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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10. 3. 2. 13:35








요즘 연수의 하루는 "따까 또꼬!"로 시작해서 "따까 또꼬~"로 끝난다.
2~3주쯤 전, 연수가 저 말을 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따까" "또꼬" "또꼬" "따까"
무슨 암호 같기도 하고, 원래 잘 하던 '또'(콩, 꽃, 삼촌, 또다시 등 여러 가지 단어가 다 이렇게 발음된다 ㅎㅎ)란 말이랑 비슷한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베이비 토크> 책을 본 뒤로 연수가 내는 소리를 대부분 따라하면서 노는  내가 
며칠동안 따라서 '따까 또꼬' '또꼬 따까' 하다보니 
아!
하고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연수야, '똥꼬 닦아'란 말이야??"
연수는 대답대신 슬쩍 웃었다. 이제야 알았냐는 듯이..

이렇게 해서 '또꼬 따까'는 연수가 최초로 구사한 문장이 되었다. 
그전에도 두 단어를 이어 말한 적은 있지만('엄마, 젖'- 엄마 젖줘요, '아빠, 차'- 아빠랑 차타고 간다, '차, 붕~' - 차가 붕하고 간다..^^;)
목적어와 서술어로 구성된 어엿한 문장을 말한 것은 처음인 것이다.
생애 첫 문장의 내용이 좀 그렇긴 하지만 엄마는 너무도 감격하였다. ㅎㅎㅎ
(그나저나 저 말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나? 엄마가 하는 여러 말중에...^^;;; 아기들에게 쌍자음 발음이 쉬운 것 같긴 하다) 

엄마아빠가 제 말뜻을 알아듣고 좋아하니 연수는 더욱 신이 나서 하루종일 '또꼬 따까'를 입에 달고 있게 되었다.
어디 가서 어른들을 만나서 "연수, 많이 컸네~ 말도 잘 해?" 하는 질문이라도 받을라치면 말끝나기 무섭게 "또꼬 따까~~!"를 자랑스레 외친다. 자기는 이런 말도 할 수 있다는 듯이-^^;
"무슨 말이야?"하고 그 분이 물으면 엄마아빠는 설명할 수밖에 없다...
"연수야, 또꼬 따까는 특정상황에서만 쓰는 말이야.." 하는 설명은 아직 연수에겐 접수되기 어렵다.










덩실덩실..
제 변기의자를 다 해체해놓고 큰일이라도 해냈다는 듯이 즐거워하고 있다. 어깨춤이라도 추는 듯~ㅋ


'따까 또꼬' 이후로 연수의 말은 또 놀라운 비약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엄마가 말하는 단어의 첫 글자나 끝글자만 따라하던 시절이 꽤 오래 지속되더니 얼마전부터는 단어 전체를 따라하려고 애쓴다.
쪽지, 딱지, 고기, 종이, 뜨거(워), 추워.. 

문득 아이의 언어발달 곡선을 그리면 계단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동안 발전이 없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불쑥 또 한계단 올라서고 또 그 단계에서 한참 정체(라고 어른은 생각하지만 아이는 부단히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는)하다가 불쑥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며칠전에는 제 입에 맛이 없는 음식은 모두 "짜~"라고 말하는 연수가 밥을 먹고도 "짜~"라고 하며 뱉었다.
울컥 솟는 화를 누르고 "연수야, 밥은 짠게 아니고 '심심'한거야.. 심심하면서 달달한 거" 하고 말했더니
새로 들은 재미있는 단어에 폭 빠져서 "심심~" "팀심~" 하고 연방 따라해보며 깔깔거렸다.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좀 풀려서 같이 '심심~ 심심~'하고 말하며 놀다가 그 심심한 밥을 그럭저럭 다 잘 먹였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서로의 마음을, 감정을, 생각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맙고 좋은 일이다.
그래서 연수는 요즘 말하는 것에 부쩍 신이 나있다.
그동안 듣기만 해왔지 제 입으로 소리내기는 어려웠던 단어들이 하나씩 하나씩 제 입에서 소리내어지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신기할까.

나도 기쁘다.  
이제까지는 늘 엄마 혼자 이런저런 얘기들을 연수에게 해왔지만
앞으로는 연수가 더 많이 엄마에게 얘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종알종알 종알종알... 내게 온갖 얘기들을 쏟아낼 이 귀여운 녀석과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어쩔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겠으나-
연수가 '따까 또꼬' 다음으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시여'(싫어)라는 것이다.ㅠㅠ
만 21개월을 꽉 채운 연수는 독립심과 함께 좋고싫은 제 의사도 분명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있나보다.

그냥 혼자 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시여 시여 시여 시여'하고 쫑알거리는 녀석을 보면 웃음이 쿡 나온다.
뭐가 그리 싫을까.. 말 못하던 시절에 싫었던 것들이 그리도 많았나...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연수야, 뭐가 그렇게 싫어?"하고 물어보지만 아직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연수가 엄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돈! 돈!"하고 말할때 내가 "연수야 돈으로 뭐 할건데?"하고 물으면 대답이 바로 나온다.
"빵!"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을 사먹는다는 것이다. ㅎㅎㅎ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더 설명하기 어려운가 보다.









도현형아에게 얻은 연두색 고무신. 
연수가 진짜 좋아한다. 제 힘으로 신고 벗기가 쉽기 때문인듯..
'신!' 신!'하고 외치며 현관으로 달려가 신고 복도로 나간다. 엄마도 좋다. 신고벗겨주는 수고를 덜었으므로.. 
날이 얼른 따뜻해져서 고무신만 신겨서 놀러다닐 수 있었음 좋겠다.
밖에서 신다가도 물에 얼른 헹궈서 슥슥 닦기만하면 집안에서도 신을 수있는 고무신.. 연수와 엄마의 완소 아이템이다. 

봄이 다 온것 같다가도 추운 요즘이다. 
그래도 놀이터에 가보니 모래땅을 뚫고 작은 새싹들도 나왔고, 새들도 전에 없이 짹짹짹짹 소리높여 지저귄다.
"새, 짹!" "또, 짹!" 
아이도 신이 나서 짹짹짹짹 떠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