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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3 엄마의 눈물 18
umma! 자란다2008. 12. 3. 12:22


엊그제는 새댁의 심리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을 저도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였어요..
발단은 일요일 밤이었습니다. 

똑순이가 요즘 저녁에 자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전에는 오후 5시쯤이면 자던 녀석이
이제는 6~7시까지는 잘 놀다가 8시쯤 잡니다. 
늦게 자면 새벽에도 조금 늦게 일어나면 좋으련만 여전히 새벽에는 5시쯤 깹니다. 부지런한 녀석...^^

늦게 자는건 좋은데.. 밤잠들이기를 전보다 더 어려워해요.
젖먹고 잠이 들었다가도 30분, 1시간을 채 못자고 다시 깨서 앙앙 웁니다. 
그럴땐 안아줘도 울음이 잘 안그쳐져서 새댁이 다시 젖을 물립니다.
그럼 조금 먹고.. 또 잠들고.. 또 30분쯤 있다 깨고.. 
이러기를 2~3차례 반복하고서야 깊은 잠이 듭니다.
 
일요일 밤.. 잠투정하는 똑순이 옆에 새댁도 같이 누워서 몇번이나 일어나 젖물려 재우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새댁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똑순이가 다시 깨서 '앙' 우는데 새댁은 꼼짝도 안하고 그대로 누워있었던 것이지요.
꼼짝도 못한 것이기도 합니다... 울고 싶을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거든요. 

똑순이는 엄마가 달래주지 않자 서러웠는지 더 크게 '꺼이꺼이' 울었고
거실에서 인터넷을 보던 신랑이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방에 들어와 똑순이를 안았습니다.
새댁은 그제서야 눈물이 터졌습니다. 
신랑은 어쩔 줄 몰라하며 우는 두 사람을 달랬지만.. 둘 다 울음이 그쳐지지 않는 거예요.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겨우 새댁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똑순이를 업고 한참 달랜뒤에야 똑순이는 잠들고..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댁의 마음은 한 이틀 계속 불안하게 흔들렸습니다.
똑순이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힘들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요. 

+

똑순이가 심하게 울 때는 젖을 물리거나 엄마가 업어줘야 울음이 잦아드는데
이상하게 평소엔 좋아하는 아빠품이 심한 울음이 터졌을때는 소용이 없습니다. 
아기에게는 절대적인 한 명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 살짝 울때는 누구라도 달랠 수 있지만 
울음이 조금 심해지면 평소에 늘 자기를 돌봐주는 그 사람의 품과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가 봅니다.
엄마 등에 업혀 비로소 '휴-' 긴 숨을 내쉬며 안정을 찾는 똑순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어떤 위치에 서있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기도 한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때로 살짝 겁도 나고, 지치기도 합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그 책임감이 엄마를 행복하게도, 힘들게도 합니다. 

예전에 새댁이 어릴 때, 어느 오후 낮잠을 자다 일어나보니 
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하고 계셨어요. 
엄마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잠결에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에 새겨졌습니다. 
햇살이 노랗던 마루, 집안은 고요했는데.. 엄마는 무엇이 그렇게 슬프셨을까... 
뭔가를 호소하는 것 같았던 엄마의 그 표정과 울음섞인.. 격앙된 어조가 기억납니다.
 
이제는 시간이 오래 흘러 '엄마 그때 왜 울었어?' 물어보면 '그런 일이 있었어?'하실 것 같지만..
새댁이 엄마가 되고 보니.. 불과 몇달 되진 않았지만... 
엄마의 울음이, 그것이 무슨 사연을 가진 것이었든..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울고싶은 일이 얼마나 많으셨을까요... 힘든 순간은 또 얼마나 많으셨겠고요..
올망졸망 아이 셋을 키우며, 농사일 많은 방앗간집 큰며느리로 살며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절대적인 자리에서.. 엄마가 삼킨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 

철없는 새댁은 이제 겨우 아이 하나 낳고, 
그 아이 잠투정 하나 받아주면서도 울고싶은거 다 울고.. 하소연 하고.. 그러네요.


그 날이 일요일밤이어서 더 감정이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 못지않게.. 새댁도 월요병이 있습니다. 
신랑과 함께 똑순이를 돌보는 주말에는 알게모르게 긴장(?)이 덜합니다.
나말고 한 사람 더 똑순이곁에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잠시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주말이 끝나고 이제 다시 똑순이랑 둘이서 보내는 주중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똑순이의 잠투정이 겹치면서 그만 그 순간 폭발한 것 같아요... 효.. 

똑순이는 참 너무 예쁜데... 요즘 들어 전보다 훨씬 엄마를 보며 많이 웃어주는 똑순이-
삼보일배 자세로 궁둥이를 들어올리며 기어보려 낑낑대는 귀여운 녀석을 지켜보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고.. 또 금방 주말이 돌아오는데도요-

+

아이 낳고, 키우며.. 많은 엄마들이 우울증에 힘들어한다지요.
가족은 멀고, 이웃은 아쉬운 도시에서 아이키우기가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순간적인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이런게 우울증인가 살짝 걱정도 됩니다.
새댁도 좀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할 것 같아요.  휴...

새댁을 가만히 쳐다보는 똑순이의 맑은 눈을 보며 심호흡을 새로 하고
요 작은 녀석이 엄마에게 지어주는 미소, 작은 옹알거림, 살그머니 잡아주는 작은 손의 감촉... 
이런 모든 것들의 행복을 온몸으로 더 깊이 느끼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더 단단한 엄마로 자라야겠습니다.  



 




똑순이 처음 낳고 병원에 있을때 찍었던 사진.. 오랫만에 다시 보다가 한장 올려봅니다.
이랬던 녀석이 어느새 6개월이 되었네요.
훌쩍 커서.. 지금은 한참 혼자 놀다 고개들어 엄마 한번 보고는 씩~ 멋진 웃음을 날려보내주는 귀여운 아가가 되었습니다.
똑순아, 엄마아빠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 엄마는 정말 행복하단다... 사랑해~!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