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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2 봄날, 아이들과 엄마들 10
umma! 자란다2011. 4. 12. 23:31










30년. 아이의 아빠가 자라는 동안 마당의 회양목들도 함께 자랐다고 했다.
지금 아이는 딱 회양목만 하다.
동갑내기 친구와 서면 까만 머리꼭지가 슬쩍슬쩍 보인다.   











제일 어린 동생 민하는 아직 30년묵은 회양목보다 작다.
하지만 이 아이 키도 곧 회양목을 훌쩍 넘을만큼 자랄 것이다.











항아리와 물뿌리개가 있는 마당 한켠 수돗가.
여름이면 이 수돗가에 빨갛고 큰 고무다라를 놓고 시원한 물을 찰랑이도록 받아서
물에 비친 햇빛그림자도 보고, 범이의 특기인 '박태환 세러모니'도 하면 참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같이 있는듯 흐뭇했다.
까만 물안경도 쓰고있겠지. ^^ 살림님, 그 사진 좀 나중에 꼭 올려주세요.
















희범이 할아버님께서 가지치기 해놓으신 장미나무.
살림 4년차에, 화분이라고는 집안에서 키우는 서너가지 뿐인 초보새댁 주제에 감히 한마디 하자면...
화초를 아름답게 키우려면 제때 가지를 쳐줄줄 알아야하는 것 같다.
무심해서, 혹은 마음 아파서 그저 저 자라는대로 두고보기만 하면.. 종당에는 화초 저도 감당 못하고, 나도 감당 못하게 자라있곤했다.
숲속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자연이, 자연의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법칙이 생존과 변화를 가지고 오지만
집안이라는 통제된 환경속에서 자라는 화초들은 그런 자연스러운 성장과 쇠락도 겪지 못한다.
그러니 오래, 튼튼히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키우고싶다면 '잘라줘야할 때'를 알아야하는 것같다.
나는 언제쯤 그런 때를 알게 될까.











뜨락에 서서 아이와 엄마가 무어라 얘기를 나눈다.
봄햇살이 어쩌면 이렇게 환할까.. 엄마의 눈빛은 어쩌면 저렇게 따뜻할까.

'難長寸草心 報得三春輝'(난장촌초심 보득삼춘휘)

신영복선생님 덕분에 알게된 중국 옛시의 한구절인데
'풀마디같이 짧은 마음으로는 삼월의 봄햇살같은 부모님의 마음을 갚을 길이 없구나' 라는 뜻이라고 한다.

삼월의 봄햇살.. 달력을 보니 오늘은 음력 3월 11일이었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에 빛깔이 있다면 오늘의 햇볕 같으려니.. 이렇게 따수우려니.. 싶었다.
















키를 넘는 나무숲 위로 민하가 날아간다.
작은 손에 만져지는 여리고도 강한 새잎... 그 잎 느낌이 아가, 바로 네 느낌이란다.










또래.









엄마들과 아이들.
살림님 블로그에서 어느 분이 '엄마와 아이들이 오물오물 현미밥 먹는 모습 생각만해도 예쁘네요' 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오물오물 현미밥먹고, 뜨락에 나와 햇볕쬐고. 
엄마가 되고나서 알게된 행복중에 참 큰 것이 '엄마들 만나는 기쁨'이다. 
우리가 엄마들이라서, 이렇게 함께 모여 밥먹고 아이들 노는것보고 얘기할 수있어서 참 좋다. 
 










고도제한 때문이겠지만
어느새 눈이 고층아파트에 길들어버린 나에게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즈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마주하고 있는
세곡동, 이 오래된 주택가는 참 신기하고 이상하게 편안했다.
높지 않다는 것, 무언가가 내려다보고 있지 않다는 것. 멀리 보이는 작은 산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는 느낌이 완연했다. 인간이 뭔가를 자꾸만 높게, 높게 지어서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제 머리를 내리누르는 무게감과 중압감뿐이지 않을까.. 싶었다.

















친구랑 엄마랑 다락방 올라가는 길. 얼마나 즐거울까, 저 발걸음.










낮은 천장, 비스듬한 경사. 작은 다락방.
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집에 추억이 깃든 비밀장소까지 있다.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면..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을까. 
 










엄마들 웃음이 환하다. 좋다.
우리가 같이 있어서, 이렇게 웃을 수있는 젊은 엄마의 날이 있어서, 고물고물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더러는 속이 상하고 힘에 부치고 적적하고 답답하지만..
그 모든 날들도 이 웃음속에 녹아있다. 이 웃음을 만들어준 고마운 과정들인 것만 같다.











예쁜 윤우 사진이 오늘 별로 없네.. 아쉬워라.. 하지만 예쁜 윤우엄마 사진으로 대신.
또 만나요, 우리~. ^^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림님.
앞으로도 감사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 일이 늘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연이 좀 더 오래, 깊게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환한 봄날, 세곡동으로의 초대, 정말 감사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