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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6 연호 6
umma! 자란다2013. 6. 6. 23:07






아이를 키우다보니 성격때문에 예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예전에 우리 엄마가 나를 보고 '욱이는 성격이 참 좋아, 잘 삐지지도 않고 이해심도 많고..'하고 얘기하면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내가 성격이 좀 좋긴하지...'(ㅎㅎ)하고 생각했을 뿐 그 말의 깊은 의미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제 내가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보니 그게 어떤 것인지 조금씩 더 알 것 같다. 


내게도 그런 '성격좋은 아이'가 있다.

너무너무 예쁘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짠한 우리 둘째, 연호 말이다.

 

연호는 아기때부터도 참 잘 웃었다. 아주 예쁘게, 빵긋! 웃는다. ^^

웃는 연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고마워진다.

얼마전 외갓집에 갔을 때, 밭가의 흙길을 걸어오며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조심조심 걷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가 문득 연호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이 아이는 어찌나 즐겁게 방긋! 웃고 있던지.. 제 곁에서 제 손을 잡고 걷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문득 근심많던 엄마의 마음에 따뜻한 햇살이 비춘듯 밝아지게 해주던 아이.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연호.

우는 동생에게 '아가, 형아 찌찌! 형아 찌찌~!'(아가야, 형아가 찌찌 줄께!)하며 제 윗도리를 걷어올리기도 하는  어린 형아다.



 

 



 

연호는 아기때부터도 낯가림이 없는 아이였다.

어른들을 좋아하고 참 잘 따른다.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좋아하고 방긋 웃으며 다정하게 대한다.

자주 뵙지 못해 서먹할 수도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들께 아기때부터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안기고, 잘 따르고, 헤어지고나서도 잘 기억하고 그리워했다.

그래서 연호는 제가 있는 곳 어디서나 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연호가 내 곁에 있어서, 나의 아이로 태어나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무언가 제 눈에 곱고 좋은 것이 보이면 '우아!'(우와)하고 환호하는 아이.

다른 형제들과 집안일로 늘 바쁜 엄마가 잠깐 저와 놀아주려고 '연호야, 엄마랑 이거 하고 놀까?'하면 '아호!'(야호)하는 아이.

세살박이 연호가 아직도 너무나 귀엽고 여린 아가 목소리로 하는 '야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 고맙고 예뻐서 눈물겹다.

얼마나 좋으면, 엄마와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기쁘면.. 때로는 너무 졸리고 고단해서 기운이 하나도 없을 때 '엄마가 안아줄까?' 물으면 '아아호~' 하는 우리 둘째..

 

이번에 산후조리해주러 올라오셨던 시어머님은 한달을 우리와 함께 사시는 동안 연호와 제일 깊이 정이 드셔서 다시 상주로 내려가신뒤에 한동안 전화로 연호 목소리만 들으면 눈물이 왈칵 하셨다고 했다.

강릉 외가에서 2주를 지내는 동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도 정이 아주 듬뿍 들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하삐, 어디? 함미, 어디?'하고 자주 찾았다. 자주 전화해 '하삐, 사탕! 할미! 사탕~!'하며 사탕달라고 조르는 연호 목소리를 들으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급기야 큰 아이스박스에 연호가 좋아하는 사탕과 과자를 잔뜩 넣어서(각종 밑반찬과 김치까지 한가득 넣어서ㅜ) 택배로 부쳐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정을 그리워하며 찾는 어린 연호에게 그렇게라도 하삐, 할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시고 싶어서...^^ 

연호는 그 상자를 받고 너무너무 기뻐했다. 

외갓집에서 외할아버지가 한두개씩 주시던 카라멜사탕을 먹으며 하삐, 할미 생각을 하고 좋아하는 아이. 연호는 그런 아이다.  

 



 

 

 



연수와 연호는 정말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늘 연수가 더 마음에 걸렸다.

첫 아이인 연수 키우면서 부딪히는 일들은 엄마도 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그래서 늘 어렵고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생이 태어난 뒤 동생에게 엄마를 많이 내어주어야하는 큰 아이 마음이 허전하고 섭섭하고 어린 동생에게 질투도 나고 할 것 같아 큰아이를 더 보듬어줘야겠다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연수가 워낙 예민하고 고집도 센 아이여서 연수를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아 머리 속에 늘 연수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연호는 아기때도 연수에 비하면 정말 순하게 잘 자고, 잘 먹고 잘 자라주었고 자라는동안 늘 밝게 웃고 잘 놀아주어서 그저 잠깐씩 쳐다보고 '아 이 아이는 참 예쁘구나..'하고 생각하는 일말고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어린아이 키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니 연호 돌보다가 지치고 고단해지는 순간들도 많기는 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둘째가 첫째보다 훨씬 예쁘다면서요?'하고 물으면 내 대답은 '글쎄... 나는 첫째가 더 예쁘던데..'였다.


사실 그랬던 것이 연수를 키우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 많았던가,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지만 그것까지 다 포함해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만큼 깊은 정이 든 첫아이인만큼 내 마음에서 연수 자리는 정말로 컸다.

연수는 어릴 때부터도 참 민감한 아이였다. 잠을 잘 안자는 것도 그랬지만, 낯가림도 심했다. 조금 커서는 낯선 어른들이 자기에게 말을 걸거나 몸에 살짝만 손을 대도 소리를 지르며 싫어할 정도였다. 할아버지할머니께도 살갑게 대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외갓집은 그래도 한번 가면 2주 정도씩 머물면서 할아버지할머니와 많이 놀고하니 잘 따르고 좋아했지만 명절에만 잠깐씩 뵙는 친가 어른들께는 아직까지 그리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다. 연제낳고 산후조리해주러 오신 할머니와는 내내 부딪히며 화를 냈다. 속마음으로는 저도 할머니와 다정하게 지내고 싶었을텐데 겉으로는 할머니가 야단치고 잔소리한다며 할머니를 싫다고하면서 버릇없이 굴었다.

그런 연수를 보고 있으면 나도 속도 상하고, 걱정도 되고.. 저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연수 걱정을 하다가 연호를 보면 연호가 낯가림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 다정함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기까지 하는 아이라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자꾸 엇나가는 연수가 안쓰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무튼 '첫째가 더 예쁘다'고 말하면서 연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연호가 듣고 속상해하면 어쩌나.. 좀 더 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했지만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연수를 바라보고, 걱정하고, 또 큰 아이가 보여주는 빛나는 성장의 순간들을 쫓아가느라 어쩌면 둘째에게는 그만큼 마음을 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천천히, 연호가 엄마 마음속에 조금씩 제 자리를 키우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찍 동생이 생겨서 '이 아이의 아기 시절은 너무 짧겠구나..'하고 안쓰러워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부드럽고, 유연하고, 그러면서도 단단한 연호의 성격이 조금씩 드러나보이기 시작할 때부터였을까.

그런 연호의 성격에 내가 깊이 위로받고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였을까.


아. 이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 하고 내가 깊이 느끼면서부터 그전보다 연호가 더 고맙고 예뻐졌다. 

둘째가 주는 깨달음이었다.

존재는 모두 다르다는 것. 제 고유의 빛나는 성격과 특징이 있다는 것.

그것이 충분히 사랑스럽고 너무나 빛나고 그래서 예쁘다는 것.

아이들은 모두 제 안에 깃든 고유한 아름다움들을 충분히 꽃피울 때 그 빛을 발견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는 것이구나... 나는 연호를 보며 알게 되았다.  

 

 



 






이제 누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전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대답할 것 같다.

'아휴.. 그럼요, 우리 둘째가 얼마나 예쁘다고요.. 성격도 좋고, 잘 웃고.. 근데 첫째는 또 첫 정이 무섭다고 제일 미우면서도 제일 마음 많이 쓰이고.. 이뻐요. 지금은 못난 오리새끼같이 굴고 있지만 저 녀석도 얼마나 예쁜 녀석인지 나는 알지요. 겉으로 센 척해도 속은 제일 여려요, 첫째가.. 우리 둘째는 마음은 오히려 형보다 씩씩할껄요. 사람들한테 마음도 잘 열고 .. 따뜻하고 좀더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둘째한테는 엄마가 많이 위로받아요...' 

  

 

이렇게 쓰고보니 이제 고작 두돌된 둘째를 두고 너무 훌쩍 큰 아이 얘기하듯 말한 것 같다. ㅎㅎ
그래. 아직은 어린 아가지. 우리 둘째도. ^^
엄마가 요즘 네게 얻는 위안이 크다보니 그랬구나...

두돌이 된 연호는 요즘 한창 말이 늘고있다.
제 나름대로, 저만의 말들로 문장을 만드는데 그게 꼭 우리가 영어 처음 배울 때 우선 아는 단어 쭉 붙여놓는 식이라 듣고 있으면 너무 재밌다. 

"아가 꾹 아니!"(아가는 꾹 누르면 안돼)
"엄마 아가 아장아장, 엉호 엉큼엉큼, 가치 바께!' (엄마는 아가 업고, 연호는 성큼성큼 걸어서 같이 밖에 나가자는 말..^^;)
"빠빠, 아~꼼, 사탕, 이아아~~안큼!" (밥은 조금만 먹고 사탕은 이만큼 많이 먹겠다는 말..^^;; 그래도 며칠전부터는 "빠빠, 다, 아자" 밥 다먹고 과자 먹는거라며 밥한그릇 먼저 다 먹는다. 기특기특!! )
"커~ 돌 줘, 치치 기인거" (큰 돌 주워줘, 기차가 길어.. 우리집 냇가에서 퐁당퐁당 돌 던지며 놀다보면 지하철이 지나간다.) 

토끼는 '타키', 사랑은 '상앙', 오리는 '깩깩'.. 엄마밖에 못 알아듣는 말도 아직 많지만
말하는 즐거움을 날로 알아가서 열심히 말하는 연호와 얘기 나누는 것이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다.   








"엄마, 가치, 가자!" 
때로 어린 동생 젖물려 재우느라 엄마가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못할 때 
연호는 아주 서럽게 울면서도 저 말을 열심히 한다. 
엄마가 언젠가는 들어주리라고 믿고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면서도 거듭 거듭 한다.
"엄마, 가치, 가자! 엉호, 같이, 가자!" 
 
지금 아가를 재워놓지 않으면 아가도 힘들어 울고, 연호 하자는 것도 못 해주고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엄마는 연호를 더 울리더라도 바로 일어서지 못한다.
연호는 엄마 손을 끌어당기며 오래오래 울고나서도 엄마가 겨우 아가재우고 드디어 일어서면 
금새 울음을 그치고 훌쩍거리면서도 마음을 푼다. 이제라도 엄마가 제게 와줘서 다행이라는 듯이, 이제는 다 괜찮다는 듯이 엄마 손을 잡고 제가 원하던 것을 하러 간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미안하고 고마워서 꼭 안아보면 몸은 작지만 마음의 힘은 나보다도 큰 아이의 품안에서 엄마는 깊이 위로받는다. 


고맙다, 연호야. 

나의 소중한 둘째 아기.

엄마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엄마 곁에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

예쁘게 자라주는 너와 함께 엄마도 새로운 힘으로 또 자란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