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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6 엄마가 뭐 이래 12
umma! 자란다2009. 2. 26. 20:42


어제밤부터 똑순이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한때는 39도 가까이 올랐다가 아침이 되자 좀 내려서 37도를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아기 체온은 어른들보다는 평소에도 조금 높기때문에
37도 정도는 크게 열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제밤부터 열에 시달렸는지라
오늘은 하루종일 찡찡대며 보챘습니다.

목소리가 약간 쉰 것빼고는 다른 곳이 크게 이상하진 않은데..
평소보다 이마가 계속 뜨끈뜨끈한 것이
힘든 기색이 역력합니다.
ㅠㅠ

아마도 어제 오후에 새댁 병원(위장약 받는)에 함께 다녀오느라 찬바람을 쐰 것이 결정적인 것 같고,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불줄 몰랐어요ㅠㅠ 그리 추운줄 알았으면 다음에 다녀올껄..)
생각하니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맘에 걸립니다.

요며칠 날이 따뜻해지자 겨울내 답답했던 새댁이
창문을 넘 오래 열어놔서 집이 추웠던 것도 같고,
날따숩다고 아파트 복도에 외투도 안입힌 똑순이를 업고 왔다갔다 할때부터 열기가 좀 있었던 것도 같고...

어제 낮에는 간식으로 찐 고구마를 먹였는데 나중에 새댁에 먹어보니 맛이 좀 쓰더라구요.
사놓은지 오래돼서 싹이 났길래 그 부분만 도려내고 쪘는데
보기엔 괜찮더니 맛은 이상했나봅니다. 
그래도 말못하는 똑순이는 엄마가 주는 것이니 한입한입 잘도 받아먹었는데.... 

아이가 아프니 이런저런 부주의와 실수들이
아픈 것의 원인으로 다 떠오릅니다. 
식중독인가, 감기인가, 그도 아니면...? 
걱정은 꼬리를 물고 
아이 자는 짬짬이 '삐뽀삐뽀 119'를 뒤져 의심가는 것들은 다 찾아읽으며 
다시 한번 이런저런 후회로 가슴을 칩니다.

요즘 똑순이가 간식으로 쌀강냉이를 많이 먹는데
제 손으로 한웅큼씩 쥐고 그 손을 온통 입에 가져다대고 빨아
손에서 떨어진 강냉이에도, 그릇에 남은 강냉이에도 똑순이 침이 많이 묻어있습니다.
아기 침묻은 음식은 금방 상하니 조금씩 작은 접시에 담아 먹여야하는데..
넘 큰 그릇에 많이 담아 먹이고 있었어요.. 그게 상했나?
하지만 똑순이가 토도 안하고 설사도 안하는 것으로 보아 식중독은 아닌것같습니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얼른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하는 것인줄 알면서도
새댁, 어제 찬바람쐬서 열나는 똑순이를 안고 또 추운 집밖에 나서려니 겁이 나
결국 오늘 하루는 집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 열은 떨어졌지만 아직 아픈 기색이 있으니 내일은 꼭 병원에 가봐야겠습니다.
크게 아픈게 아니어야할텐데...ㅠ

갓난아이 키우고 살림하기가 참 쉽지 않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막상 아이가 아프고 보니 다 변명같습니다.
좀더 잘 돌볼껄... 평소에 조금만 더 신경쓸껄...
찬바람쏘일 때 조심하고, 뭐 먹일때 더 잘 알아보고 먹이고, 내가 먼저 꼭 먹어보고, 집도 좀 더 청결하게 자주 청소할껄..
때늦은 후회만 이어집니다.

아파서 그런지 평소보다 일찍 엄마 무릎에서 잠든 똑순이 이마를 짚어보고
열이나 따끈해진 작은 손과 발도 만져보았습니다.
내 무릎위에 올려져있는 이 작은 생명의 무게.. 
이 생명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지..  

똑순이 씩씩할 때는 둘이 아옹다옹 몰려 다니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없는데
이리 아프고 나서야 새삼 이녀석을 조용히 품에 안고 찬찬히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엄마로 사는 것이 어렵고 고되도 실은 얼마나 행복한지.. 

아직도 너무너무 부족하고 어설픈 엄마에게 
곤히 잠든 똑순이가 한마디 하는것 같습니다.

"엄마가 뭐 이래..."


ㅜㅜ
그러게.. 똑순아, 엄마도 잘하고 싶은데 아직은 이렇게 어설프구나... 
미안하다. 조금만 더 힘내서 아픈거 잘 이겨내렴. 
얼른 나아서 엄마랑 다시 신나게 놀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