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2.27 핫도그를 만드는 방법 5





1. 핫도그를 만드는 방법



휴일 한낮 네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따끈하게 데운 핫도그를 냠냠하고 있었다.

신나게 먹던 연수가 갑자기 소리쳤다.


연수: 아! 알았다! 핫도그를 어떻게 만드는지~!


엄마: 어떻게 만드는데? ^^


연수: 일! 빵을 핫도그 모양으로 만든다. 이! 빵 속에 소세지를 집어넣는다. 삼! 소세지 속에 꼬치를 끼운다~!!



의기양양해하는 연수를 보며 엄마는 웃음을 터뜨렸고(1번 들었을때부터 2, 3번이 짐작되어 웃기 시작한 엄마다. 먹는 순서, 혹은 보이는 순서대로 핫도그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다섯살의 발상이 얼마나 귀여운가 말이다. ㅎㅎ)

아빠는 웃기기도 하지만 무척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아빠: 연수야.. 아빠 생각엔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일. 꼬치를 준비한다.. 이. 꼬치에 소세지를 끼운다..


연수: (아빠 말을 중간에 자르며)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일! 빵을 반죽한다.  이! 빵속에 소세지를 넣는다!


아빠: 빵 속에 소세지를 어떻게 넣는데~?


연수: (잠시 생각하고는)  넣을 수 있어!!



확신에 찬 연수 말을 듣고보니 그래, 빵 반죽안에 소세지 못 넣으란 법이야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김연수. 엄마가 잘 기록해놓을꼐. 다섯살에 네가 생각해냈던 핫도그 만드는 방법. ^^

나중에 크면 엄마한테 핫도그 맛있게 만들어다오.. 어떤 방법으로든. 












2. 약밥


연수는 약밥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겨울이면(이상하게 다른 계절에는 잘 안하게 된다. 왜 그렇지??) 자주 약밥을 한다.

며칠전에도 밤을 잔뜩 넣고 달달하게 만든 약밥을 연호랑 셋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연수: 엄마, 약밥은 왜 약밥이야?


엄마: 글쎄.. 약이 되는 밥이라서 약밥일껄? (실제 약밥은 찹쌀, 대추, 잣, 밤 등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 약이 되는 밥이란 뜻인걸로 알고있다)


연수: 음... 아이들이 밥을 잘 먹게 하는 약이 들어있어서 약밥이 아닐까? 

 

^^ 그렇구나.. 그렇겠어. 

그 약은 바로 무쟈게 달달한 '흑설탕'일수도 있고, 고소한 '밤'일수도 있고, 엄마의 사랑일 수도 있겠구나. 연수 덕분에 알았네..


한번은 연수가 '엄마, 난 약밥에서 밤이 제일 좋아!' 하길래 장난삼아 '엄마도 밤 좋아하는데..' 했더니 '엄마, 나눠먹자' 하면서 제 약밥에 있던 밤을 내게 나눠주었다. 

약밥 뜰 때면 아이들 그릇에는 밤을 몇개씩 담아주면서 내 그릇에는 대추나 다른 것만 주로 담게 된다.

뭐.. 밤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나는 밤 없어도 약밥을 배불리 많이 먹지만 아이들은 밤이라도 많이 있어야 밤 한입, 밥 한입해서 약밥을 제법 배부르게 먹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나도 밤이 먹고싶기도 했는데... 


어느새 이만큼 컸네.. 우리 큰아들. 엄마는 그 날 무척 감격해서 연수가 준 밤을 아껴아껴 맛있게 먹었다. 











3.  산타할아버지


한달도 더 전부터 크리스마스가 언제 되는지 묻고 또 묻던 연수.

서른밤 자고 일어나면 돼.. 에서부터 줄고 줄고 또 줄어 세밤만 자면 크리스마스야, 두밤만 자면 크리스마스야 하는 답을 듣고는 '언제 이렇게 많이 줄었지?'하며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아빠는 애들이 잠든 뒤에 들어오려고 추운 밤, 선물상자들을 들고 집근처 마트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해가며 배회하고 있는데 연수와 연호는 들떠서 당췌 잠들 기미가 안보였다. 



연수: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우리집에 어떻게 들어오실까?


엄마: 그..글쎄... 


연수: 창문으로 들어오시겠지?


엄마: 음.. 아마도..^^;; 


연수: 근데 여기가 우리집인걸 어떻게 아실까?


엄마: 글쎄.... 


연수: 트리 장식을 창문쪽에 해놓을껄.. 그래야 '아 여기가 연수 집이구나'하고 알고 들어오실텐데... 


엄마: 끄음... 산타할아버지는 연수랑 연호가 어디 살고있는지 잘 알고 계실꺼야. 그러니 어서 자자. 얼른 자야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지..



그래도 뭔가 맘에 걸린다는듯 거실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온 연수.



연수: 엄마, 아빠한테 오늘밤에는 트리에 불 끄지 말라고 얘기해줘. 



올해 우리는 거실 고무나무 화분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방울도 걸고, 반짝반짝 전구도 둘렀는데 그 불을 저녁에는 켜놓고 보다가 아이들 잠들면 아빠가 끄곤 했다.



엄마: 왜?


연수: 그래야 산타할아버지가 어디에 선물을 놔두면 될지 아시잖아... 깜깜하면 어디에 선물을 둬야할지 몰라서 헤메시면 어떡해...


엄마: 그래-^^ 알았어.. 엄마가 아빠한테 얘기할테니 어서 자.



그날 밤, 우리집 트리에서는 밤새 예쁜 전구 불빛이 반짝였고, 늦게늦게 잠이 든 연수는 새벽에도 두세번 꺠서 '산타할아버지가 왔다가셨을까?' 하고 내게 묻곤 했다. 

'아직 깜깜하니 좀더 자렴..'하면 다시 잠들고, 쉬하고 다시 잠들고 하면서도 꼬맹이답게 거실에 나가볼 생각은 하지 않더니

드디어 동이 훤하게 틀무렵 일어나서는 '엄마, 나 거실에 나가보고싶어!'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올해 산타할아버지는 다섯살 연수에게 정말로 멋진 '캡틴킹' 로보트를 선물해주셨다. :)    









연수야, 새해에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다오..

늘.. 갈수록.. 정말 고맙다, 나의 첫 아이.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