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한살림.농업2011. 5. 18. 22:54









4월에 첫번째 마을모임을 성황리(^^!)에 마쳤던 강일동 햇살모임의 5월 모임이 12일에 있었다.
역시나 우리집에서 걸어서 갈 수있는 가까운 단지의 조합원님댁으로 부지런히 고고씽~~! ^^

도착하니.. 와~~~! 이렇게 멋진 다과상이 마을모임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입이 함지박만해진 연수와 엄마, 인사를 마치자마자 포크부터 잡고 본다.









보리카스테라와 참외는 동부지부에서 지원하셨고, 지난달 모임후 신규조합원으로 가입하신 집주인 조순숙님께서 수박과 함께 멋진 '쌀케잌'을 준비해놓으셔서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한살림 멥쌀가루(유기농멥쌀 100%, 건식, 500g에 가격은 3300원이다)와 우유 180ml를 섞고, 거기에 집에 있는 각종 호두와 팥앙금, 해바라기씨 등의 견과류를 넣어 뚜껑있는 압력 후라이팬에서 '그냥' 굽기만 했다는 쌀케잌은 정말 쫀득쫀득하고 달콤하고 맛있었다.










와와~~!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고, 다음 모임에서는 이거 만드는 법을 배우자는 얘기부터, 이렇게 멋지게 다과상을 차리면 다음 모임하는 집에서는 부담스러워서 어쩌냐~ 하는 웃음섞인 찬사가 쏟아졌다.
무튼 조순숙님 브라보~다. 아이들 간식으로, 손님상 특식으로 참 멋졌다. ^^  

한살림 멥쌀가루가 궁금해서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에서 찾아보니 이용후기란에 쌀가루로 증편, 백설기 등을 만드는 방법도 조합원들끼리 서로 묻고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아줌마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집에서 떡만드는 아줌마'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아..... 나는 언제쯤........--;;; 











10여명의 조합원분들이 차례차례 모이고, 반가운 인사와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다.
동부지부 활동가인 황선화님이 준비해오신 안건지를 함께 읽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들 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았다. 
문득.. 엄마들이 이렇게 모여 뭔가 같이 나눠먹고, 얘기도 나누고, 글도 함께 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궁금해졌다. 
글읽는 엄마 모습, 회의(?)하는 엄마 모습.. 함께 웃는 이웃 아줌마들의 환한 얼굴. 
햇살모임이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는, 그래서 엄마의 낮시간 모임에 늘 함께 따라다니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그럴거라는 생각에 새삼 이 시간과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연수와 현준이는 똑같은 네살, 개월수도 거의 비슷한 친구다.
지난번 마을모임에서 처음 만났을때는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낯설어했는데 이번에는 둘 다 조금더 편안하게 지냈다.
아이들에게는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낯선 친구들에게는 예민하다못해 공격적이 되기도 하는 연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특히 많이 한다.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자면 안정적인 이웃들과의 교류, 안심할 수있는 마을공동체 같은 것이 참 절실하고 중요하다는걸 점점 절감하게 된다. 











어른들은 단 한번 만났을 뿐인데도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반갑냐며 오랜 친구들처럼 재미있는 얘기들을 깔깔거리며 나누고 활짝활짝 웃었다.
엄마들이 웃는걸 보면 나는 왜이리 좋은지..^^











아는 큰 언니, 작은 언니들 같은 마을모임 조합원들.

동부지부의 많은 분과모임과 소모임 소식들, 마을별 햇살모임 소식, 그리고 5월의 한살림 이용촉진물품인 참외와 오미자쥬스 이야기까지 들은 다음, 이번달에 나누는 이야기로 '에코 밥상을 실천하려면 이것부터 바꿔라'라는 주제의 제법 긴 글을 함께 돌아가며 읽었다.
한살림 마을모임을 하며 새삼 느끼는 것인데, '안건지'라는 것이 참 별것 아닌것 같아도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학습&교양자료가 되는 것 같다. A4 2쪽 분량의 긴 글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어지간한 세미나에서 발제문을 읽고 토론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살림 마을모임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조합원 개개인은 물론 한살림 전체의 질적인 성장에도 참 큰 영향을 미치겠구나... 싶고, 새삼 풀뿌리조직 차원에서의 편안하지만 깊이있는 토론, 공통의 지향이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의 중요함 같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서울 조합원만 14만, 전국적으로는 30만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있는 큰조직인 한살림의 조직내 민주주의와 건강한 생협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두고 여러가지 우려와 권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호 녹색평론에서 읽었었는데
마을모임을 보면서 새삼 우리안에 있는 가능성과 희망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마을모임은 편안하고 살갑고 부담없고 정겨운.. 그 여린 새싹같은 느낌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이야기거리를 얼추 마친 다음 오늘 함께 해보자고 했던 '썬스프레이 만들기'를 진행했다.






(사진순서는 1-2-3
                 4-5-6 입니다)







한살림  썬스프레이에는(썬크림도 마찬가지지만) 인공계면활성제, 인공향, 인공색소, 인공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는 물질은 이름은 좀 어렵지만, 가지수로 보면 참 몇가지 안되는 단순한 구성이다.

+ 들어가는 것들
수상층: 알로에워터100. 정제수50
유상층: 호호바1.5, 블랙쎄써미1.5, 썬업솔버1.5,유화왁스2
첨가물질 1: 글리세린1, 히아루론산1, 이산화티탄리퀴드3(자외선 차단효과 SPF25~30), 나트로딕스0.5
첨가물질 2: 에센셜오일 라벤더 4방울

++ 만드는 방법

1. 수상층을 먼저 계량해서 핫플레이트에 올려둔다. (50~60도)
2. 유상층을 차례대로 계량해 핫플레이트에 올리고(50~60도), 유화제가 반쯤 녹으면 잔열에 녹을 수 있도록 내려둔다.(너무 고온으로 올라가면 안됨)
3, 수상층을 유상층에 부어 핸드블렌더로 믹스한다.(미지근한 상태까지)
4. 나머지 첨가물을 다 넣은 다음 핸드블렌더로 다시 잠깐 돌려주고, 아로마를 넣고 주걱으로 잘 믹스해준다.(수작업을 오래 할 수록 더 좋아요)



오늘 모임에서 만드는 법을 보여주기위해 지부사무실에서 두번이나 미리 연습을 해보셨다는 황선화 활동가님.
차분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몇번 안뵈었지만 참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을 전해주는 활동가신데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시기도 하다. 알고보니 작년에 가족들은 두고 혼자 6개월간 중남미 베낭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한 멋진 분이었다! 
언니, 저도 중남미 가고싶은데요~~!! 다음에는 남미여행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겠다. ^*^












다 만들어진 썬스프레이를 뿌려보니 산뜻하고 시원한 느낌! 향기도 은은하고 참 좋다.
외출준비 다하고 나서서 '아, 썬크림!'하고 뒤늦게 바르느라 바쁠때가 많은데 가방에서 꺼내 아이 얼굴에 쒸익~ 뿌려주면 좋겠다. 잘 흔들어서 뿌려주면 손으로 살짝만 두드려주면 될만큼 얇고 고르게 뿌려진다.
 
지금 찾아보니 '썬프레이'는 아직 한살림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썬크림으로 만족해야할 듯 하고, 썬스프레이는 아마도 마을모임 차원에서 이렇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니 곧 출시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요즘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중에 아토피없는 아이들 찾기가 어렵다는 말도 있고,
어른들도 한가지쯤 피부알레르기나 트러블 없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이날 모인 조합원분들 중에도 햇빛을 많이 받으면 살이 금세 부풀고 가려워진다는 분부터
아토피로 오래 고생했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햇볕을 많이 쬐니 오히려 아토피가 한결 덜해져서 썬크림만 바르고 얼굴과 몸에는 최대한 햇볕을 많이 쬐어주려고 한다는 분도 계셨다.











썬스프레이가 만들어지는 동안 황선화님이 미리 만들어오신 썬스프레이를 발라보며 조합원들이 직접 평가해보기도 했다.
감촉과 향기가 좋아 마음에 든다는 의견이 많았고, 피부가 예민하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이상반응이 없어 안심하고 쓸 수 있겠다는 자체진단이 그 자리에서 바로 내려지기도 했다. ㅎㅎ










사실 새댁도 처녀적에 심한 여드름으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몸을 산성에서 알칼리성으로 바꾸기위해 토마토랑 삶은 감자링 물만 먹는 부분단식도 해보고, 
피부과에서 독한 약품을 잔뜩 쓰고 먹으며 여드름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대의 끝무렵이었던 그 시절, 한창 여드름이 심할때는 지하철을 타기가 겁날 정도였다. 
전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 얼굴을 한번씩 더 쳐다보는 것, 특히 아주머니들의 딱해하는 눈빛, 혹시 '어쩌다 그렇게 심해졌냐?'하고 물어보기라도 할까봐 사람들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제일로 극심하던 시절은 결국 독한 피부과 약(복용후 6개월정도는 임신도 하면 안되는)을 쓰면서 지나갔지만
좀 덜해진 뒤에도 화장품을 고를 때나 음식을 먹을 때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화장품 냄새가 강한 제품을 쓰면 얼굴이 전체적으로 빨갛게 변했고,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 바로 여드름이 뾰족하게 돋아올랐다. 
결혼하면서부터 먹거리와 함께 세안제와 스킨로션도 생협 제품을 쓰고있는데 다행히 여드름이 처녀적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웃분들 덕분에 새롭게 배우고 알게되는 것이 참 많다.
이번에 썬스프레이를 만들면서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시중 유아동 로션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방부제 같은 것들이 아이들의 피부건강뿐만 아니라 호르몬 계통에도 영향을 미쳐서 '성조숙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발라줄 로션과 썬크림 같은 제품도 참 신중하게 골라야겠다.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재료로 만든 로션제품들을 찾아쓰거나.. 그마저도 적게 써야겠다 싶었다.

한살림의 비누들이나 로션 제품들을 특히 안심하고 쓸 수있는 것은
그것들이 물에서 잘 분해되어 물과 땅을 오염시키지 않는만큼 사람의 몸도 덜 오염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해로운 것은 사람에게도 해로울 것이다. 사람도 자연이니까... 
아무리 향기가 좋고, 머리결을 부드럽게 해주고, 얼굴을 반짝거리게 해준다한들 그것이 몸속을, 그리고 물과 땅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면 멀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살려주는 길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동안 문득  이 험한 시절에 자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생협과...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서로 알려주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이웃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누고 돌아오는 길, 연수는 새로운 놀이터에서 한참을 잘 놀았다.
이제 한살림 햇살모임에 가면 어떤 일들이 있을 것인지 연수도 제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형아누나들의 재미있는 장난감과 책도 많이 읽고, 그리고 새로운 동네 놀이터에서 놀 수도 있다. 
연수도 '햇살모임'을 좋아할 것 같다. ^^

어른들도 너무 좋아서 5월에는 한번 더 모이기로 했다.
해보고 싶은 것, 같이 가보고싶은 곳이 많아서이다.
5월 24일에는 이소무라님 댁에서 '김치 담그기'를 해보기로 했고, 6월 초에는 동부지부의 환경분과 분들과 함께 텃밭에 놀러가기로 했다. 와~ 바쁘고도 즐겁다! ^^

새댁은 예정일이 6월 10일인 관계로 잘하면 둘 다 갈 수도 있고, 잘하면 또 둘다 못갈 수도 있다. ㅎㅎ  
평화가 일찍 태어나면... 다음달 햇살모임은 못가겠지만 그만큼 햇살모임에 다시 나가는 날도 빨라지는 거겠지...하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햇살모임은 바로 우리 동네에서, 언제나 햇살같은 온기를 담고 따뜻하게 열리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4. 20. 23:56










'햇살모임'에 가려고 나선 아침, 봄햇살이 눈부셨다.
모임이 열리는 우리 동네 조합원님댁은 다행히 우리집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큰 아파트단지안에 있었다.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우리 모자에게는 조금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약속에 늦지않기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봄이 완연했다. 개나리, 민들레, 나무마다 새로 돋은 연녹색 잎들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길.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마음이 설렜다.

사실 '블로그 활동단'이 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번에도 동네 모임에 참석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주로 어린 연수를 데리고 낯선 곳에 갈 엄두가 안난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틀이나마 '모임'이라는 이름을 걸고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왕 마음먹고 3개월 동안 블로그에 한살림을 소개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으니
한살림의 가장 기초적인 소비자조합원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동별 '햇살 모임'을 나부터 한번 가보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전날까지도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다잡고 연수에게 "연수야, 우리 내일 딸기젤리 만들러갈까?" 물었더니 연수는 물론 좋다고 했다.











처음 가보는 생협 모임이라 긴장되기도 했던 마음이 봄길을 걸으며 반쯤 풀어졌다면
나머지 반은 모임 장소였던 이원순님댁에 들어서는 순간 스르륵 풀어졌다.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원순님 댁에서 연수는 누나들의 아기자기한 장난감에 푹 빠져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하며 어디 아는 집에라도 놀러온 것처럼 편하게 놀았다.
덕분에 나도 연수를 슬슬 따라다니기도 하고, 한분 두분 모이기 시작한 우리 동네 조합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동별로 진행되는 햇살모임은 매달 1회, 한가지씩 주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배워보기도 하고 조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다. 이 날의 주제는 '딸기젤리 만들기'.
내가 사는 강일동에서는 오늘이 첫모임이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새롭게 모임을 꾸릴 수 있을만큼 조합원 수가 많아진 것인지, 뭔가 풋풋하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편안한 동네모임으로 10여명의 조합원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9개월된 다희, 연수 또래의 아이가 둘, 그리고 서른넷(내가 막내였다^^:;)부터 쉰셋까지 다양한 연령의 엄마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한살림이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여러 세대의 엄마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 소개를 하는데, 참석자중 두 분이 일본인이셨다.(한살림은 국제적 조합..? 인 것은 아니고..^^; 아직 외국인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어서 두 분 다 남편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하셨다.) 
아니, 진짜로 놀라운 것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이 분들의 국적이 아니라 두 분이 각각 아이 넷과 아이 다섯을 키우고있는 어머니였다는 것이다. 와!! 진짜 대단한 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다니~~!!! ^^

아이가 넷, 다섯이니 큰아이는 대학생 막내는 유치원생인 댁도 있었고,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초중고에 골고루 자녀를 둔 댁도 있었다. 이 분들의 아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뭉클하기도 했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키우더라..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아이들의 성장이란 것은 정말 놀라워서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 할 수있게되고, 내일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있게 되기 때문에 큰 아이들이 자란 뒤에는 모든 것이 훨씬 수월했다.'는 말씀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 곧잘 투닥거리고 늘 소란스러운 대가족의 엄마로서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참 많으셨겠지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받고, 또 보람과 행복도 느끼고 계신 듯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두 분은 출산이 멀지 않은 내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다.

이 두 분께 일본에 계신 친정가족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힘들지 않으신지 물었더니 두 분 다 고향이 오사카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많이 놀라고, 많이 걱정되셨겠다고.. 함께 모인 엄마들이 모두 안부를 묻고 걱정하니 그 모습도 따뜻하고 좋았다. 
 










이 날 모임은 강동구와 송파구, 하남시를 아우르는 한살림서울 '동부지구'의 활동가인 황선화 님이 진행하셨다.
조합원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꼼꼼하게 적혀있는 A4종이 7쪽짜리의 모임 안건지를 받아드니 '아고.. 이런 안건지를 받아보는게 얼마만인가' 싶어 웃음이 났다. 애기낳고 살림하는 지난 3년 동안 참 A4종이 볼 일이 없었고나..^^; 

안건지의 첫머리에는 시가 있었다. 


꽃이 핀다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서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 박범신의 <산다는 것은> 중에서 - 


 
제 목숨을 바쳐서 피워내는 꽃.
그리고 꽃이라는 결과물보다 소중한, 꽃을 피우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
아이라는 꽃을, 그 꽃이 제힘으로 단단한 땅에 뿌리내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엄마의 삶을 사는 요즘이라 시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시가 써있는 안건지가 좋다. 
대학시절에 단과대 운영위원회 안건지 첫머리에 늘 시를 한편씩 써놓던 선배 생각도 났다.
 










한살림 동부지구 소식과 여러 분과모임 안내, '수입 밀가루 끊고 살아보기' 등 모임 순서지에 적힌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눈 뒤에 
오늘 모임에서 배우기로 한 '딸기젤리 만들기'를 하러 부엌으로 갔다. 
동부지구 차원에서 동네모임인 햇살모임을 지원하기 위해 딸기젤리 재료 일체와 간식거리(우리밀 롤케잌, 각종 한과 등)를 푸짐하게 보내주셔서 먹성좋은 연수와 엄마는 맛있는 한살림 간식들을 신나게 먹었다. ^0^ 
엄마들이 젤리 만드는걸 배우는 동안 아이들은 제가끔 잘 놀았다. 가끔 투닥거리기도 해서(주로 연수가 친구와 동생을 향해 제 '힘'을 과시하려했다ㅠㅠ) 긴장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소란없이 모임은 잘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니 엄마 따라와 제법 긴 시간을 잘 견디고 놀아준 애기들도 참 애썼다. 고맙다. ^^   



** 자, 그럼 한살림표 딸기 젤리(실제로는 푸딩같음) 만드는 법을 보실까요~^^





사진순서는 1 - 2 - 3

                6 - 5 - 4    입니다.





재료: 딸기 500g, 물 2컵, 설탕 2T, 한천가루 1t

1. 딸기를 잘라 물 2컵을 붇고 센불에서 끓여 부글부글 끌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딸기가 하얗게 물이 빠질 때까지 끓인다.
2. 익은 딸기를 체에 받혀 거른다.
3. 체에 거른 건더기는 버리고, 남은 딸기물에 설탕 2T를 넣고 녹인 후, 한천가루 1t를 솔솔 뿌려 잘 섞어준다. (유기농설탕은 당도가 좀 약해서 3숟갈 정도 넣기도 해요)
4. 다 섞은후 살짝 끓여주었다가 미리 준비해둔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담는다.
5. 잠시 식힌후 잘라놓은 딸기로 예쁘게 장식도 해주고...
6. 냉장실에서 2~3시간 더 식히면 부드러운 한살림 딸리젤리 완성! ^^













오늘 만든 것은 냉장실에 넣어두고 황선화님이 미리 만들어오신 딸기젤리와 귤젤리를 함께 먹어보았다.
음~~ 집에서 주문해먹던 '한살림 과일푸딩', 딱 그 맛이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과일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있는 푸딩...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
한천가루는 시중에서 구입해야 한다. 집에 갖춰두고 만들어놓으면 손님상 디저트나 아이에게 주는 깜짝간식으로 정말 훌륭할 것 같다.












엄마가 사진찍느라 바쁜 사이, 연수는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께서 떠주시는 젤리를 듬뿍듬뿍 받아먹으며
'어때? 맛있어?' 하는 물음에 연신 '맛있어요!!'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햇살모임.. 좋지, 연수야? ^^;;













이후에는 지부와 한살림에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와~ 이 시간의 열기가 정말 뜨거웠다.
평소 사용하던 한살림 물품에 대한 건의사항이 다양하게 쏟아져나왔고, 누군가 어떤 물품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기저기서 '정말 그래~!', '그래, 그렇게 바뀌면 참 좋겠다'하는 진지한 공감이 터져나왔다. 
누구 하나 '너무 예민한거 아냐~'하며 핀잔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럴땐 이렇게 해보면 좋더라'라는 유용하고 실속있는 노하우들도 속속 공개되었다. (역시... 아줌마선배님들의 생활의 지혜는 정말 대단하다. 초보새댁은 한쪽에서 연수 책읽어주며, 이 아까운 이야기들을 최대한 놓치지않고 들어보려고 나름 무진 애를 썼으나.. 그래도 많이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한살림 보습크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살림 비누와 샴푸를 거쳐 두피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머리카락이 덜 빠지게 하는 머리감기법까지.. 거침없이 흘러갔다. 
한살림 매장에 가서 보고 느꼈던 것,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했고, 그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조합원끼리 함께 카풀해서 매장에 다녀오자는 약속도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혼자 매장가서 무겁게 장봐오기가 쉽지 않았던 애기엄마들로서는 참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웃이 있어서 참 좋다.
한살림을 함께 하는 이웃들이어서 더 고맙다. 

한살림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원하고, 생명을 살리는 밥상을 차리고, 지구를 살리는 생활물품들을 사용하려 애쓰는 여러 엄마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행복하다. 












이 날 모임에는 조합원인 이웃엄마를 통해 한살림 물품은 진즉부터 사용해왔으나 아직 조합원은 아니었던 분도 한분 오셨다.
다음달 모임장소를 의논하던 이 분들, 곧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그 분 댁으로 모임장소도 전격 잡아버리신다.
우와... 한살림, 무서운 조직이다. ㅎㅎㅎ

그러나 4월은 조합원 맞이의 달.
이 달에 가입하고 5월 13일까지 물품을 이용하시는 신입조합원께는 특별가입선물(쌀라면.감자라면 각2봉씩)과
올해의 가입선물 '주방용 물비누'(보충용 600ml)도 함께 드린다 하니... 관심은 있으나 망설이셨던 분들이라면 4월이 가기전에..! ^^


+


돌아오는 길, 한낮의 햇살이 따끈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배부르고 졸렸던 연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내가 더불어 살게된 새로운 동네, 새로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아직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제는 이 분들과 함께 오다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한달에 한번쯤은 모임에서도 만나고 그러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이 동네에서 캠페인도 하고, 아이들 유치원, 학교 이야기도 하고...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한살림 전체를 놓고 보면 소비자조합원들의 동네 모임인 이 햇살모임은 여리고 푸른 새 잎쯤 될 것 같다. 
푸른 잎들이 숨을 잘 쉬고, 햇볕도 잘 받고 해야 줄기도 뿌리도 모두 튼튼해지는 것처럼 
햇살모임들이 싱싱하게, 건강하게 많이 살아있어야 한살림의 줄기인 활동가들, 뿌리인 생산자들 모두 더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겠지. 나무 전체가 신나게 쑥쑥 잘 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라는 작은 잎사귀 하나도 소중하고, 우리 햇살모임도 참 소중하구나... 싶었다. 

햇살모임이 오늘처럼 서로 그렇게 많이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가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었으면 좋겠다. 평화를 낳고 한동안은 또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얼마동안 떨어져있다해도 마음은 참 든든할 것 같은 동네모임, 한살림 햇살모임이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