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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6 봄맞이 대목욕 12
여행하는 나무들2010. 3. 16. 23:27







봄이다.
춥고 바람불고 황사에 눈도 온다지만... 그래도 봄이다.

주말에는 강화도에 있는 '마라하우스'라는 가족탕으로 온가족 목욕나들이를 다녀왔다.
온가족이라 하면 함께 살고있는 연수삼촌도 함께 다녀와야 맞는데
이 목욕탕은 일반탕은 없고 가족탕(어른 2인, 아이2인)과 단체탕(동성 어른 5, 6인) 밖에 없어서 아쉽게도 '또'(삼촌)는 함께 가지 못했다. 

9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일요일 아침, 목욕탕을 가는 것이니 모두 씻지도 않고 옷도 안갈아입고.. 그러니 준비가 빨랐다. ^^
강화도 한쪽 끝자락, 교동도로 가는 선착장 앞에 있는 마라하우스는 꽤 유명한 곳이어서
주말에 예약도 않고 늦게 가면 한참 기다려야할 것 같아 나름 서두르기도 했다.

10시 반쯤 도착한 목욕탕은 한산했다. 
신랑이 접수를 하고, 11시에 입실할 다른 가족들과 대기실에 앉아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와 연수는 나무계단도 오르내리고, 1층 휴게실 큰창앞에 서서 바다에 떠있는 배들을 구경하며 지루하지 않게 잘 놀았다.
한산한 때에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었던 것이, 우리가 나오던 오후1시쯤에 보니 대기실에 사람도 많고 가이드 분의 설명도 한층 길어진 것이 마이크까지 우렁우렁하게 쓰고 계셨다.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긴 하지만 조용한 휴식을 기대하며 찾은 목욕탕에서 마이크 소리를 들으며 대기하는 모습이 고단해보였다. 










큰 나무욕조안에 받아져있는 물은 무척 뜨거웠다. 연수 아부지의 리얼한 표정을 보시라~~^^
'쓴물'이라는 뜻의 마라수가 담겨있는데 짭짤한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살이 조금 저릿저릿한 것 같았다. 
일반수가 나오는 샤워기도 있어서 연수의 아기욕조에는 찬물을 섞어주었다. 
 
햇살이 잘 비치는 작고 아담한 욕실에서는 옆 욕실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엄마아빠가 아이들 야단치는 소리가 다 들렸다.
분리되어 있으되 다 같이 있는 대중목욕탕같은 느낌.. 소란스럽긴 했으나 정겹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끼리 다 같이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첨벙거리며 물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목욕탕이 어디 흔하랴... 모처럼 큰 맘먹고 나서보길 잘했다 싶었다.  

오랫만에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자니 힘들기도 했으나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몸도 한결 가볍고 개운했고, 피부도 많이 보드라워져 있었다.
다음에는 친한 가족들과 함께 놀러오면 좋겠다.. 생각하며 마라하우스를 나왔다.










봄햇살이 갯벌위로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었다.
"연수야, 갈매기야! 갈매기들 좀 봐..!!"
목욕하고 나와 졸린 연수는 엄마의 흥분에는 아랑곳않고 아무 대답없이 눈을 쪼프렸다. 갯벌에서 튕겨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많은 내가 여기까지 와서 바다를 안보고 갈 순 없다고 신랑을 졸라
마라하우스에서 나오면서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선착장에 들렀던 것이다. 
주차장 옆, 줄지어 서있는 횟집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던 갯벌과 바다와 갈매기들을 보고 나는 그만 흥분하고 말았다. 








봄이구나.. 바다에도 봄이 오는구나.
교동도 앞바다에는 배가 많았다. 
책에서 읽었던 교동도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이 교차하는 그 바다를 보고 있자니 언제고 교동도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배 이름을 딴 작은 가게들에서는 회도 팔고, 건어물도 팔고 있었다. 
어둑한 횟집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회 접시와 소주잔을 비울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운전하는 아빠과 젖주는 애기엄마 처지에서는 꿈같은 얘기다.


  
















시멘트 길이 너무 높이 만들어져 있어서 갯벌에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아마 만조때는 물이 길 가까이까지 차 오르겠지..
연수는 집에서 챙겨들고 온 모래놀이 삽을 아쉽게 어루만지며 아빠와 함께 갯벌 옆을 걸었다.












이 날은 다행히 낮에 참 포근했다.
긴 목욕으로 지친 연수는 차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 사이 하늘엔 구름이 많아지더니 이내 비가 쏟아지고 공기는 다시 차가워졌다.
아주 짧은 봄을 잘 누린 셈이다.
 
대단한 꽃샘추위가 좀 누그러들고, 졸립고 고단한 몸을 뜨뜻한 물에 담궈 풀어주고 싶어질때 다시 가보면 좋겠다.
연수야, 아빠야.. 그때는 봄볕 쏟아지는 바다 앞에 더 오래 앉아 있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