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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8 침이 밥이네 2


두 돌이 될 즈음 연수가 '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줌 똥에 이어 세번째로 제 몸에서 만들어지는 신기한 물질 '침'을 발견한 것이다.
길가며 본 큰 형아들을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인지 
방 바닥 여기저기에 침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침을 뱉으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조금 지나면 언제그랬냐는듯 지나가버릴 행동일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보고 아무말 안할 순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나부터도 누가 뱉어놓은 침을 보면 더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아이에게 침을 더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우리 입속에서 만들어지는 침인데 더럽다고 생각하면 입안에 물고 있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예전에 침이 우리 몸을 지켜주는 무척 소중한 물질이란 얘길 읽은 적이 있다.
침은 입안과 목을 마르지 않게 해주고, 살균작용도 하고 그 외에도 기억나지 않는 무수히 좋은 효능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한방에서는 침을 입에서 만들어지는 '보약'으로 보고 침을 많이 뱉으면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 몸이 허해진다고 한다.
연수가 침을 뱉을 때마다 이 얘기를 조금씩 해주었다.

연수는 흥미롭게 듣긴 했지만 그래도 침 놀이가 재밌는지 뱉고, 떨어뜨리기를 멈추진 않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침은 귀한거고, 잘 먹어야한다는 엄마 말에 제 침을 엄마 몸에 묻혀놓거나 엄마 입에 넣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으.... 내가 아무리 연수가 먹다남긴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 비위좋은 엄마라지만 침까지 받아먹는건....ㅠ


엄마: (밥먹다 말고 연수가 또 침을 뱉길래) 연수야, 침은 몸에 좋은 거지. 뱉지말고 얼른 꿀떡 삼켜~.
연수: 꿀떡 삼켜?
엄마: 응. 꿀떡 꿀떡!
연수: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난듯 꿀떡 삼키고는) 침이 밥이네~!
엄마: 뭐라고?? 침이 밥이네?
연수: 꿀떡꿀떡~! 침이 밥이네!
엄마: (방금전에 밥도 꿀떡꿀떡 삼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아... 그래~ 엄마가 침이랑 밥이랑 둘 다 꿀떡 꿀떡 삼키라고 했지..^^; 침이랑 밥이랑 같네~!


가끔 연수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신기해고 재밌어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써두었다가 여기에 적는다.
제 나름의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내서 그걸 잘 지키는 중인지 
아니면 침을 신기해하던 시절이 끝나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날의 '침=밥'이야기 이후 연수의 침뱉기는 잠잠하다.
 
가끔 큰 형아누나들이 침뱉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아프다.
일전에는 연수가 타고싶어하는 놀이터 미끄럼틀에 침이 잔뜩 뱉어져있어서 물티슈로 닦아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다른 아이 침도 그전처럼 더럽다는 생각은 덜 든다.
다만 아이들이 말로 다 풀어내지 못해는 답답함, 화 같은 것이
때로는 침으로, 때로는 거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이 더 많이 말로, 더 시원하게 말하며 자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에디슨젓가락으로 콩자반 집기에 심취해 있는 연수...








성공하면 이렇게나 기뻐한다. ^^
이에 검은콩껍질을 붙인채로 환하게 웃는 아이 앞에서 고슴도치 엄마는 더 헤벌쭉 웃고 있었다. ㅎㅎㅎ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