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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9 눈이 녹지않는 겨울 2
  2. 2011.03.08 새 놀이터 탐방 6
umma! 자란다2013. 1. 9. 21:04







춥다.
추운 날들이다. 

어린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바깥바람도 잠깐씩 밖에 안 쐬고, 그나마도 아주아주 따뜻하게 중무장하고 나서곤해서 사실 추위를 많이는 못 느끼고 지낸다. 
그래도 우리가 강릉에서 지내는 동안 내렸다던 눈이 아직도 녹지않고 그대로 곳곳에 쌓여있는 하얀 풍경을 매일매일 대하다보니 '이번 겨울 정말 춥구나..' 생각하게 된다.  

강릉에서 돌아온 지난 일요일.
눈이 반가운 아이들을 데리고 집 옆 냇가로 눈썰매를 타러 나갔다.

여섯살, 세살이 된 아들 둘을 한 썰매에 태우고 아빠가 걸어간다.
젊은 아빠의 이 뒷모습을 아이들은 기억할까. 
선명한 영상으로는 아니더라도 맑고 차갑고 즐거웠던 이 날의 공기와 함께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오래 그 기운은 남아있을 것이다.

둘이 합쳐 이제 30kg을 넘어선 아이들을 태우고 걸어가면서
"에구구~ 이 녀석들아, 아빠가 이렇게 태워줬던거 나중에 커서 꼭 기억해야해~~" 라고 당부인지 푸념인지 모를 얘기를 하던 남편.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눈 좋아하는 마누라와 아이들을 위해 한참을 즐겁게 놀아주었다.
여보, 아이들은 아마 잘 기억할꺼야... 그리고 아이들보다 이 순간들을 더 잘 기억해야하는건 우리들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 덕분에 참 행복하고 즐거웠다는걸 말이야..
무튼 나중을 대비해 이렇게 사진도 찍어놓고 블로그에도 올려놨으니 늙어서 가물가물하면 다시 뒤적여보자구~ㅎㅎㅎ   











해가 바뀌어 세 살이 된 연호는 요즘 정말 하루가 다르게 눈빛이 영글어지고 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이렇게 하자~'하면 제 뜻에 맞을 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하고 대답도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 
의사 표현도 분명해지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장난도 제법 치고, 말과 행동이 하나하나 여물어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19개월을 다 채워가는 연호를 보며 아기가 아이가 될 때, 그 순간이 이렇게 빛나는구나.. 새삼 알아가고 있다.  










눈밭에 나가서도 이제는 형아보다 더 오래 놀고 싶어하는 연호. 

모래놀이 삽으로 눈을 떠서는 엄마와 함께 눈산을 만들며 좋아하는 연호를 보고 있자니 

작년 겨울, 연수가 노는 곁에서 연호를 아기띠에 안고 발 시려울까봐 종종거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일년이 지나니까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내년 겨울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떄는 두 형아가 신나게 놀고, 나는 그 곁에서 어린 바다를 아기띠에 안고 종종거리겠구나... 잠시 또 딱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지나가야하는 날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도, 나도 신나게 지내는거다. 많이 웃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고 느끼면서.. 그렇게 지나가는거다.

   













여섯살 형아가 세살 동생을 눈썰매에 태워준다.
아직은 장난꾸러기라 동생이 무서워하는줄 뻔히 알면서도 쌩쌩 빨리 달리다 결국은 버둥거리던 동생을 썰매에서 떨어뜨리기 일쑤지만.. 
일곱살이 되면 훨씬 더 잘 태워줄 수 있겠지. ^^ 
그떄는 연수랑 연호가 함께 더 잘 놀겠지.. 바다가 태어날 떄가 다가올수록 연호 곁에 연수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고 고맙다. 
 











지난 한 해동안 아이들과 거의 매일 나가서 유모차 타고 자전거타고 걸으며 산책하던 냇가길. 

그 길이 눈으로 하얗게 덮히자, 어디 사람많고 북적거리는 놀이동산 눈썰매장보다 백배는 훌륭한 천연 눈썰매장으로 변신했다.

냇가옆 비탈의 잔디밭은 곳곳에서 눈썰매타는 형아누나들의 함성으로 들썩거리고, 
우리처럼 아빠가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우고 천천히 결어가는 풍경도 자주 만날 수 있다.

혹한속에 힘들게 지내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춥고 눈이 많다는 이번 겨울은 눈썰매 좋아하는 우리 동네 꼬맹이들에게는 참 즐거운 시절이 아닐 수 없다.

동네친구형언니동생들과 한참을 놀다가 옷이 젖고 배가 고프면 바로 옆에 있는 따뜻한 집으로 언제든 뛰어들어가면 되고
썰매가 없으면 두툼한 종이박스 한장 깔고 미끄러져도 씽씽 잘만 내려간다. 

동네 빵집에는 눈썰매를 타다 들어온 가족들이 곳곳에 썰매를 세워놓고 따뜻한 차와 빵을 사먹고, 
길에도 썰매든 사람들이 많아서 적어도 이 냇가길 근방에서는 썰매가 이 겨울의 중요한 운송수단같이 여겨질 정도다. ^^

그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에 읽었던 '핀란드 소녀'란 책이 떠올랐다.
발목, 아니 허리까지 올라오는 눈이 일상인 핀란드의 겨울. 
스키나 썰매를 타고 전나무 가득한 숲속을 오고가는 말괄량이 소녀가 첫사랑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였던 그 책을 읽은 후로 내가 여행가보고 싶은 첫번째 나라는 '핀란드'가 되었었다. 
쨍하게 더운 날도 좋아하지만 쨍하게 추운 날도 좋아하는 나는 눈까지 많이 오면 대책없이 참 행복해지는 사람이라
한파 속의 이 서울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것일지 마음 한켠 무겁게 느끼면서도   
아이들과 눈속에서 어울리는 동안은 이 재미있는 눈이 녹지않게 해주는 추위가 고맙기도 했다.

사실 제도가 문제지 날씨가 문제랴... 
날씨가 아무리 매섭고 독하다 해도 사회가 따뜻하면, 함께 고루 잘 살 수 있게 보살피고 보장하는 사회라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는 사람없이 춥다, 춥다 해도 같이 어깨 다독여가며 지나갈 수 있는 추위고 계절일텐데...
아는 분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한다. 아픈 분도 걱정이고, 수술비며 간병비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이 추위속에 일터와 병원을 오갈 그 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살을 에는 바람속에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은 또 어떻고.....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빵집까지 가서 몸을 녹이고 돌아오는 길.
연호는 이제 덜컹거리는 썰매를 그만 타고 싶은지 걷다가 안아달라고 했다가를 반복해서 아빠가 전담하고, 
나는 연수와 함께 천천히 걸어왔다. 
연수도 많이 고단했던터라 저는 계속 썰매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부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왠걸.. 엄마가 힘들어서 썰매를 끌어주기 어렵다고 하니 그럼 제가 썰매를 끌고 가겠다며 엄마 가방도 썰매에 실으라고 했다. ㅠㅠ 
걷기운동삼아 슬슬 뒤따라 걸을 생각으로 나선 길, 눈이 제법 많아 미끄럽지않고 오히려 푹신해 걷기에는 좋았지만 
나 한 몸 중심잡고 잘 걷는데도 조심해야했던지라 연수가 이렇게 앞장서 썰매와 가방까지 맡아서 걸어가주니 정말 고마웠다.


엊그제는 연수연호와 눈덮힌 놀이터에서 한참을 재밌게 놀았는데 
연수가 눈케이크를 만든다며 큰 눈더미를 쌓고는 나뭇잎으로 장식하고, 가는 나무가지들을 여러개 주워와서 초처럼 꽃아놓은 것을 보며 속으로 많이 놀랐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늘 작고작은 것 같던 내 첫 아기가 어느새 이렇게 예쁜 것들을 만들어내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만큼 자랐을까. 
연수의 요즈음은 매일 나를 놀라게 하는 날들이다.

....



어제도 연수 축구교실 다녀오며 눈쌓인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참 재미있게 놀다 들어왔다.

그랬더니 오늘은 아이들도 나도 몸도 좀 고단하고 또 날도 훨씬 추워졌다 해서 

오늘은 종일 집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만 놀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나도 몸이 덜 고단한듯 했으나

저녁때 쯤되니 뭔가 마음이 더 쉽게 지치는 것 같았다.


종일 아이들의 에너지를 작은 집안에서 받아가며 지내는 것이 참 쉽지않다. 

바깥바람은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어른인 내게 더 절실하다.

이런 날은 아이들이 어서 잠들고, 어른으로서의 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더 절실히 바라게 된다.

다행이 오늘은 두 녀석 재우고 나오니 8시 반. 

블로그도 쓰고 책도 보고 그리운 사람들 소식들으러 온라인 공간이나마 찾아가 볼 수 있을만큼 시간이 생겼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과만 시간을 보내다보니 밤에 잠깐, 혼자서라도 이렇게 어른의 마음으로, 어른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른다.


내일은 다시 축구교실 가는 날. 오전에는 아이들과 목욕을 하고.. 

매일매일 큰 일없이 평범한 일상의 작은 변화들로만 채워지는 단조로운 날들. 

그러나 모두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는 날들이다. 

다만 그 속에서 내가 너무 답답해지지 않도록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마음이 시원하면 아이들에게도 그 신선하고 좋은 기운이 전해질테니..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3. 8. 22:30









새집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앞마당에 작은 인공냇물이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물을 틀어놓지 않은 모양인데, 얼마전 내린 비로 빗물이 고여 며칠동안 연수의 좋은 놀이터가 돼주었다.

"엄마, 저거 뭐야? 저 밑에, 돌 많은데, 저기."
"응.. 작은 냇물이 있네."
"냇물? 그럼 징검다리도 있어?"
"음.. 아.. 냇물 옆에 쭉 놓은 돌이 꼭 징검다리 같기도 하다."
"다람쥐가 다닐 수 있겠네?" ('다람쥐가 건너갈 수있게 징검다리를 놔주자'하던 그림책을 보고 하는 얘기다)
"글쎄... 다람쥐도 다닐 수 있겠지.^^;"

이사온지 얼마지 않아 이 냇물을 발견한 연수는 아침을 먹고나면 거실 창에 붙어서서 "엄마, 징검다리에 가자~, 가자~~"하고 연신 졸랐다. 
아직은 바람이 차고, 여기저기 계속 공사가 진행중인 새 아파트 단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더 황량하게 느껴져서 
자꾸 움츠러드는 엄마와 달리 연수는 새로운 공간을 여기저기 탐색하고, 나가 놀고 싶어 몸이 근지러운 것만 같다. 











필시 물에 들어가려할 것같아 장화를 신겨 나오길 잘했다. 
얼음이 살짝 언 물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 연수는 돌도 주워오고, 깨진 얼음조각도 엄마에게 주워다주며 신나게 놀았다.  
새단지를 청소하느라 분주하신 경비아저씨들과 오가는 어른들이 우리를 보고 웃기도 하고, 춥다며 얼른 들어가라고 일러주기도 하셨다.
혹시나 연수 또래의 아이들과 엄마가 나와노는가 싶어 흘깃거려봤지만 아직은 추워그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엄마, 얼음이야, 얼음~!! 엄마도 물에 들어와!"
요즘 뭐든지 제가 하는 것은 엄마아빠도 다 같이 하면서 놀기를 바라는 연수는 내게도 물에 들어오라고 성화였다.
장화를 안신어서 못 들어간다했더니 '엄마 장환 어딨어?'하고 묻는다.
없다고 했더니 다음에 마트에 가서 엄마도 장화를 사란다. 연수꺼랑 똑같은 별무늬 장화로 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 하고 웃었다. ^^ 
어느새 이렇게 컸나.. 내 어린 아기. 조잘조잘 말도 잘한다.
덕분에 조만간 커플장화를 맞춰 신고 동네 개울에서 첨벙거리게 생겼다. 평화가 태어나기 전에 그럴 날이 있어얄텐데..











연수가 주워준 얼음조각과 돌들.
나중에는 이 큰 돌에 자리가 모자라서 이쪽 저쪽 큰돌마다 작은 돌들을 하나씩 올려가며 놀았다.
하루에 한벌씩 장갑을 흠뻑 적셔가며 들어오긴 했지만 워낙 물놀이 좋아하는 아이이고 조약돌과 얼음은 여지껏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잠깐씩이라도 맘껏 놀게 해주었다.
큰 돌위에 앉아 등허리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아이가 가져오는 것들을 '참 이쁘네'하며 바라보고, 
같이 서서 조약돌 던지기도 하면서 실은 나도 참 좋았다. 징검다리.. 새로 사귄 좋은 친구처럼 든든하고 고맙다.  











징검다리를 지나서 작은 길을 건너가면 우리가 '벌레 놀이터'라 이름붙인 작은 놀이터가 나온다.
큰 애벌레 의자가 있고, 작은 애벌레 모양 놀이기구들도 있어서 그리 부른다.
날로 몸이 무거워져서 제 힘을 다 받아주지 못하는 엄마랑 같이 지내다보니  
놀이터에만 나오면 못 다 쓰는 힘을 다 쓰겠다는 듯 뛰고 매달리고 기어오르기 바쁘다.











새로 만든 놀이터라 신기한 기구도 많았다.
처음 이 놀이터에 왔을때 '두레박'이 설치돼 있는 걸보고 나는 속으로 '대박이다!'를 외쳤다.
연수와 재미있게 본 그림책중에 <풍덩!>이라고 늑대와 돼지와 토끼들이 차례로 깊은 우물에 빠졌다가 두레박을 타고 올라오는 얘기가 있는데 아무리 그림책으로 읽어도 연수에게는 두레박의 원리(?)라는게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았을 터였다.

놀이터에서 직접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내리며 연수와 나는
"돼지가 올라가요~ 늑대가 내려가요!", "성공이예요! 토끼가 올라가요~" 하고 그림책 대사들을 읊어가며 신나게 놀았다. 
어린 시절에 내가 집에서 쓰고 보며 익혔던 우물이나 두레박이나 펌프같은 것들을 이제는 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 아이가
이렇게 놀이터에서라도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참 반가웠다. (우물이나 펌프도 있으면 좋을텐데.. ㅎㅎ)











끝까지 올라간 두레박. 됐어요, 성공이예요~! ^^











어느새 만 33개월을 꽉채운 개구장이 연수는 미끄럼틀도 얌전히 타는 법이 없다.
엎드려서도 타고, 누워서도 탄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신기한 포즈들도 다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 모험심이 부럽다.
이제는 겁이 많아져서 제일로 안전한 자세로만 삶의 징검다리들을 조심조심 건너려하는 엄마와 달리
새로 시작하는 연수는 다리에 멍이 좀 들고, 손가락 어디쯤을 살짝 다칠지언정 조금이라도 신기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 해보려고 열심이다. 
그래... 너에게는 그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겠구나. 어쩌면 엄마에게도. 
 

어느새 새 아파트에서도 '징검다리 - 벌레놀이터 - 배놀이터'로 이어지는 연수의 바깥놀이 코스가 만들어졌다.
예전 집 놀이터에서는 못 보던 기구들이 많아 아직은 심심한줄 모르고 잘 논다.
엄마도 새로운 놀이터들이 좋지만, 예전 아파트는 두 놀이터가 모두 모래놀이터여서  
여름이면 모래놀이장난감들을 가지고 나와 모래를 담고 두드리며 한참씩 놀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아직 모래놀이터를 못 찾아 아쉽다. 
이제 날이 좀더 따뜻해지면 연수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길건너 주택가 놀이터에도 가보고, 
동산이랑 근처 들판으로도 나가서 흙냄새, 풀냄새를 더 많이 맡고 다녀야지..

오늘 나가보니 바람이 여전히 차긴해도 언뜻언뜻 봄기운이 실려오는 것도 같았다. 
따순 봄이 어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