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기다리는 형아'에 해당되는 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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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3.09 연수와 어린이집 2
umma! 자란다2011. 3. 24. 00:01









"엄마, 연수도 (엄마처럼) 배가 동그래! 연수도 아기 가졌어~."
볼풀공을 옷속에 넣고는 불룩해진 옷을 가리키며 연수가 말한다.

엄마: 그래? 연수 배속에도 아기가 있어? (^^;)
연수: 응! 공 아기야, 빨간공 아기~!









연수: (옷을 들어올려 공이 떨어지게 하면서) 퐁! 아기가 태어났어~!^^



이 '아기놀이'가 참 재미있었나보다.
며칠동안 연수와 계속 공을 옷 속에 집어넣고 아기를 가졌다가, 낳는 놀이를 했다.

엄마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엄마 배속에 있는 아기에 대한 연수의 관심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연수에게 '너는 이제 곧 형이 되니까 이러이러해야해' 하는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괜한 부담과 긴장을 주고 싶지않아서였다. 그러다보니 임신 중반까지는 평화 이야기를 연수와 같이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수가 먼저 평화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아졌다. 

"엄마, 평화는 높은 곳에서 못 뛰어내려?"
"엄마, 평화도 젓가락질 할 수 있어?"
"엄마, 평화는 밥 못 먹어?"
"엄마, 평화는 못 걸어다녀?"

"응... 평화도 연수만큼 많이 크면 뛸 수 있겠지.."
"아니.. 평화도 바로는 젓가락질 못하지. 태어나서 한참 지나야 젓가락질을 할 수 있지."
"응.. 평화는 한동안은 엄마 젓만 먹어. 연수도 그랬지..."
"응.. 평화는 처음에는 누워있기만 하다가 뒤집고, 기고... 그러다가 한참 지나야 걸을 수 있어. 아기들은 다 그래.."

이런 대화가 끝도없이 이어진다.
제가 움직이고 밥먹고 뛰어노는 모든 순간에 어린 동생을 같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저는 이만큼이나 할 줄아는게 많은 큰 형아란 것을 으쓱거리며 자랑해보고픈 마음이기도 하고, 
엄마가 그걸 확인해주고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제 일상에 슬그머니 꽤 큰 자리를 차지해버린 엄마 배속의 어린 동생을 살짝 견제하는 심리도 엿보인다. ^^;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이 나는 다 좋다고 생각한다. 고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의 몸속에서 꼬물거리며 자라고있는 평화를, 그 어리고 작은 존재를 
연수만큼 자주 생각하고 진지하게 궁금해해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평화도 아마 그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늘 저에 대해 궁금해하고, 쫑알쫑알 제 얘기를 해주는 네살배기 형아에게 깊은 애정과 존경(? 워낙 형이 '연수는 이것도 할 수있고, 저것도 잘 해~!하고 외치고 있으므로 ㅎㅎ)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엄마 혼자 그런 짐작을 해보는 것이다. ^^ 

형제가, 남매가 혹은 자매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핵가족 시대에 참으로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언제였더라.. 지난 겨울 어느날, 갈현동집 모래놀이터에서 놀 때였다. 
내가 모래위에 그린 나비 그림을 보고 연수가 "이건 연수 나비, 저건 엄마 나비.."하고 이름을 붙여주다가 
"평화 나비도 그려줘야지~!" 했다. 그리고는 "평화는 작으니까 제일 작은 나비가 평화 나비야.." 하고 말했다. 
그게 제일 처음이었다. 연수가 평화에게도 뭔가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해서 얘기한 것이.

그 이후로 연수는 언제나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할때 평화를 끼워서 얘기하고, 평화와 함께 할 일들, 평화에게 나눠줄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달랑 셋뿐인 단촐한 식구에 한 사람이 는다는 것은 굉장히 큰 증가여서, 늘 사람이 그리운 연수로서는 이미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평화가 무척이나 반갑고 소중한 것이다. 

"평화가 태어나면, 그래서 많이 자라면... 연수랑 평화랑 2층 침대에서 잘 거야. 
연수는 제일 위에서 자고, 평화는 밑에서 잘꺼야. 연수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잘 하니까!"
나중에 연수도, 평화도 많이 커서 엄마랑 떨어져서 잘 수있게 되면 2층침대를 사주마..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는 
그림책에서 침대 그림이라도 볼라치면 거듭, 거듭 이야기한다. (꼭 사달라는 말보다 더하다^^;;) 

그런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우리 가족에게 큰 일이 안 일어나서, 우리 모두 별탈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서... 그래서 많이 자란 사내아이들에게 저희들만의 방을 주고 그 방에 튼튼한 2층침대를 놔줄 수 있게 되기를..









+ 겨우내 잘 입었던 스키복을 빨려고 욕조속에 담궈놨더니 연수가 저도 같이 빨겠다고 성화였다. 
그래, 그럼 한번 밟아봐라.. 하고 들여보냈더니 신나서 첨벙첨벙 잘도 밟았다. 
 








+ 하지만.. 못말리는 장난꾸러기 어디 가랴. 말릴 새도 없이 빨래위에 홀랑 업드리는 바람에 내복을 다 적셨다.
결국 빨래위에서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신나는 순간이 일상에서 자주 있는건 아니니. 고마운 일이라 여겨야겠지..^^;




"연수는 아기는 잘 못 돌봐. 인형은 잘 돌봐줄 수 있지만.." 하고 말하면서 제 곰돌이 인형이랑 강아지 인형을 품에 꼭 안아주는 연수. 
"그래.. 연수는 인형을 잘 돌봐줘.. 아기들은 너무 작고 여러서 어른들도 아주 조심조심 돌봐야하거든.. 연수가 많이 크면, 그때 아가들도 잘 돌봐줄 수 있을거야.." 
하고 대답하면서 나는 웃었다. 
형아가 된다는 것이, 그래서 어린 동생을 보살펴줘야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아기를 보면 장난부터 치고싶고 괜히 한번 울려보고도 싶고, 또 어른들이 '그러지마라' 하면서 동동거리면 재미있어서라도 한번더 장난쳐보고 싶어하는 연수.
'형은 동생을 잘 돌봐줘야지!'하는 어른들 말에 막무가내로 반대로 하고싶은 마음도 굴뚝같을 것이다. 

어느 날은 조금 큰 뽀로로 인형과 치로 인형을 나란히 세워놓고, "치로는 뽀로로 동생이야~"하더니 제가 만든 상황설정이 맘에 드는지 씩 웃었다.
그리고는 "뽀로로가 너무 귀여워~"하면서 뽀로로만 제 품에 꼭 안고는 치로는 슬며시 엄마 손에 쥐어주었다. 
형이 된 뽀로로를 애틋해하는 마음, 형이 된 스스로를 위로해주고픈 마음이 느껴져서 살짝 안쓰러웠다. 
"연수는 뽀로로가 제일 좋아~"하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연수가 제일 좋아~"하고 얘기했더니 내 품에 와서 폭 안겼다. 

그렇게 연수는 형이 되어간다.
평화는 그런 연수의 동생으로 태어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두 아이와 함께 자라는 일이 기대된다.
몸은 더 힘들겠지만 마음은 우리 모두 더 풍요롭기를... 그럴 수있을거라 믿는다.
고맙다, 우리 아이들.


   
 







+ 나와 함께 여름에 두 아이 엄마가 되는 명이님이 지리산 시댁에서 만들어주신 맛있는 한과를 연수랑 엄마랑 평화랑 같이 먹으라고 한박스나 보내주었다. "이모네 과자, 최고~!" 하는 연수. 고맙습니다, 명이 이모&미페이 삼촌.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3. 9. 00:07








연수가 만든 '아빠와 연수' 조각(?).

"엄마 엄마, 이것 좀 봐~"
며칠전 저녁, 연수가 부엌에 있는 나를 연신 부르길래 가보았더니 제 나무자동차에 태우는 사람 둘을 쌓아 놓고는 "연수가 아빠 목마탄거야~"하고 의젓하게 작품소개를 해주었다. ㅎㅎㅎ
"그렇구나~! 연수가 아빠 목마탄 모습이구나~. 정말 재밌다!"하고 둘이 한참 웃었다.
네살이 되며 부쩍 저만의 놀이와 이야기들을 잘 만들어내고, 그 안에 엄마와 아빠를 참가시키고 싶어하는 연수.
덕분에 함께 있는 순간들이 더 즐겁고 유쾌해졌다.

만33개월이 된 연수는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다.
주위에서 보면 직장맘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돌이 지나 두돌쯤 되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게도 '연수 어린이집 보낼때 안됐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곧 둘째도 낳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첫째는 인제 어린이집 보내야겠네' 하고 얘기한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안되지..'하며 걱정하는 것이다. 
남편도 가끔 '연수를 어린이집 안보내도 정말 괜찮겠어? 낮에 당신 혼자 너무 힘들지 않겠어?' 묻는다.

나도 앞으로의 날들이 솔직히 걱정된다.
평화가 태어난 후도 그렇지만, 지금도 몸이 고단하고 무거울 때면 기운넘치는 연수와 노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연수 가졌을 때 산모체조와 산후조리원을 함께 다니며 친해졌던 한 애기엄마도 나처럼 첫아이가 둔위(역아)로 있어 제왕절개를 했는데, 얼마전 만났더니 둘째는 소망하던데로 자연분만을 했다고 했다.
어떻게 준비했냐고 물었더니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그이는 아이들 터울도 짧아 임신한채로 큰아이 돌보기가 나보다 훨씬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그 시간에 요가도 열심히 하고, 운동을 많이 했다고 했다. 
나도 평화는 자연분만으로 낳고 싶고, 꼭 그때문이 아니라도 나날이 무거워지는 몸을 요가나 산모체조로 좀 가뿐하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마도 연수를 지금 어린이집에 보낸다면 평화를 낳기 전까지 두세달 동안 연수 낳은후로 처음 가져보는 꿈같은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겠지...

하지만 아직은 연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가 않다. 
만3살까지는 내 품에서 온전히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일찍부터 생각해왔기도 하고, 평화를 갖게 되었을 때도 그때문에 연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동생이 태어나는 시점에 임박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면 어떻게 얘기해도 아이에게는 슬며시 '동생때문에 엄마랑 떨어져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기 쉬우니 어린이집을 보낼거면 동생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보내서 동생의 출현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되도록 하는게 좋다는 주위의 조언이 많았지만, 두 돌이 막 지난 연수를 생각보다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어린 동생이 엄마의 배속에서 자라는 시간 동안, 그리고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연수가 어린 동생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난아기에게 행여 심한 장난이라도 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엄마를 제가 더 많이 차지하지 못한다고 시샘하거나 화내는 일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족'과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며 정을 쌓고 나름의 이해를 키우는 시간이 네살배기 형아에게도 꼭 필요할 것만 같다. 
엄마가 고생하는 모습도 보고, 지금도 그렇지만 저와 가장 신나게 놀아주는 아빠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려가며 좀 심심한 시간도 보내고, 애타는 시간도 가지며 그렇게 형아가 되고 큰 아이가 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장미빛 미래만 상상하고 있는걸까?
연수는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고, 그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오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내 생각대로 한번 부딪혀볼 생각이다.
많이 힘들겠지... 뜨거운 여름날에 마음껏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내내 집안에 붙들어놓고 지내자면 보는 나도 마음 아프고, 연수도 많이 답답하겠지.
할머니들이 오셔서 산후조리를 해주시는 동안에는 그럭저럭 어찌 살아지겠지만, 그 후는 참 어찌될지 나로서도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직은 연수에게 제 집만큼 편안한 공간은 없고, 엄마 곁에서 엄마가 겪는 일들을 함께 겪고, 함께 밥먹고, 함께 놀고 잠드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절실하리라 믿는다. 
어린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에도 충분한 부대낌과 힘든 이해의 시간이, 연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사랑은 분명히 그를 위한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견디는 속에서 더 환하게 피어나는 것이니까.. 힘들다고 어느 시간만큼 뚝 떼어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고, 큰아이와 작은 아이, 엄마 모두에게 더 행복한 시간을 셋이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을테니까.. 










  
아이가 자라는 순간은 매순간 참 예쁘다.
혼자 무엇에 몰두해 있는 짧은 순간도 예쁘고, 내게 조잘조잘 얘기를 걸며 같이 놀자고 졸졸 따라다닐 때도 예쁘다.
갓난아이가 조금씩 자라며 이뤄내는 작은 성취들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뿌듯하고 감동적인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마음은 사실 그 예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자라면 아마 아이에게도 친구가 몹시 필요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친구든, 형이든, 동생이든 그 나름대로 반갑기는 해도 엄마아빠처럼 제 것을 다 나눠주며 찰싹 달라붙어 놀고싶은 마음도 없고, 저희끼리만 같이 노는 방법도 잘 모르지만 
조금만 더 크면 친구들과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노는 일에 능해지고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런 때가 되면 아마 연수를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보내줘야 하겠지.

그 전까지는 아이에게 전부이다 싶이한 '엄마', 내 곁에 있고싶을 때까지는 마음껏 있게 해줘야지. 
떠나보내야할 때를 모르고 한없이 품안에 붙들어두고만 싶어하는 답답한 엄마가 되지 않기위한 경계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3월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동네지만 조금씩 더 용기를 내서 연수와 함께 나들이도 가보고 재미있는 일들도 만들어봐야지.
평화를 기다리며 둘이 함께 보낸 즐거운 봄날들이 우리의 고단한 여름을 받쳐주는 든든한 힘이 되기를.. 



 






덧. 연수가 장난감블록 팜플렛을 보고 저 '칼'을 만들어달라기에 제 것, 엄마 것 두개를 만들어 주었더니 좋아서 가지고 놀다가 말했다. 

연수: 평화가 태어나면 이 칼로 콕 찔러줄꺼야~!
엄마: (마음이 쿡 찔리는듯 무서운 이야기지만 애써 진정하고..ㅠㅠ) 응..? 평화한테 장난치고 싶어서?
연수: 응! 칼로 콕 찔러서 장난칠꺼야.
엄마: 그래... 장난치고 노는건 좋지만 너무 아프게는 하면 안돼지.. 아기가 아파서 울거아냐..
연수: 엄마. 근데 평화가 크면 같이 칼싸움도 할 수 있겠네?
엄마: 아.. 그렇지. 평화가 연수만큼 크면 같이 칼싸움할 수 있겠지.(그 북새통을 생각만해도 한숨나오는 아들둘 엄마--;;)
연수: 좋아~! 평화 칼도 만들어주자~!!

연수, 언제부턴가 매일의 제 생활속에 평화도 넣어 얘기하게 되었다. 주로 장난치고 견제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어린 동생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예쁘다. 평화야, 너도 형이 보고싶지?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