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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10.27 가을 소풍 6
umma! 자란다2011. 10. 31. 23:59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소풍이라 이름붙이고 나선 길은 아니었지만 다녀와 사진을 보고있으니 어린 시절, 엄마가 김밥 싸들고 함께 따라와주시던 그 가을소풍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노란 은행잎.
집에서 나설 때는 꼭 운동회가는 기분이었다.
'아. 운동회에는 삶은 밤이랑 김밥이 있어야하는데... 가면 팔지않을까?' 생각하며 온가족이 함께 나서는 길,
마음이 설렜다. ^^











지난 주말, 블로그이웃인 고래님, 살림님 가족과 함께 찾아간 곳은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이었다. 
하지만 많은 천막과 사람들로 북적이던 유적지 앞마당을 지나 조용한 유적지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는
그저 낙엽과 햇살이 너무 고운 가을 소풍같았다.










희범이와 연수.
희범이는 '나는 장군이다~!'하고, 연수는 '나는 해적이다~!' 했다. ^^

숲은 사시사철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숲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암사선사유적지는 우리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인데 이번에 처음 가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가까이 있다니... 겨울에 눈왔을 때도 꼭 아이들과 다시 와봐야겠다.









네살배기 꼬마장군, 나뭇가지칼을 쥔 손이 야무지다.

희범이는 연수가 제일 자주 놀고싶어하는 친구다.
"엄마, 오늘 우리 희범이네 집에 가자. 3413 버스 타고가면 되잖아~"
희범이네에 가면 연수가 좋아하는 로보카폴리 장난감이 무지 많아서이기도 하고, 버스여행이 하고싶어서이기도 하고...
친구가 보고싶어서이기도 한 것같은 조름을 참 자주도 한다. 










선사유적지 안에는 나무가지들을 붙여서 만든 동물조각상들이 멋스럽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에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상도 있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는 펠리온산의 동굴에서 많은 영웅들과 왕들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고,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 그대로 12월의 별자리인 '사수자리'의 주인이기도 하다. 

켄타우로스 앞에서 나무가지칼을 들고 뛰어오는 우리 꼬마해적.. 그 기세 한번 늠름하구나.
집안에서도 종일 저러고 노는데... 집안에서 이리저리 피해다닐때는 참 고달프더니, 밖에 나와서 보니 멋있고 좋다.
에효.. 자주 나오자. 그 수 밖에 없다...;; 











연수 손에 찍힌 흙도장이 예쁘다. 











10월에는 윤우가, 11월에는 희범이가 세돌 생일을 맞았다.
작은 시루떡 위에 초를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연수의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윤우희범이 생일축하합니다아~' 노래가 끝나자마자 
희범이의 '용감한 구조대! 로보카폴리~~' 노래가 바로 이어져서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봄에 처음 만나 여름지나고 가을까지..
그사이 참 많이 큰 것 같다.. 우리 꼬맹이들.
자주 만나진 못했어도 한번 만나고나면 즐거웠던 여운이 오래 남아서 늘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던 친구들.
 
셋이 모이면 제일 개구지고, 제 맘대로고, 펄쩍펄쩍 뛰는 것은 연수다.
희범이는 연수보다는 한결 차분하지만 연수랑 같이 장단맞춰 잘 놀아주기도 한다.
윤우는 그런 둘을 조용히 지켜보기도하고, 멀찌감치서 저만의 놀이세계를 사브작사브작 만들어 재밌게 논다.
아이들.. 참 다르면서도 어느새 많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더 자라면 어찌 놀까? 궁금하고.. 보고싶다.










사실 이날 소풍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아니고 엄마들이었다.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파하는 맘도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깊을, 우리는 '블로그 친구들'!! 
이 엄마들의 만남을 위해 아이들과 아빠들이 모두 함께 나서준 것이 이 날 소풍의 실체이고,
'한살림가을겆이 잔치한마당'은 고마운 핑계거리 되겠다. ^^










아이들과 아빠들이 신나게 숲속을 뛰어다니는 동안(연수 아빠는 연호 아기띠까지 하시고!^^) 
우리들은 팔짱끼고 한살림 장터들을 돌아다니며 벼룩시장에서 그림책도 사고, 
이 천막 저 천막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시식하는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아이들 밥먹이랴, 두어번 자리옮기는 동안 치우고 펼치랴 
처음 만나 뻘쭘할 남편들 눈치도 보랴.. 여유롭게 얘기꽃 피울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만나 
함께 햇살받고,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과 아빠들모습 쳐다볼 수 있는 것만해도 얼마나 좋으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잠깐씩은 아이들을 아빠들에게 맡기고 모처럼 홀가분하게 우리끼리 걸어다니기도 하고, 얘기도 나누었으니 그것만 해도 우리 만남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라 신기하고 신선한 기분전환이 되었다.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일인지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안다.
아이들과 지지고볶고, 남편과 투닥거리고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보내는 우리들의 평범한 하루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있는지도 잘 안다.
해도 티도 안나지만 안하면 큰일나는 살림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에 대해 절절히 공감하고 있고,
사람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그렇게 속상하고 근심스런 일 한둘은 빠지지않고 따라붙는지..
그 모든 사연들을 구구절절 하소연하면서 조금은 무겁던 어깨도 가볍게 하고 굳었던 마음도 풀곤 한다.
그렇게 서로 위로받고 위로하고.. 따뜻하게 어깨 두드려주고 돌아서면 너무나 고맙고 좋다. 
 
그래서 이 날도 가을햇살만큼, 딱 그만큼 가벼워진 마음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러나 우리에겐 블로그도 있고.. 언제고 또 만날 수 있으니 괜찮다. 
다음번 만날 날에는 더 깊어진 얘기들을, 더 오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해보니 가족 사진이 한장씩 있다.
고마워요, 모두들. 
특히 아빠들. ^^









고래가 부르는 노래.

내 블로그 오른편에 그녀의 블로그가 링크되어 있다. 육아동료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싶은 블로그. (찾아가보시면 알겠지만..이건 진짜 알짜정보다.ㅎㅎ)









살림하는 사람.

이 가족을 만난다면 누구라도 따뜻해지고 깊어지지 않을 수 없을걸...^^ 









그리고 나, 부끄러운 살림공부.
 
(연호의 첫 등장이자 마지막 등장이다. ^^;; 그 사람많고 정신없는 장터에서도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잘 놀아준 연호. 정말 고맙다~^^)











짧은 가을해 긴 그림자. 아쉬운 귀가길.











차로 걸어가면서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에 들러보니 그야말로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경인 경물 경천' 멀리 걸린 현수막이 아름다웠다. 
사람을 공경하고 먹거리, 살림거리를 공경하고 하늘을 공경하는.. 예쁜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이 아련했다. 

아름답게 살아야지.. 뜬금없는 다짐을 다시금 했다.





덧.
그러고보니 엄마들끼리 찍은 사진이 없네.. 담에는 어느 아빠께 부탁해서 우리끼리 같이 사진도 한장 찍읍시다요~ㅎㅎ
약간 어깨를 비스듬하게 하고 바짝 붙어서찍는 그 엄마들 사진말예요.^^


덧2.
이 날 음식들은 정말 맛이 없었다ㅠㅠ
한살림의 젊은 활동가들이 부쳐주는 파전맛은 대학시절 장터 파전맛과 다름없었고.. 생산지방문에서 맛본 여성생산자분들의 손맛을 기대했던 우리 가족은 모두 실망...ㅎㅎ 그래도 좋았어요,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0. 10. 27. 14:27









가을은 왠지 소풍의 계절같다.
단풍이 살짝 든, 낙엽이 제법 떨어진 숲으로 김밥 싸들고 한나절이라도 꼭 다녀와야할 것 같은.
이제 겨우 세살이 된 꼬마 녀석 손일지라도 꼭 잡고 '소풍가자~'하며 도시락가방을 들고 나서야할 것 같은.
그 가방에는 찐 계란과 사이다와 사탕, 과자같은 것들이 꼭 들어있어야 한다. ^^

ㅎㅎ 얼마전에 그런 소풍을 다녀왔다.
그랬더니 정말 큰 가을행사를 하나 잘 치른 것 같고,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한껏 푸근해졌다.

지난 봄쯤부터 내가 당원으로 가입해있는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의 애기 엄마들과 모임을 하고 있다.
그중에는 대학 시절부터 알던 선배언니도 있고, 처녀적에 당에서 만나 알게된 선배 언니도 있다. 
20대 초중반부터 알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들 애기엄마가 되어서 애들 손목 잡고, 도시락 가방 주렁주렁 매달고 나와 만나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아고.. 우리가 이렇게 나이들고 있구나 싶어 살짝 마음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이 모임에서 처음 만난 분들도 있다. 
그렇다해도 같은 애기엄마라는 처지가 서로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게 해주는 것 같다. 
아이키우며 궁금한 것도 묻고, 엄마로 살며 고민되는 것도 얘기하고 서로의 집에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 하루쯤 기대 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든든해지고 금새 살가운 사이가 된 것만 같은 사람들.  

한 달에 두 번쯤 만나 지역의 어린이 도서관도 같이 다녀보고, 새로운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대해 의논도 한다.
엄마당원들이 관심있을만한 지역 복지, 육아나 교육문제에 대해 간담회 같은 활동도 기획중이다.
그래도 8월말쯤 가을 일정을 잡을때 제일 먼저, 제일 중요하게 날짜를 잡았던 것은 이 '가을소풍'이었다. ㅎㅎ
"가을엔 소풍을 가야지~~!" 이러면서.
"그 날은 큰 애들도 다 데리고 가자~~!" 하고. ^^












우리집에서 가까운 서오릉 숲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서 아이들이 놀게 너무 많은 곳이다.
각자 긴 나뭇가지를 하나씩 주워서는 뭘하고 놀까... 궁리중이다.
세 살배기 연수는 형아들이 어떻게 노나 궁금하다.
형들은 첨엔 누구 나뭇가지가 젤 긴가, 굵은가로 기선제압에 나서더니 이내 나뭇가지를 '뱀'이라며, 서로 '나는 독뱀이다!' '나는 왕뱀이다' '나는 코브라~~!'하고 놀았다.
엄마는 뱀이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이지만 아직 뱀이 무서운줄 모르는 연수는 형들을 따라다니며 '뱀이다~~'하고 신나게 놀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살, 다섯살 형아 둘은 이 날 유치원을 하루 쉬고 엄마와 동생들과 놀기 위해 소풍을 왔다.
숲에서 하루를 노는 동안 형들과 살짝 투닥거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형아들이 있어 동생들은 더 신나는 날이었다.
형아들도 좋았으리라. 
비록 어린 동생을 따라다느라 바빠 한 열번쯤 불러야 겨우 한두번 제 곁에 와줄까 말까한 엄마한테 속상하고, 동생이 저보다 더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으면 부러워 뺏어보고 싶지만 그도 뜻대로 잘 안돼 툴툴거리긴 했어도 말이다. 
숲에서 나올때쯤 여섯살 제일 큰 형아가 엄마에게 살짝 말했다. 
"엄마, 유치원 안가고 동생들이랑 노니까 좋다.." 
엄마 마음은 기쁘면서도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한 것 같았다. "그랬어? 그래도 내일은 유치원가야지.. 친구들이 00이 어디갔나..  보고싶어했을텐데..." 
 
둘째를 갖고 나니 새삼 형아들에게 더 눈이 간다.
연수도 형이나 오빠가 될 것이다.
동생과 어떻게 지내게 될까, 잘 놀 수 있을까.. 서로 보듬어주면서 자라야할텐데...
아이들을 믿어봐야겠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충분히 부대끼고 투닥거리다보면 서로 보살피고 아껴주는 날이 오겠지..
이 날 큰 형아처럼 '동생들이랑 노니까 좋다'고 말하는 날이 오겠지.
엄마와 동생과 가족들과 이웃들이 함께 모여 노니까 참 좋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깃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이 날 소풍은 오후늦게 서오릉에서 제일 가까운 우리집으로 자리를 옮겨 
통닭으로 엄마와 아이들의 이른 저녁까지 해결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끝났다. ㅎㅎ 












숲에 다녀오니 입덧도 한결 덜하고, 마음도 개운했다. 평화도 즐거웠나보다.
날이 너무 추워지기 전에 숲에 더 올 수 있으면 좋을텐데... 생각했지만 소풍 뒤로는 날이 바싹 추워져 집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몸이 더 괴롭고, 연수도 집에서 답답하다.

그래도 씩씩한 연수는 제가 기운없는 엄마 대신 설겆이를 해보겠다고 고무장갑 끼고, 변기의자위에 까치발을 하고 서서 제 간식그릇들을 열심히 헹구기도 한다. 
비록 싱크대 한쪽위를 물로 온통 흥건하게 적셔놓긴 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 예뻐 고슴도치 엄마는 또 사진만 찍고 말았다.
깨질 염려가 없는 그릇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일이라 '설겆이는 나중에 커서 하라'고 당부했다.
사진을 보니 새삼 흐뭇하다. 요즘 설겆이를 도맡아 하느라 고생많은 신랑에게도 참 고맙다. 아들도 당신 닮아 설겆이를 잘 할 듯하니 나는 참 기쁠 따름이라오..^^;
 










가끔은 이렇게 엄마일을 도우려고 애쓰는 의젓한 순간도 있지만 실은 요즘들어 부쩍 청개구리 노릇에 재미가 들어 뭐든 거꾸로해 엄마 속을 긁어놓는 장난꾸러기 아들이다. 

여전히 안아달라, 업어달라 요구도 많고
점심 먹기 전에는 배고픔과 고단함과 졸음이 한데 몰려오는지 한번은 꼭 울음을 터트리고 떼를 쓴다.
오늘도 결국 엄마의 호통과 한숨도 잔뜩 집어넣고 훌쩍훌쩍 제 눈물 콧물도 듬뿍 섞은 밥을 받아먹고 잠이 들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엄마 배속에 이제 겨우 두달된 동생이 하나 생겼을 뿐, 연수는 변함없는 응석쟁이 29개월 어린아이일 뿐이다.
어느새 키는 90cm, 몸무게는 14kg를 훌쩍 넘긴 제법 큰 세살배기이지만 여전히 자다 깼을 때는 한참동안 엄마 품에 안겨 엄마심장소리를 들으며 남은 졸음을 달콤하게 즐기고싶은, 그래서 칭얼칭얼 '안아주세요~' 매달리는 세살배기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눈물 자국이 때때한 채로 잠든 연수가 안쓰럽다.
 
그래도 나는 어렵사리 잠든 연수가 우선 고맙고, 다시 울렁울렁 속을 흔들며 제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평화와 같이 앉아서 귤 한개를 그야말로 '평화롭게' 까먹으며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게 다행스럽다.

가을이, 힘들고도 예쁜 가을이 그렇게 가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