고, 생명이다. 밥을 먹게 되더라도 계속 젖을 먹는 중의 아이들은 젖을 못먹게 되면 울고 보채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아무리 자기몸이 아파도 아이 젖은 물려야하는 것이 젖먹이는 엄마의 삶이다. 나는 절대 아파서는 안된다고 눈 똑바로 뜨고 품에는 아이를 꼭 안고, 그렇게 버티던 날들이 끝났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린다.    
마른 나를 보고 안쓰러워하던 두 분 어머니들은 통통해진 나를 보면 반가워하실 것이다...


젖먹이던 엄마 시절이 벌써 조금 그립다.
내 품에 안겨 작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만큼 힘들게 엄마젖을 빨고나서 마침내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어린 아가의 얼굴이 그리울 것이다.
내게 젖먹이는 엄마의 행복을 알게 해준 아이가 고맙고, 26개월동안 잘 버텨준 내 몸도 고맙다. 
젖먹이는 엄마의 힘겨움을 이해하고 고단한 다른 일거리를 덜어주려 애쓴 남편도 고맙다.
아이를 키우며 제일 잘 한 일이 모유수유라고 생각한다던 어느 육아선배의 얘기에 나도 깊이 공감한다.
가장 힘들었으나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 가장 애틋하게 그리워질 것이다.
다정했던 또 한 시절이여, 안녕.
이제는 아이도 나도 또 새로운 날들속으로 걸어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씩씩하게, 손을 더 굳게 잡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