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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2 500일 단상 24
umma! 자란다2009. 11. 12. 21:16









오늘로 연수가 생후 500일을 맞았습니다. ^^
첫 백일말고는 특별히 100단위 기념일(?)을 챙겨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날짜를 세어보다가 알게되어서
아침상에 케잌을 하나 올려놓고 500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사과당근우유를 입가에 잔뜩 묻힌 채로 연수가 '후~~~'를 합니다. 
그림책에 나온 케잌을 볼 때마다 열심히 하던 '후~'를 진짜 케잌 앞에서 하게된 연수는 무척 신나했습니다.
촛불이 꺼진 뒤에는 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한동안 신기하게 바라봤지요.









원래는 '500'이라고 쓴 예쁜 숫자초에 불을 붙여주고 싶었는데,
아빠가 퇴근하는 늦은밤까지 문을 열고있던 동네빵집에는 안타깝게도 숫자초 '0'이 하나밖에 없더래요.ㅜ
'50'을 올려줄 순 없어서 그냥 초를 달라고 했다지요. ^^;
그나마 연수가 그림책에서 보던 것과 같은 이 초들을 무척 좋아해서 엄마의 아쉬움을 덜어주었습니다. 
 
오후에는 쌍동이 친구들을 집에 불러 조각케잌을 앞에 두고 한번 더 '후~~'를 했어요.
연수보다 2개월 빠른 쌍둥이들의 지나간 500일도 함께 축하하며 이번엔 3개의 촛불을 켜서 각자 하나씩 불어 껐습니다.
자주 볼 일이 없는 촛불에 아이들도 신나했지만, 제일 즐거워한건 저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다 오늘밤 이불에 오줌싸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연수의 500일은 엄마의 500일이기도 합니다.
연수를 낳고 어느새 500일.. 참 많이도 왔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1000일도 되고, 또 열심히 살다보면 세월이 훌쩍 가서 10000일이 되는 날도 오겠지요.

지금 연수가 만 17개월을 채우고 2주쯤 되었으니 아마 1000일은 만 35개월 즈음이겠어요. 
휴. 만 3살. 2살도 언제 오나 싶은데 3살은 정말 까마득합니다.
그러나 그날도 금방이겠지요. 지금까지도 아주 금방 온것만 같거든요...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어떤 기쁨이 있을지, 어떤 고민을 하게될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그때는 동네빵집에 숫자초 '0'이 3개는 있어야할텐데.. 다른 거창한 고민들은 다 젖혀두고 엄마는 이렇게 사소한 걱정부터 하고 있습니다. ㅎㅎ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지 10000일이 되는 때는 만으로 27살을 꽉 채우고 4개월쯤 지난 후니 대략 스물아홉살 즈음의 어느 날입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드문(?) 사람들이 제 주변에 있었어요. 
가까운 선배는 좋아하는 여인의 10000일에 장미꽃 100송이를 사들고 그 집앞을 찾아가 고백했다는 아름다운 연애얘기를 해줬었고요.
장난끼많은 후배 녀석이 제 친구의 10000일을 기념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태어나서 10000일동안 한번도 연애에 성공해본 적이 없었는데, 후배는 '이 상태로 10000일이 되면 형은 용이 되어 승천할 것'이라며 그 '승천'을 축하하는 술자리를 열었었지요. ^^

사랑하는 여인의 10000일을 고생고생하며(장미꽃바구니는 무척 무거웠다네요~^^;) 챙겨준 선배는 그분와 5년쯤 잘 사귀다 결혼해서 이제는 4살이 된 아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고,
'홀로 10000일'을 채우고 승천했던 친구는 얼마후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과 마침내 결혼에 성공해 얼마전에는 예쁜 아기까지 낳았습니다. ^^

한 인간이 10000일이 될 때쯤에는 뭔가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이 그렇게 이루어지는가 봅니다.
구태여 챙기지는 않았지만 그 즈음의 저 역시 제 삶에서 중요한 결정과 선택들을 많이 했었고요.
10000일이 될때 연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헛. 연수가 스물아홉이면 저는 쉰아홉입니다. 아고.... 이건 더 궁금하고 살떨리는 얘기네요-^^;;;;

연수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 지나온 삶, 행복한 추억 같은 것들에 고마워할 줄 아는, 그리고 제 삶을 아름답고 씩씩하게 꾸려나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있다면
10000일 즈음의 그 애를 보는 제 마음도 참 고맙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풋풋하고 진지했던 20대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좀더 깊은 인생으로 들어가는 그 스물아홉 즈음에
치열하더라도 메마르지는 않은 청년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맘속에 마르지 않는 샘물을 지니고 있어서 그 촉촉함을 주변 이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이건 제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의 힘을, 우리가 이토록 가깝게 붙어서 살아가는 이 날들에 
아이도 저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짧은듯도 하지만 그 안에 참 많은 행복과 기쁨을 주었던 연수와의 500일을 돌아보며,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날들을 그려보며
오늘 하루, 참 고맙고 기뻤습니다. 
 
500일동안 블로그를 통해 연수가 자라는 모습을 늘 따뜻하게 지켜봐주셨던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501일부터는 더 씩씩하고, 재미나게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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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