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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7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 26
2009. 3. 27. 22:04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꼭 일주일이 다 끝나는 날처럼 피곤합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다가오는 휴일 생각에 안도하게 되기도 하고요.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신랑이 어제도 새벽 1시에 들어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몹시 피곤해하다가 지각을 했습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일이 없는 것보다야 바쁜 것이 훨씬 다행이라지만..
연일 잘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신랑이 안쓰럽습니다.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잘 내색하진 않지만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
바람부는 추운 세상으로 매일 아침 나서려면 얼마나 떨릴까..
하고싶은 일도 많을텐데.. 생계를 위한 매일의 고단한 노동 외에 다른건 잘 엄두내지 못하는 신랑.
고맙고 미안합니다.

문득 엊그제 봤던 시 한편이 떠올라 올려봅니다.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 시, '가정' 전문



피곤하면 자면서 코를 고는 신랑은 요즘 거의 매일 아주 심하게 코를 곱니다.
새댁도 요즘 밤에 자려고 누우면 오른팔이 쑤시고 아파서 한참동안 잠을 못이룹니다. 
둘 다 참 피곤한 날들을 통과하고 있나봅니다. 
그래도 무럭무럭 잘 커주는 똑순이를 보며 힘을 내야하는, 힘이 나는 우리..
어설프지만 우리도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나 봅니다.








오늘은 똑순이가 새댁이 듣기에도 분명하게 "아~빠빠빠바바바"라고 말했습니다.
(신랑은 전부터도 '아부와~'라고 말한다고 주장해왔어요~ㅋ)
내일 듣고 기뻐할 신랑을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똑순아부지, 힘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