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동 친환경 주말농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5.17 상추 수확과 새 식구 14
  2. 2011.04.23 밭이 생겼어요!! 12
신혼일기2011. 5. 17. 00:27









2주만에 다시 찾은 우리 텃밭.
멀리서부터 밭이 뭔가 달라져있다는걸 알 수있었다. 와... 이 기대감~!
연수야, 상추가 많이 자랐네~~! ^^










이모할머니께서 연수에게 상추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와. 저 탐스러운 상추들~!









연수가 처음으로 수확해본 상추. ^^
엄마아빠는 신혼초에, 그러니까 연수가 태어나던 그 봄에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스티로폴 상자텃밭을 마련해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심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연한 연두빛 상추잎들을 몇번 따서 쌈싸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게 엄마아빠의 첫 농작물 수확이라면 수확인데.. 연수의 첫 수확은 음. 때깔부터 아주 다른.. 정말 씩씩하고 풍성한 상추 수확이다.










이모할머니와 연수가 함께 씨를 뿌렸던 쑥갓도 어느새 싹이 돋아 예쁘게 자라있었다.
참 신기하다.. 고 작고 마른 씨앗들에서 이렇게 푸르고 싱싱한 잎들이 피어오르다니...
이모할머니 얼굴도 무척 즐거워보이신다.










ㅎㅎ
중요부위를 가려주지도 못하고.. 미안하다, 연수야. ^^;;;
그래도 네가 거름뿌린 그 땅에서 토마토랑 가지랑 고추랑... 모두모두 잘 자라줄거야. 

옛부터 오줌똥은 참 귀한 거름이라 오줌은 급하면 할수없이 남의 밭에도 싸지만 똥은 꼭 참았다가 자기 집 뒷간에 와서 싸라고 어른들이 이르셨다는데 앞으로 연수도 텃밭갈때는 미리 집에서 싸지말고 참았다 밭에 싸도록 일러야겠다. ㅎㅎ

 









60포기 상추의 첫 수확이 얼마나 푸짐했는지 커다란 마트비닐봉지 세 개가 가득 찼다.
일주일만 지나면 또 쑥 자라있을 것이라 해서 옆으로 벌어진 제법 큰 잎들은 거의 다 땄다.
따기전과 딴 후의 부피 차이가 저리도 크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작은 모종을 사다 심은 것 뿐인데, 나머지는 모두 하늘이 햇빛과 비를 주고 땅이 양분을 주었고
그리고 상추 제안의 힘으로 저렇게 자라주었다.
자연은 이렇게 거저 주다시피 고마운 식량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구나... 정말 고마워해야겠구나...
이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되겠고, 작은 수고라도 더하는데 정성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깊이 했다.











주말농장 수돗가 근처에 있는 이 나무는 열매를 보고서야 앵두나무인 것을 알았다.
처음 왔을때 하얗고 작은 꽃이 정말 많이 달려있었는데 오늘은 꽃진 자리마다 초록색 앵두 열매가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달려있던지... 
고향집 뒷동산에는 큰 앵두나무가 있어서 나는 자라는동안 해마다 그 열매 따먹는 즐거움이 참 컸다. 
연수에게는 앵두열매 따먹는 즐거움을 알려줄 길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제 주말농장에 오면 그 기쁨을 누리게해줄 수 있겠구나 싶어 무척 기뻤다.
6월이 오면 앵두가 익겠지.. 엄마는 평화보느라 혹시 못 오더라도 연수는 아빠와 함께 와서 상추도 따고, 앵두도 따서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에게 가져다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 










주말농장에서 연수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바로 이 공동농기구창고. 
연수에겐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이 곳에서 이런저런 연장들을 구경하고, 차례로 꺼내서 흙을 파헤쳐보는 일은 해도해도 질리지않는 연수의 놀이다.  











어른들이 새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느라 바쁜 동안 연수는 농기구창고앞에 쭈그리고 앉아 갈퀴질에 여념이 없었다.










저도 나름대로 무엇을 심고, 또 그걸 캐내는 일에 흠뻑 빠져있다.











토마토 모종에 노란 꽃이 피었다.
토마토꽃을 보니 성주에 계신 토마토새댁님 생각이 나서 얼른 사진 한장 찍었다.
언니~, 저도 토마토를 심었어요! ^^
겨우 모종 5개 심어놓고 '아~ 나도 인제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하고 으쓱거리는 철부지새댁. ^^
그래도 비료를 좀 써야되지 않을까... 넌지시 이야기하시는 이모님께 화학비료 안쓰고 잘 키워보자고, 제가 아는 분께 천연거름만드는 법을 배워오겠노라고 말씀드려 놓았기 때문에 얼른 토댁언냐 블로그에 가서 효소발효시켜 만드는 천연영양제(?) 비법을 배워와야한다. 언니, SOS~~!!!
  











주말이나 되야 다시 비가 온다기에 상추랑 여러 모종들에게 최대한 넉넉하게 물을 뿌려주고 왔다.
힘쓰는 일은 이모님과 신랑이 도맡아 해주시고... 새댁은 역시나 박수만 열심히 치면서 '모두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잘 자라다오~' 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나누며 '영성농법'만 실천하고 왔다. ^^;;;











돌아오는 길, 텃밭 옆에 있는 여러 농장의 비닐하우스들 중에는 저리 예쁜 들꽃들만 한가득 키우고 있는 곳도 있었다 
연수를 세워놓고, 이모할머니께서 'V'를 가르쳐주셨다.  
아이 웃음이 꽃만큼 환하다.











앗~!!! 그런데 이게 왠 일~~~!
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우리집 몫으로 꾸린 상추봉지 안에 들어와앉은 달팽이 한마리를 보았다.
"앗, 달팽이다!"
내 말을 듣고 쪼르르 달려온 연수는 달팽이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 어쩌지.. 제 살던 곳에 두고가야하나... 우리집에 데리고 갈까?
연수는 집에 데려가자고, 연수가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잘 보살피겠다고 하고.. 나도 연수에게 달팽이를 가까이서 보여주고싶은 마음에 갈등하면서도 그대로 데리고왔다. 











집에 와서 작은 유리그릇 안에 상추잎과 함께 넣어주고 물을 좀 뿌려주었다.
연수는 자주자주 달팽이집 안을 들여다보며 '엄마, 달팽이가 어디 갔지? 달팽이 왜 안 움직여?"하고 물으며 궁금해했다.
달팽이는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유리병에도 붙었다가, 상추잎 위에 올라가기도 하며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나는 저 녀석을 원래 살던 곳에 돌려보내야하지 않을까... 내내 갈등하면서도
연수가 달팽이가 집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얘기하며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살아있는 무언가에 마음쓰고, 보살펴주고싶어 하는 모습이 좋아서 못이기는척 그냥 두고 있다.
신랑도 퇴근해서는 달팽이집을 들여다보고 '연수야, 달팽이가 상추 먹었네! 상추잎에 구멍이 났어~'하고 불러서 둘이 또 들여다보고 얘기하는 모습도 반갑고 예쁘다.
새식구가 있다는 것, 생명이 하나 더 같이 산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뭉클하고 고마운 일이다.
달팽이에게는 갑자기 천지개벽해서 낯설고 답답한 곳에 끌려와있는 무서운 날들일까봐 미안하기 그지없는데 말이다. 
우선은 달팽이집에 흙을 좀 넣어주고.. 그리고 다음 주말에 텃밭갈때 다시 데려가서 풀어줘야지... 싶은데 연수와 잘 얘기를 해봐야겠다. 
 











어제 아침에 수확한 상추를 흙도 안 털어내고 봉지째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점심에는 결혼식에 다녀왔다.
블로그로 우리 텃밭 이야기도 늘 같이 해왔던 신랑의 친구들께 '우리 오늘 상추 수확했어요~ 우리집 가서 삼겹살구워먹어요!' 했더니 두 가족이 즐겁게 놀러와주었다.
연수친구 가원이네와 쭌이모네와 함께 뚝딱뚝딱 삼겹살에 그야말로 상추만 놓고 저녁밥을 먹었는데 갓 따온 상추는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다.
다른 반찬이 너무 없어 미안하였지만 상추만큼은 여섯명이 먹고도 반절쯤 남을만큼 푸짐했다.
먼길 흔쾌히 와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들, 모두 고마워요~!^^ (상추 많이 먹어준 것도 감사감사~ㅎㅎ)
 









상추 사진 좀 찍어달라했더니 육식을 사랑하는 연수아부지.. 고기에 초점을 맞춰버리셨네~^^;;

상추는 다음 주말에도(비가 많이 오면 어렵겠지만) 수확할 예정이다. 
다음주엔 토마토에 버팀목도 세워주고, 부추랑 쪽파랑 호박도 조금씩 심기로 했다. 
네 평 텃밭인데 심을 수 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지... 땅은 정말 보물창고.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다른건 없어도 갓딴 맛있는 상추쌈과 상추 겉절이 푸짐하게 차려서 밥 한그릇 같이 뚝딱 먹어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11. 4. 23. 00:30



2월 어느날, 회사에서 지급받아 쓰던 맥북을 반납하게된 신랑이 내 기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맥북을 사야겠어!"

잠시 생각한후 내가 대답했다.

"응. 그럼 나는 밭을 사줘."
 
2월 중순께 남편은 꿈에 그리던 '맥북 에어'를 품에 안았고,
행여 흠질세라 조심조심 열어서는 나를 위해 강일동 근처에 있는 주말농장을 검색해주었다.










3월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가 붙었다.
강일동 동사무소에서 주말농장을 분양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강가에 있는 '가래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의 텃밭이었다. 신청일 아침 8시부터 동사무소에서 선착순 140세대 분양.

평소 우리에게는 너무도 이른 시간인 7시 30분에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에 도착하니 7시 45분. 음~ 이정도면 양호하겠지~? ^^ 어디로 가면되나... 궁금해하면서 동사무소로 들어선 순간, 
와. 동사무소 안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북적북적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직원분을 찾아 주말농장 신청하러 왔다고 하니 신청서를 한장 준다. 
신청서 윗머리엔 빨간 볼펜으로 177번이라고 써있었다. 백..칠십...칠??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줄을 선 176명의 어른들이 이미 동사무소를 다녀가셨던 것이다. 
나는 '꼭 안된다는 생각은 마시라'는 담당직원분의 말을 들으며 예비자 37번으로 접수를 해놓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이제 우리 밭이 생겨?" 하고 묻는 연수에게 뭐라 대답도 못하고 쓰린 가슴만 부여잡은채....ㅜ.ㅜ

돌아와서 아직 출근중인 신랑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더니 신랑은 '허허'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사실 나같은 젊은 새댁보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텃밭이 훨씬 더 필요하다. 소일거리도 되고, 소소하게 살림에도 보탬이 되실 것이고.. 무엇보다 그분들이 나보다 채소들을 훨씬 정성껏 잘 키우시지 않겠나... 생각하니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그래그래, 잘 된 일이야.. 상황을 알았으니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신청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주말농장 일은 곧 잊혀졌다. 
다른 밭을 더 알아볼까도 싶었지만, 소망하던 맥북을 손에 넣은 뒤로는 나의 밭에 나날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신랑의 영향으로 나도 거의 '올해는 안되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아침,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앞서 신청한 분들 중 몇분이 포기하셔서 대기자인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만세~!!!!!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텃밭이 생겼다!!  ^------------------^ 
 










아빠와 연수가 토요일에 동사무소에 가서 4만원(텃밭 4평을 4월부터 11월까지 빌리는 비용)을 내고 자리추첨을 했다. 
우리 자리는 16번, 텃밭 입구에서 가까운 좋은 자리라고 했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 빌려짓는 것이지만 처음으로 생긴 내 밭,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잠실에 사시는 시이모님이 우리집으로 오셔서 함께 텃밭에 갔다. 
6월에 아이를 낳는 내가 기어코 올해 텃밭농사를 해보겠다고 나설 때는 마음 한구석 든든하게 믿는데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믿는 구석이 바로 시이모님이셨다.
잠실에서 오래 사신 시이모님은 송파구청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신청해 10년 가까이 텃밭농사를 지어오셨다. 
연수를 가졌을 때 나는 시이모님네 텃밭에 가서 그 자리에서 바로딴 싱싱한 상추에 구운 삼겹살을 싸먹으며 행복한 오후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작은 텃밭농사를 짓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이모님이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지어온 땅이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결정되면서 그 해를 마지막으로 이모님도 2년동안 텃밭농사를 짓지 못하고 계셨다. 새로운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가보셨는데 주변 땅이 너무 오염되어있고, 텃밭안에도 쓰레기가 많아 도저히 지을 엄두가 안나셨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심 나는 우리가 텃밭을 분양받게 되면 이모님께 도와달라고 부탁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모님은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청상외할머니의 둘째딸, 우리 시어머니의 바로 아래동생인 시이모님은 풍채만 뵈도 여장부의 기운의 느껴지는 분이다.
대학새내기 시절에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본 뒤로 나는 풍채좋은, 그러니까 키도 크고 몸집도 큰 여성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분들의 씩씩한 기운을 대하면 나도 기운이 나고 존경심도 든다. 
어릴 때부터 힘든 농사일과 집안일을 척척 거들어온 둘째이모님은 일솜씨와 살림솜씨가 모두 대단하시다. 가끔 명절이나 제사, 시댁 가족여행같은 큰일이 있으면 미리 장을 보고, 대식구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신다. 
이모부님과 함께 동대문상가에서 가죽옷장사를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역시나 이모님 정도의 씩씩한 기운이 아니었으면 헤쳐나오기 어려운 힘든 일이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혼자 짐작해보곤 한다. 
 
시골에서 자라신 이모님은 땅을 보면 안그래도 씩씩한 분이 더 활기를 띠신다.
나도 그렇다. 흙을 밟으면 기분이 좋고, 흙위에서 자라는 무엇을 보면 참으로 이쁘고 반갑다.
이모님의 지휘하에 우리는 우리몫의 퇴비를 밭에 뿌리고, 근처 농장에서 파는 상추모종을 사다 심었다.
올봄들어 햇빛이 제일로 쨍쨍한 것 같은 날이었다.
















이모님이 호미와 손장갑을 챙겨오시고, 나는 그저 집에 있던 모종삽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왔는데 (^^;;;)
와서보니 동사무소에서 장만한 공동 농기구들이 창고에 잔뜩 보관되어 있었다.
괭이와 갈퀴, 물뿌리개를 들고와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었다. 연수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흙도 파헤쳐보며 무척 좋아했다.






















사실 이모님이 어려우시다고 하면 나는 나 혼자서라도 텃밭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었다.
워낙 도회지분인 우리 신랑은 손에 흙도 안묻히고 자라셔서 농사일에 도움이 될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린 시절에 내가 우리 부모님의 일을 어깨너머로 보고, 물주전자 들고 따라다니는 길에 슬쩍 본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상추 좀 심고, 방울토마토도 좀 심고.. 가을에는 배추랑 무 심고, 고구마도 여력되면 심어보고...^^
블로그 이웃인 토마토새댁 언냐와 맑은물한동이님께 조언도 구하고 4평밖에 안되는 작디작은 땅이지만 나도 뭔가 내 입에 들어갈 것을 내 손으로 키워본다고 으쓱해서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지어보고 싶었다.
6월에 평화낳고나면 한동안 바깥출입도 못할텐데 그 푸성귀들을 어떻게 돌볼꺼냐고 신랑이 걱정하면 나는 언젠가 한실림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살림'에서 보았던 '영성농법' 이야기를 했다. 

아래는 <살림>지(2010년 가을호)에 실렸던 지리산생태영성학교의 교장 이병철 선생님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영성농법이라고 뭐 별 거 없어요. 만날 때마다 잘 자라라 힘내라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면 식물이 알아듣고 잘 자라요."  
하지만 자칫 영성농법이 격려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안 자라면 곤란하다는 마음이 끼어들면 '협박농법'이 된다면서 개구장이처럼 웃는다....(중략) 다음날 아침 그는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논에 가서 박수를 세 번 힘차게 치면서 "힘내라! 잘 자라라!"라며 벼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선생이 자주 들여다보고 인사하는 앞 논의 벼는 이삭이 실하고 포기가 튼실한데, 조금 소홀했다는 윗논은 안쓰러운 만큼 부실해보였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속으로 '옳거니!'했다. 바로 내가 찾던(내가 할 수있는^^:;) 농법이 여기있구나~!
나는 걱정하는 남편에게 '내가 연수데리고 자주 밭에 가서 박수쳐주고 올테니 걱정말라'고, 일단 밭이나 사달라고 얘기하곤 했다. 신랑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텃밭)이웃들이 신고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

이런저런 사정은 다 맘에 걸리지만 그래도 나는 텃밭농사가 참 짓고 싶었다.
연수랑 어디 마음껏 파고 뒤지고 두드릴 수 있는 땅 한뙈기, 요만한 흙밭 하나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놀이터 마져도 푹신푹신한 바닥재로 싹 발라버려 마음붙일 모래땅 하나 찾기힘든 아파트의 메마른 삶에서
우리가 마음붙이고 밟아볼 작은 흙밭이 하나만 있었으면... 오래오래 바랬다.  
그 바램이 이뤄져서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주말농장 안에는 주인이 심어놓았다는 과실수들이 군데군데 서있었다. 그 나무들이 밭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경계도 되어주고, 가방걸이도 되어준다. 여름에 잎이 무성해지면 그늘도 만들어 주겠다. 참 좋다. 

























연수는 제 손으로 상추 모종에 흙도 덮고, 물도 주었다.
더운날 힘들었을텐데도 끝까지 저도 하겠노라고 물주전자들고 낑낑거렸다. 연수도 농사일이 좋은가보다.
힘은 들어도, 푸른 하늘 아래 흙냄새 맡으며 오가는 일이 어린 아들 마음에도 드는 것 같아서 기쁘고 흐뭇했다.






















이모할머니와 연수는 쑥갓씨앗도 뿌렸다.
텃밭에서 돌아온 뒤 연수는 "엄마, 싹이 났을까? 싹이 나면 어떻게 해?"하고 가끔 물었다.
우리가 다녀온 뒤 화요일에도 한번 비가 왔고, 오늘도 또 비가 촉촉하게 많이 왔으니
쑥갓 씨앗들이 이제는 싹을 틔웠으려나.. 상추들은 그새 많이 자랐으려나.. 궁금하고 보고싶다.
연수야, 우리 곧 보러가자. ^^











까도남 연수아빠는 4평 농사를 시작하고 무척 감개무량해했다.
"야~ 요만큼 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몇천평씩 농사는 어떻게 짓냐~~"하고 너스레를 떨더니
나중에는 "상추 60포기 심어놓으니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하면서 좋아했다. ^*^

웹개발 일을 하셨던 연수아부지 말씀하시길, 요즘 개발자들중에 귀농한 사람이 많아서 '와이파이' 터지는 밭이 그렇게 많대~~ 하더니..
여보, 우리도 텃밭농사 몇년 지은 뒤에는 '와이파이 터지는 밭'딸린 집을 장만해서 본격 시골생활을 해볼까나. 어때? ㅎㅎ



















텃밭 가에 핀 매화나무 꽃이 정말 화사했다.
따로 봄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밭둑가 꽃그늘에 앉아보는 마음이 황송했다. 봄이구나.. 이렇게 예쁜 봄이 내 곁에 있구나.





















집에서 싸온 물과 토마토는 새참. 
 
아버지는 '벼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다.
자주 걸음하고, 자주 눈길주고, 조금씩 보살피는 손길... 
가래여울은 우리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되는 마을버스 종점마을이다. 
연수와 손잡고 마을버스를 자주 타야겠다. 
다음에는 가래여울 텃밭에서 한강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길도 찾아봐야지..

우리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함께 가고 싶은 곳이 한군데 더 늘었다. 
우리 텃밭에서 상추 따가실 분, 함께 어린아이들 손목잡고 한강 나들이 가고픈 분들.. 
이 봄이 가기 전에 우리집에 어서 놀러오셔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