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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동네.세상2015. 9. 1. 00:40

 

^^

지난 5월에 '학교도서관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주관한 <도서관 이용경험 공모전> 이 있었어요.

관장님이 까페 자유게시판을 통해 알려주시고, '좀 써봐요~~'하고 옆구리 쿡쿡 찌르셔서 제가 우리 작은도서관 '상상마루' 이야기를 담아 보냈답니다.

입상하면 선물로 책을 주는 공모였거든요. ㅎㅎ

작은도서관에 책 좀 늘려보자~~는 취지로, 마감 마지막날, 마감시간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써서 냈는데... 다행히 입상을 했어요. 휴우~~^^;;; (나눔상, 10권~! 더 많은 책을 받고싶었지만 제 실력은 여기까지..ㅠㅠ) 


작지만 따뜻했던 시상식&도서관 이야기마당이 7월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있어서 잠시 다녀왔었고요,

따끈따끈한 책 10권이 8월에 제게 와서 이제 작은도서관에 기증해요.  

작은도서관 덕분에 제가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번 일도 무척 고맙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여러분들께서 함께 애써주신 날들의 기록도 담겨있기에

부끄럽지만 도서관 까페에 공유해요.

처음 원고낼 때는 사진없이 줄글로만 냈는데요, 까페글에는 그때그때 제가 찍어두었던 사진도 같이 올려봅니다.

작은도서관 개관1년 기념 사진나무 꾸밀때 뽑아붙였던 사진들이기도해요.

다시 보니 또 웃음나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고운 추억들이, 아이들과 형아누나,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이

작은도서관에서 펼쳐질까요.. 기대하게 됩니다. ^^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함께 가꿔주시는 모든 분들,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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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도서관 _ 마을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작은도서관 





 

 

저희 집 앞마당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4층인 저희집에서 내려다보면 제가 좋아하는 이웃 아기엄마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게 보여요. 

오늘은 그 엄마가 도서관의 문을 여는 자원봉사 선생님이예요. 

조금 있다 다시 내다보면 자전거 몇대와 유모차들이 도서관 문앞에 옹기종기 서있는게 보이지요. 

바람이 많이 불거나 추운 날은 도서관 자원봉사하러 나올 다른 엄마들 걱정이 됩니다. 엄마따라 도서관에 와있을 그 댁 아이들도요.


아파트 안에 '문고'로 자리만 잡혀있던 빈공간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연지 어느새 1년 남짓 되었습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할 때부터 우리 동 바로 앞마당에 '문고' 자리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어린 아기들을 키우고 있으면 먼 거리의 도서관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작지만 '문고'가 있으면 아이들과 답답할 때 나들이삼아 마당에 나가 그림책 함께 읽다올 수 있겠구나.. 기대했지요. 

그런데 입주한지 3년이 되도록 '문고'는 열리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오며 가며 '왜 안 열까..'아쉬워만 했는데.. 드디어 만3년이 되던 봄! 문고가 'SH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열거라는 공고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요. '희망도서신청'을 받으니 작성해서 관리사무소에 제출해달라는 공지를 보고 얼른 두 장을 뽑아와 집에와서 신나게 적었습니다. 

마을 도서관에 꼭 있었으면 하는 책,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어린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다 그렇듯이 아이들 재워놓고 졸린 밤에 눈을 비비며, 마감 날짜 임박해서야(오늘 이 글도 그렇습니다ㅠㅠ) 겨우 써내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났어요. 가슴이 뛰었고요. 

 

 









아직은 쌀쌀하던 3월에 드디어 공사를 끝내고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어요. 

공사할 때도 신기해하며 아이들과 기웃거렸는데, 말끔히 다 정돈된 작은도서관에 들어가니 왜그리 좋던지요. 

6개월동안 위탁운영을 맡고계시다는 친절한 관장님도 뵙고, 새로 도착한 책꾸러미들이 높다랗게 쌓여있는 것을 보니 배가 부른 기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신발을 벗고 들어와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게 참 좋았습니다. 막 첫돌이 된 막내가 마음껏 기어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

제가 큰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안 막내는 넓은 작은도서관 안을 요리조리 신나게 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처음 인사한 작은도서관이 1년을 맞는 동안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작은도서관'은 우리 가족, 마을 친구들의 소중한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위탁운영이 끝난후 주민자치로 도서관을 꾸려가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도서관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에서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이라는 엄마들의 소모임도 재미있게 하고 있고요. ^^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라는 소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날이 추운 겨울 동안에는 이 모임도 작은도서관에 따뜻한 둥지를 틀고 지냈습니다. 


지금 저희 작은도서관은 마을 엄마아빠 15분과 청소년 자원봉사자 언니오빠들의 참여로 월-토, 3시간씩 문을 열고 있어요. 

우클렐레, 보드게임 등의 소모임과 '책과 함께하는 유아미술', '초등 주산암산', '종이접기' 등의 강좌도 열리고요. 

소모임과 강좌의 선생님들도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웃들이고, 수업듣는 아이들도 우리 마을 아이들이라 

작은도서관은 마을 어른 여럿이 마을 아이들 여럿을 서로서로 함께 돌보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도서관은 제게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였지만 도서관이 있었고, 햇살이 밝게 비치던 도서관 넓은 책상과 집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두꺼운 표지의 재미있는 책들을 넘기다보면 가슴이 뛰곤 했어요. 

6학년즈음에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제 인생에서 도서 대출/반납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 책 뒤표지 안쪽에 붙어있던 대출카드를 꺼내 손으로 이름을 적고, ㄱㄴㄷ 순으로 정리해두는 일을 하며 도서관을 지키던 때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학을 다닐때도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서가를 돌며 반납된 책들을 꽂고, 야간에는 사서 선생님 대신 대출반납데스크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시간은 작은도서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어느 날에는 도서관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

 

대학을 다닐때 저는 도서관이 대학 가까이 살고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참 많은 책들이 있으니까요. 저녁에도 문을 열고요. 퇴근후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대학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대출해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이 보유하고 누리고 있는 좋은 것들을 지역과, 시민들과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에 대학의 큰 강당들에서 좋은 시민강좌들이 열리는 상상도 했었습니다. 

정치, 역사, 경제, 노동.. 

평소 일하느라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엄마아빠들이 일요일에 모여 이런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을 위해 따로 큰 강당에서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여준다거나, 운동장에서 놀이프로그램을 해도 좋을텐데.. 그런 꿈을 꿨습니다.
시민에게 열린,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대학 캠퍼스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지금 저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면서 제가 보고싶은 책들은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쌓아두기 일쑤고 

아이들 그림책만 몇십번씩 재미있게 읽고 또 읽으며 지내는 나날이지만 

20대에 꾸었던 그 꿈이 요즘은 자주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 마을에 열린, 손바닥만한, 그렇지만 정말 많은 이웃 아이들과 엄마들의 웃음, 꿈, 눈물,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 덕분입니다.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신발벗고 들어와 책도 읽고, 물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는 곳입니다.

엄마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을 위해 내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수고로운 행복을 일구고, 

소모임을 하면서 서로 마음열고 친구가 되기도해요. 

엄마들의 그림책소모임이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에 선정되어 좋은 부모교육강좌들이나 그림책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마을밥상을 열어 이웃들이 둘러앉아 왁자하게 이야기꽃피우는 마을공간 역할도 하고 있고요.




 

 



 

 



더 많은 이웃들이, 책 한권 마음 편히 읽고, 천천히 생각할 삶의 여유가 거의 없는 팍팍한 우리들의 이웃들이

그래도 슬리퍼 신고 편하게 문열고 들어와 커피도 한잔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책 한권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작은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고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마을 안에서, 작은도서관을 오가며 이렇게 기분좋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끝-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