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같은 아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2.16 연호야 연호야
  2. 2013.11.18 딸 같은 아들 6
  3. 2013.06.06 연호 6
umma! 자란다2014. 2. 16. 00:16





 


키우다보면 참 애잔해지는 아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둘째, 연호 말이다.


연호는 다정하고 살가운 성품을 타고 났다.

어릴 때부터 순했고, 길게 우는 법이 없었고, 잘 웃었다. 

얼굴 모습도, 하는 행동도 하도 예쁘고 앙증맞아서 늘 딸같은 아들이었다.


세 살 터울의 호랑이같은 형아가 으르렁 소리지르고 펄쩍펄쩍 뛰어 쫓아오면

무서워 얼른 엄마품에 달려와 숨고, 울지만 

그런 형아에게 어느새 또박또박 바른 말로 타이르기도 잘 하고, 먼저 장난치며 함께 깔깔 웃고 뛰어놀 때는 

꼭 친구같기도 한 의젓한 동생이다.


한 살배기 동생이 제가 노는 쪽으로 기어와 제 장난감을 잡으려하면

제 형이 제게 했듯이 동생을 때리거나 겁주기는 커녕

"엄마, 아기가 자꾸 와~" 하면서 울듯한 표정으로 도망오는 마음 여린 형이다.


  







귤을 까면 반을 뚝 잘라서 "아가, 먹어라~"하고 제 동생에게 나눠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자리에 없는 식구를 찾아서 꼭 입에 넣어준다.
딸기를 씻어서 거실에 있는 식구들 같이 먹으라고 가져다주니
조금 먹다 말고 부엌에 있는 나를 황급히 부르며
"엄마, 빨리 와서 먹어~, 안그러면 형아가 다 먹어~!" 한다.


며칠전에는 잠자리에서 제가 읽어달라는 그림책을 다 읽어주고
이제 형아가 가져온 그림책 읽어주자 하고 읽는 동안
누운 내 머리맡에 앉아서 가만히 듣다 말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우리 엄마 참 예쁘다... 엄마, 난 엄마를 키울꺼야."

"뭐라고? 엄마가 예뻐서 엄마를 키워줄 거라고~? ^^"

"응. 난 엄마를 키울꺼야!" 

"ㅎㅎㅎ 에고.. 고맙다, 연호야.."


강아지가 예뻐서 강아지를 키우듯이, 
꽃이 예뻐서 꽃을 키우듯이
엄마가 예뻐서 엄마를 키우겠다는 세살배기 아들의 말은
얼마나 달콤한 위로와 찬사로 들리던지..

하루의 피곤이 온통 밀려오는 저녁 잠자리에서, 
몸에 남은 힘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모조리 쥐어짜는 심정으로
너희들의 하루를 평화롭게 마무리해주려고 정말로 엄마가 얼마나 애쓰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순간 네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표현으로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어서 
연호야.. 정말 고맙다.










작년 가을과 겨울 초입에 연호가 많이 아팠었다.

가벼운 감기가 괜찮아졌다 심해졌다를 반복하면서 오래 갔다.

그러다 수족구가 지나갔고, 알레르기성 비염처럼 콧물이 쉬지않고 흐르기도 했다. 

나중에는 중이염이 와서 하룻밤 귀가 많이 아프다며 엉엉 울어서 우선 해열진통제를 사먹고 자고 

다음날 병원에 다녀온 후에는 귀에서 이틀쯤 고름이 나오기까지 했다.

나는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놀랐다. 

다행히 모두 크게 위험한 병들은 아니어서 그럭저럭 쉬고 놀고 하면서 나아갔고, 중이염은 항생제를 이틀 정도 처방받아 먹고나니 다행히 잘 나았다.


연호가 오래 앓는 동안 나는 함께 오래도록 마음을 앓았다.

연호가 아픈 것이 모두 내 탓 같았다.


두 돌을 채우고 맞은 가을, 

제 또래들이 아직도 아기 대접을 받으며 엄마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을 때에 

벌써 형님이 된지 반년도 넘은 연호는 훌쩍 큰 아이 태가 나고 있었다. 

유모차를 타거나 아직 엄마에게 업혀다닐 나이에 연호는 유모차를 동생에게 내어주고 그 옆에서 제 힘으로 걸었다.

앞장서 뛰어가다 넘어질 때도 많았다.


동생이 태어난 봄부터 쉬를 가리기 시작해 두 돌 전에 기저귀를 떼었던 연호는 

어느새 화장실도 엄마 없이 혼자 다녀올 수 있었다. 

아기 변기말고 저도 어른변기에 쉬를 하겠다며 까치발을 하고 서서 야물딱지게 쉬를 했다.

연수에 비하면 밥도 훨씬 잘 먹는 편이었고, 멸치나 나물반찬도 잘 먹어서 엄마를 감탄하게 하곤 했다.  










하지만 아직은 엄마 손길이 더 많이 가야하고,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하는 것도 많은데

어린 동생 돌보느라 바쁜 엄마가 연호에게 미처 못 해주는 것들이 많았다.


밥상을 차리면 밥을 좋아하는 연호는 우선 제 식탁의자에 와서 앉는다.

아직 숟가락질이 서툴어 엄마가 도와줘야하는데 

엄마가 동생 이유식부터 먹이느라 분주해서 연호 밥 먹는 것을 잘 도와주지 못하면 

연호는 저 혼자 포크로 반찬 좀 집어먹고 하다가 그만 밥 안먹고 놀고있는 형아 곁으로 가버렸다. 

많이 큰 연수는 밥은 꼭 먹어야한다는 걸 알아서 나중에라도 식탁에 와서 차려놓은 제 밥을 다 먹지만 

아직 어린 연호는 한번 식탁을 떠나면 그 뒤로는 잘 돌아오지도 않고, 따라가서 먹여도 밥을 잘 안 먹는다.

밥을 딱 먹으려고 왔을 때 얼른 도와주며 먹여야하는데 

식구들이 식탁에 앉으면 따라와서 바둥거리고 저도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 연제를 챙기다보면 자꾸 그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한꺼번에 세 녀석 밥을 먹이고 내 밥도 먹어야하는 정신없는 식사시간이 끝나고보면 

언제나 제일 적게 먹고,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은 연호였다. 


그러다 감기에 걸려 코도 막히고 목도 붓고 하니 밥은 더 안 먹으려 해서 

따뜻한 꿀차같은 것을 타주면 그것으로 배를 채울 때도 많았다.

과일이나 빵같은 간식을 좀 먹고, 우유나 미숫가루 같은 편한 음식만 찾았다. 

감기를 오래 앓았던 그 시점에 연호는 정말 잘 안먹었고,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엄마 손길이 제일 부족해서 연호가 아픈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











수족구 때문에 손바닥에 허물이 다 벗겨졌을 때 나는 오랫만에 연호에게 젖을 먹여주었다. 

동생이 태어나던 20개월까지 잠이 올 때 엄마 젖을 먹었던 연호는 

동생에게 엄마 젖을 양보한 후에는 잠이 올 때 엄마 젖을 만지기만 했다.

울고싶을 떄도, 기분이 안 좋을 때도, 그냥 엄마에게 안기고 싶을 때도 연호는 늘 엄마 품 속에 손을 넣어 엄마 찌찌를 만졌다.

그렇게 엄마 냄새와 엄마 촉감에 폭 안겨있다 가는 것이 어린 연호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일까...

가끔 연호는 '엄마 찌찌에 뽀뽀할꺼야' 하면서 젖을 쪽 빨기도 하고, '나도 엄마 찌찌 먹을래'하고 젖을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반장난으로 조르는 것이라 '아기 먹어야지..'하고 달래면 웃으면서 입을 빼곤 했다. 

     

그런데 수족구에 걸렸을 때 

코가 막혀 밥을 잘 삼키지도 못하고, 기운없이 너무 아파하는 연호를 보니 너무 가엾고 걱정스러웠다.

엄마 찌찌 달라고 조르는 연호에게 '그래, 연호 너무 아프니까 엄마 찌찌 먹고 얼른 나아라..'하며 찌찌를 주었더니 

아픈 와중에도 좋아하며 마음껏 빨아먹었다.   

그 뒤로 연호는 "엄마, 연호 손바닥 또 아프면 엄마 찌찌 먹어?"하고 종종 물어본다. 

웃으면서 '그래' 대답해주면 너무 좋아한다.








- 연호가 그린 '사과' 그림을 형 그림 옆에 붙어놓고- ^^




연수를 키우면서 보니 아이들은 정말 금방(?) 큰다는 것을 알겠다.

언제 제 손으로 밥을 떠먹나.. 걱정되던 연수도 여섯살이 되니 저 혼자 밥 한그릇 어찌어찌 다 잘 먹고, 

더이상 엄마 찌찌는 찾지도 않는다. ^^

가끔 안아달라, 업어달라 조르기도 하고

밤에는 '엄마, 내 옆에서 자면 안 돼?' 하는 아직 어린 일곱살이지만  

엄마 품을 파고드는 어린 시절은 벌써 지나갔다.  

이 놀이 하자, 저거 만들어달라 요구는 많지만 혼자 쓱쓱 만들고 그리며 놀기도 잘 놀고, 제 손으로 옷입고 치우며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어쩌면 동생이 둘이나 있는 큰 형아여서 저도 빨리 엄마 무릎에서 밀려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호도 금방 클 것이다.
아직은 엄마에게 툭하면 뛰어와 안아달라 조르고, 걸핏하면 엄마 찌찌를 찾지만 
이 시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큰 형아와 늘 어울려놀아 놀이도, 말도, 행동도 형아를 똑같이 따라하는 연호는 더 금방 의젓해질 것이다.

그러니 그 때까지는 
쉬지않고 엄마를 찾는 네살 연호의 청을 부지런히 들어줘야한다.
저 혼자 할 줄 아는 놀이는 많지 않고, 변덕은 또 죽 끓듯이 심한 우리 네 살 형님꼐서 
'엄마, 내 수레 어디 있어?' 찾으면 얼른 대령하고
'엄마, 트라이탄 합체 해줘~, 해 달란 말이야~~'하면 또 낑낑거리며 그 뻑뻑한 3단합체 로봇을 들고 끙끙 거릴 일이다.

다정한 연호는 그러면 내게 꼭 칭찬을 해준다.
엄마가 화도 안내고, 저희들 청을 들어주며 포근한 밤을 맞고 있노라면 '엄마가 있으니까 참 좋다, 그지?' 하고 제 형과 엄마 머리맡에 앉아 얘기하기도 하고, 
제가 해달라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는 엄마 옆에서 '엄마, 참 잘한다!' 감탄하며 좋아서 박수도 짝짝짝! 친다.






-형님 일년. 그 사이 아기에서 아이로 훌쩍 자란 우리 둘째.언제나 애틋하다-




겨울 동안 형아가 어린이집 가고, 동생은 낮잠자는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연호가 엄마와 단 둘이 보내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연호는 간식을 먹고

둘이 함께 블럭이나 공룡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소파에 꼭 붙어앉아 책을 읽노라면 

연호의 팔딱팔딱 뛰는 심장이 '행복해요! 행복해요!'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직은 너도 어리고 동생도 어려 

엄마도 너희들도 모두 많이 힘든 시절이지만

지나고나면 또 이 시절이 얼마나 그립고 예쁜 시절일까.

그리고 지금 너는 정말로 너무 너무 예쁘단다.

엄마는 너를 볼 때마다 감탄하고 웃게 돼.


힘내서 우리 같이 잘 자라자.

언제나,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연호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1. 딸 같은 아들



일전에 사촌여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일이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끝에 동생이 물었다. 



'언니는 딸 욕심 좀 나겠어요?'



'글쎄.. 예전에는 딸을 꼭 낳고 싶었고 딸이 없어서 아쉽단 생각도 많이 했지.. 

근데 이제는 괜찮아.

딸은 자라서도 엄마랑 다정하게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오손도손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해서 좋다고들 하잖아.

엄마 마음도 잘 이해하고.. 

그러니 아들을 좀 그렇게 키워보지 뭐... 

아들들이 워낙 크면 무뚝뚝해진다고는 하지만 안그런 아들도 간혹 있겠지.

난 아들이 셋이나 되니(ㅜㅜ) 그중에 한 명 정도는 딸같은 아들도 생기지 않을까? ^^;;;'



'맞아요, 언니. 꼭 있을거예요.ㅎㅎ'



그런데 엄마와 이모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연수가 얼른 끼어들었다. 



"나! 나! 내가 딸같은 아들이잖아! 내가 그런 아들이 될꺼야~! "



'으... 으응~? 그..래... 우리 연수가 그렇지... 지금도 엄마랑 얘기도 많이 하고...^^;;'


 

ㅎㅎㅎ

내심 지금도 꼭 딸같이 성격이 다정한 연호나 고물고물한 갓난아기인 연제에게 기대를 걸고 한 말인데...

그런데 '친구같은 아들 여기 있는데 엄마는 어디서 찾고 있는거야?'하는 눈빛을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연수의 얘기를 듣고보니 순간 미안했다. 


걸핏하면 짖궂고 얄밉고 극성맞은 장난으로 엄마를 화나게 하는 못 말리는 개구장이. 

또래 엄마들끼리 마주 앉으면 '아, 정말 내 스타일 아닌데~~'를 연발하게 만드는 여섯살 사내아이.


하지만 어느새 많이 자라 엄마를 도와주고 힘든 엄마를 위로해주기도 하는 우리 큰아들.

네 얘기에 웃고 네가 보여주는 빛나는 성장의 모습들에 감탄하고 고마워하는 순간도 정말 많은데 

그만 엄마가 그런 것들을 생각 못했네..

태어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줄곧 엄마 곁에서, 엄마의 제일 좋은 친구인데

엄마가 깜빡 잊고 있었네.


먼훗날에 친구돼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네가 내 곁에 있을때 오손도손 아웅다웅 다정한 친구로 지내야지..

어느새 많이 큰 네 에너지를 받아주는게 힘에 부친다고, 

여섯살 네 행동이 엄마 마음에 안 든다고,

동생들 돌보느라 바쁘고 힘들다고,

 지금은 '엄마, 나랑도 놀아 줘~' 매달리는 너를 버거워하고 '그래, 놀자, 응응' 건성으로 대꾸할 때가 많았구나..ㅜ  


미안하다, 연수야. 


너와 나누는 이야기, 밝게 웃는 네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고맙다.

지금까지 딸같은 아들로 자라줘서. 

앞으로도 잘 부탁해. 

^^










2. 잘 안 되면



예전에 친정에서 받아온 늙은 호박을 어제서야 잡았다.

오늘 아침에 노란 속살을 칼로 썰어 삶고, 밤부터 불려놓은 찹쌀을 갈아 넣어 호박죽을 끓였다.

엄마의 요리에 늘 관심이 많은 연수가 옆에 와서 물었다.



"엄마, 호박죽 할 줄 알아? 이렇게 하는거 맞아?"



'...아마 맞을껄?'



"전에 해봤어?"



잘 생각이 안난다. 예전에 해 봤던가..?



'잘 모르겠네.. 근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호박 삶고, 쌀 넣고..' 



"잘 안되면 어떡해?"



'글쎄...'



걱정이 되었다. 

진짜 이렇게 하는게 아니면 어쩌지? 이상하게 되는거 아냐.. 불안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순간, 

연수가 씩씩하게 말했다.



"다시 또 해보면 되지!" 


^^



여섯살, 멋지구나.

그래, 이번에 잘 안되면 다음번에 다시 또 해보면 되지. 

그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거야, 이번에 해보면서 배운 것이 있을테니까..



아마도 '엄마, 나 이거 만들어줘, 저것 좀 그려줘~'하고 연수가 조를때마다 

'니가 해봐, 엄마 지금 동생보느라 바빠..'하면 

 '난 잘 못한단 말이야, 잘 안돼~, 엄마가 해 줘~~!'하고 찡찡거리는 연수에게 내가 '자꾸 해보면 돼, 그럼 잘 할 수 있게 될꺼야'하고 말하며 연수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세뇌되다시피 한 결과(ㅜㅜ)로 짐작되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네게 그 말을 듣던 순간의 엄마 기분은 무척 시원+상쾌했다.

고맙다, 연수야 :) 




+ 오늘 호박죽은 너무 연하게 되었다. 담엔 호박을 더 많이 넣어야겠다는 교훈을 얻음..^^ 

그래도 수호제 모두 잘 먹어주어 다행. 흐뭇~







(자자~, 셋중에 누가 딸같은 아들이 될까? 엄마의 귀염둥이들, 저요! 저요! 해보세요~ㅎㅎ) 






(엄마, 꿈이 너무 큰 거 아냐~~ 우린 그냥 아들들일 뿐이라구~!! -.,-)






++ 오늘 우리 동네에 첫 눈이 왔다.
회오리같은 바람에 날려온 짧은 눈보라였지만 아이들도 나도 모두 아주 행복하게 첫눈을 맞았다.
거실 창문을 열고 손바닥에 내려앉은 눈을 먹어보다가  
나중에는 삼형제 모두 저 위의 사진처럼 모자쓰고 장갑끼고 연제는 아기띠에 방한덮개 씌워 꽁꽁 싸매고 아파트 마당에 나가 눈속을 잠시 뛰어다니다 왔다. 
첫눈도 오고.. 겨울이구나.
종일 아이들과 지지고볶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예쁜 아이들과 함께 끌어안고 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지. 
맛있는거 많이 해먹고 성질 좀 덜 내고 재미지게 지내봐야겠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한동안 가족들말고는 연락이 안되게 생겼다.
혹시 가까운 지인들께서는 연락주실 일있음 블로그로 주세요..^^ 
(집에 놀러오는건 연락 안하고 암때나 그냥 오셔도 되고요. 우린 늘 집에..^^;;)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3. 6. 6. 23:07






아이를 키우다보니 성격때문에 예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예전에 우리 엄마가 나를 보고 '욱이는 성격이 참 좋아, 잘 삐지지도 않고 이해심도 많고..'하고 얘기하면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내가 성격이 좀 좋긴하지...'(ㅎㅎ)하고 생각했을 뿐 그 말의 깊은 의미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제 내가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보니 그게 어떤 것인지 조금씩 더 알 것 같다. 


내게도 그런 '성격좋은 아이'가 있다.

너무너무 예쁘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짠한 우리 둘째, 연호 말이다.

 

연호는 아기때부터도 참 잘 웃었다. 아주 예쁘게, 빵긋! 웃는다. ^^

웃는 연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고마워진다.

얼마전 외갓집에 갔을 때, 밭가의 흙길을 걸어오며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조심조심 걷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가 문득 연호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이 아이는 어찌나 즐겁게 방긋! 웃고 있던지.. 제 곁에서 제 손을 잡고 걷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문득 근심많던 엄마의 마음에 따뜻한 햇살이 비춘듯 밝아지게 해주던 아이.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연호.

우는 동생에게 '아가, 형아 찌찌! 형아 찌찌~!'(아가야, 형아가 찌찌 줄께!)하며 제 윗도리를 걷어올리기도 하는  어린 형아다.



 

 



 

연호는 아기때부터도 낯가림이 없는 아이였다.

어른들을 좋아하고 참 잘 따른다.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좋아하고 방긋 웃으며 다정하게 대한다.

자주 뵙지 못해 서먹할 수도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들께 아기때부터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안기고, 잘 따르고, 헤어지고나서도 잘 기억하고 그리워했다.

그래서 연호는 제가 있는 곳 어디서나 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연호가 내 곁에 있어서, 나의 아이로 태어나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무언가 제 눈에 곱고 좋은 것이 보이면 '우아!'(우와)하고 환호하는 아이.

다른 형제들과 집안일로 늘 바쁜 엄마가 잠깐 저와 놀아주려고 '연호야, 엄마랑 이거 하고 놀까?'하면 '아호!'(야호)하는 아이.

세살박이 연호가 아직도 너무나 귀엽고 여린 아가 목소리로 하는 '야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 고맙고 예뻐서 눈물겹다.

얼마나 좋으면, 엄마와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기쁘면.. 때로는 너무 졸리고 고단해서 기운이 하나도 없을 때 '엄마가 안아줄까?' 물으면 '아아호~' 하는 우리 둘째..

 

이번에 산후조리해주러 올라오셨던 시어머님은 한달을 우리와 함께 사시는 동안 연호와 제일 깊이 정이 드셔서 다시 상주로 내려가신뒤에 한동안 전화로 연호 목소리만 들으면 눈물이 왈칵 하셨다고 했다.

강릉 외가에서 2주를 지내는 동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도 정이 아주 듬뿍 들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하삐, 어디? 함미, 어디?'하고 자주 찾았다. 자주 전화해 '하삐, 사탕! 할미! 사탕~!'하며 사탕달라고 조르는 연호 목소리를 들으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급기야 큰 아이스박스에 연호가 좋아하는 사탕과 과자를 잔뜩 넣어서(각종 밑반찬과 김치까지 한가득 넣어서ㅜ) 택배로 부쳐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정을 그리워하며 찾는 어린 연호에게 그렇게라도 하삐, 할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시고 싶어서...^^ 

연호는 그 상자를 받고 너무너무 기뻐했다. 

외갓집에서 외할아버지가 한두개씩 주시던 카라멜사탕을 먹으며 하삐, 할미 생각을 하고 좋아하는 아이. 연호는 그런 아이다.  

 



 

 

 



연수와 연호는 정말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늘 연수가 더 마음에 걸렸다.

첫 아이인 연수 키우면서 부딪히는 일들은 엄마도 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그래서 늘 어렵고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생이 태어난 뒤 동생에게 엄마를 많이 내어주어야하는 큰 아이 마음이 허전하고 섭섭하고 어린 동생에게 질투도 나고 할 것 같아 큰아이를 더 보듬어줘야겠다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연수가 워낙 예민하고 고집도 센 아이여서 연수를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아 머리 속에 늘 연수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연호는 아기때도 연수에 비하면 정말 순하게 잘 자고, 잘 먹고 잘 자라주었고 자라는동안 늘 밝게 웃고 잘 놀아주어서 그저 잠깐씩 쳐다보고 '아 이 아이는 참 예쁘구나..'하고 생각하는 일말고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어린아이 키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니 연호 돌보다가 지치고 고단해지는 순간들도 많기는 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둘째가 첫째보다 훨씬 예쁘다면서요?'하고 물으면 내 대답은 '글쎄... 나는 첫째가 더 예쁘던데..'였다.


사실 그랬던 것이 연수를 키우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 많았던가,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지만 그것까지 다 포함해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만큼 깊은 정이 든 첫아이인만큼 내 마음에서 연수 자리는 정말로 컸다.

연수는 어릴 때부터도 참 민감한 아이였다. 잠을 잘 안자는 것도 그랬지만, 낯가림도 심했다. 조금 커서는 낯선 어른들이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몸에 살짝만 손을 대도 소리를 지르며 싫어할 정도였다. 할아버지할머니께도 살갑게 대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외갓집은 그래도 한번 가면 2주 정도씩 머물면서 할아버지할머니와 많이 놀고하니 잘 따르고 좋아했지만 명절에만 잠깐씩 뵙는 친가 어른들께는 아직까지 그리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다. 연제낳고 산후조리해주러 오신 할머니와는 내내 부딪히며 화를 냈다. 속마음으로는 저도 할머니와 다정하게 지내고 싶었을텐데 겉으로는 할머니가 야단치고 잔소리한다며 할머니를 싫다고하면서 버릇없이 굴었다.

그런 연수를 보고 있으면 나도 속도 상하고, 걱정도 되고.. 저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연수 걱정을 하다가 연호를 보면 연호가 낯가림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 다정함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기까지 하는 아이라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자꾸 엇나가는 연수가 안쓰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무튼 '첫째가 더 예쁘다'고 말하면서 연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연호가 듣고 속상해하면 어쩌나.. 좀 더 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했지만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연수를 바라보고, 걱정하고, 또 큰 아이가 보여주는 빛나는 성장의 순간들을 쫓아가느라 어쩌면 둘째에게는 그만큼 마음을 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천천히, 연호가 엄마 마음속에 조금씩 제 자리를 키우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찍 동생이 생겨서 '이 아이의 아기 시절은 너무 짧겠구나..'하고 안쓰러워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부드럽고, 유연하고, 그러면서도 단단한 연호의 성격이 조금씩 드러나보이기 시작할 때부터였을까.

그런 연호의 성격에 내가 깊이 위로받고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였을까.


아. 이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 하고 내가 깊이 느끼면서부터 그전보다 연호가 더 고맙고 예뻐졌다. 

둘째가 주는 깨달음이었다.

존재는 모두 다르다는 것. 제 고유의 빛나는 성격과 특징이 있다는 것.

그것이 충분히 사랑스럽고 너무나 빛나고 그래서 예쁘다는 것.

아이들은 모두 제 안에 깃든 고유한 아름다움들을 충분히 꽃피울 때 그 빛을 발견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는 것이구나... 나는 연호를 보며 알게 되았다.  

 

 



 






이제 누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전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대답할 것 같다.

'아휴.. 그럼요, 우리 둘째가 얼마나 예쁘다고요.. 성격도 좋고, 잘 웃고.. 근데 첫째는 또 첫 정이 무섭다고 제일 미우면서도 제일 마음 많이 쓰이고.. 이뻐요. 지금은 못난 오리새끼같이 굴고 있지만 저 녀석도 얼마나 예쁜 녀석인지 나는 알지요. 겉으로 센 척해도 속은 제일 여려요, 첫째가.. 우리 둘째는 마음은 오히려 형보다 씩씩할껄요. 사람들한테 마음도 잘 열고 .. 따뜻하고 좀더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둘째한테는 엄마가 많이 위로받아요...' 

  

 

이렇게 쓰고보니 이제 고작 두돌된 둘째를 두고 너무 훌쩍 큰 아이 얘기하듯 말한 것 같다. ㅎㅎ
그래. 아직은 어린 아가지. 우리 둘째도. ^^
엄마가 요즘 네게 얻는 위안이 크다보니 그랬구나...

두돌이 된 연호는 요즘 한창 말이 늘고있다.
제 나름대로, 저만의 말들로 문장을 만드는데 그게 꼭 우리가 영어 처음 배울 때 우선 아는 단어 쭉 붙여놓는 식이라 듣고 있으면 너무 재밌다. 

"아가 꾹 아니!"(아가는 꾹 누르면 안돼)
"엄마 아가 아장아장, 엉호 엉큼엉큼, 가치 바께!' (엄마는 아가 업고, 연호는 성큼성큼 걸어서 같이 밖에 나가자는 말..^^;)
"빠빠, 아~꼼, 사탕, 이아아~~안큼!" (밥은 조금만 먹고 사탕은 이만큼 많이 먹겠다는 말..^^;; 그래도 며칠전부터는 "빠빠, 다, 아자" 밥 다먹고 과자 먹는거라며 밥한그릇 먼저 다 먹는다. 기특기특!! )
"커~ 돌 줘, 치치 기인거" (큰 돌 주워줘, 기차가 길어.. 우리집 냇가에서 퐁당퐁당 돌 던지며 놀다보면 지하철이 지나간다.) 

토끼는 '타키', 사랑은 '상앙', 오리는 '깩깩'.. 엄마밖에 못 알아듣는 말도 아직 많지만
말하는 즐거움을 날로 알아가서 열심히 말하는 연호와 얘기 나누는 것이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다.   








"엄마, 가치, 가자!" 
때로 어린 동생 젖물려 재우느라 엄마가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못할 때 
연호는 아주 서럽게 울면서도 저 말을 열심히 한다. 
엄마가 언젠가는 들어주리라고 믿고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면서도 거듭 거듭 한다.
"엄마, 가치, 가자! 엉호, 같이, 가자!" 
 
지금 아가를 재워놓지 않으면 아가도 힘들어 울고, 연호 하자는 것도 못 해주고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엄마는 연호를 더 울리더라도 바로 일어서지 못한다.
연호는 엄마 손을 끌어당기며 오래오래 울고나서도 엄마가 겨우 아가재우고 드디어 일어서면 
금새 울음을 그치고 훌쩍거리면서도 마음을 푼다. 이제라도 엄마가 제게 와줘서 다행이라는 듯이, 이제는 다 괜찮다는 듯이 엄마 손을 잡고 제가 원하던 것을 하러 간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미안하고 고마워서 꼭 안아보면 몸은 작지만 마음의 힘은 나보다도 큰 아이의 품안에서 엄마는 깊이 위로받는다. 


고맙다, 연호야. 

나의 소중한 둘째 아기.

엄마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엄마 곁에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

예쁘게 자라주는 너와 함께 엄마도 새로운 힘으로 또 자란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