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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10. 8. 19. 16:20










가끔 이 녀석이 도대체 나랑 어디가 닮았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얼굴을 보면 아빠랑 닮은 구석은 알겠는데 나와는 어딜 또렷이 닮은 데가 없는것 같다.
발가락이라도 닮았나.. 싶어 찾아보면 그마저도 안 닮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우리 둘이 정말로 닮은 것 한가지를 깨달았다. 
똥.. 똥이다. ^.,^;;;


어제는 덥다고 토마토얼려놓은 것을 우유랑 꿀넣고 믹서에 갈아 토마토샤베트를 둘이 한대접씩 먹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에는 연수도 나도 살짝쿵 설사를...;;;
저 사실을 발견한 뒤 몇 달동안 관찰했는데 거의 매일 같은 사실을 확인하곤 한다. 닮았다.ㅎㅎ

연수와 나는 식성이 똑같다. 
둘다 과일, 야채는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면으로 된 음식도 다 좋아하고, 버섯도 좋아하고, 육고기도 좋아하지만 해산물을 더 좋아한다.
달달한 건 없어서 못 먹는다.

하루종일 붙어서 밥도 같이 먹고, 간식도 같이 먹는 우리가 유일하게 다르게 먹는게 있다면
엄마가 커피 마실때 연수는 오미자차 먹고, 엄마가 김치 먹을때 연수는 무나물 먹는 정도..
그러니 똥이 닮을 수 밖에. ^^

얘기가 영 민망하지만.. 나는 우리의 똥이 똑 닮아있는 이 시절이 좋다.
이제 연수가 커서 학교를 다니고 내 품을 떠나 밖에서 밥먹고 간식 먹고 하는 날이 오면 
우리의 닮은 것중 큰 한가지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나는 좀 섭섭할 것도 같다.
그 때는 아마 확인할 길도 거의 없겠지만..
아이 똥을 더러운줄 모르고 '예쁜 똥 잘 쌌네~!'하고 칭찬까지 해주며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우는 날도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닮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가 또 뭐가 닮았을까.. 생각해봤다.
 
수다스러운거?
나도 정말 어릴때 연수만큼 수다스러웠을까? 며칠후 친정엄마가 연수를 보시면 판명해주시겠지.

27개월을 향해가는 연수는 요즘 깨어있을 때는 거의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쫑알쫑알 웅얼웅얼.. 주로 엄마만 온전히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그 얘기로 쉴새없이 말을 거는데 일일이 응대해주려면 보통 피곤한게 아니다. 

"엄마, 이렇게 튀어나온 블럭 조각 못 봤어요?" (바로 옆에 보통 떨어져있다)
"엄마, 같이 퍼즐 맞추기해요~"
"고리가 안 걸어져요. 엄마,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엄마가 도와줘요!"
"엄마, 이 책 읽어줘요~" (엄마가 지금 요리중이라.. 어쩌구하면 바로 말투가 바뀐다.)
"지금 읽어야돼요! 지금 해야돼요!! 지금 빨리 읽어줘~~요!!!" -.,-;;;

제가 하고 있는 일, 들리는 소리들에 대해 쉴새없이 중계방송을 하고 중간중간 흥얼흥얼 노래도 곁들인다. 
나도 어릴때 늘 엄마 옆에서 쫑알쫑알 쉬지 않고 떠들어서 "아구~ 송신타(씨끄럽고 정신없다는 뜻의 경남 사투리)~~, 절로(저리로) 좀 못 가나!!"는 말을 우리 엄마가 입에 달고 사셨는데 인제 나도 꼭 그렇게 되려는지... 참 걱정이다.


고집스러운 것도 날 닮은걸까..
그래도 난 청개구리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요즘 연수는 아주 소수의 솔깃한 제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엄마의 제안에 "싫어~!"로 일관한다.

밥먹자, 싫어! 안 먹어.
손씻자, 싫어! 안 씻어.
옷입자, 싫어! 안 입어.

포도먹을까? 좋아~~(이건 꼭 작게 말한다)

그만 자자, 싫어! 계속 놀아~!!
이 닦자, 싫어! 안 닦아.
목욕할까? 싫어! 머리 안감아!!

토토로 보고싶어? 좋아.....

혼자 하겠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연수가, 연수가 해야 돼요, 연수가 혼자 할꺼야, 연수 혼자 힘으로~~~~~~!!!!!!"
그러다 잘 안되면 저 말들이 점점 흐느낌과 고함으로 바뀌는데... 그쯤돼면 엄마의 인내심도 바닥이다.

장난도 나는 연수만큼 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토마토 사진만 봐도 그렇지만... 온 얼굴에 토마토를 묻히고 바닥에 문질러놓고... 말린다고 말리지만 대개 엄마가 잠시 곁을 떠난 사이에 번개같이 한바탕 일을 벌려놓는다.

덕분에 하루종일 엄마랑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 맘껏은 못 놀고 옛날 얘기 두어 마디에 스르륵 잠이 든 세살배기 어린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늘 하루는 행복했니? 원하는만큼 마음껏 잘 놀았니..? 풀고 싶은 에너지, 채우고 싶은 사랑.. 흠뻑 누렸니? 그러지 못했다면 미안하구나.. 하고 가만히 속삭이게 된다.


저랑 똑닮은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님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하면 나는 아직 울엄니아부지 마음을 알려면 멀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말을 안 들을까? 얼마나 더 장난을 치고, 놀아달라고 조르고, 이런저런 위험한 일로 마음 조이게 할까..?

생각해보면 이 애가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참 많다.
나보다 솔직하고, 나보다 자유롭고, 나보다 용감하게 살아갔으면 좋겠고
나보다 결단력있고, 나보다 신중하고, 나보다 끈기있었으면 좋겠다.
눈치 많이 보고, 늘 인정받고 싶어하고, 허영심많은 나와는 달리 당당하고 자존감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기 위해서 나는 뭘 해야하고, 또 뭘 하지 말아야할까.
내 안에 들어있는 내 부모님의 그림자 중에 어떤 것을 살리고 어떤 것은 극복해야할까..
내 유년의 기억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참 쉽지 않지만... 둘 다 밥 잘 먹고 힘내서 잘 해볼 일이다.
아자아자아자~!
똥이 닮은 이 시절.. 아이야, 우리 더 깊이 사랑하고 함께 잘 자라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