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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9 첫 눈 6
umma! 자란다2009. 12. 29. 23:44




첫 눈이 왔다.
연수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져보고 밟아본 눈.
그러니 이 눈은 연수 생애 첫 눈이다.








"엄마, 넘 추워~~~!"

그동안 눈사람이 나오는 그림책을 보면 '연수야, 우리도 눈오면 꼭 눈사람 만들자~'하고 약속했었다. 아이가 눈더미산에서 미끄럼틀타는 장면을 보면 연수는 '쭉~'하고 미끄러틀타는 흉내를 내며 자기도 눈미끄럼틀을 타겠다고 여러차례 내게 말하기도 했다.

"연수야, 눈이 많이 왔어~! 좀 춥긴 한데.. 나가 볼래?"
연수는 춥다는 말에 겁이 났는지 안방 이불위를 구르며 한참 미적거리더니 그래도 용케 용기를 내고 현관으로 향했다. 
위아래로 '뚱뚱이 옷'을 입히고 우리 둘의 장갑과 카메라를 챙겨들고 아파트 마당으로 나섰다.









눈 온 다음날은 겨울 햇빛이 유난히 화창하다. 공기는 차가워도 그 햇빛 아래 있으면 마음속에 따뜻하고 씩씩한 기운이 난다.
그래도. 이 두 살 녀석에게는 난생 처음 만나는 추위와 눈이다.    
잠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갈 곳을 정했다. 걸음도 좀 익숙해졌다. 천천히 가자~!









늘 보던 놀이터가 순간 낯설다. 
이 순간은 아마도 연수에게 그림책에서만 듣던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어요'란 글귀를 실제로 보는 첫 순간이리라.
연수가 기억할까? 아마도 한동안은 기억하겠지. 내년 여름쯤에는 이 날을 얘기하며 다시 눈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떡하지..?'
처음 만난 눈 앞에서 아이는 조심스럽다. 성큼성큼 휘젓지도 않고 덥썩 만져보지도 않는다.
이 신기한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금방 넘어졌다.
넘어진 뒤에야 비로소 눈을 한웅큼 손에 쥐고 만져본다.

눈이 많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나는 눈에 대한 기억이 많다.
설날 아침 키큰 소나무숲 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던 눈송이들, 마당에 내 키가 넘도록 쌓인 눈속으로 작은 굴을 파들어가보던 기억, 머리위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친구를 만나러가던 길.. 
그럴때는 꼭 한순간 눈이 아찔해지며 무릎에 힘이 풀리곤 했다.    










두 손에 눈을 쥐고 일어나려고 애써보지만..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찬 눈밭에 아이를 앉혀놓고도 엄마는 기어코 사진 한장 더 찍고나서야 일으켜세워 주었다. 너무 강하게 키우고 있나...^^;;

 






아무도 밟지않은 눈위를 걸어 신나게 그네까지 뛰어간다.
이제는 눈에 제법 적응한 것 같다.











해가 비친다해도 찬 눈위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금새 코와 볼이 살짝 얼어버렸다. 











그래도 웃는다. 이 녀석. 너도 엄마를 닮았구나! ^^










들어오는 길, '어디예요?' 묻는 핸드폰 문자. '마당이야'하니 은수가 금새 튀어나왔다. 
어린 아기를 키우다보면 이렇게 초등학생 친구도 생긴다. ^^
또다른 친구(우리 옆옆집 누나다)도 곧 나온다 한다. 누나들과 좀더 놀고 싶지만 몸이 추워져서 '담에 또 놀자' 하고 얼른 들어왔다. 여름엔 몇시간씩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고마운 친구들.   








몸에 붙은 찬기운을 후두둑 털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열어놓고 연수부터 현관안에 들여놓은 후, 돌아서서 북한산을 한장 찍었다.
눈덮힌 북한산은 아름다웠다.  
쨍하게 맑은 날은 더워도, 추워도 좋다.  






 



셀카도 한장 찍어보았다.
서른 둘의 끄트머리, 아들과 첫눈을 만나고 돌아온 나.




+


방금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이 싸락눈이 많이 날린다고 알려주었다.  
날이 많이 추워져서 내일은 아마도 마당에 나가긴 어려울 것 같고... 아쉬운데로 복도의 눈을 모아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볼까.   
눈피해 입는 분들은 없어야할텐데.. 눈소식이 잦은걸보니 한겨울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