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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1 결혼에 대하여
2008. 3.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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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의 신발 옆에 제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놓고 사진을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고, 얼마나 고단하냐고..
새로운 내일이 찾아올 때까지 포근하게 서로 다독여주며 이 밤도 오손도손 잘 쉬어주자고...
신발들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많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결혼.. 참 좋은 것 같아요. ^^
서로 아껴주고 마음껏 안아주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참 고맙고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음안에, 그리고 실제 삶에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의 자리를 마련하게 되면
그만큼 스스로 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 내가 이럴 수도 있네?'하고 자신에게도 놀라게되는 날들.

며칠전에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 한번 올려두고 싶었던 시가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구절에 박수를 보냅니다. ^^;
참, 이 봄- 결혼을 결심하거나 또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을 보리밥에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