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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0 잠깐 18
umma! 자란다2011. 11. 10. 00:12









'아이들 크는 건 잠깐'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실때 '아고~ 잠깐은 무슨..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힘든데..'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호 크는걸 보니 그 말 뜻을 조금은 알것같다.

이제 5개월을 거진 채워가는 연호는 참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하루 지나면 한가지씩 재주가 늘고, 또 하루지나면 표정이며 옹알이도 한결 또렷해지는 것 같다.

엄마만 보면 그저 웃고, 엄마가 안보이면 바로 울고마는 
이 단순하고도 지순한 어린 아기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지나고보면 얼마나 빨리 흘러간 것 같은지..

그 시간동안 부지런히는 못 찍었지만 짬짬히 예쁜 모습 담아놓았었는데
미처 블로그에 올리지못한 사진들이 제법 많았다.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남짓한 시간동안에도 연호 참 많이 컸다. 고맙다.. 고맙다.










여름 끝무렵, 아빠 무릎에 앉아놀던 때. 











무릎위에 앉히는 것도, 세워보는 것도 모두 어색하던 떄.
지금은 어느새 너무 익숙하게 앉고, 세워주면 다리에 짱짱하게 힘을 주고 무릎도 잘 편다.











초가을. 주말에도 출근했다가 오후에 퇴근해서 돌아온 고단한 아빠 얼굴을 물끄러미 봐주던 날.











연수키울때 나는 포동포동하게 살찐 아기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몸무게도 작게 태어났고 모유만 먹으면서 볼살도 없고 팔다리도 가늘었던 연수를 보며 
혹시 젖이 모자란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몸무게가 잘 늘고있는지, 소변은 얼마나 보는지 꼼꼼히 체크해가며 늘 마음 졸였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늘 볼은 통통하다못해 살짝 늘어질 정도고, 팔다리도 올록볼록한 살이 층을 이룰만큼 토실토실하다.
어쩌다 몸무게를 재보면 5개월밖에 안된 녀석이 10kg 가까이 된다.
26개월동안 모유를 먹었던 형아가 길을 잘 뚫어놓은 것일까... 연호키우면서는 젖이 충분하고 가끔은 남기도 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연수에게도, 연호에게도, 내 몸에게도.. 모두 참 고맙다.











요녀석 통통한 볼만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보드라운 살결에 얼굴 부비고 뽀뽀도 퍼붓고... 연신 벙글거리는 내 옆에서 연수아빠가 샘난 얼굴로 묻는다. '그렇게 좋냐?'
ㅎㅎ 그럼, 좋지~~!











얼마나 좋은데... 이런 시절이 그리 길지않다는걸 알기 때문에 더 좋은 건지도 모른다.
네살배기 형아도 예쁘고, 그 형아가 세살, 두살이었을때도 모두다 너무 예쁘고 좋았지만...
갓난아이 이 시절은 정말 짧은걸..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아이에게도 엄마인 나에게도 정말 잠깐밖에 없는 시절인걸.
그러니 많이 안아주고, 많이 뽀뽀하고, 많이 볼 부비며 지낼거야.
너무너무 예쁜 시절, 아련하고 곱고 애틋한 마음만 가득한 시절..

하지만 연수 키울 때보다 집안일도 훨씬 많고, 늘 함께 있는 큰형아와 놀고 얘기하는 시간도 정말 많아서
정작 연호랑 눈맞추고 얘기하고 놀고 얼러주는 시간은 연수떄에 비해 훨씬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연호는 한번 안아줄때 더 꼭 안아주고, 뽀뽀도 더 많이 해주려고 애쓰게 된다.
이런게 둘째들의 안타까움이자 기쁨이려나..
 










10월. 국화 화분을 하나 사와서 거실에 두고 두 아이들과 오래 들여다보고 놀았다.
향기도 맡아보고, 연수는 꽃 몇송이를 따서 온 집안에 자잘한 꽃잎들을 뿌리고 다니기도 했다.
연호도 신기한지 꽃가지를 손에 오래도록 쥐고 놀았다. 이 때부터 연호는 범보의자에 가끔씩 앉기 시작했다. 











모처럼 꽃화분 옆에서 형아랑 의젓하게 앉아 사진을 찍었는데 그만... 연호 양말이 한짝 벗겨졌다. 
그것도 모르고 엄마는 사진찍으며 웃기 바빴네..^^;;











4개월 즈음부터 이유식도 시작했다. 
처음에는 '현미응이'를 만들어주었는데 요녀석, 이유식도 아주 잘 먹는다. 
숟가락도 좋아하고, 요즘에는 그릇에 부쩍 관심이 가서 손으로 그릇잡으려고 야단이다.
아랫니 2개가 잇몸속에서 올라오는게 눈에 보인다. 아직 잇몸을 뚫고 나오진 않았지만 형태도 또렷하고 가끔 내 손가락이나 젖을 깨물때보면 살짝 까끌한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잇몸이 얼마나 근지럽고 아플까... 치발기도 열심히 빨고 씹고, 무엇이든 입에 넣고싶어하는 연호. 힘내라..! ^^

현미응이는 여려 시간 불린 현미를 절구로 찧어서, 살짝 볶고 물을 부어 오래 끓인 후에
걸쭉하게 만들어진 그 죽을 고운 면보로 한번 걸러서 만든다.
휴.... 한번 만들려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한다. 엄마니까... 연호가 잘 먹으니까.. 
떄로는 연호 업고 재우면서 절구 찧고, 면보를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짜고있으려면 허리며 팔다리가 몹시 아프기도 했다.
그랬다구. ^^ 엄마가 그랬다구. 
그래도 잘 먹어주면 힘들었던건 잊고 또 좋아서 헤벌쭉 한다. 
엄마니까 어쩔 수 없다.











바운서가 참 유용하다. 
여기 앉아서 이유식도 먹고, 엄마랑 형아 밥먹는 것도 구경하고, 엄마 일하느라 왔다갔다하는 것도 구경한다.
둘째들은 엄마가 바빠서 그런가.. 배고프고 졸리기 전까지는 이런 바운서에 앉아 참 오래오래 잘도 논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얼마나 깊은지 모른다. 











좋다. 엄마만 보면 좋다. 
누군가 자길보고 눈맞추고 웃어주면 또 좋다. 벙글 웃는다. 이 웃음.. 오래 기억해야지. 
고단한 젊은 엄마의 날들에 나를 제일로 행복하게 해주었던 이 웃음을.











신날 때는 '깔깔깔' 웃는다. ^^
개구쟁이 형아가 와서 제 배에 머리를 슬쩍 갖다대도 이렇게 웃는다. 
동생이 웃으니 좋아서 연수도 자꾸 한다.

얼마전부터는 입술을 모아서 '부우우~~'하고 투랭이도 하고 혀를 입술사이로 쏘옥 내밀고 '메롱'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숟가락이 입속을 자꾸 드나드니 혀도 점점 다양하게 쓸 줄 알게 되어서 소리도 늘고, 움직임도 늘었나보다.










연호 태명을 '평화'라고 지으면서 나는 연호가 태어난 후의 날들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어떤 날들보다 '평화'롭기를 빌었었다.
5개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순간 힘들고 화나고 지쳤었지만 
연호가 이렇게 웃는 순간만큼은 정말로 깊은 평화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내게 이런 평화를 알게해주려고 왔구나.. 생각할만큼.

잘 웃고, 잘 우는 아이. 연호.
기쁘면 한없이 좋아하고, 슬프면 정말로 크고 서럽게 우는 아이. 
리트머스시험지처럼 바로바로 감정을 드러내는 이 아이가 
적게 울고 많이 웃으면서 지낼 수 있으면 나도 행복할 것이다.
요 꼬맹이가 가리키는 방향이 우리 모두가 행복한 방향일 것이다.
내일, 또 내일도 많이 웃자, 연호야.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