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학교 하남학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5.10 우리들의 봄나기
  2. 2012.03.05 유치원의 첫 날들 6
umma! 자란다2013. 5. 10. 00:11

 

 

연수네 유치원이 봄방학을 했다.

본래 이름은 '여름들기방학'.

절기상 여름으로 접어드는 '입하' 무렵에 일주일 동안 하는 방학이다.

아직 쌀쌀하던 2월 20일께부터 시작해서 두달 남짓 열심히 달려온 봄학기를 마치고 고단해진 몸과 마음을 모두 푹 쉬고 돌아오라는 시간이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고 추운 날부터 시작해 살짝 더워지는 날씨까지.. 비오고 바람 많던 봄을 지내며 

나무에 돋는 새순들처럼, 들의 풀과 꽃들처럼 햇살속에, 바람속에 매일 쑥쑥 자라느라 애썼던 아이들에게 주는 꿀맛같이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다.

유치원이 즐겁고 좋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다섯, 여섯, 일곱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유치원 오고가는 일이며 아무래도 자기 집 아닌 곳에서 여럿이 어울려 지내는 일 모두 꽤나 긴장되는 일이고, 연수 유치원처럼 매일 제법 먼 거리를 걸어 산책하고 바깥놀이하며 뛰어놀다보면 몸과 마음 모두에 고단함이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이 즈음에 이렇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

조용히 자기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롯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맘껏 게으름도 피워보고 편하게 뒹굴고 퍼져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참 고맙고 좋다고 생각한다.

(연수네 유치원이 대안학교인 '꽃피는 학교'의 부설유치원이라 이런 방학이 있는 것인데, 요즘은 공교육에서도 이런 휴식의 필요를 공감하고 혁신학교들부터 이 방학을 갖고 있다. 일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따로 대책이 필요해 힘든 점이 많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참 좋은 시간일 것 같다.) 

 

작년에 잠시 한 달 정도 다니다 말고 나서

올해 다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연수로서는 이번이 첫 유치원 생활이나 마찬가지고, 나도 그래서

왠지 봄학기 잘 마무리하고나니 무슨 큰 일이라도 하나 마친 것처럼 '휴...'하고 한숨이 쉬어진다.

사실 이번 봄학기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가 작지는 않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우여곡절도 많았고...

 

통학버스가 없는 연수네 유치원은 부모가 직접 차로 등하원을 책임져야하는데 연제 출산과 겹쳐서 아무래도 내가 운전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 엄마가 카풀을 해줄 수 있다하여 작년 가을 즈음에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워낙 내가 좋아하는 유치원이고, 또 연수가 작년 봄에 그만둘 때 '여섯살이 되면 다시 오자'하며 그만두었던지라 연수도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하나의 약속처럼 기억되어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게 좋을 것 같아 11월에 선생님께서 '어떻게 하실래요?' 물어오셨을때 봄에 다시 가겠노라고 대답하고 연수와도 겨울 동안 '봄이 되면 꽃피는 유치원에 다시 가자'고 얘기해왔었다.

그런데 겨울이 끝나갈 즈음, 카풀에 대해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카풀 해주려했던 엄마가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힘든 것도 있고, 하루 두번씩 10분 남짓한 거리긴 하지만 다른 집 차를 타고 유치원을 오가는 일을 연수가 힘들어하진 않을까.. 또 카풀이란 것이 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여간 부담되고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에는 벌써 다른 유치원들의 모집 시기가 끝났고 알아보니 올해는 또 유난히 아이들이 많아 근처의 여러 유치원들이 모집할때 경쟁률도 높았고 그래서 대기자가 많은 상황이었다.

11월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물었을 때 연수는 '난 그냥 집에 엄마랑 있는게 좋은데...'하고 말하기도 했지만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는 '봄이 오면 나도 이제 유치원에 갈꺼야. 가면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 수 있겠지?'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보이기도 해서 가능하면 그 설레는 마음을, 우리가 다섯살 봄에 함께 했던 약속을 연수도 지키고 엄마도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지내면서 더 고민해보고 우선은 할 수 있는만큼 하자! 는 생각으로 2월 20일께부터 시작된 봄학기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첫 일주일은 연수의 적응기간이어서 하루에 두시간씩만 가기로 했다.

만삭의 엄마와 세살배기 동생 연호가 함께 동행해서 아침에는 택시를 타고 유치원에 가고, 점심에는 셋이 함께 미사리 멋진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기도 하고, 집에서 제법 먼 정류장에 서는 버스를 타고 와서 연호는 유모차에 태우고 연수와 엄마는 산책삼아 걸어서 집까지 돌아왔다. 중간에 연호가 잠들면 우리는 작은 동네 커피숍에 들려 핫쵸코와 커피를 사먹고 지나는 길에 있는 못가본 놀이터들에서 오래오래 놀다가 오곤 했다.

연수가 유치원에서 두시간을 보내는 동안 연호와 엄마는 첫날만 형아와 함께 있고 둘째날부터는 유치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큰 마트에 가서 구경을 하다 돌아오기도 하고, 유치원 근처에 있는 누나네 집에 가서 차를 마시고 놀기도 했다.

만삭의 엄마에게는 휴대용유모차 어깨에 메고 20개월된 둘째 손 붙잡고 여섯살 연수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고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게 다 셋째 건강하게 낳으려고 운동하는 시간이지... 생각하며 즐겁게 다녔었다.

힘들었지만 정말 참 재미있는 시간들이었고, 연수와 연호도 참 즐거워했다. 셋이 함께 참 많이 걸었고, 웃었다.

2월말, 아직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에서는 봄기운이 느껴지던 그 때, 부른 배를 한 엄마와 함께 종일 밖에서 놀고 먹고 자고 했던 그 날들의 씩씩하고 즐거운 기운이 우리들의 몸과 마음에 따뜻하게 새겨질거라 믿었다.

그 힘으로 나도 셋째를 잘 낳을 것이고, 막내 동생이 태어나 엄마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할때, 어쩔 수 없이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쉽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할때 연수와 연호에게 마음의 힘이 되어줄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연제를 무사히, 딱 내가 원했던데로 진통을 오래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연수의 유치원 첫 날들을 연수연호와 그렇게 함께 보냈던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2월을 보내고 3월이 시작되면서 나는 바로 연제를 낳았다.

연수는 출산휴가를 맞은 아빠와 함께 유치원 등하원을 하다가 아빠 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한동안 유치원을 쉬었다. 엄마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없기도 했고, 우리를 돌봐주러 서울에 올라오신 시어머니께 운전을 부탁할 생각을 했었는데 낯선 길이고, 어머니도 한동안 운전을 안하고 계셨던지라 갑자기 다시 운전하기는 어렵겠다고 하셔서 그냥 쉬기로 했다. 카풀을 부탁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시간을 집에서 이제 막 새로 맞은 식구인 갓난아기 동생과 엄마, 연호, 할머니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연수는 유치원이 재밌다고 했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아했다. 나는 연수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큰 아이가 함께 있으면 엄마가 푹 쉬지 못하니 산후조리하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더 어린 둘째도 있고, 연수가 있으면 연호도 형아 따라 다니며 잘 놀때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마음이 푸근했다. 에구 나도 좀 조용히 쉬어봤으면...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아이들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행복할 때가 많고, 또 가족안에 큰 변화가 있는 이런 때에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보듬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때때로 힘든 순간이 있어도 아이들 모두 내 곁에 두고, 많이 껴안고 얘기 들어주고 눈길보내며 지낼 수 있어 고마웠다.

 

그래도 기왕 다니기로 한 유치원을 너무 오래 쉬면 안 될 것 같아 3월 마지막주부터는 내가 운전을 시작했다.

살림은 여전히 시어머니께서 다 맡아해주시고, 연호도 할머니와 잘 지내서 나는 갓난아기만 돌보면 되던 때라 오전오후로 20분씩 운전하는 일이 크게 고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아직 운전이 초보라 교통량이 많지 않고 길도 쉽지만 오가는 내내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한번씩 다녀올때마다 출발전에 아이들 얼굴 보면서 '조심해야지..' 다짐하고, 돌아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나면 '휴...'하고 한숨이 나왔다.

 

연제 젖물려 재워놓고, 연호 할머니께 맡겨놓고 연수 손잡고 주차장까지 걸어가서 차를 타고 출발하면 길가에 핀 봄꽃들에 눈길 한번 주기가 어려운 초보였지만

그래도 연수 유치원 마당에는 참 크고 예쁜 꽃나무들도 많고, 아이들이 그날 그날 새로심는 꽃들과 옥수수 씨앗, 딸기 모종 같은 것들을 쳐다보며 봄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고맙고 여리고 고되고.. 그리고 뭉클하게 아름다운 봄.

이른봄에 갓난아기 낳고 한달만에 매일 두번씩 운전하고 바깥바람 쐬는게 쉽지는 않지만 셋째 엄마는 이렇게 되는구나.. 큰 아이도 봐줘야하고 둘째도 봐줘야하고 그리고 갓난아기 너도 봐줘야하는 나는 세아이 엄마구나...

 

연수 유치원에 산수유, 목련, 개나리, 살구꽃이 차례로 피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면서 4월 한달이 그렇게 갔다.

다행히 나의 운전은 사이드브레이크 올린채로 집까지 온 일 한 번, 아침에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는 차 문 열어놓고 집에 올라왔다 오후에 내려가서야 안 일 한 번 뺴고는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났다. ^^;;;   

초보라 긴장되고, 하루도 안거르고 꼬박꼬박 하려니 조금더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운전하는 일이 즐겁기도 했다.

새로운 것을 익혀서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기뻤고, 갓난아기와 큰 아이들과 함께 종일 집에서 복닥거리다가 잠깐씩 시원하게 교외로 나와 숨돌릴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여러모로 마음 많이 졸이는 시간이었지만 연수 유치원에 도착해 잠시라도 파란 하늘과 봄빛도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 참 행복하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한 초보지만 언젠가는, 가까운 미래에는 나도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서 세 녀석 태우고 보고싶은 사람들 곁으로, 아름다운 숲과 풍경속으로 씽씽 달려가는 상상을 하며 혼자 신나하기도 했다. ^^

아이의 성장과 함꼐 엄마도 또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운전도 하게 되고...

아이가 부모를 키운다는 말이 참 맞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큰다. 늘 해보고 싶었던 운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연수야..^^

 

시어머니와 산후도우미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았던 3월, 4월 동안은 갓난아기를 그 분들께 맡길 수 있어서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봄방학이 끝나고 나면 연제가 좀 클 때까지는 한동안 내가 다시 운전을 하기는 힘들 것같다.

그래서 연수 등하원은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휴... 한 고비 넘고나니 또 새로운 고비구나.

본래 시작하면서도 '우선 봄까지만이라도...'한게 내 마음이었다.

봄학기만이라도 연수가 꽃피는 유치원에서 보낼 수 있기를 바랬다.

미사리경정장의 아름다운 숲길을 매일 걷고, 흙과 나무와 꽃들을 마음껏 만지고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연수에게 잠깐이라도 꼭 주고 싶었다.

봄 이후에는 또 다른 길이 생기겠지.. 다른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함께 잘 해나갈 수 있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봄학기를 보내는 동안 연수에게는 단짝친구가 생겼다.

5, 6, 7세 통합교육을 하는 연수네 유치원에서는 형누나, 친구, 동생들과 함께 노는데 연수는 일곱살 형아 한명과 단짝이 되었다.

집에 오면 두 녀석 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하고, 깔깔 거리며 함께 장난치고 놀기 바쁜 친구..

아침에 집떠나기가 힘들어 궁둥이 비비적거리고 있을때 '연수야, 필준이형아 기다리겠다' 한 마디하면 발딱 일어나서 신발신게 되는 친구.

참 신기하지...^^ 어쩜 그리 좋을까, 그 친구가.

엄마도 그 맘 이해한단다. 엄마도 친구가 그렇게 좋았거든. ^^

 


 

 

 

같이 뛰자! 하고 높은 정글짐 위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내일 또 만나서 함께 놀고싶은 친구.

연수에게 그런 친구가 생겨서 참 고맙고 반가운데, 그리고 연수가 유치원을 참 좋아하고 '얼른 또 가고싶다' 얘기하며 즐겁게 다녀서 참 기쁜데 그 유치원의 등하원이 어려워 엄마아빠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으니... 미안하고 안타깝구나. ㅜㅜ 

 


 

 

 

방학 전주 목요일이었던 5월 2일에는 유치원의 봄소풍이 있었다.

봄소풍이라고 해야 매일 가는 경정장 숲에서 조금 더 먼 풀밭까지 걸어가서, 돗자리 깔고 앉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놀다 온다는 것만 다를뿐이지만

그래도 아이의 첫 소풍 도시락을 싸는 것 만으로도 엄마는 설레고 들떠서 며칠 전부터 뭘싸야하나... 궁리를 했더랬다.

김밥재료 준비하고, 음식솜씨 좋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 부탁해 맛있는 고로께 반죽을 미리 만들어놓았다.

소풍날 아침에는 정말 진땀뺐다.

아빠 아침먹여 출근시키고 냉장고에서 김밥 재료 꺼내는데 연제가 그만 깼다.

연제가 잘 자야 김밥을 말 수 있는데.. 다시 재워달라며 칭얼대는 연제 울려가며 계란 부치고, 당근볶고 오이 채썰어 절이고 하려니 등에 땀이 났다.

다행히 연제가 젖먹고 잠이 들어서 연제자는 한 시간 안되는 시간동안 부다다다 김밥 말고, 고로께 튀기고, 과일 깍아 간식으로 따로 통 하나 싸고...

김밥 꼬투리로 허기를 달래가며 그래도 신나서 도시락을 싸놓고 얼른 사진 한장 찍었다.

엄마되고 처음으로 싸본 소풍 도시락이다. ^------------------^

못생겼지만 그래도 맛있었던 김밥.   

연수는 잘 먹고 돌아왔다. 아이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엄마는 소풍을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으로 괜시리 혼자 엄청 피곤해했더라는 얘기~~~~ㅎㅎ

 


 

 

 

집에 오는 길.. '엄마 잠깐만!'하고는 유치원 앞 물웅덩이로 달려가 앉은 연수 뒷모습이 동그마하다.

 

봄이 무사히 끝났다.

매일 아이 태우고 다니며 내가 고등학교다닐 때 아침저녁으로 학교까지 태워다주셨던 아빠 생각 많이 했다.

야자끝나는 늦은 밤에 매일 여고 앞에 차를 세우고 앉아계시던 아빠. 하루도 빠짐없이 오고가주셨던 그 길의 고단함과 수고로움을 잠시, 한달 남짓한 기간이었지만 내가 내 아이를 태우고 오고가며 알 수 있었다.

노동절이 있어 하루 내가 운전을 쉬게 되었을때, 그 전날 주차장에 차 세우고 올라가며 '휴.. 내일은 운전안해도 되겠구나~(아빠가 할테니까! ㅋ)' 생각할때 마음에 번지던 그 푸근함..^^

공휴일 맞아 아이들 도시락 안 싸도 되었을 때 우리 엄마 마음도 이랬겠구나.. 싶었다.  

세 아이의 도시락을, 저녁 도시락까지 보온도시락으로 여섯개씩 매일 싸야했을때 우리 엄마는 매일 어떻게 도시락 반찬을 다 하셨을까, 그 설겆이는 어떻게 또 다 하셨을까... 생각할수록, 내 아이를 키워갈수록.. 엄마아빠가 경이로워지는 순간이 새록새록 늘어간다.

 


연수 유치원 방학과 함께 우리는 모두 강릉에 내려왔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 도움을 받으며 보내는 시기도 방학에 맞춰 마무리했고, 모두 무사히 잘 자라고 지내준 것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세 아이 데리고 친정에 왔다.

엄마아빠할머니 품에서 마음 푸근히 나도 방학을 보낸다.

큰아이 처음 유치원보내며 함께 긴장해 봄을 살았던 나도 방학이고, 오랫동안 아파트 집안에 갇혀 바깥공기를 그리워하며 보냈던 우리 세살 연호도 '하삐! 할미!'부르며 마당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방학이다.

연수는 소원하던 '유선 만화'도 많이 보고, 외갓집 밭일도 거들고(?), 바다도 다녀오며 방학 제대로 보낸다.

 

여름은 또 어떤 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우리는 어떻게 울고 웃으며 또 그 꽃같은 날들을 살아낼까.

어떤 날들이 펼쳐지든 간에.. 우리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놀고 자란다.

엄마인 나도 그러면 된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다. 많이 부족하더라도, 내 힘껏.. 내 역량 안에서 꼼수 안부리고 살 수 밖에 없다.

그게 삶이겠지.

겨우겨우.. 살아낼지라도 어쨌든 이 시간이 흐르고나면 아이들은 자라있고 삶은 또 달라져있고 추억들은 쌓일 것이다.

시간이 답이다.

그 시간들을 따뜻하게 보내자. 우리 모두의 인생인 그 시간들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3. 5. 12:35










연수가 이번주 월요일부터 유치원에서 점심밥을 먹고 오후2시 20분에 마치는 유치원 정식 일과를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연수는 '선생님이 우리 연수 왜 안오나 기다리시겠다' 고 얘기하며 밥도 잘 먹고 유치원으로 즐겁게 갔고,
오후에 만나서는 유치원에서 점심먹는 것도 좋고, 오늘 하루도 재미있었다고 얘기했다.
마음이 많이 놓였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집을 떠나 처음으로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첫 관문을 연수가 즐겁게 잘 통과하는 것 같아서다.

정식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2주 정도의 적응기간이 연수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적응기간은 이번 봄학기에 꽃피는 유치원에 새롭게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함께 보냈다.
처음 1주일간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신입생 아이들과 엄마들만 유치원에 모여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놀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고다닐 가방을 함께 만들며 보냈다.

노란색, 빨강색, 초록색 천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이게 정말 가방이 될까.. 과연 내가 손바느질로 가방을 만들 수 있을까... 막막했지만 하나씩 설명을 들으면서 만들다보니 어찌어찌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끈을 달고 완성할 때까지도 '정말 될까'하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마지막 매듭을 짓고 완성품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희열은 대단했다. 바늘 하나로, 실 한뭉치로 정말 할 수 있구나.. 
작은 가방이지만 어찌나 뿌듯하고 성취감이 컸던지 뭐라도 바로 이어서 또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 손길이 진하게 밴, 엄마 마음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유치원에 다닐 아이. 
비록 바느질 솜씨는 없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아이의 가방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좋았다. 









재학생들의 방학기간에 진행된 신입생 적응기간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과 간식도 먹고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미사리경정장으로 산책도 다니며 유치원에 입학하면 하게 될 활동들을 조금씩 먼저 경험해보았다.
엄마들은 바느질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오면 잠시 놀아주기도 했다.
낯선 공간이지만 엄마가 함께 있으니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마음 편히 놀다가 엄마곁에 오기도 하면서 천천히 공간과 친구들, 선생님의 낯을 익힐 수 있었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찼다. 
하루는 '딥스'라는 책(입학준비기간에 엄마아빠가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게 되어있는 책이다. 학부모되기가 쉽지 않다. 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또 하루는 유치원 대표엄마가 오셔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궁금한 것들, 함께 지켰으면 하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하루는 꽃피는 학교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하고
적응기간중에 1시간 유치원 선생님들과 따로 약속을 정해 아이에 대한 심층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 시간들을 지나며 그동안 나 혼자 키워왔던 내 아이가 드디어 '힘께' 키우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이라는 책 얘기처럼 연수가 태어나 45개월이 될때까지 내가 연수의 첫 선생님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우리 부부와 함께 연수의 선생님이 되어주시고 연수를 함께 키워주시는 것이다.
이제 나 말고도 매일 연수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있으므로 그동안 혼자 고민해왔던 것들을 함께 의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가방만들기와 여러가지 엄마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앞서 대안학교를 만들고 유치원의 여러 문화와 이런 적응기간의 내용들을 만들어왔을 선배 엄마들, 선생님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깊이 들었다. 
결혼하고 생협을 처음 이용하면서 20년에 걸쳐 이런 생협을 만들고 키워오신 분들께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유치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도 앞서 힘든 길을 열고 만들어온 선배들에게 뒤따라 가는 사람으로서 늘 참 고맙다. 










유치원 개학 첫날, 연수는 전날 엄마가 밤늦게 완성한 가방을 들고 신이 나서 뛰어갔다.
개학 후 일주일동안 신입생 아이들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두시간씩만 유치원에서 생활했다.
낯선 공간에서 엄마와 오래 떨어져지내는 것을 어려워할까봐 유치원에서 마련한 두번째 적응기간이었다.
엄마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그렇게 하기도 했다.
나도 연수와 월요일, 목요일에는 2시간동안 함께 지냈다.  
 

매일 엄마, 연호와 함께 유치원에 가서 놀다 돌아오던 적응기간에 연수는 유치원 가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을 하고 이제 월요일부터는 연수 혼자 유치원에 들어가서 친구들, 선생님과 놀다가 끝나면 엄마랑 다시 만나는 거라고 했더니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딱 붙어있는게 좋아'하면서 울먹울먹했다. 

연수의 그런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전에 유치원은 연수 혼자 다니는거라고, 엄마는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리러오는 거라고 얘기하고 그동안 엄마랑 떨어져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응, 괜찮아! 엄마가 데려다주고 또 데리러오기만 하면 돼.'하고 자신있게 애기했었는데 
막상 이제 엄마랑 떨어져 지내는 것이 시작된다고 하니 슬픈 마음이 드는 모양이었다. 

월요일 아침, 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히는데 연수가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안돼?'하고 물었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응.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같이 살꺼야!!'했다.
'연수야.. 유치원다녀도 엄마랑 같이 사는거야. 유치원 가있는 잠깐동안만 떨어져 지내는걸..'하고 대답하는데 우스우면서도 나도 그만 눈물이 났다. 
그래서 둘이 같이 얼싸안고 울고 말았다.
'연수야, 사랑해. 흑흑'
'엄마, 나도 엄마 많이많이 사랑해, 흑흑흑'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다. ㅜㅜ

'연수야. 엄마는 항상 연수를 생각하고있으니까 연수 유치원가는 동안 잠깐 떨어져있어도 엄마 마음은 늘 연수랑 같이 있는거야...엉엉'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딱 붙어있을거야.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엉엉' 
'연수랑 엄마는 집에서 늘 붙어있잖아. 잠깐 유치원가서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놀고나면 그 뒤엔 또 엄마랑 계속 같이 있는걸.. 훌쩍'
'유치원에 가는건 딱 붙어있는게 아니야... 훌쩍' 
'근데 연수가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했잖아... 유치원가서 노는거 싫어..?'
'아니, 좋아.. 그치만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그럼 어떡할까나... 유치원 가지말까?'
'아니... 갈래....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되잖아.. 엉엉'

이리하여 월요일, 목요일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화요일에는 신입생 엄마들의 모임이 있어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따로 한 아이 집에 모이게 되어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모임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있던 연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부지런히 걸어가는 엄마를 붙잡으며 '엄마, 그렇게 빨리 걷지 마!' 했다.

그날 모임 마치고 12시에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연수는 '엄마,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하고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유치원의 첫날들 동안 연수는 자주 엄마 손을 잡고 걷고싶어했고 유치원이 끝나면 '우리집에 어서 가자'고 했다.
밖에 나오면 늘 더 놀다들어가고 싶어하던 녀석이 엄마도 그립고, 익숙한 공간도 무척 그리웠나보다 생각하면 마음이 찡했다.
다섯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어린 아가구나, 나의 첫 아기.


 







개학 첫주, 그렇게 하루 2시간씩을 유치원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연수가 정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 3월만 다니다가 유치원을 잠시 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나 아님 두 학기 정도 쉬고 6살에 다시 가도 좋을 것이다.
연수가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정말 가고싶고 엄마랑 떨어져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의논한 뒤 연수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연수는 아무말없이 가만히 듣다가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금요일 12시에 데리러가니 연수는 자기도 유치원에서 점심을 먹고싶다고 했다.
내심 놀라며 '그렇구나..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연수도 유치원에서 점심먹을건데.. 좋아?' 하고 물으니 좋다했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서 잘 놀고, 외사촌들도 만나 놀고 이모할머니댁에도 놀러다녀오고 맞은 월요일에는 선생님이 연수를 기다리겠다며 즐겁게 준비해서 유치원길을 나선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연수는 아주 즐거워보였다. 
유치원 문앞에서 엄마와 헤어질땐 꼭 안아주며 '엄마 사랑해'하고 말하고 들어가기도 하고, 
끝나고 마당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만났을 때는 손을 잡고 걸으며 '엄마 보고싶었어'하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곤했다.
덕분에 나도 연수에게 자주 말하게 된다. 연수야, 사랑해.. 연수야, 보고싶었어.

선생님도 연수가 잘 지낸다고 얘기해주셨다. 
점심밥먹을때 매운 반찬 잘 못먹고, 선생님 노래부르실 때 저는 제 노래 큰 소리로 부르며 분위기파악 못하기도(?) 하고... 
아직 여러모로 어리고 개구진 면이 많지만... 그래도 친구들, 선생님 만난다고, 오늘도 재미있게 놀거라고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뛰어가는 뒷모습 보고있으면 참 뭉클하다.











하루 4시간 30분.. 어찌보면 짧고, 또 어찌보면 긴 시간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느라고 저 나름대로 애쓰며 지내서 그런지
집에 와서는 간식도, 밥도 많이 먹고 전보다 훨씬 차분하게 놀다가 고단해서 그 좋아하는 아빠도 못 기다리고 잠드는 연수. 
  
연수야, 힘내라. 
연수야, 사랑한다.
고맙다. 그동안 엄마랑 잘 지내준 것도, 처음가는 유치원 이리 좋아해주는 것도 모두 고맙다.
모두 정말 고맙다. 










+ 여기서부터는 보너스 사진들 되겠습니다~ㅎㅎ
엄마가 따라가 있었던 적응기간에 찍은 연수네 유치원 풍경이예요~!





유치원 마당에 서있는 키 큰 나무. 
보트처럼 생긴 작은 열매껍질이 나무 밑에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나무도감에서 찾아봐야지.
연수와 그 껍질을 주워와 목욕할 때 물에 띄우고 잘 놀고 있다. ^^






여기, 예쁜 아이들 꽃이 참 많이도 피어있는 곳.








봄이라도해도 아직 쌀쌀한 아침, 
마당에 장작불 등장했다. 아이들은 잠깐씩 불옆에 와서 불구경도 하고 손도 녹이고.. 그리고 또 열심히 흙마당에서 뛰놀았다.







우리 유치원 선생님. 노래하시는걸 듣고있으면 나도 그 옆에 가서 앉아있고 싶어지던 분.







아이들이 모두 빨강 분홍천들을 망토처럼 목에 두르고 신나게 뛰어논다. 
저 중에 한 녀석이 연수. ^^;;






마당 한구석 나무집안에서는 여섯살 누나들이 '흙밥' 짓는다. 물도 붓고.. 제대로다. ㅎㅎ







어딜가나 빗자루 좋아하는 연수. 유치원현관 밑에 들어있던 빗자루 용케도 찾아내 쓸고다니네..^^;



아이들아. 건강해라.
이 마당에서 이 집에서 보내는 유년의 한 시절동안 모두 많이 기쁘고 재밌어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