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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1 새해 첫날 경포바다 1
여행하는 나무들2013. 1. 1. 21:27

 

 

 

새해 첫날, 부모님과 아이들과 경포에 다녀왔다.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호수와 바다를 나말고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 안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 그 분들께 새해 첫 날의 경포 풍경을 보여드려야지.. 마음먹었는데

사진 실력이 영 부족해서 새해를 여는 선물이 되실지 모르겠다. ^^;;

 

이제는 희끗희끗해진 아빠의 머리칼 왼편으로 경포대 정자 지붕이 보인다.

경포대에 올라서서 보는 경포호수 풍경은 참 아름답다.

봄에 벚꽃필 때, 특히 밤에 와서 달이 비친 경포호수와 반짝반짝 아름다운 벚꽃 야경를 보면 참 좋다.

강릉 경포는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지만.. 4월 벚꽃 필때 봄호수, 봄바다도 참 좋다. 모두들 강릉에 놀러오세요~~^^

 

 

 

 

 

어릴때 나는 겨울이면 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

내 블로그 오른편에 있는 대문사진이 바로 그 때 사진이다. 초등학교 무렵이었나.. 아빠에게 스케이트를 배우며 얼마나 신이 났던지...

지금은 아빠도 나이가 드시고, 나는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지만..

마음만은 아직 볼이 빨갛게 된 채로, 경포 호수위에서 스케이트를 씽씽 타던 그 어린 소녀인 것 같다.

 

오늘 가보니 오랫만에 다시 경포 호수가 살짝 얼어있었다.

아빠 말씀을 들으니 지난 몇년 간은 경포호수로 바닷물이 많이 유입되어 호수가 잘 얼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부터 경포호수로 유입되는 하천 공사를 하면서 민물 비율이 더 높아져서 하천 가까운 쪽은 얼기 시작한 것 같다는데 다시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는 날이 올 수 있으려나...

경포는 아주 큰 호수여서 예전에는 지금 선교장이 있는 자리까지(와보시면 알지만 지금 호수에서 차로 5분쯤 갈 정도로 멀다) 모두 호수였다고 했다.

그래서 '선교장'이라는 이름 자체도 '배가 지나다니는 다리가 있는 큰 집'이라는 뜻으로 호수물이 찰랑찰랑하는 그 위에 지어져있던 그림같이 아름다운 누각과 아흔아홉칸 전통가옥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지금도 주요관광지가 되어있지만 호수만은 줄고 또 줄어 지금 정도의 크기만 남아 있다.

고향집이 있는 우리 동네의 옛 이름도 '못 가장자리'라는 뜻의 '모솔'인데 그 못이 바로 경포다.

호수가 얼마나 컸으면 지금은 차로 10여분을 달려야하는 그 큰 벌판이 모두 호수의 가장자리 땅이라고 불렸을까..

그러니 달밝은 봄밤에 강릉으로 배를 띄워 달맞이 가자는 옛노래도 불렸겠지.

그 옛날 풍경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다.

 


 

 

형아와 할머니가 달리기 경주를 하느라 저만치 뛰어가니

어린 연호도 할아버지 손을 잡고 부지런히 따라 간다. ^^

오늘 낮은 다행히 바람도 없고 포근해 아이들도 잘 뛰고, 어른들도 새해 나들이를 참 잘 했다.  

 


 

 

 

연호의 'V'~^^ 할아버지도 함께~~

 


 

 

 

솔밭길을 걸어 경포바다로 간다.

바닷가의 해송들은 그래도 키가 작은 편이다. 바닷바람을 많이 맞고 커서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 것도 많다.

강릉의 보통 소나무들은 이보다 훨씬 키가 크고 늘씬하다.

 

키큰 나무들 아래를 늘 걷고 싶다. 한 두 그루 띄엄띄엄 서있는 신축 아파트, 신생 시가지의 보도블록길 말고

나보다 훨씬 오래 산, 키 크고 잎 많은 나무들이 여럿 서있는 숲속길을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다.  

바다를 낳기전에 꼭 그런 산책을 해봐야지...

 


 

 

 

연호는 강릉에 와서 외할아버지의 짝꿍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하삐', 할머니는 '함미'라고 부르는데 병아리처럼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삐! 하삐!'하고 부른다. ㅋㅋㅋ

오늘은 좋아하는 하삐와 바다 나들이까지 와서 한층 신났다. ㅎㅎ

 


 

 

 

바다.

드디어 바다.

새해 첫 날의 동쪽 바다는 물빛이 이렇게 푸르렀답니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푸른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이웃들께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무슨 자동보정이라는 것이 되어서 색감이 이렇게나 인공적(?)으로 되어버렸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푸르고 푸른 바다였는데...

 

이 바다의 시원한 기운처럼

우리도 올 한해 이렇게 잘 살자고,

어렵고 힘든 시절 더 꿋꿋하게 우리 안의 바다를 깊고 푸르게 키우면서 잘 견디고 잘 자라자고

따뜻한 손 꼭 잡고 얘기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형아가 파도 바로 앞까지 가서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연호는 할머니와 바닷가를 오고가는 무한궤도 바퀴를 단 보트끄는 트랙터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새해 해돋이 행사의 뒷정리가 얼추 끝나가는 바닷가에는 우리처럼 느지막히 바다를 보러나온 사람들이 한적해진 새해 첫 바다를 대면하고 있었다.

 



 

 

 

바다와 모래와 조개를 사랑하는 연수.

겨울이라고 그냥 갈 수는 없나보다. ^^ 

 


 

 

 

 

올한해 나는 어떤 걸음을 걷게 될까.

내가 걸어간 자리에는 어떤 발자국이 남을까.

연호 업고가시는 아빠 엄마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뒷모습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저렇게 파랬으면 좋겠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