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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7 외가집 마당 10
umma! 자란다2011. 7. 27. 22:13







"연수야, 향나무 좀 봐~, 거미줄에 빗방울이 걸렸네!"
"엄마, 저거 거미줄 아냐. 구름이야~!"
"구름이라고..?!! 아.. 너무 예쁜 구름이다..^^"
"엄마, 저 구름으로 구름빵을 만들면? 그걸 우리가 먹으면? 우리도 고양이들처럼 하늘을 날면?"

요즘 연수는 저렇게 연이어 질문하는걸 좋아한다.
이 질문에 내가 붙인 이름은.. '꼬꼬질(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 







"엄마, 뻐꾸기 소리가 들리네?"
"아.. 그렇네. 뻐꾹새가 우네..."
"뻐꾹새가 아니고 뻐꾸기야."
"그래.. 뻐꾸기. 뻐꾸기 소리 참 좋다.."
"응. 참 좋아"

뻐꾹... 뻐꾹...
고향집 마당에 서면 멀리 앞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지지배배.. 종달종달... 이름을 모르는 다른 새소리들도 참 많이 들린다.

연수가 마당에 서서 새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고 있을 때, 내 마음도 참 좋다.
연호를 안고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재울 때.. 연호 귓가에도 이 새소리들이 들렸으면..







어느 비갠 날, 외할머니가 연호를 안고 마당가에 나오셨다.
형아가 종일 모래놀이 하는 모래밭 옆에는 외할머니의 작은 부추밭이 있고, 
부추밭 가장자리에는 봉숭아꽃이 피었다. 

연호야.. 저 봉숭아꽃에 호랑나비가 와서 앉아있었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서 본 호랑나비중에 제일로 크고 예쁜 나비였어.
연호가 처음 마당에 나온 날에.
 










한 손에는 호미들고, 한 손에는 큰 쥐며느리를 올려놓고...
네 살 여름에 외가집 마당에서 이렇게 놀았지, 우리 연수. ^^









지은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내 고향집.
이 집 자리는 원래 아주 큰 밭이었다. 나는 그 밭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려고..
대여섯살 무렵의 내가 소꿉놀이하기 좋아하던 양지바른 담벼락이
앞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었다. 담 옆에는 석류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집 마당에 서면 소꿉놀이하던 그 언덕이 바로 건너다 보인다.
이 집을 처음 지을때, 아직 도배가 채 안되어있던 집에 온 가족이 들어와 자던 날도 기억난다.
한여름에.. 너무 더울때.. 새집이 시원하다고 모두 하룻밤 같이 와서 잤던 것 같다.
이 집에서 자라는 동안의 일들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히 기억나는데
어느새 이제는 내 아이들이 이 집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가 계시는 집.

외가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도, 연호도 많이 컸다.
엄마도 고향집에 오면 늘 그렇듯이, 기운을 많이 차렸다.  
서울에 돌아가면... 소나무, 뻐꾸기 소리, 향나무 울타리, 모래밭, 다정한 어른들 목소리..
그런 것들 생각하면서 힘을 내야지.
우리 셋 다 아마 그럴 것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