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06 돌, 고맙고 또 고맙다 20
  2. 2009.06.02 사랑 1년 37
  3. 2009.05.24 똑순이의 돌앓이, 엄마의 돌앓이 30
umma! 자란다2009. 6. 6. 11:17


아이를 낳아 1년을 키워 돌잔치를 하는 날.
이런 신기한 날이 제게도 왔습니다.






돌복을 차려입은 똑순이는 신이 났습니다. 상에 딸기도 있고, 떡도 있고.. 좋아하는 먹을 것이 많았거든요. ^^






돌상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똑순이 돌잔치는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석란'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가까운 친지분들 모시고 치뤘습니다.
식사만 부탁드리고 돌상은 집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차렸고요.
석란은 오래된 한정식 집인데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아기 손님이 많은(어른은 20명인데 5개월부터 36개월 사이의 아이들이 10명쯤 됐어요.. 똑순이 사촌 육촌들이 다 고만고만하거든요^^;) 돌잔치라 방을 좀 신경써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널찍하고 조용한 온돌방을 통으로 내주어 아주 편하게 잘 치뤘습니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를 하는데 올려진 것들이 너무 고전적입니다. ^^;;
엄마가 붓글씨 연습할때 쓰던 천자문책과 붓, 돈, 쌀, 대추, 실.
자.. 이중에 똑순이가 잡은 것은....? 






^^ 붓입니다. 한석봉 같은 문필가가 되려나~~






앗. 나 잘 쥔거야? 주위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딸기.. 안집은게 다행이라고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






쥔 붓은 앞에 두고, 어른들이 주신 선물을 이리저리 보고 있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앞을 보자 하건만...
이날 사진촬영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똑순삼촌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흡족해, 흡족해~~^^ 붓을 쥐던 때의 결기는 어디가고, 이 녀석.. 돈과 반지앞에 헤실헤실 입니다.






그러나 역시 금보다 강한 것이 있었으니... '딸기 줘~ 딸기 줘~~~'  딸기 앞에 당할 자 없습니다. 
아들, 셋이 모처럼 기념촬영 좀 하자! ^^
어찌어찌하여 똑순이도 이것저것 잘 먹고 돌잔치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먼길 찾아와 다정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신 어른들 덕분에 똑순이도 엄마아빠도 무척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

지난 주 돌잔치 마치고는 한며칠 괜시리 피곤해 게으름 피우다 오늘에야 사진 정리하고,
잠깐씩이라도 지난1년 돌아보며 생각 정리해보려고 애썼습니다.

돌아보니 너무 찡한 순간이 많아서 어떻게 그 날들을 내가, 우리가 다 살아냈지 싶습니다. 

지난 1년동안 제가 한 일은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아니 자면서도 아이 젖을 먹였으니 24시간,
아이랑 먹고 자고 논 것입니다. 
매일의 생활은 정말 단순했는데
그 하루하루는 얼마나 드라마틱했는지 모릅니다. 
지극한 행복과 지극한 고통이 늘 얼굴을 맞대고 있었고요. 


수많은 기억들이 아주 빠르게 찾아옵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가 누웠을 때의 떨림,
배속 아이에게 건넨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야 무서워하지 말아라 엄마가 지켜줄께, 이제 세상을 만나자..'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제 첫 기억은 마취에서 깨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순간입니다.
내 가슴옆에 뉘이자마자 고 작은 입이 오물오물 젖을 찾아 물고 빨던 기억.
꽤나 강하게 콕콕콕 엄마젖을 빨아당기는 그 느낌이 참 놀랍고 찡했습니다.
신랑은 처음 아이를 받아안았을때 보았던 길고 큰 눈을 인상깊게 기억했습니다.


아이가 제 젖을 먹고 부지런히 자라는 동안 
아이도 저를 참 부지런히 키운 것 같습니다. 
서른해 짧은 인생중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1년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새삼 알게 되기도 했고, 스스로의 변화에 놀라기도 했고요.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니 아이가 자라는동안 내내 저도 계속 변화하고, 함께 자라겠지요.
그것이 무척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 변화와 자람의 방향이 더 깊고, 넓고, 따뜻하고, 바르고 강직한 쪽이기를 바랍니다.









똑순이는 나날이 의젓해지고 예뻐져갑니다.
작고 작던 녀석이 어느새 커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합니다.
이 녀석이 발버둥을 치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하면서 애써 자라는 동안
언제나 나를 향해 웃고, 손을 흔들고, 내 품에 달려와 따뜻하게 안겨주었습니다.

잠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줄 때의 고요한 행복,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다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기억,
언제까지고 행복해라, 빌어주던 순간들.
쌔근쌔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 살냄새, 젖냄새, 까르르 웃음소리, 보들보들한 아기살의 감촉..  
잊어버릴까 아까워 여기에 적어놓습니다.

'너는 그동안 내게 정말로 많은 기쁨을 주었단다' 
책에서 본, 어머니들이 다 큰 아이들에게 해주던 그 말들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도 무척 많았는데.. 어째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참 행복했어요. 앞으로 더 행복하겠지요. 
이런 감정과 삶을 느끼고 살게 해준 아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도 정말 고맙구요.
아이 덕분에 사람이 자란다는 것, '삶'이란 것에 대해 전보다 훨씬 많이 생각해보고 또 공부하게 되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이의 첫 돌을 보내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걸어갈 많은 날을 그려봅니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게된 초보엄마,
아이가 자라며 만나게될 많은 어려운 과정들을 어찌 잘 헤쳐나갈까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성장의 고통과 행복을 모두 달게 겪는 속에 
우리의 사랑도 점점 더 깊어질 거라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더하기.

똑순이 돌을 맞으며 블로그 이웃분들께 정말 많이 감사드리게 됩니다.
지난 1년 좌충우돌 초보엄마로 살며 힘들고 외롭던 순간에
블로그 이웃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블로그가 있어 답답할때 숨도 쉬고, 좋은 이웃들과 바로 옆집 사는듯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웃들께서 똑순이 많이 예뻐해주시고 잘 자라라 늘 응원해주셔서 똑순이가 건강하게 잘 큰 것 같습니다.

이제 돌도 지났으니 똑순이네 세식구 모두 더 씩씩하게 알콩달콩 잘 자라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아자아자~~!
마음으로나마, 멀리 계신 고마운 이웃들께 똑순이 돌떡을 보냅니다. 웅~~~ 진짜로 보내드려야하는데.. 안타까워요ㅠㅠ
저희집에 놀러오시면 꽁꽁 얼려둔 맛있는 돌떡들, 꼭 대접하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2009. 6. 2. 15:40


천둥소리 요란한 것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똑순이는 코 낮잠을 잡니다.

지난 주말, 가까운 친지분들 모시고 똑순이 돌잔치를 했습니다.
잔치라고 할 것까진 없는 가족들과의 점심식사였지만
똑순이의 첫 생일인만큼 돌상도 차리고, 돌잡이도 하고..
멀리 지방에서,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 찾아와주신 집안 어른들께 축하와 덕담도 많이 들었습니다. 

큰 잔치도 아니었는데 막상 치르고나니 몸에 힘이 쭉 빠져서 
몸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룻밤 자고나니 괜찮아졌어요. ^^

똑순이도 엄마도 한살이 되는 6월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지난 1년 천천히 돌아보는 차분한 시간도 갖고, 
똑순이 돌잔치 얘기도 조만간 사진정리해 포스팅해야겠어요.

돌잔치 치르고 오는데 문득 노래 하나가 오랫만에 떠올라 흥얼흥얼 했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사랑'이랑 시를 가사로 만든 노래..
"사랑은 고통 참혹한 고통.." 이런 가사가 대학시절과는 다른 의미로 절절했습니다. 
 
엄마가 되고서 '사랑'이란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듯합니다. 
그 시, '사랑'을 옮겨놓습니다.





사랑은
슬픔, 가슴 미어지는 비애
사랑은 분노, 철저한 증오
사랑은 통곡, 피투성이의 몸부림
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사랑은 고통, 참혹한 고통
사랑은 실천, 구체적인 실천
사랑은 노동, 지루하고 괴로운 노동자의 길
사랑은 자기를 해체하는 것,
우리가 되어 역사 속에 녹아들어 소생하는 것
사랑은 잔인한 것, 냉혹한 결단
사랑은 투쟁, 무자비한 투쟁
사랑은 회오리,
온 바다와 산과 들과 하늘이 들고일어서
폭풍치고 번개치며 포효하며 피빛으로 새로이 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은
고요의 빛나는 바다
햇살 쏟아지는 파아란 하늘
이슬 머금은 푸른 대지 위에
생명 있는 모든 것들 하나이 되어
춤추며 노래하는 눈부신 새날의 
위대한 잉태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24. 21:31


똑순이의 첫 돌이 열흘쯤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음력 생일은 어제여서 세 식구가 미역국 끓이고, 얼려놨던 팔시루떡 녹여먹으며 음력생일날을 보냈습니다.

벌써 돌이라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시간이 넘 더디게 가는 것 같던 힘든 순간도 많았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1년이 너무 짧았던 것도 같고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똑순이를 보며 '이렇게 큰 애가 정말 내 배속에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 

1년 사이에 똑순이, 몸무게는 3배쯤.. 키는 30cm 좀 안되게 컸습니다. 
아주 작고작은 애기였는데요.. 지금도 작지만 그래도 엄마 눈에는 너무 금세 쑥~ 큰 것 같아
생각하면 조금 어색하고, 신기합니다. 

그런데 요녀석, 요즘 좀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감기가 다 낫질 않았어요ㅠㅠ
3주전쯤 걸린 콧물기침감기가 거진 다 낫고, 밤에만 조금 기침을 하길래 괜찮겠지 했는데
그게 일주일을 넘게 가더니 지난 주 후반쯤부터는 열이 나면서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병원진찰도 계속 받고, 약도 계속 먹었는데 증상이 다시 심해지니 
새댁, 많이 당황했습니다. 
열이 많이 올라 괴로워하는 똑순이를 시원하게 해주다가, 
다시 재채기하면서 콧물이 흐르면 넘 추운가 싶어 따뜻하게 해주다가... 
방 온도, 습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워 쩔쩔매다가 갑자기 자신감이 뚝 떨어지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똑순이가 벌써 돌인데... 엄마가 된지도 1년이 다되가는데 아직도 방안 온도 하나 못맞추나..' 싶어서요...ㅜㅜ
마음이 헝클어지니, 몸도 힘들어지고,
아픈 똑순이 챙기다보니 집안일은 한없이 밀리고 쌓여,
매일 밤늦게 야근하고 들어오는 신랑에게 거의 매일 화를 내다시피 했습니다.

목안이 좀 부은 똑순이는 밥도 잘 안 먹으려 하고, 
기운없이 새댁에게만 붙어있으려고 해서 한 이틀은 잠잘때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새댁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약을 먹다보니 첨엔 좋아하던 약병을 잠깐은 도망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잘 보살피지 못해 아기가 이렇게 오래 아프고,
오래 약을 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키우는 일의 무서움도 한번더 실감했고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는 것이니 자책이나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는 신랑의 당부가 힘이 좀 되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가 어제 아침부터는 많이 나아져서 좀더 잘 놀고, 밥도 조금씩 더 먹고 있습니다.  
새댁도 한숨돌렸지만 계속 긴장이 됩니다. 부디 이대로 잘 나아야 할텐데...





 + 며칠전 후배가 '지천에 흔한 들꽃이 제일 예쁘죠'라며 애기똥꽃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배의 텃밭이 몹시 궁금합니다.   



똑순이는 아파서 그런가, 아님 요맘때 아기들이 다 그런지
많이 앓고 난 뒤에는 한층 떼가 심해졌고, 행동에서도 약간의 퇴행이 나타났습니다.
혼자 잘 하던 것도 엄마랑 꼭 같이 하려하고, 엄마가 잠시만 안보여도 소리를 크게 지르며 웁니다.
밥 대신 미음이나 엄마젖을 더 먹으려하고요...ㅜ
며칠간 엄마가 자기를 몹시 측은해하고, 되도록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다는 것을 눈치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좀 능숙해졌다 싶었는데..
똑순이의 생활리듬도 거의 일정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 덕분에
'나도 이제 좀 초보엄마 시절은 끝나가다부다' 내심 반가워하고 있었는데..
똑순이의 감기와 퇴행을 겪으며 육아는 정말 언제나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고비를 맞는구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친지들 모시고 식사하면서 똑순이 첫 생일잔치를 할 예정입니다.   
생일 초대 전화를 하며 똑순이가 아프다고 걱정을 하자 친지들께서
"원래 돌때쯤되면 아픈 아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꼭 돌잔치때 아가 컨디션 안좋아 고생하고 그러거든요",
"똑순이가 돌앓이하나보다~" 하는 얘길 해주셨습니다. 
정말 그런걸까.. 그 얘길 들으니 조금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1년전 요맘때.. 우리 둘 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느라 참 힘들었는데,
아마 똑순이 몸이 그 때를 기억하고 이렇게 아픈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지난 1년 열심히 자라느라 힘들었다고, 
더 크게 자라기위해 잠시 더 쉬고, 앓고, 투정부릴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엄마도 엄마 1년을 마무리하는 진통을 세게 앓고 있습니다. 
잘 앓고, 툭툭 털고 일어나 더 씩씩하게 잘 자라는 똑순이와 엄마가 되야겠습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고전하는줄 어떻게 아시고.. (텔레파시가 통하는게 틀림없슴다.. 아님, 토댁님이 독심술을? ^^;)
토마토새댁님께서 맛있는 토마토를 한아름 보내주셨습니다.
아고... 늘 받기만해서 어쩌나... 언니, 넘 감사해요ㅠㅠ







탱글탱글.. 참 예쁘기도 하지요?
(신랑 카메라가 잠시 대여중이라 새댁의 똑딱이로 찍었더니 색감이..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맛있게 생겼습니다~~!!)
싱싱한 토마토처럼 똑순이랑 새댁도 더 씽씽~하고 건강해져야겠습니다. 
자~~알 (나눠! 넘 많아요~) 먹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