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나들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23 동물들 집에 놀러가기 '쥬쥬동물원' 5
여행하는 나무들2010. 6. 23. 00:03








캥거루가 스스럼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길고 굵은 꼬리로 몸을 받치고 서니 키가 연수만 하다. 
눈높이가 같은 둘이 서로 마주 본다.

쥬쥬 동물원에서는 사람만 동물을 구경하는게 아니고, 동물도 사람을 구경한다.
'난 캥거룬데 넌 누구야..?' '어.. 난 연수' 
둘이 얘기라도 할 것같다.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받아들고 냠냠 먹는다.

'당근도 좋지만 달달한 사과가 더 좋아요~'
다른 녀석에게 사과를 건네주니 먹던 당근을 제쳐놓고 사과있는 곳으로 간다.
사람이나 캥거루나 아기들은 다 똑같구나..^^









연수와 함께 가는 동물원 나들이는 경수이모와 엄마의 오랜 로망(?)이었다. ^^
처녀적에 같이 동물원 나들이를 즐겁게 다녀온 적이 있었던 우리는
연수가 태어나자 이 녀석이 얼른 커서 같이 동물원에 가는 날이 오기를 늘 기다렸다.

새벽까지도 비가 와서 고대하던 동물원 나들이를 미뤄야하나.. 걱정했지만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햇님도 화창하게 비쳐서 주먹밥싸들고 기분좋게 길을 나섰다. 









쥬쥬 동물원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고양시(일산)에 있다. 
작고 아담한 이 동물원에는 크고 화려한(?) 동물들이나 거창한 볼거리는 없지만
작은 동물들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동물들에게 직접 밥을 주고 털을 쓰다듬는 것같은 소소하고 깊은 즐거움이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나 살 것 같은 뿔이 멋진 사슴의 크고 검은 눈을 가까이서 한참동안 들여다 볼 수 있고
조랑말을 타고 드문드문 꽃이 피어있는 작은 풀밭을 오갈 수도 있다.
주말이라 해도 오전에 가니 사람이 많지 않아 동물도 사람도 여유로웠다.









큰 앵무새와 작은 꾀꼬리들이 많이 살고있는 큰 새장.
들어가면 조련사가 손바닥에 좁쌀을 부어준다. 
그 손바닥을 펴면 노랗고 파란 작은 새들이 날아와 콕콕콕 손바닥에 놓인 낟알을 쪼아먹는다.
큰소리로 우는 새들이 무서웠던지 연수는 엄마 등에 업힌채로
엄마 손에 앉아 밥을 먹는 새들을 아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뭘 볼까..?
동물들의 집에 놀러온 연수.
작고 소박한 동물원, 무엇보다 나무와 흙땅이 많아 좋았던 동물원에서
작은 동물 연수도 편안해보인다.









비온뒤 고인 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엄마의 별거아닌 장난에도 이렇게나 깔깔깔 웃어준다.
민들레꽃만큼 환한 웃음을..







엄마로 사는게 참 좋다.



 




민들레 꽃씨 불자.
작은 볼 가득 바람을 채우고 눈에도 잔뜩 힘을 넣고...









"엄마 어부바해.."
한낮, 낮잠 잘 시간.. 졸린 연수가 엄마 등을 찾는다.
많이도 무거워졌다. 
그래도 엄마 등에 찰싹 붙은 아이에게서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이 전해져온다.
이 작고 여린 것을 내 등에 업어줄 수 있는 때가 고마운 때일 것이다.









히힝~ 좋다~^^


경수이모: 동물원에서 제일 볼만한건 기린인 것 같아. 
아빠: 무슨 소리..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는 원숭이지~.
엄마: (기린이야~ 원숭이야~~ 둘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난 동물원의 꽃은 아이스크림이라고 봐...

그렇게해서 연수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들리게 되었다. 것도 빵빠레가! ^^









점심시간. 열심히 먹는 부자. 







흐뭇하다.


점심을 먹고 유모차에 타자마자 연수는 바로 잠이 들었다.
잠든 연수를 차에 태우고 우리는 쥬쥬 동물원을 나와 동물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중남미 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남미에서 30년 가까이 외교관 생활을 한 이복형씨와 그의 아내가 수집한 그림과 조각, 민속공예품 등을 모아 만든
중남미문화원은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었다.  









조각공원 안에 있는 남미음식과 차를 파는 '따꼬'라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차에서 내려서도 연수는 곤히 잘 잤다.
작은 산을 끼고 있는 조각공원은 키큰 나무들이 많아 시원하고 조용했다.









엄마가 된 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연수가 잘 때 마시는 커피였다.

쌔근거리며 자는 아이를 곁에 눕혀두고
나는 반짝이는 초록색 나무숲에 앉아 마음맞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셨다.
와... 좋구나.
육아 24개월차에는 이런 행복도 있다. 

연수가 자는 동안 엄마는 이모와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을 천천히 구경하는 호사도 누렸다.
잘 자준 연수도, 잠든 아이 곁을 지켜준 아빠도 고마웠다.









조각공원 잔디밭, '출입금지' 팻말에 붙은 청동개구리가 귀엽다.









남미의 조각, 그림, 공예품 곳곳에서 이 '생명의 나무'를 발견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꽃과 잎과 아이들같이 아름다운 것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무성한 가지가 마음을 끌었다. 
살아간다는 것이 나무와 같아서 꽃피우고, 열매맺고
잎 무성한 날과 그 잎을 다 떨구고 빈가지로 서있는 날까지 모두 겪고 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가능하다면 빈 가지로 홀로 서있는 날이 아니라
이렇게 주렁주렁, 생명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매달고 꽃피웠던 날들을 기억해두고 싶다.
그 모습으로 남겨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도록 잘 자고 일어난 연수는 조각공원을 위에서 아래로 부지런히 오고가며 뛰어놀았다.
 







사진찍자~ 했더니 연수가 취한 포즈. ^^









아빠와 연수, 다정히 손잡고 계단 내려온다.
나중에 연수가 크고 나면 이렇게 우리가 손잡고 걸었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척 애틋하게 여겨질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