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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4 겨울아침을 여는 '심심 따끈 대추차' 14
밥상2009. 11. 24. 22:23


대추차를 집에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똑순이랑 밥먹고 집안일하는 짬짬이 만들다보니 1박 2일이나 걸렸어요. ^^;;

새댁의 미숙한 손맛에 똑순이의 손때(?)가 더해진 끝에 탄생한 대추차의 맛은.. 
흠.
'구수하다'는 정도가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전 솔이네에서 먹어본 달콤한 맛이나,
예전에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사먹은 진하고 부드러운 대추차를 내심 기대했는데
제가 만든 대추차는 많이 심심했어요ㅠ.ㅠ 
첫술에 배부르랴.. 더 많이 해봐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걸꺼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쌀쌀한 겨울 아침, 
따끈하고 심심한 대추차를 후후 불어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맛은 참 좋습니다. 
똑순이는 고명으로 띄운 잣을 건져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막상 만들고 보니 (맛이 맛인지라ㅜ) 포스팅을 하기가 좀 부끄럽지만
'곧 이어 대추차 포스팅을 올리겠다'고 큰소리 쳐놓은 것도 있고
맛은 좀 심심해도 새댁이 열심히 만드는 모든 먹거리들을 묵묵히(?) 잘 먹어주는 식구들께 고마운 마음도 담아 제작과정을 올려볼까 합니다. 
자~ 그럼 똑순이와 엄마가 함께 만든 '심심 따끈 대추차' 제작기, 한번 보실래요~^^ 








우선, 물에 잘 씻은 대추를 칼로 손질합니다. 꼭지를 떼고, 씨를 빼고.. 
그런데 살림의 달인 부지깽이님 블로그에서 보니 다른 과실과 달리 대추는 씨도 약이라 함께 끓인다고 하데요.
다음에는 저도 씨를 넣고 해볼까 싶습니다. 
(고마운 댓글을 참고하여 첨부하면.. 씨만 먼저 넣고 20분 정도 달인후 건져내시고, 그 물에 대추살을 넣고 삶는게 좋다 합니다~^^;)







엄마의 대추 바구니를 홀랑 뒤집어 버리고 놀던 녀석이 대추 하나를 집어들고 유심히 살펴봅니다.

냉장고에 넣어둔지 꽤나 오래됐던 대추라 맛이 심심했나...
대추는 2~3년도 두고 먹을만큼 저장성이 좋은 과실이라고 듣긴했지만 그래도 새댁네처럼 냉장고에 그저 '방치'해둔 것보다는
제대로 잘 갈무리해둔, 아니면 갓 거둔 햇과실로 만들면 더 맛이 좋겠지요? (서툰 목수가 연장탓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벌어진 대추판에 신난 녀석이 작은 거실에 대추를 온통 널어놓는 통에 주워가며 손질하느라 무척 애먹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이때까지는 1박2일이나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발려낸 대추살만 넣고 푹~ 삶습니다. 솔이네는 배를 같이 넣고 삶았다 하시던데 그럼 더 달달하고 좋을 것 같아요.
감초나 생강을 같이 넣고 우리기도 한데요. 아이들도 그 향이나 맛을 좋아한다면 함께 넣어도 좋겠지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으면 불을 줄여 오래오래 푹~~ 익혀줍니다.









대추가 푹 잘 익으면 체와 주걱을 써서 대추살을 잘 내려줍니다.
얇은 껍데기만 체에 남을 때까지 주걱으로 잘 훑어주는 것인데, 여기서 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목이 좀 아픕니다.
첫날 저녁에 해보다가 '아고 이게 금방 끝낼 수있는게 아니구나' 싶어 그대로 덮어두었다
다음날 오전에 다시 천천히 하기 시작해서 점심먹기전에 겨우 끝냈습니다.

솔이엄마가 '대추차도 시간의 음식'이라 쓰신걸 본적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시간과 힘(?), 정성 같은 것이 충분히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지요.
그렇게 만든 먹거리들은 만든 이의 기운이 그대로 먹는 이들에게 옮겨지는 종류의 음식들인것 같아요.
그래서 먹는 이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든든하게 지켜주는게 아닐까.. 생각했네요.
우리 어머니들이 끓여주시는 곰탕같은 것들이 그렇듯이...










'시간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이 녀석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함께 합니다.
엄마가 대추껍데기를 발려내는 동안 똑순이는 제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삶은 대추를 몇 개 떠주었습니다.
요 녀석, 숟가락으로 조금 맛을 보더니....










이내 엄마의 냄비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지난번 솔이네에서 처음 마셔볼때부터 달달한 대추맛을 넘 좋아했던 똑순입니다.
푹 고아진 대추맛을 보자 완전히 열광해서 손수 체로 푹푹 건져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껍질을 다 발라낸 대추차입니다.
이 액을 다시 한번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서 졸여줍니다. 바닥에 눌러붙지않게 중간중간 잘 저어주면서요.
이 과정없이 그냥 바로 물에 타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 조금더 연한 대추차가 되겠지요.






휴~~ 긴 기다림과 노동끝에 대추차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먹고 씻어둔 작은 유리병으로 한 병에 딱 찼습니다.
맛은 심심해도, 완성된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걸 만들어낸 요리사마냥 뿌듯했다지요. ^^~










몹시도 추웠던 지난 주, 오후 햇살이 비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주 잠깐 놀고 왔을 뿐인데도 
똑순이랑 엄마가 모두 손이 꽁꽁 얼었어요. 
자~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 드디어 '대추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오호홋~~~ 내가 좋아하는 대추차다!'
동동 뜬 잣부터 먼저 모두 건져먹고...









따뜻한 찻물도 조심조심 떠서 마십니다..










'음~ 좋은데~' 심심 따끈 대추차가 똑순이 입맛에는 썩 잘 맞나 봅니다.
네가 먹고 있는건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란다~ 흠흠. ^^;;










'엄마, 담엔 쪼금만 더 달달하게~! 부탁해~'

냉장고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대추가 한봉지 더 있습니다.
두번째는 조금더 잘 할 수 있겠지요... 
언제든 놀러오세요. 따뜻한 대추차 한잔 대접할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