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도움책2009. 8. 12. 12:01


똑순이는 평소 떼를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엄마가 집안일을 할때 저랑 놀아달라고 엄마를 끌어당기거나
밖에 나가자고(걸음을 걷게 된후로 어찌나 '밖'을 사랑하시는지!!!!) 조르거나
욕실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올줄 모르고 이것저것 만지고, 철벅거려 옷을 다 적셔놓는 정도...?
ㅎㅎㅎ
쓰고보니 상당하군요, 이녀석 떼도.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울거나 뒤로 넘어가거나 하는건 아직 없었어요.
그런건 좀더 커야하는것 같기도 하고요, 
한가지를 붙들고 떼를 쓰기전에 얼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거나, 
떼쓰기전에 그냥 하고싶은건 대략 다 들어주는 방식을 저는 지금껏 써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똑순이가 막무가내로 짜증을 내고, 우는 일이 생겼어요.
잘 못보던 상황이라 저도 좀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 걱정되어 이리저리 살펴봐도 특별히 아픈덴 없는것 같고,
똑순이는 잠깐씩 울음을 그치고 웃기도 했다가 또 조금있으면 짜증을 내고... 그러기를 1시간 가량 했습니다.
왜그런걸까.. 똑순이를 겨우 달래며 목욕을 하고, 젖을 먹이고, 저녁밥까지 먹여서 재운 후에
서재로 들어와 '베이비 토크'를 펴들고 똑순이 해당 개월(만1세~1세4개월)을 찾아읽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비 토크 - 10점
샐리 워드 지음, 민병숙 옮김, 주현실 감수/마고북스 (2003)



이 책은 작년 이맘때였을까요... 블로그를 통해 거의 처음 사귀게된 이웃이었던 '토마토새댁'님께서
'집에 있는 육아책을 보내주고싶다'시며 택배로 보내주신 책들 사이에 들어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기의 언어발달 과정을 개월수별로(태어나서부터 만 3개월까지, 3~6개월, 6~9개월.. 이렇게 텀을 나눠서 만4세까지 적혀있어 오래두고 보기 좋습니다)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그 단계마다에서 부모나 돌보는 이들이 아이의 듣는 능력, 말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잘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하지요.
자신의 감정,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잘 듣고 존중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세상을 살아갈 기본적인 자세는 든든히 갖춰지는 것 같습니다.
삶의 큰 즐거움도 누릴 수있게 될거구요. 
또 인간은 생각할때도 언어를 사용하니까 언어를 좋아하고(?) 잘 이해하면 그만큼 생각도 깊고 풍부해지겠고요.

아이들은 '울음'이라는 한가지 언어만 가지고 있다가 차츰 옹알이도 하고, 한두마디 말도 하면서 
조금씩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게 됩니다.
똑순이는 요즘 '아빠빠빠빠빠'하는 한가지 말에서 '으에우우'하는 뭔가 리듬있는 다른 말(?)도 조금씩 섞어쓰는 시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똑순이는 왜 울었을까요?
제 생각엔 똑순이가 뭔가 하고싶은게 있고, 그걸 엄마랑 같이 나누고싶은데 
얘기는 잘 안되고, 엄마는 자꾸 딴청만 부리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똑순이를 재우며 생각하니 그것이 참 미안하고 반성이 되어서 
예전에 읽었었지만 다시 <베이비 토크>의 똑순이 개월수 부분을 찾아 읽으며 
똑순이 얘기에 더 귀기울이고, 똑순이랑 더 자주 눈맞추고 마음 나누며 지내야겠다.. 새삼 결심했어요. 

아. 이 책에서 젤 중요한 얘길 빼먹었네요.
이 책은 "하루 30분 말걸기 육아"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혹은 하루종일 아이 뒤설겆이를 하며 아무리 피곤하고 짜증나더라도
하루 30분만은 뚝 떼어 '아이와 눈을 마추고, 아이가 내는 소리를 되돌려주며,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같이 웃으며 노는 시간'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이의 언어발달, 정신건강,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정말 중요한 비법(?)이라는 것이죠. 
^^

온종일 아이와 붙어지내면서도 생각해보면 이런 30분을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서로 완전히 집중해주는 시간, 다른 방해물없이 눈빛을 나누고 얘기를 나누며 함께 즐겁게 노는 시간.
책을 읽어도 좋고, 공놀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무엇이든 가지고 놀게 해주면서 
엄마나 아빠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전해주는 시간. 
엄마아빠가 제시해주는 것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선택한 것에 엄마아빠가 흥미를 보여주며 함께 노는 시간.
이때 아기가 내는 소리, 하는 말을 어떻게 따라하고 다시 돌려주고 확장시켜주면서 함께 '대화'하면 좋은지를 
책은 세심하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젤 중요한 것만 적어보면~
'아이에게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입니다. '말걸기육아'인데 말을 주의하라니~? ㅎㅎ
어른의 말을 따라하도록 시키거나, 질문을 연발하거나, 아이의 자연스런 입말을 교정해주려 너무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말을 듣고, 따라하면서 말하는 것, 그리고 소리듣는 것을 즐거워하게 해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어른이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알아듣기 좋게 얘기할 수록 아기가 나중에 구사하는 문장이 길어진다네요. 신기하지요? ^^  

(덧.. 친구의 편지를 읽고 추가하고싶은 얘기가 생겼어요.
친구 말마따나 이 책은 처음 보면 약간 '전공서적'같은 느낌이 없잖아있습니다~^^;;
아기 언어의 발달 과정이 조금 세부적으로 써있고 용어도 살짝 생소하고요. 번역투의 문장도 한몫 거들고요. 
그렇지만 직접 말을 배우는 아기를 늘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엄마의 이해(?)도 조금씩은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뭣보다 '같이 얘기하고 놀는 법'이나 '어른이 주의할 점(이게 젤 좋은듯^^)' 그리고 장난감 소개 같은것도 유용하고요.)   


엄마도 30분, 아빠도 30분. 이렇게 하루에 1시간만 집중해서 '말걸기육아'를 실천해도 아기는 참 행복하고 재밌을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에도 엄마랑 아기는 늘 일상적인 얘기, 노래를 많이 나누면서 살고있지만, 
'특별한 시간'이 있다는건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고 풍요로와지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 지금도 제게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똑순이가 낮잠을 자고, 밖에는 비가 오고.. 조용히 책을 펴놓고 글을 쓰는 시간이니까요.
혼자 조용히 집중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있는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이도 아마 엄마가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시간에 이런 행복함을 느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종일 세수 한번 할 짬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더운 밥 챙겨먹이고 씻기고.. 하는 일상이 지치기도 하지만
하루 한번쯤은 저도 맘을 푹 내려놓고, 아이랑 시원하게 씻은 뒤에, 밥풀붙은 옷도 좀 깨끗한걸로 갈아입고..
그리고 눈맞추며 30분쯤 도란도란 '특별한 대화'를 꼭 해야겠습니다.
똑순아, 오늘은 화 풀어라~^^



 
  


작은 발로 어찌나 열심히 걸어다녔는지 발뒤꿈치쪽에 물집이 잡혔어요.
내년까지 신을 요량으로 조금 큰 샌달을 사신겨서 그랬나...
그제 목욕시키고나서 보니 하얗게 부풀어있어 깜짝 놀랐는데 똑순이도 신기했는지
제 발을 들여다보고 앉아 계속 가리키고 만져보고 하더니, 어느새 손으로 보드라운 물집을 다 뜯어냈습니다.
워낙 살짝 일어났고, 속살은 단단한게 아프지않으니 똑순이는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열심히 걷고 있구나, 우리 아기.. 쑥쑥 크는 아이가 대견합니다.
 






물집잡힌 발로 코코 자고 있는 똑순아, 고맙고 또 고맙다.
참, 엊그제는 잠시 똑순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온 신랑이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똑순이가 큰 뒤에 뭐가 되길 바라거나 하지말자."
"응?"
"똑순이는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큰 기쁨과 행복을 많이 주고 있잖아. 우린 지금 받은걸로 충분하니까 나중에 뭘 더 바라거나 하진 말자구"
"그래!"
^^

아이랑 30분만 놀면 이렇게 철이 듭니다. 어른이..^^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