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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8 고맙다 고맙다 6
umma! 자란다2010. 5. 28. 23:28









연수가 좀 아팠다.
지난주 토요일밤에 열이 나기 시작해서 일요일밤까지 열이 계속 되었다.
귀체온계로 재보면 37도 언저리를 오르내렸으니 고열은 아니었지만 이마나 몸을 만져보면 평소보다 많이 뜨끈뜨끈했다.
저도 몸이 괴로운지 엄마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져있지 않으려해서
며칠동안은 거의 코알라처럼 연수를 등에 업거나 가슴에 안고 지냈다.

열은 다행히 이틀만에 내렸지만
그 뒤로 삼일 정도는 목안이 부었는지 침을 잘 삼키지 못했다.
밥도 잘 안먹으려하고, 그토록 좋아하는 엄마 젖도 잘 빨지 못했다.

쌀을 갈아 미음을 끓여주니 그걸 좀 삼키고, 우유나 물, 과일쥬스를 많이 마시며 삼일을 버텼다.
이웃의 쌍동이 언니가 큰 치즈케익을 준게 있었는데 
달달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익도 한 이틀동안 연수의 중요한 끼니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삼일동안 나는 젖이 불어 가슴이 많이 아팠다.
젖이 불으면 잠도 잘 못 자고, 딱딱하게 굳은 가슴만 아픈게 아니라 등 어깨 팔이 모두 아프다.
젖은 아이가 평소에 먹던 양만큼 며칠동안 계속 만들어지는데 아이는 도무지 빨지 못하니 
한쪽 젖을 물리고 앉아 있으면 다른 쪽 젖은 흘러서 옷섶이 흥건히 젖기 일쑤였다.

연수는 한참동안 놀고나서 피곤해지거나 잠이 올때면 어김없이 엄마 젖을 찾아 
목으로는 따뜻한 젖이 꼴깍거리며 넘어가고 손은 엄마 겨드랑이와 가슴팍에 집어넣어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잠이 들곤한다.
태어나 지금까지 늘 그렇게 잠들던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예외일리는 없고,
아프니 엄마품이 더욱 그리워서 평소보다 더 자주 젖을 찾는데
목이 부어 젖을 삼킬 수가 없으니 저도 괴롭고, 엄마도 젖이 불어 아프고.. 둘이 같이 끙끙거리며 앓다가 겨우 잠들곤 했다. 

목이 부었을때는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많이 먹는게 좋다.
엄마젖은 따로 데울 필요도 없이 바로 물리기만 하면 먹기 딱 알맞게 미지근하고, 면역성분과 영양가도 높아 아픈 아이에게는 제일 좋은 음료다.
그런데 그 젖을 빨지 못해 못 먹는게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나는 아이가 젖을 입에 물면 내 손으로 짜서 어떻게든 몇 모금 아이 목으로 젖을 흘려보냈다.
몇번 짜고 나서 연수가 입에 머금었던 젖을 '꿀꺽'하고 넘기는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땡땡하게 불은 젖을 힘줘서 짜느라면 어깨며 손이 무척이나 아팠지만 
아이 목에 젖이 넘어가는게 제일 중요한 때라 나 아픈것은 신경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짜주고나면 연수는 목이 좀 부드러워졌는지 제 힘으로 젖을 빨아 그동안 불어있던 젖을 다 먹기도 했다.
젖을 줘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불어있던 젖을 아이가 다 빨아먹고나면 얼마나 가슴이 시원한지를... 
딱딱하던 가슴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풀리고나면 굳었던 어깨랑 등도 펴지면서 그제야 비로소 편안한 잠에 들 수 있는 것이다. 아이만큼 시원하게 엄마젖을 잘 빠는 존재도 없다. 손으로 짜거나 유축기로 짜서는 그 시원한 맛이 잘 없다.
그러나 그 삼일동안은 그렇게 시원하게 엄마젖을 빠는 때가 하루에 1~2번밖에 없었다.
 
열이 났던 이틀, 목이 부었던 삼일 해서 꼬박 5일을 앓고 연수는 다시 평소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아픈 동안에도 먹을 때랑 잠잘 때 끙끙거린 것을 제외하면 놀기는 잘 놀았다.
평소보다 좀더 자주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밥을 잘 먹지못해 배가 고파 곧잘 칭얼거리긴 했지만 
제 장난감과 아파트 놀이터의 모래, 화단의 풀꽃들과 노는 일은 빼먹지 않았다.   
아프면서 놀고, 엄마품에 더 오래 안겨있고, 엄마 젖없이 혼자 잠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제 힘으로 아픈 것을 견뎠다.  
아픈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많이 웃어주고, 칭얼거리다가도 엄마품에만 안아주면 애써 울음을 그쳐주었던 연수가 고맙다.








+ 연수가 만든 화물기차




첫 돌 무렵에 감기가 오래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던 것을 빼면
두 돌이 다가오는 이 무렵까지 연수는 거의 아프지 않았었다.
중간에 한 두번 열이 좀 나거나 콧물기침 감기가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하루이틀 정도 앓고나면 제 힘으로 이기고 일어나 더 씩씩하게 놀았다.
덕분에 병원과 약국 문전에 가보지 않고 지냈던 일년이었다.

이번에도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목이 부은 것이 맞나, 혹시 다른 곳이 아픈건 아닐까..
약은 안먹이더라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일단 정확한 병명이라도 알고있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잠시 갈까도 고민했지만
엄마인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심각한 징후가 없는 이상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프긴해도 연수가 평소의 씩씩함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고,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이 뚜렷이 보였기 때문에 이번 통증이 무엇 때문이든 끝까지 연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거란 판단이 들었다. 

단지 목이 아프거나, 콧물이 좀 나거나 기침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위험하지 않다.
열도 신생아가 아니라면, 큰 아기들은 41도를 넘는 고열이 아니라면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열은 아이 몸의 면역체계가 병과 싸우기위해 스스로 체온을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필요하다. 
다만 아이 몸이 병과 싸우는동안 아이가 탈수가 오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시간당 240cc를 권장한다)을 보충해줘야한다.

오한이나 통증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를 그대로 두고보는것이 부모에게는 더없이 괴롭고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얼른 병원에 가고, 약을 지어 먹인다. 
가벼운 병은 앓아서 이겨내는 것이 아이가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아파하는 모습이 가엾기도 해서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약을 찾는 것이다. 

내 부모님 세대는 그런 것이 더 강한 것 같기도 하다. 
먹을것이 풍족하지 않고 위생시설도 낙후했던 시절에 아이들이 앓다 잘못되는 것을 많이 듣고본 어른들은
의료시설이 많아지고, 의약품이 보급되면서 크게 앓는 아이들이 없어진 것이 너무도 고맙고 반가우셨을 것이다.
병원과 의약품에 대한 굳은 믿음과 선호 뒤에는 이런 아픈 과거가 있다. 

하지만 항생제와 많은 약품의 남용은 우리 아이들을 더 자주 앓고, 더 오래 아프게 하고 있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감기와 좀 나은듯 해도 금새 다시 걸리는 감기를 달고사는 아이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본래 체질이 약한 것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오염된 환경속에서 사는 것과 함께 
너무 자주, 너무 오래 먹는 약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것도 큰 원인일 것 같다.   
아플때 그에 대한 항체를 스스로 얻을 수 있을만큼 제대로 앓고 이겨낼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비슷한 질병이 반복되는 제일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자주 아프고 오래 아프면 성장에 쓰여야할 에너지들이 병에 대응하느라 아이들이 쑥쑥, 단단하게 자라지 못한다.

병원이 꼭 필요한 때도 있다.
크게 다쳤거나 아이가 심각하게 이상해보일때, 얼른 병원에 가는것이 제일 결정적이고 필요한 일일때도 있다.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몸이 힘들어지는 작은 질병들은 병원이나 약에 의지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앓고 이겨내게 하면 이후에는 그 병에 다시 쉽게 걸리지 않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이틀 단위로 처방하는 병원을 오고가느라 아픈 아이가 더 쉬지 못하고, 진료 자체가 아이를 힘들게 하기도 하며
병원이란 곳은 바이러스가 늘 많은 곳이라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연수가 건강한 몸을 타고났고 제 힘으로 몇 번의 가벼운 아픔들을 잘 이겨내고 기운을 차려주어서일지도 모른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엄마가 키울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한곳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어린이집에서는 감기같은 질병도 금방 옮겨져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앓는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보육시설을 이용해야하니 요즘 아이들이 자주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척도인지도 모른다. 

연수가 좀 아프다고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님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얼른 병원에 데려가서 약을 먹이면 금방 나을 것이니 어서 가보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비가 오고 날이 좀 궂기도 했지만 그대로 두어도 나을 것 같아서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며칠 뒤 연수가 괜찮아졌다는 내 얘길 듣고 어머님은 "그것 참 신기하다. 약도 안 먹었는데 뭘 먹여서 그렇게 나았냐.."고 물으셨다.

특별히 약이 될만한걸 만들어 먹이지는 못했다.
(뒤늦게 어머님 말씀을 듣고 '생강이라도 좀 끓여먹일껄..'하는 후회를 했다 -.-;;)
몸에 기운이 있어야 병도 이길 것 같아서 연수가 좋아하는 굴죽도 쒀주고, 단호박과 찹쌀을 갈아 호박죽을 끓여주기도 했지만
아픈동안 단맛에 더 길들어버린 연수는 엄마가 정성껏 만든 그런 것들은 먹는둥 마는둥 하고 치즈케잌과 요구르트만 열심히 먹었다.
그러니 내가 뭘 잘 먹여서 연수가 나았다기 보다는 약을 안 먹이고 연수 힘으로 이겨내도록 해서,
연수가 앓는 동안 나도 연수를 더 오래 안아주고, 불은 젖을 움켜쥐고 같이 앓은 끝에 우리 둘이 다 다시 어렵게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인 듯하다.
고집스레 어머님 말씀을 안들은 죄송함은 계속 남지만 연수가 길게 앓지 않아준 덕분에 어머님 걱정을 덜어드려서 다행이다.

고맙고 또 고맙다. 
아프고난 뒤의 연수를 안아보니 더 무거워지고,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아픈 시간들을 제 힘으로 잘 이겨내준 아이가 정말로 고맙다.
그 시간동안 불은 젖때문에 쩔쩔매는 엄마를 버티게 해준 것, 더 세심하게 너를 돌봐야겠다고 아픈 반성을 하게 해준 것 그리고 어린 너를 지키기위해서는 내가 더 강해져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줘서 고맙다. 

네 힘이 우리를 키운다.
고맙다, 연수야.  







 
약품과 병원에 너무 깊이 의존해서 아이들의 자연치유력이나 면역력을 키워주지 못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 특히 의학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소아과 원로교수의 책을 한권 소개한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동료 엄마아빠들께 권하고 싶은 책.
아이가 아플때 그 병에 대한 챕터를 찾아 읽고나면 구체적으로 얼마동안 병원에 안가고 그냥 아이를 지켜봐도 되는지, 
꼭 병원에 가야할때는 어떤 때인지 알 수 있어 유용하다.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많이 도움받았다.

신기한 것은 소아과 진료를 굉장히 강조하는 '삐뽀삐뽀 119'책에도 어지간한 감기나 수족구 같은 병에 대해서는 병원치료를 꼭 안받아도 일주일쯤 지나면 다 낫는다고 써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꼼꼼히 읽어야 찾을 수 있지만.
중요한건 역시 읽는 사람의 관점이어서 '병원에 가야지'하고 생각하고 읽으면 이런 대목들은 눈에 잘 안들어올 수 있다. 
이 책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의 좋은 점은 대부분의 내용이 '병원에 안가도 된다'는 내용이어서 
'병원에 가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그런 말은 잘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 - 10점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김세미 옮김/문예출판사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