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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들2012. 8. 30. 22:59





지난 주말, 갯벌에 다녀왔다.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아빠가 회원으로있는 청년회의 가족수련회가 강화도에서 있었는데 동막해수욕장에서 만나 갯벌놀이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숙소로 가는 일정이었다.


연수는 주말 일정을 듣고난 뒤부터 내내 갯벌가는 날을 기다렸다.

바다생물에 대한 책들을 아주 좋아해서 예전부터 많이 읽었었는데 

얼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갯벌'이라는 도감도 사서 열심히 읽고 있던 터였다.

책에 나온 게, 고둥, 조개들을 저도 잡겠다며 어찌나 설레하던지 

연호가 감기기운이 있어 가는 날까지도 괜찮을까... 망설이던 엄마아빠는 결국 짐을 꾸려 강화도로 향했다.









강화도에 도착하니 다행히 오락가락하던 비가 멈추고 파란 하늘이 나왔다.

뻘에 처음 들어가본 연수는 보드라운듯 하면서도 거친 진흙의 느낌이 생소한지 한동안 밟고 또 밟아보았다.

연수가 아주 어렸을 때 전남 영광갯벌에 가본 적도 있고 세살 무렵엔 순천만에 들러 짱뚱어 구경을 한 적도 있지만 

직접 갯벌에 들어가 걸어본 것은 아니었고 또 너무 어릴 때 일이라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니 이 날이 연수 인생에 첫 갯벌체험!











워낙에 흙과 물과 친한 연수인지라 갯벌에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의 첫경험이 엄마아빠에게도 첫경험일 때가 있다.

갯벌이 바로 곁에 있는 고장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엄마아빠도 언제 이런 뻘밭에 발을 담그고 오랜 시간 있어봤겠는가.

대학시절에 강화도로 엠티온 기억은 여러번 있지만 뻘에서 놀았던 기억은 없는 엄마도 이 날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풍경이 참 좋았다.

넓디 넓은 갯벌, 어디를 봐도 하늘과 구릉구릉한 먼 산과 뻘 밖에 없는 막막하고도 고운 풍경.

그래서 여기 이름이 동'막'인가 생각할만큼 그 넓고 아득한 뻘밭 풍경이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이 날 사진은 모두 우리집 김작가님이 핸드폰으로 찍은 것이다. 좋은 풍경 남겨주셔서 감사감사~!^^)










연수는 신기하게 한군데만 제 허리까지 뻘이 쑥 빠지는 구덩이를 발견하고는 신이 나서 거기 철푸덕 주저앉아 한참 놀았다.

연호는 형아있는 곳에 저도 가고싶다고 낑낑거리다가 막상 데려가서 내려놓으면 처음 느껴보는 진흙의 감촉이 낯선지 

다시 얼른 안으라고 팔을 뻗곤해서 뻘밭에서는 놀지 못했다.

대신 모래사장과 그 가까운 모래갯벌에서 다른 형아누나들이 파놓은 물웅덩이를 오고가며 잘 놀았다.

두살배기에게는 여기가 훨씬 좋다. ^^ 

연호가 형아처럼 다섯살이 되면 어떨까? 그떈 우리 일행에 '뻘괴물'(연수는 이날 '엄마, 나 뻘괴물같지?!!'하며 놀았다. 정확하다, 아들아~ㅎㅎ)이 두 명이 될까.. 아님, 여덟살 형님은 조금더 우아하게 노실까? 궁금하다. ^^

 










모래사장 가까운 얕은 뻘에서 발견한 밤게!

요녀석이 밤게인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세밀화도감을 수차례 읽고 내용도 제법 기억하고계신 김연수 선생님 말씀으로는 

'잘 물지도 않고 건들면 죽은 척하는 것을 봐서 밤게가 틀림없다!' 고 확신하셔서 게라면 다 그 놈이 그 놈같은 엄마는 그런가부다~~ 했다. ㅎㅎ










아이고~~ 우리 꼬맹이, 겁도 없다...!!! ^^

15개월 연호는 평소에도 놀이터에서 꼼지락거리는 곤충들을 모두 손으로 잡아보고 싶어하는 겁없는 녀석인데 

이 날도 어김없이 꼬물거리는 밤게를 한참동안 잡고 쳐다보며 무척 신기해했다.

연수는 저 녀석을 요리해먹자고 했으나(아들들아, 이러지 마라~~ㅜㅜ) 한참동안 잘 구경한 뒤에 다시 갯벌에 놓아주었다.

오늘 어쩌다 우리 눈에 띄어 고생 많이한 밤게야, 정말정말 고마웠다. 부디 탈없이 오래오래 잘 살아라...


이 날 연수는 모래밭에 앉아 손톱만큼 작은 조개들도 많이 찾아내고, 

뻘밭에서 꼼질거리는 짱뚱어들도 여러 마리 보고, 갯지렁이와 콩게도 만났다. 

큰구슬우렁이와 쏙을 한마리씩 잡고, 민챙이들도 여러마리 잡아서 모두 연수의 모래놀이 양동이에 담아두었는데 

굼실굼실 움직여서 양동이에서 탈출한 놈도 있고, 떠날 떄까지 남아있던 녀석들은 갯벌에 다 돌려보내주었다.  


연수가 소원한데로 제가 잡은 조개로 조개구이를 해먹지는 못했지만 

대신 포장마차에서 파는 삶은 고동을 천원주고 종이컵으로 한가득 사서 함께 먹으며 동막을 떠났다.

조그맣고 길쭉한 고동끝을 입에 대고 쪽 빨면 짭짤근근한 고동살과 물이 혀끝을 살짝 적신다.

연수는 고동 한 컵에 대만족이었다. 

이런 작고 행복한 경험들이 고단함을 무릅쓰고 낯선 곳으로 떠나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갯벌 - 10점
유현미 지음, 김준영 그림/호박꽃





이 책이 참 고마웠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오래된 말을 떠올리며

나도 이번에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갯가 생물들을 보며 그 이름을 짐작해 불러보고 '정말로 여기 살고 있었네!'하고 반가워하고 경탄하는 동안

그 꼬물거리는 작은 생물들이 참 고맙고 그 존재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연수가 관심갖고 열심히 알려고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존재들이고, 이만큼 반가웁지도 경이롭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따뜻하게 북돋워주고 채워주는 책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이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는 여러 자연생물들을 다룬 세밀화 도감들인데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가까이 곁에 두고 많이 도움받을 것 같다.










연수는 여행을 다녀와서 갯벌에 또 놀러가고 싶다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한동안 얘기했다.

자기가 잡았던 밤게와 큰구슬우렁이와 그 외 여러 갯벌동물들에 대해서 이러쿵 저렁쿵 여러 얘기를 해주었는데 

거진 책에서 본 것들이라 어찌 다 기억할꼬.. 같이 봤는데(분명히 내가 읽어준 것인데!) 어째서 나는 기억이 없고 얘는 기억할까... 신기해하면서도 엄마는 갯벌 빨래 많다고 궁시렁거리느라 또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고 말았다.


연호도 다행히 감기가 심해지지는 않고 그럭저럭 나아가고 있다. 

환절기 계절변화에 적응하느라 어린 몸이 애쓰고 있는게 눈이 보여 안쓰럽다. 

그래도 밥 잘 먹고 씩씩하게 잘 노니 얼마나 고마운가..

아이들이 건강해서 가을에도 또 어디 아름다운 곳으로, 고운 생명들을 만나러 훌훌 떠날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무튼, 이번 갯벌여행에서 엄마가 얻은 것은.... 

책에 써있는 것을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가부다... 하고만 생각했던 '갯벌은 살아있다!'는 문구가 '진짜 그렇구나!'하는 깨달음. 

진짜로 무수한 생명들이 검고 축축하고 보드라운 저 물땅속에 살아서 바다를 건강하게 지켜주고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을 그 작은 몸으로 굳세게 떠받치고 살고 있었다. 

고마워요, 갯벌. 많은 생명들.

이 척박하고 어려운 시대에도 살아있어줘서.. 우리들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 덧. 문득 생각나서 연수 어릴때 다녀왔던 '전남영광 여행(똑순이, 남도를 만나다)'과 '순천만 여행(선암사 해우소 가는 길)' 포스팅을 다시 찾아 읽어보다가

한가지 정정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연수가 머리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어린시절에 만져보았던 고운 흙의 감촉, 갈대밭에 불던 바람, 빗방울의 느낌 같은 것은 몸에,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연수가 자라는 동안 흙을 좋아하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 개의치않고 뻘로 뛰어들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알고싶어하고, 낯설고 새로운 감촉들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밑바탕같은 것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연수야, 잘 다녀왔다구~ 어린 시절에 너와 함께 했던 여행들이 모두 알게모르게 지금의 우리를 든든하게 감싸주고 있는 것 같다구.. 얘기하고 싶었어.  

앞으로 연호랑, 바다랑 다같이 또 많이 가자~!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