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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3 누나와 연수 6
umma! 자란다2010. 1. 13. 00:23


"아나~!"

요즘 연수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은 누나다.
연수보다 두 살많은 다섯살 사촌누나, 내 큰조카이자 첫조카다.






 
연수와 나는 새해의 첫 일주일을 강릉 친정에서 지내고 왔다.
작은 조카의 돌잔치를 강릉에서 가족들이 모여 함께 치른후 큰조카는 엄마아빠를 따라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와 함께 할아버지댁에 남았다.
더 어릴때도 엄마아빠와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며칠씩 지낸 적이 있는 큰조카는 이번에도 씩씩하게 잘 지냈다. 
누나와 일주일을 함께 지내며 연수는 부를 수 있는 호칭-엄마, 아빠, 하부지, 하무니, 또(삼촌)-에 하나를 더했다.
'아나'(누나)
     






나는 이번에 두 아이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아이들만이 가진 에너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어린 연수가 누나와 함께 할수 있는 놀이는 많지 않지만 
두 아이는 이불을 함께 뒤집어쓰고, 이불위로 넘어져 같이 뒹구는 이불놀이를 신나게 같이 했고
나까지 끼워서 셋이 병원놀이, 학교놀이, 엄마아빠놀이 같은 역할놀이도 많이 했다.
연수는 사실 역할놀이를 진득하게 하기는 아직 무리가 있었지만, 엄마와 누나가 하는 걸보고 눈치껏 따라서 약발라주는 시늉도 하고, 호~도 하면서 진지하게 놀이에 참여했다.

여지껏은 사촌누나, 형과 만나도 뭔가 '같이' 노는 것은 할 줄 몰랐던 연수다.
개월수가 비슷한 동네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여서 한공간에 있어도 보살펴주는 어른들과 각자 노는 것이었다. 그런데 19개월이된 지금은 잠깐이지만 엄마를 찾지않고 제 또래와 같이 놀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내 연수를 지켜봐온 나로서는 그 성장이 참 놀랍고 뿌듯했다. 어느새 또 한 발 더 내 품에서 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문득 아이가 훌쩍 컸다는걸 확인할 때는 늘 조금 서운하고 많이 대견스럽다.









  + 서울에 기록적인 폭설이 오던 날, 강릉에도 눈이 많이 왔다. 태어나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봤을 누나와 연수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는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신나게 놀았다. 엄마도 신나게 사진찍고 놀았다. ^^;;;












아파트에서는 아래층에 울릴까 조심스러워 마음껏 뛰지 못하던 아이들.
단독주택인 할아버지집에서는 거실끝에서 부엌끝까지 온 집안이 쿵쿵 울리도록 뛰어다녔는데
그 별거아닌 뜀박질이 얼마나 재밌는지 두 아이 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깔깔거리며 함께 뛰어다녔다.

이렇게 둘이 같이 잘 노는 시간이 하루중에 긴 시간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엄마, 할머니와 같이 놀거나 각자 제 장난감을 가지고 따로 노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함께 소리지르며 놀았던 그 잠깐의 즐거움이 어린 연수에게는 정말로 컸던지
외가집에 있는 동안 연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나! 할머니!"부터 찾고, 밤에 잠들기 전에도 '아나'와 '할머니'도 잔다는 것을 여러번 확인하고, 
내일 아침이 되면 우리 모두 다같이 또 놀자는 다짐을 여러번 엄마에게 받고서야 잠이 들곤 했다. 







   + 정동진 푸른 바다.


서울집에 돌아와서 삼일이 지난 오늘도 연수는 '아나'를 몇번 생각했다.
엄마랑 둘이 이불놀이를 할 때도, 맛있는 간식을 먹을 때도, 엄마가 '우리 아나한테 전화걸어볼까?'묻자 제 귀에 전화기를 갖다대고 "아나! 아나!" 즐겁게 불렀다.







+ 무거운 내 카메라로 조카가 찍은 연수와 내 사진.







+ 초점은 잘 안맞았지만 그래도 다섯살, 처음 무거운 카메라를 든 것치고는 아주 잘 찍었다고 우리 모두 칭찬해주었다. ^^ 



누나와 연수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래서 형제자매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죽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노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아무리 다정한 엄마도 아이와 꼭 같은 에너지로, 꼭 같은 눈높이에서 아이의 열정에 같은 열정으로 응대하며 뛰어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형제, 친구같은 또래와 같이 놀때 마음껏,  제 힘껏 발산되는 아이들만의 에너지란 것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형제는 한집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소소한 일상부터 깊은 고민까지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어찌보면 제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투닥투닥 다투고, 엄마의 사랑을 형제자매와 나누어 같는 것같아 서운할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신나는 놀이친구로, 다정하게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사이로 자랄 수 있다면 그보다 든든한 관계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사실 언니, 오빠와 그닥 아주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다정하게 놀았던 기억도 물론 있지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오빠와는 싸운 기억이 더 많다. 
나는 하루종일 밖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말괄량이였고 언니는 조용히 집안에서 놀기를 좋아했던지라 우리 자매가 친해진건 내가 언니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된, 그러니까 '소녀'라고 부를만한 중학생 시절쯤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제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된 지금은 우리가 함께 자라온 어떤 시절보다 서로를 걱정하고, 애틋해하고, 챙겨주려고 애쓰고 있다. 
엄마아빠와 그랬듯이 형제자매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친해지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연수에게는 아마도 좀 늦게 동생이 생길 것 같다.
우선 내가 두 돌까지는 연수에게 모유를 먹일 생각을 하고 있고, 아무래도 할머니들의 도움없이 엄마 혼자 아이를 돌봐야하는 상황에서는 큰 아이를 제법 좀 키워놓고 둘째를 낳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터울이 너무 크면 형제, 혹은 남매가 서로에게 더 죽이 잘맞는 친구가 되주기는 어렵지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엄마 아빠가 한살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때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제일 좋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선배에게 했더니 두 아이의 엄마인 선배 말씀하시길, "아이는 부모가 계획한다고 되는게 아니야, 부모한테 찾아와줘야 낳는거지" 
그러게... 이 고맙고 신비로운 복덩이들이 찾아와줘야 감사하게 낳고 키울수있는 것이지.


연수는 아마 한동안 '아나'를 보고파 할 것이다. 
연수에게는 사촌 형도 있는데 워낙 멀리 살고, 명절때 잠깐밖에 못 만나는 사이라 더 살갑게 놀 수 없어 안타깝다.
이제 좀더 커서 사촌형, 누나, 동생들과 본격적으로 함께 놀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명절, 방학같은 것들이 벌써 기다려진다. 그 어린시절의 설렘과 즐거움을 겪어봐서 알고있는 나는 무척 설렌다.  
연수야, 기다려봐~ 멋진 일이 벌어질꺼야. ^^


보고싶은 아나! 우리 다음에 또 재미있게 놀자~~!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