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9.24 가을 텃밭 (8)
  2. 2011.05.24 다용도 미생물, 텃밭을 부탁해~!^^ (8)
  3. 2011.05.01 얼마만큼 자랐나 (4)
  4. 2011.04.23 밭이 생겼어요!! (12)
신혼일기2011.09.24 00:05








지난 일요일 아침, 텃밭에 다녀왔다. 
아파트 건물들이 늘 시야를 가로막는데 익숙해져 있다가 
하늘이 막힘없이 탁 트여있고, 멀리 산자락들이 달려가는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곳에 나오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집에서 차로 10분만 달리면 이렇게 너른 평지가 펼쳐져있는데
답답한 아파트 단지안에만 갇혀지내는 삶이 안타까웠다.  

연호낳고 여름내 못와본 텃밭에는 어느새 가을이 가득 펼쳐져있었다.
우리 텃밭은 이모님께서 살뜰하게 가꾸신 덕분에 배추며 열무같은 가을작물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모님은 무덥고 비많던 지난 여름, 연수를 데리고 가끔 텃밭을 돌아보셨다.
연수는 가지 두어개, 고추 여남은개, 파 한웅큼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와서는 
"엄마, 우리 밭에서 딴 거야!"하고 자랑스럽게 내밀곤 했다. 
비료도, 약도 뿌리지않는 우리 밭에서 자란 작고 못생긴 그 열매들을 보면서 나는 참 뭉클했었다.
초여름 어린 모종을 심던 날도 생각났고, 영성농법이라고 박수쳐주고 돌아다녔던 만삭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작은 수확이나마 텃밭좋아하는 조카며느리가 기뻐할 걸 생각하시고 챙겨보내주시는 이모님의 다정한 마음도 느껴졌었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온 들판에는 작디작은 국화과의 꽃이 넝쿨을 이루고 피어있었다.
나는 그저 쳐다보고 '아 예쁘다'하는데 이모님은 자분자분하게 꺽어서 저렇게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주셨다. 
연수와 나는 오래오래 그 꽃을 보면서 지냈다. 작은 컵에 꽂아서 식탁위에 올려두고 밥먹을때마다 쳐다보았다. 

작은 꽃한다발로 이렇게 가을이 풍성해지는구나... 알았다.
나도 아이에게 이렇게 예쁜 들꽃 다발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










등에 업힌 연호에게도 들꽃향기를 맡게해주고 싶었다.
연호야, 예쁘지... 꽃이란다. 예쁜 들꽃..










일요일 텃밭 나들이는 늘 오전 9시쯤 시작된다. 
이 날도 집에 돌아오니 열시 반. 
일요일은 아이스크림 먹는 날! 연수가 일주일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그 날. ^^
고대하던 '콘'(꼭 정문앞 슈퍼에서 사야한다. 생협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단다ㅠ)을 하나 들고 연수는 한껏 행복해했다.
주말이면 연수와 둘도없는 짝꿍이 되어 놀이터로, 도서관으로 신나게 돌아다니는 아빠도 콘 하나 먹고 으쌰으쌰!










일요일 아침 텃밭의 행복. 아이스크림의 행복. 
네살 연수가 기억할 순 없더라도 행복한 그 기운만큼은 연수 마음안에 마르지않는 우물로 남아있다가 
나이든 어느날 고단할때 찰랑찰랑 차있는 그 물을 마시고 기운차릴 수 있었으면..











텃밭에서 솎아온 여린 배추잎으로 된장국을 끓여먹었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밭이 있다. 작은 밭이.
도시의 뿌리뽑힌 삶이지만 작은 조개발 하나만큼, 꼭 그만큼은 땅을 딛고 살고있는 기분이다.
작은 발바닥으로 전해져오는 땅의 기운, 땅의 온기를 받으며 몸과 마음 모두 큰 위로를 받는다.
 
올 가을, 연수연호와 더 자주 밭에 나가봐야겠다. 
가래여울의 하늘만 보고와도 남는 장사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도시의 텃밭. 엄청나게 운치있는걸요.
    우리는 도시는 도시인데..온통 주변이 논밭인지라..뭐 굳이 우리까지 안해도 되지 않겠어? -0-;;
    이러고 한달에 두어번, 어머니가 고생고생하시며 정성껏 키워놓으신 온갖 먹거리를 싹 쓸어오기 일수에요.

    연호 엄청 많이 컸네요. 아마도.. 이번주가 연호 백일이죠?
    우리 채민이가 2주 남았으니 말이에요.
    연수랑 연수아버님께서는 점점 얼굴이 좋아지시고..ㅎㅎ 언니도 많이 붓기도 내려앉고 좋아진거 같아요.

    벌써 날씨가 엄청 쌀쌀해요.
    (아 글쎄 오늘 밤엔 솜이불을 꺼내 덮어줬다니까요. 애들을..ㅎㅎ)
    두 아이도, 그리고 두분도 모두 감기조심하면서 환절기 잘 보내셔요~

    2011.09.24 01:06 [ ADDR : EDIT/ DEL : REPLY ]
    • 주위가 온통 논밭인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농사지으시는 할아버지할머니곁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아이들. 수민이와 채민이는 참 복받은 아이들이네요~.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맺고.. 그 열매를 우리가 먹게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것은 어떤 교육보다 큰 가르침과 감동을 아이들에게 주리라고 생각해요.
      가까이 찾아갈 수 있는 밭이 조그맣게나마 있어서 참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조금 더 넓으면 조금 더 숨도 크게 쉬고, 아이들도 더 맘껏 뒹굴어볼 수있어 좋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4평짜리 작은 밭만해도 고맙고 좋아요. ㅎㅎ

      두 아이가 생일이 가까워 서로 생각해줄 수 있으니 고맙고 더 좋네요. 연호 백일 잘 했고요.. 그 여파로(?) 한며칠 내가 분주했던터라 답글을 이리 늦게 다네요. ^^;;
      명이씨네도 모두 감기조심하고요, 아참 저는 붓기는 내린듯하나 살은 전혀 안빠졌지 뭐예요 허험..;;;;

      2011.09.28 00:21 신고 [ ADDR : EDIT/ DEL ]
  2. pipi

    들꽃향 맡는 욱님과 어린 두아들의 모습이 참 이쁘네요.. ^^ 가을향기가 여기까지 날아오는것 같아요 ^^

    2011.09.26 11:39 [ ADDR : EDIT/ DEL : REPLY ]
    • 잘 계시지요, 피피님. 제가 요즘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네요.
      가을향기가.. 전하진다니 기뻐요. 요즘 커피를 안마시는대신 가끔 허브차를 마시는데 거기 떠있는 꽃송이들이 꼭 저 들꽃같이 생겼답니다. 꽃차... 한잔 건네드리고싶은 날들이예요.
      아가와 피피님 모두 건강하세요.

      2011.09.28 00:24 신고 [ ADDR : EDIT/ DEL ]
  3. 미오기

    어머나 어느새 두아이가 저리 컸을까요?
    저는 만사 귀찮아서 집안일을 신랑에게 모두 미루고 베짱이 모드예요 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역시 꽃보다 아이예요 이힛

    2011.09.26 15:3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들 자라는것하고 곡식자라는 것 하고 계절바뀌는 거하고.. 참 신기하지.
      어느새 바람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더라. 연수는 그게 재밌어서 깔깔거리면서 떨어지는 낙엽 잡아보려 뛰어다닌다.
      연호는 웃음꾸러기. 눈만 맞추면 웃는 백일쟁이.
      엄마는 하루하루 몸이 삭아가는게 느껴지지만.. 정말 아이들은 꽃보다 예쁘게 크지.
      집안일은 다심하신 신랑님께 맡겨두고 당신님은 몸과 마음이나 건강하게 잘 다독이라구.. 찬바람날때 탈나지 않게. ^^

      2011.09.28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4. 살림하는사람

    정말이지 작은 텃밭 가져보는 것이 제 소원인데요, 부모님께서 돌보시는 텃밭말고 제가 심고 기르고 수확할 제 텃밭말이지요. 아! 언제쯤 갖게 될까요. 부럽고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들꽃이 참 예쁘고, 아이들은 더 예쁘고, 그 모습을 함께하는 욱님과 남편분도 참 예뻐요. 아이스크림 입에 묻힌 연수, 생협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다는 이야기 ㅎㅎㅎ 한살림 춘장으로 집에서 해 준 짜장보다 택배(?)아저씨가 갖다준 짜장면이 더 맛있다던 희범이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ㅋㅋㅋ 맛을 알아보는데는 기똥찬 우리 아이들입니다. ㅎㅎ

    2011.09.27 00:45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싶어졌어요.
      대학시절에는 밤늦게까지 학생회실에서 일하다가 친구들과 쟁반짜장 많이 배달시켜 먹었는데요.. 아 갑자기 먹고싶네요.
      오늘 참 오랫만에 밤에 깨어있어요.
      요며칠 넘 고단해서 연수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버려 조용히 밤에 블로그보는 제 유일한 취미생활도 못했지요..

      저도 제대로 밭을 꾸려보려면 몇년은 더 있어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모님이 꾸려주시는 밭을 아이들데리고 구경만 다니지요. ^^;

      들꽃이 참 예쁘지요. 그냥 무심히 보고지나치지 않고 어린 손주에게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주시는 이모님보고 제가 이번에 크게 감동받았어요. 아, 이분은 정서와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 싶었지요. 이모님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배워야겠어요..

      참, 제가 요즘 목이 칼칼하다싶을때 언니가 주신 허브차를 마시고있어요. 마실때마다 고마운 마음.. 귤피차는 시댁에 들고갔다가 깜빡 놔두고왔어요. 그래서 뭐마시지..하고 찾다가 허브차를 발견했지요. 요즘 우리집 차는 언니가 모두 책임져주시는듯해 혼자 웃었어요. 따뜻한 언니 마음이 피곤한 저를 다독여주는 것 같습니다.

      2011.09.28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한살림.농업.생명2011.05.24 01:17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농민의 아들' 연수는 해가 뜨는 6시면 일어나 온집안을 뛰어다니고
배부른 엄마는 누워서 연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있다가 7시쯤 일어나 밥을 차리고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이 아쉬운 아빠는 이 모든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9시에 이모님이 전화를 하실때까지 잔다. 

이모님은 일요일아침 9시면 어김없이 상일동역에 도착하셔서 마을버스를 타고 텃밭으로 가신다. 
그맘때쯤 오실줄 알고 미리 밥먹고 집치우고 가방챙기고 있었던 엄마와 연수는 부랴부랴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텃밭으로 따라간다. 그래도 우리는 9시 반이 넘어서, 그야말로 해가 중천에 뜬 뒤에 밭에 도착한다. 
 









한주만에 보는 텃밭풍경은 얼마나 또 달라졌는지!
온통 초록빛이 가득한 밭머리에 서면 마음이 벅차다. 우리밭은 손바닥만하지만 꼭 그만한 이웃집 밭들에 모두 잘 자라준 푸성귀들은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밭을 둘러싸고 있는 키큰 나무들과 밭가운데 듬성히 서있는 과실수들의 푸른잎이 싱그럽다.










일을 시작하기전에 일주일동안 우리집에서 고생한 달팽이를 텃밭가 꽃그늘 아래 놓아주었다.
연수는 '달팽이야 안녕!'하더니 오늘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쌩 뛰어가버렸다.
오랫만에 쬔 햇빛이 어색한지 긴 더듬이를 이리저리 뻗어보고, 몸도 늘였다줄였다하며 깜빡거리는 달팽이를 엄마 혼자 남아서 오래 지켜보았다.
고맙다, 고맙다... 힘들었을텐데 잘 견디고 살아주어서 고맙다... 고향에서 맘도 몸도 푸근히 잘 살아라..











상추들은 일주일만에 또 엄청나게 자라있었다.
어제 내린 빗물이 마르지 않은채로 달려있었고, 땅은 검고 푹신했다.










씨앗에서 자란 쑥갓도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이모할머니는 이날 쑥갓들을 다 따시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또 심으셨다. 연수는 할머니 옆에서 상추따는 법을 조금 배우는 듯하더니... 그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쪼르르 뛰어가버렸다. 











네살무렵의 남자아이에게 제일 관심있는 것은 아무래도 삽인 모양이다.
쪼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거두는 일은 역시 여자들의 몫인지..
이 날 우리집 두 남자는 제법 부지런히 밭가를 오가며 힘쓰는 일을 함께 했다.  











지난주 토마토, 가지, 고추에 이어 오늘 새로 심은 것은 쪽파.
이모님이 쪽파 한단을 사오셔서 한뿌리씩 고랑에 가지런히 눕혀놓으셨다.
그리고 흙으로 덮어주셨는데 신기하게 이렇게만 해두면 파는 저절로 뿌리를 내리고 몸을 세운다고 한다.  












아빠는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에 버팀목을 세워주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다듬은 긴 나뭇가지를 큰 돌을 구해 깊이 박아주었다.











이 나무가지는 우리 아파트단지 미화원아저씨들께서 가지치기하신 뒤에 버리려고 가지런히 묶어두셨던 것이다. 
버팀목감을 찾던 새댁이 관리사무소에 가서 '한단만 가져가도 될까요?'하고 물어본 뒤에 허락을 얻어 구해두었다. ^^
(뭐 주워오는데는 하여튼 도사라며 신랑은 혀를 끌끌 찼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 이리 재활용하니 얼마나 좋소~~!ㅎㅎ)
신랑 퇴근하기를 기다려 늦은 밤에 세식구가 아파트 화단에 나가 낑낑거리며 굵은 나무단을 들고와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는데
연수도 새댁도 그 야심한 밤외출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빠는 힘들다. ^^;;;;
재미있어하는 마누라와 아들을 위해 야심한 퇴근길에 나뭇단을 들고 옮기는 것도, 주말 아침에 늦잠도 못자고 밭에 끌려나와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야하는 것도.. 고단한 직장인, 서른넷의 젊은 아빠에게는 힘든 일이다.  











'밭 좋아하는 마누라 만나 당신 참 고생많다'고 위로라도 한마디 하면 '그렇지 뭐~' 하고 웃고마는 착한 신랑. 
고마워요.

 









연수도 엄마닮아 밭을 참 좋아한다.
이모할머니 언제 오시나.. 하면서 밭에 갈 시간을 기다리고, 밭에 내려주면 신나서 소리지르며 뛰어간다.
그냥 흙도 막 파보고, 아빠가 버팀목 꽂을때 두드릴 돌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좋아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질이나 성정이 여럿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연수가 행복을 제 주변에서 잘 찾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밭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 흙의 감촉.. 푸른 나무 같은 것을 보면서 행복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라디오 수리공'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자락, 사람들의 사연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있는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적어도 세상을 불행하게 살 것 같지는 않았다.
행복한 농부, 행복한 라디오수리공, 행복한 커피볶는 사람.. 무엇이 되었든, 소박하고 작은 행복들을 삶에서 키우고 느낄 줄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렴... 행복하게 말이야.











상추는 정말 넉넉하게 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나도 그걸 이웃들과 나눠먹어야할텐데... 어서어서 우리집에 오셔서 상추들 좀 먹어주세요~! ^^











네 평 농사라도 농사는 농사라 어찌하면 작물들이 실하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주에 이모님이 비료 얘기를 하신 것도 있어서 내 나름대로 한주동안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토마토를 실하게 키우려면 칼슘을 보강해주는 것이 좋은데, 토마토새댁님이 농민마이스터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포스팅해놓으신걸 보니 '먹고 남은 동물뼈를 현미식초에 담가 한달정도 푹 숙성시켜 밭에 뿌려주면 묵직하고 실한 토마토가 달린다'는 내용이 있었다('현미식초에 뼈를 담그며 나는 궁금하여라').
마침 집에 사골곳고 남은 뼈가 있어 만들어볼까 했더니 옆에서 신랑이 말렸다. 
"우리 토마토 다섯 포기 삼었잖아..." 그렇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다섯포기 심었지..^^ 
그래도 나는 아쉬웠지만 배부른 아내가 일벌리는게 안쓰러운 신랑의 만류를 받아들여 현미식초는 사지 않았다. 

대신....  그래도 토양을 살려주고, 생육에 힘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살림에서 나오는 '흙살림 다용도 미생물'!! ^---------------^










'다용도 미생물'은 국내토착의 유산균, 효모, 광합성 미생물을 고밀도로 배양한 친환경 미생물 제제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 흡수를 도와준다고 한다. 오염된 물이나 하천에서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광합성세균도 들어었다.
쌀뜨물에 넣어 발효액을 만들어 싱크대, 하수구, 화장실 청도 등에 쓰면 잡균의 서식도 막고, 찌든 때도 깨끗하게 잘 지워진다.
세척효과도 뛰어나 이 미생물(효소)은 한살림이 만드는 '섬유유연제'같은 제품에도 들어있다.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지 않고 밭에 바로 뿌릴떄는 원액을 100~200배의 물에 희석하여 쓰면 된다.
큰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받고, 한 뚜껑 정도 부어주면 배율이 맞다.
 









아빠가 큰 물뿌리개로 두 통 가득 물을 담아서 '다용도 미생물'을 섞어 밭에 뿌려주었다.
나는 곁에서 이 미생물들이 잘 숨쉬고, 잘 살아서 우리 밭의 흙을 더 건강하게,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기를 빌었다.

일본 원전사고 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진다.
방사능물질이 섞인 비를 맞고 자라는 농작물을 먹지 않고 살 수있는 사람은 없고,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마시는 강물이 되고, 그 물을 먹은 동물들의 젖과 고기를 또 사람들이 먹으니 최종소비자인 사람의 몸에 축적되는 방사능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한번 몸안에 들어온 방사능물질은 배출되거나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몸안에서 세포변형과 여러 질환들을 일으킨다 하니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가끔은 몸서리치게 무서워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한다.
내 입에 밥을 넣어 아이에게 줄 젖을 만들어야하고, 큰 아이의 입에 밥숟갈을 넣어주어야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땅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지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오늘 하루 내가 사는 것이, 밥을 먹는 것이 모두 숙연하고 절절한 생명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내 작은 텃밭에 미생물을 뿌리며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의 푸성귀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그래도 푸르게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이 생물들과 땅의 기운을 받아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있기를 빌었다.  











할머니가 연수 손에 무씨를 담아주셨다.











할머니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전해지는 씨앗.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할 수없이 뭉클해지던 마음..












씨앗을 뿌리는 손이 참 아름답다. 귀해 보인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있는 정말 아름다운 일중에 하나가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이라는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라 고맙다.











연수도 작은 손으로 열심히 씨앗을 뿌렸다.
씨앗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것은 참 작은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그 안에 숨어있을 큰 힘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만 겸손히 머리숙이게 한다.  

이번에 받은 한살림 소식지에 보니 예전에 한 TV프로에서 아이들이 나와 어떤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들이 맞추는 게임에서 
아이가 '씨앗'을 이렇게 설명했다한다.
"이건 작지만 들어있을건 다 들어있어요!"
^^
정말 그렇다. 작고 마르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크게, 푸르게, 실하게 자라날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씨앗은 땅을 만나야 제 꿈을 온전히 다 펼칠 수 있다.
그저 집안의 마른 방바닥에서 씨앗을 굴려볼 때랑 흙위에 씨앗을 올려놓을 때의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씨앗이 꿈을 꾸는게 느껴지고, 숨을 쉬고 바야흐로 어떤 거대한 출발선에 서있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땅위에 뿌려진 씨앗은 정말 아름답다.

땅과 씨앗. 
5월의 푸른 대지위에서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있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흙과 씨앗을 함께 만지고, 그 둘을 만나게 해주는 큰 일을 제가 하고있다는걸 지금은 그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어떤 경외감같은 것은 분명히 느끼면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기적같은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꿈은 꿔왔지만 정말로 이렇게 내손으로 텃밭농사를 지어보는 날이 올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년에도 우리가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부디 그리되기를... 내년에는 어린 평화도 밭머리에 앉아놀게 하고, 제법 더 큰 연수와 씨를 뿌리고 기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런 기적이 살아있는 동안 오래 우리 곁에, 내 삶에 허락되었으면 좋겠다고 밭머리에 서서 한참 생각하다 돌아왔다.
 











++ 다용도 미생물은 여러 곳에서 판매한다.
한살림에서는 '흙살림'이라고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땅의 살리는 방법을 연구,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곳에서 제조한 미생물을 판매하고 있다. (흙살림 홈페이지를 링크해두었어요. 찾아가면 '장보기'란이 있는데 거기에 집에서 쉽게 채소를 기를 수있는 '그로우백'을 판매하고 있어요. 텃밭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집안에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예쁜 그로우백도 한번 살펴보시길~!^^) 
가격은 1L에 4,900원. 우리같은 소규모 텃밭에서는 두고두고 오래 쓸 수있는 많은 양이다.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생활용품' 코너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 바로가기)










Posted by 연신내새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ipi

    아..흙냄새가 맡고 싶어지네요... ^^

    2011.05.24 11:18 [ ADDR : EDIT/ DEL : REPLY ]
    • 보드라운 흙위에 서면 사람들 마음도 순간 폭신해지는 것 같아요. 늘 딱딱한 시멘트길을 밟다가 어느날 흙에 내려서면 아, 확실히 다르구나.. 발이 좋아하는구나.. 싶고요.
      언제든 놀러오셔요.(직장맘이시라 자주 뵙기어렵다는건 알지만..ㅠㅠ)
      블로그도 보고 살림님 블로그에서 댓글도 보고왔는데, 힘내시라고 멀리서 저도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2011.05.24 22:15 신고 [ ADDR : EDIT/ DEL ]
  2. 어머 파 신기해요. 나중에 파가 스스로 선 모습도 보여주세요. ㅎㅎ
    근데 쪽파가 대파의 아기였나요? 전 완전 다른 종자인 줄 알았는데...-0- 완전 무지한 도시녀자. -_-;;;;;; (쌀나무에서 쌀나냐는 요즈음 아이들이랑 거의 수준이 같네요. 쯧...ㅠ.ㅜ)

    한살림 소식지에 있던 글귀가 아이들이 씨앗 설명하는 거였군요. 어쩜 저런 생각을 했을까. 역시 깨달음은 얻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잃어가는 건가봐요.

    성남시에서는 탄천 살린다고 EM 용액을 무료로 나눠줘요. 예전에 동사무소에서 한 통 받아왔었는데, 거의 활용을 못하고 버렸던 적이 있다지요. 시큼하게 삭기 전에 부지런하게 활용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아웅. 한살림 소식지에서 보니 한살림 미생물용액은 EM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던데 공부 좀 해봐야겠네요. ㅎㅎㅎ

    2011.05.24 2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니, 저기... 쪽파는 쪽파고, 대파는 대파..아닌가요? ^^;;(나도 뭐 비슷하게 무지한 도시아짐..^^;;)
      이번에 심은건 쪽파인 것같은데, 어떻게 자라는지는 나도 봐야알겠어요. ㅎㅎㅎ 우리 목욜에 시간되면 같이 마을버스타고 저희 텃밭에 놀러가봐요~ 파가 잘 일어섰는지 나도 참 궁금해요. ^^

      한살림 다용도미생물과 이엠이 다른건 확실한것같고요, 나도 어떤 차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이엠은 아마도 희석이 된채로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희집 것은 냉장고에 넣어두긴했는데 벌써 통이 봉긋해진것이 얼른 써야겠다 싶더라구요. 근데 양이 많아서 아래 살림님 말씀처럼 설겆이나 빨래 등에도 다양하게 얼른 활용해야겠어요.

      아. 어른이 되면서 잃어가는 것들이 참 많겠지요? 그래도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아이들덕분에 조금 더 현명해지고, 좋은 사람으로 또 한번 성장할 기회를 얻은것같아 다행스럽기도해요. 끙~ 우리 힘내자고요. ^^

      2011.05.24 22:56 신고 [ ADDR : EDIT/ DEL ]
  3. 살림하는사람

    미생물, EM, 잘 쓰는 분들은 참 잘 활용하시던데, 저는 괜시리 어렵게 여겨져서 자꾸 망설이고 있어요.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서 한살림 미생물을 부엌 싱크대에 자주 부어주고 있어요. 빨래에도 쓰고 설겆이에도 쓰고 머리 감을 때도 쓰고 잘 쓰면 보물창고겠던걸요.

    저는 요 며칠 콩나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우와~ 요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몇 시간마다 달라요 쑥쑥 자라나요. 흙에서 자라는 채소며 꽃들도 신기하기 그지없고 요 물만으로도 자라나는 콩나물도 신기하기만하고요, 그저 놀라운 세상입니다. 공장에서 딱딱 찍어내며 만들어내는 공산품을 대할 때와는 생판 다른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 감동을 이렇게 글로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05.24 22:3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생물을 들고갔더니 이모님께서 미생물이 땅에 좋다는 얘기는 알고계셨다면서 이런 것을 어디서 구했냐고 궁금해하시더라구요. 제가 유기농식재료 구입하곤하는 생협에서 팔더라고 말씀드렸지요. 어른들께는 낯설면서도 또 직감적으로 좋다는 사실이 와닿는게 이런 천연제제들인것 같아요.
      저도 밭에 한번 뿌리고나니까 어찌나 마음이 든든하던지요. ㅎㅎ

      콩나물키우는 것도 참 재미있지요. 어릴때는 집에서 할머니가 큰 시루에 콩나물을 한가득 키우시곤했는데 그 풍경이 아련해요. 자기 손으로 자기 입에 들어갈 채소를 키우고, 또 옷도 지어입고.. 하나씩 할줄아는게 늘때 진짜 '사람으로 사는 기쁨'도 커지는것 같아요.
      남이 키우고 차려준 음식, 남이 만들어준 옷, 남이 지어준 집, 남이 만들어준 장난감... 때로는 그런 것이 가득찬 삶에서 진짜 '내 것'은 뭘까.. 싶기도 하고요.
      이미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삶의 조건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작은 파열구 하나 삶에 내보는 순간, 그 감동과 생명력은 정말 큰 것 같아요.
      텃밭이 제게는 그런 경험과 공간이 되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2011.05.24 23:07 신고 [ ADDR : EDIT/ DEL ]
  4. 제가 먹었던 상추가 바로 이 상추였군요! ㅎㅎ 이렇게 정성들여 키운 상추였기에 그렇게 맛있었나보네요~

    근데 준철이가 맥북에어가 아닌 삽을 들고있는 모습이 왜 이렇게 어색하죠...? 준철이는 농활가서도 삽은 안들었던 것 같은데... 호미라면 모를까...ㅎㅎㅎ

    2011.06.02 15: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네~ 철은 정말 농사랑 잘 안어울리는데 밭좋아하는 마누라 덕분에 매주 텃밭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
      상추는 정말 튼튼하게, 쑥쑥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고 신기해요. 가원이도 언제 밭에 한번 같이 놀러가면 좋아할텐데... 남자아이들은 삽이나, 물뿌리개 같은걸들고 노는걸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상추 많아서 딸때마다 '어떻게 다 먹나..'걱정합니다. ^^ 또 같이 먹어요~~!

      2011.06.04 00:42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5.01 22:17









밤새에 꽃나무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아장아장
꽃밭으로 가보네.

밤새에 병아리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갸웃갸웃
닭의 어리 엿보네.

밤새에 우리 아기
얼마만큼 자랐나?

해님이 우리 마당
밝게 비춰 보시네.


- 윤석중 동시 '얼마만큼 자랐나' 전문.











텃밭에 상추심고 일주일 뒤였던 지난 24일.
세 식구가 오전에 주말농장에 다녀왔다. 

상추가 많이 컸을까, 쑥갓 씨앗은 싹을 틔웠을까... 도란도란 얘기하며 가는 길이 즐거웠다.
가보니 상추들은 아주 조금 큰 것도 같았고(?^^;), 쑥갓 씨앗은 잠자고 있는지 소식이 감감했다. 
그래도 그게 밖에 있는 우리가 보기에 잠잠한 것이지 땅 속에서는 지금 부단히 땅을 뚫고 여린 새싹을 내보내려고 씨앗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상추도 고만고만 해보이지만 새로운 땅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짧은 일주일 사이에 잎사귀도 전보다는 넓혀놓았으니 대단하고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이 날은 작물을 더 심으려고 간 것은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보러 간 길이라 딱히 할일은 없어 그저 상추들 얼굴보며 웃고만 있었다. 
그래도 연수는 아쉬운지 농기구창고에서 삽을 꺼내달라더니 저렇게 몇번 밭을 다지고 두드렸다.
나는 영성농법을 실천하느라 박수를 힘차게 여러번 치면서 '잘 커라, 고맙다' 얘기하고 왔다. ^^











밭일 대신 이 날은 우리 텃밭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한강을 만나러 가보기로 했다. 
주말농장이 있는 이 마을에는 '가래여울'이란 예쁜 이름이 붙어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근방 강가에 가래나무가 많고, 예전에 올림픽대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금 강동대교 근처가 물살이 아주 센 여울목이었어서 '가래여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었다.

갈대와 잡풀이 무성한 언덕위로 자전거들이 달리는 것이 보였다.
차들은 다닐 수 없게 철문이 닫혀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 길이 만들어진 곳으로 들어와 올라서니 자전거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자전거도로를 건너면 만나는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 
큰 강을 본 연수. 조금은 얼떨떨하다.  










내려가보자~!
햇빛은 좋고, 강은 푸르다. 더구나 여기는 시멘트 싹 발라진 인공 제방이 아니라 흙과 물이 그대로 만나는 자연의 강. 
갑작스레 펼쳐진 강 풍경에 나도 놀라고, 마음이 시원해졌다. 
 










연수, 뛰어간다.











강물이 잘그락, 잘그락.. 자갈을 흔들고 있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강물 자락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게 얼마만인지.
작년 여름 여행 이후로 강가에는 처음 서보는 것 같다.
이사오고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두어번 가긴했지만 그곳도 아무래도 인공의 물인지라 이토록 여린 강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강이, 한강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말을 걸고 있었구나.. 
 










연수는 조금 무서운지 아빠에게 손을 잡자고 해서는 강물 아주 가까이 가서 돌멩이를 몇번 던져보았다.
 










하늘과 구름도 참 예쁜 날이었다.











아빠, 좀 더 놀자~!
연수야.. 그만 가야해...











마음 같아서는 이 그림같은 강가에 오래도록 자리펴고 앉아 강물과 하늘을 쳐다보다 오고싶었지만...
우리가 여기를 빨리 떠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는 바로 이 사진 한가운데, 갈대밭 입구에 서있는 작은 팻말 때문이다.
팻말에는 작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써있었다.
"뱀조심"

헉!!! 뱀이라니!!!! -.-;;;;;
정말이야? 정말? 아~~~ 뱀이라니~~~~!!!

뱀은 내가 제일로 무서워하는 생물.
인공의 공원과 제방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여기부터는 한강의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우면서도
아... 뱀이라니... 생각만해도 소름이 오싹 돋아 나는 그만 '어서 가자, 어서 가자'하며 아이를 채근해 풀밭을 떠나고 말았다.
강가에서 사진 몇장을 찍은 것도 실은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림같은 강가를 떠나와 자전거도로로 올라가는 삭막한 이 시멘트 길위에서
그나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방에 싸온 간식을 먹었다...ㅠㅠ
 
그리고 두번째 이유인, 이날 오후에 우리집에 오시기로한 손님들을 맞으러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


일주일이 지나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한강의 뱀들.. 잘 있을까?
들쥐도 잡아먹고, 개구리도 잡아먹으면서 그 녀석들은 오늘 하루 잘 살았을까.
황사는 이리 심하고, 올봄은 날도 춥고... 방사능비까지 내리는 이런 힘든 세상에 그 녀석들도 얼마나 살기가 고단할까..

한강이 살아있는 강이었을 때는
강변의 모래들이 자정작용을 해줘서 물도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여름에는 해수욕하는 인파도 참 많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가래여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니 예전에는 여기에 나루터가 있어서
멀리 강원도 정선에서부터 나무파는 사람들이 굵은 나무기둥을 묶어만든 뗏목을 타고 내려와 가래여울을 지나 마포로 갔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 사람들이 강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던 그 날들에는 외려 뱀있는 강가에 내려가는 일도 지금보다는 덜 무서웠겠지.
뱀들도 사람 많은 곳에는 나오질 않았겠지..
한강을 온통 시멘트로 발라버린후 살곳잃은 뱀들은 개체수도 많이 줄었을테고, 그나마 남은 녀석들이 여기, 가래여울부터 두물머리로 이어지는 그나마 남은 야생의 강가와 풀밭에 어렵사리 모여살고 있겠지.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의 너구리들처럼 사람에게 쫓겨 평화롭게 살던 숲을 잃고 헤메고 또 헤메다 겨우 살아남았겠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이 녀석들을 야속해할 것도 아니고 되려 미안해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무섭고 아쉬운건 어쩔수가 없네..ㅜㅜ
봄에는 연수를 데리고, 가을에는 평화까지 데리고 텃밭에 나와 푸성귀를 따고 이곳 강가에서 오래 바람을 쐬고 싶었던 내 꿈이
뜻밖의 뱀소식으로 주춤하게 된 것이..

자연은 좋지만 뱀은 포용할 수 없는 나의 편협한 자연관을 반성하며
예전에 보았던 최성각 작가의 산문집 <달려라 냇물아>를 다시 들춰보았다.
환경단체 '풀꽃세상'과 '풀꽃평화연구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가에게도 뱀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서였다.

"뱀에 대한 공포는 학습된 것인지 본능적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던 저로서야 뱀에 대한 공포가 학습되었을 리 없는 노릇이었습니다만, 뱀은 징그럽고 미끈거리고 독이 있다는 것마저 알았을 때에는 공포스러운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중략)..  하지만 "어떤 못된 뱀도 나쁜 사람보다는 착하다"는 말을 우연히 만난 이래, 제게 뱀은 더이상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사십 중반이 넘자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자들은 거기에 뱀이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있어서 그 말에 대한 제 공감은 깊어지기만 합니다." (최성각, <달려라 냇물아> 134~145쪽, 녹색평론사)

흑. 아직 내가 삼십대중반이기 때문일까... 철없는 나는 아직 사람보다 뱀이 무섭다. ㅜㅜ  
하지만 이 분도 다른 글에서는 이렇게도 썼다.
 
"사람을 만나면 뱀이 더 놀란다는 말도 있고, 그 말에 십분 공감도 하지만 안 만나면 사실 더 좋은 생물이 바로 뱀이다. 뱀이 보이는 순간 그 일대의 공기 밀도가 달라진다...(중략)..  뱀 이야기를 카페에 올렸더니만, 정선에 사는 시 쓰는 한 선배가 "거위를 키우면 뱀이 안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본시 나는 귀가 엷은데다 그 선배가 직접 거위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믿었다. 선배는 뱀이 종소리를 싫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위를 구하는 일보다 종을 구하는 일이 더 쉬워서 나는 일단 철물점에서 작은 종을 얼른 구했고, 있던 풍경도 그 이음새를 다시 살핀 뒤 밤에 마당에라도 나갈라치면 소학교의 소사아저씨처럼 때 없이 흔들어대곤 했다. 그러면서도 "거위를 구해야지, 거위와 함께 살아야지". 다짐하기 시작했다." (같은책, 16쪽)


다음에 가래여울 한강가에 갈 때는 필히 종을 들고가야겠다.
그리고 행여 여러해후에 내가 꿈꾸는대로 마당있는 시골집에서 살게된다면.... 꼭 거위를 키우리라. 
 
이번 주말에는 비도 많이 오고, 황사도 심하다해서 텃밭에 다녀오지 못했다.
우리 상추들은 잘 있나... 그 여린 잎들이 이 비와 바람을 잘 견뎌내고 있을까.
이웃밭들에 있던 마찬가지로 어린 고추, 토마토, 로메인 같은 채소들도 궁금하고 걱정된다.
조그마한 우리집 울안을 넘어.. 관심가는 생명들이 이 봄, 더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어서 날이 좋아져서 텃밭에 나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살림하는사람

    윤석중님의 시가 참 좋네요.^^ 외워서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요.(저란 사람이 시 외우는 것을 좀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한 번 해봐야겠어요. ㅎㅎ)

    ㅎㅎㅎㅎㅎ 저번에도 한참 웃었는데 그 '영성농법' 말이 참 좋고 의미도 좋은데 그 농법을 실천하고 계실 욱님을 생각하면 자꾸만 웃음이 난단 말이죠.ㅋㅋㅋㅋ 아마 작물들도 잘 자라리라 생각됩니다.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저도 전에 들었어요. 그 때 마음이 그렇게 쓰라리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곳이었는데, 나는 못 보았구나 싶어서요. 지금 다른 많은 강들에 내지고 있는 상처들을 생각하면 더 아프지요.

    "어떤 못된 뱀도 나쁜 사람보다는 착하다" 같은 사람으로서 뜨끔합니다. 제가 도시인으로 살면서 지구에 쌓아놓는 온갖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저도 '나쁜 사람'이지 싶어서요. 적어도 그런면에서 뱀은 저보다 착하네요. 그나저나 최성각님의 '거위를 구해야지. 거위와 함께 살아야지'하는 모습이 욱님의 영성농법의 실천만큼이나 마음 훈훈하면서 절로 미소지어집니다.^^

    2011.05.02 14:0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키우며 다시 읽어보니.. 동시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짧은데 여운이 참 긴 시들, 예쁘고 여린 아이들마음을 보듬어주는 고운 말들.. 좋은 동시집을 많이 찾아서 연수와 함께 보고 싶어요.
      (저 시는 그림책으로 나와있어서 저도 알게됐지요^^)

      영성농법, 이 것이.. 막상 하려고하면 상당히 멋쩍지만요.. 그래도 웃으며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상추들도 저를 보며 웃어주지않을까요? ^^;; (그래, 할줄 아는 것도 없는 너.. 그래도 자주 와서 얼굴보여주고 박수라도 쳐주니 좋다~ 하면서요.ㅎㅎ)
      아직은 이웃들 눈치를 좀 보는데요, 사실 더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서 격려를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얍얍!

      한강이야기를 생각해보니 살림님께 빌린 '녹색평론' 이번호에서 본 것 같아요. 한강에서 해수욕하기.. 참 해보고싶은 풍경이지요? 언젠가는 한강도, 4대강도.. 다 뜯어내고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는 날이 오겠지요..꼭.

      최성각님은 그래서 시골집에 풀꽃세상연구소를 차린뒤 정말 거위 두마리('맞다'와 '무답이')를 키우셨는데요, 두 마리의 의젓하고 아름다운 거위들 이야기를 보다보니 저도 꼭 한번 키워보고 싶더라구요.
      연수는 요즘 '연수는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늘상 이야기하는데, 어서 마당있는 집을 구해서 모두모두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어요. (뱀은 빼고요..ㅠ.ㅠ, 뱀아, 미안..)

      2011.05.02 23:48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 금새 자라는군요~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듬뿍 들겠어요.
    상추.. 나도 주말농장 하고싶은데.. 마음만 굴뚝..
    나중에 걷어들일땐 저도 같이 가고 싶네요..

    2011.05.12 12:59 [ ADDR : EDIT/ DEL : REPLY ]
    • 마음이 굴뚝...이면 언젠가는 꼭 하게 될거예요. ^^
      낼모레 보러갈까하는데.. 먹을만하면 바로 연락할테니 와서 같이 거두고, 삼겹살파뤼 하자고요~~!

      2011.05.13 23:16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4.23 00:30



2월 어느날, 회사에서 지급받아 쓰던 맥북을 반납하게된 신랑이 내 기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맥북을 사야겠어!"

잠시 생각한후 내가 대답했다.

"응. 그럼 나는 밭을 사줘."
 
2월 중순께 남편은 꿈에 그리던 '맥북 에어'를 품에 안았고,
행여 흠질세라 조심조심 열어서는 나를 위해 강일동 근처에 있는 주말농장을 검색해주었다.










3월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가 붙었다.
강일동 동사무소에서 주말농장을 분양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강가에 있는 '가래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의 텃밭이었다. 신청일 아침 8시부터 동사무소에서 선착순 140세대 분양.

평소 우리에게는 너무도 이른 시간인 7시 30분에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에 도착하니 7시 45분. 음~ 이정도면 양호하겠지~? ^^ 어디로 가면되나... 궁금해하면서 동사무소로 들어선 순간, 
와. 동사무소 안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북적북적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직원분을 찾아 주말농장 신청하러 왔다고 하니 신청서를 한장 준다. 
신청서 윗머리엔 빨간 볼펜으로 177번이라고 써있었다. 백..칠십...칠??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줄을 선 176명의 어른들이 이미 동사무소를 다녀가셨던 것이다. 
나는 '꼭 안된다는 생각은 마시라'는 담당직원분의 말을 들으며 예비자 37번으로 접수를 해놓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이제 우리 밭이 생겨?" 하고 묻는 연수에게 뭐라 대답도 못하고 쓰린 가슴만 부여잡은채....ㅜ.ㅜ

돌아와서 아직 출근중인 신랑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더니 신랑은 '허허'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사실 나같은 젊은 새댁보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텃밭이 훨씬 더 필요하다. 소일거리도 되고, 소소하게 살림에도 보탬이 되실 것이고.. 무엇보다 그분들이 나보다 채소들을 훨씬 정성껏 잘 키우시지 않겠나... 생각하니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그래그래, 잘 된 일이야.. 상황을 알았으니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신청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주말농장 일은 곧 잊혀졌다. 
다른 밭을 더 알아볼까도 싶었지만, 소망하던 맥북을 손에 넣은 뒤로는 나의 밭에 나날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신랑의 영향으로 나도 거의 '올해는 안되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아침,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앞서 신청한 분들 중 몇분이 포기하셔서 대기자인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만세~!!!!!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텃밭이 생겼다!!  ^------------------^ 
 










아빠와 연수가 토요일에 동사무소에 가서 4만원(텃밭 4평을 4월부터 11월까지 빌리는 비용)을 내고 자리추첨을 했다. 
우리 자리는 16번, 텃밭 입구에서 가까운 좋은 자리라고 했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 빌려짓는 것이지만 처음으로 생긴 내 밭,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잠실에 사시는 시이모님이 우리집으로 오셔서 함께 텃밭에 갔다. 
6월에 아이를 낳는 내가 기어코 올해 텃밭농사를 해보겠다고 나설 때는 마음 한구석 든든하게 믿는데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믿는 구석이 바로 시이모님이셨다.
잠실에서 오래 사신 시이모님은 송파구청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신청해 10년 가까이 텃밭농사를 지어오셨다. 
연수를 가졌을 때 나는 시이모님네 텃밭에 가서 그 자리에서 바로딴 싱싱한 상추에 구운 삼겹살을 싸먹으며 행복한 오후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작은 텃밭농사를 짓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이모님이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지어온 땅이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결정되면서 그 해를 마지막으로 이모님도 2년동안 텃밭농사를 짓지 못하고 계셨다. 새로운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가보셨는데 주변 땅이 너무 오염되어있고, 텃밭안에도 쓰레기가 많아 도저히 지을 엄두가 안나셨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심 나는 우리가 텃밭을 분양받게 되면 이모님께 도와달라고 부탁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모님은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청상외할머니의 둘째딸, 우리 시어머니의 바로 아래동생인 시이모님은 풍채만 뵈도 여장부의 기운의 느껴지는 분이다.
대학새내기 시절에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본 뒤로 나는 풍채좋은, 그러니까 키도 크고 몸집도 큰 여성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분들의 씩씩한 기운을 대하면 나도 기운이 나고 존경심도 든다. 
어릴 때부터 힘든 농사일과 집안일을 척척 거들어온 둘째이모님은 일솜씨와 살림솜씨가 모두 대단하시다. 가끔 명절이나 제사, 시댁 가족여행같은 큰일이 있으면 미리 장을 보고, 대식구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신다. 
이모부님과 함께 동대문상가에서 가죽옷장사를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역시나 이모님 정도의 씩씩한 기운이 아니었으면 헤쳐나오기 어려운 힘든 일이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혼자 짐작해보곤 한다. 
 
시골에서 자라신 이모님은 땅을 보면 안그래도 씩씩한 분이 더 활기를 띠신다.
나도 그렇다. 흙을 밟으면 기분이 좋고, 흙위에서 자라는 무엇을 보면 참으로 이쁘고 반갑다.
이모님의 지휘하에 우리는 우리몫의 퇴비를 밭에 뿌리고, 근처 농장에서 파는 상추모종을 사다 심었다.
올봄들어 햇빛이 제일로 쨍쨍한 것 같은 날이었다.
















이모님이 호미와 손장갑을 챙겨오시고, 나는 그저 집에 있던 모종삽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왔는데 (^^;;;)
와서보니 동사무소에서 장만한 공동 농기구들이 창고에 잔뜩 보관되어 있었다.
괭이와 갈퀴, 물뿌리개를 들고와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었다. 연수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흙도 파헤쳐보며 무척 좋아했다.






















사실 이모님이 어려우시다고 하면 나는 나 혼자서라도 텃밭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었다.
워낙 도회지분인 우리 신랑은 손에 흙도 안묻히고 자라셔서 농사일에 도움이 될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린 시절에 내가 우리 부모님의 일을 어깨너머로 보고, 물주전자 들고 따라다니는 길에 슬쩍 본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상추 좀 심고, 방울토마토도 좀 심고.. 가을에는 배추랑 무 심고, 고구마도 여력되면 심어보고...^^
블로그 이웃인 토마토새댁 언냐와 맑은물한동이님께 조언도 구하고 4평밖에 안되는 작디작은 땅이지만 나도 뭔가 내 입에 들어갈 것을 내 손으로 키워본다고 으쓱해서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지어보고 싶었다.
6월에 평화낳고나면 한동안 바깥출입도 못할텐데 그 푸성귀들을 어떻게 돌볼꺼냐고 신랑이 걱정하면 나는 언젠가 한실림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살림'에서 보았던 '영성농법' 이야기를 했다. 

아래는 <살림>지(2010년 가을호)에 실렸던 지리산생태영성학교의 교장 이병철 선생님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영성농법이라고 뭐 별 거 없어요. 만날 때마다 잘 자라라 힘내라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면 식물이 알아듣고 잘 자라요."  
하지만 자칫 영성농법이 격려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안 자라면 곤란하다는 마음이 끼어들면 '협박농법'이 된다면서 개구장이처럼 웃는다....(중략) 다음날 아침 그는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논에 가서 박수를 세 번 힘차게 치면서 "힘내라! 잘 자라라!"라며 벼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선생이 자주 들여다보고 인사하는 앞 논의 벼는 이삭이 실하고 포기가 튼실한데, 조금 소홀했다는 윗논은 안쓰러운 만큼 부실해보였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속으로 '옳거니!'했다. 바로 내가 찾던(내가 할 수있는^^:;) 농법이 여기있구나~!
나는 걱정하는 남편에게 '내가 연수데리고 자주 밭에 가서 박수쳐주고 올테니 걱정말라'고, 일단 밭이나 사달라고 얘기하곤 했다. 신랑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텃밭)이웃들이 신고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

이런저런 사정은 다 맘에 걸리지만 그래도 나는 텃밭농사가 참 짓고 싶었다.
연수랑 어디 마음껏 파고 뒤지고 두드릴 수 있는 땅 한뙈기, 요만한 흙밭 하나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놀이터 마져도 푹신푹신한 바닥재로 싹 발라버려 마음붙일 모래땅 하나 찾기힘든 아파트의 메마른 삶에서
우리가 마음붙이고 밟아볼 작은 흙밭이 하나만 있었으면... 오래오래 바랬다.  
그 바램이 이뤄져서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주말농장 안에는 주인이 심어놓았다는 과실수들이 군데군데 서있었다. 그 나무들이 밭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경계도 되어주고, 가방걸이도 되어준다. 여름에 잎이 무성해지면 그늘도 만들어 주겠다. 참 좋다. 

























연수는 제 손으로 상추 모종에 흙도 덮고, 물도 주었다.
더운날 힘들었을텐데도 끝까지 저도 하겠노라고 물주전자들고 낑낑거렸다. 연수도 농사일이 좋은가보다.
힘은 들어도, 푸른 하늘 아래 흙냄새 맡으며 오가는 일이 어린 아들 마음에도 드는 것 같아서 기쁘고 흐뭇했다.






















이모할머니와 연수는 쑥갓씨앗도 뿌렸다.
텃밭에서 돌아온 뒤 연수는 "엄마, 싹이 났을까? 싹이 나면 어떻게 해?"하고 가끔 물었다.
우리가 다녀온 뒤 화요일에도 한번 비가 왔고, 오늘도 또 비가 촉촉하게 많이 왔으니
쑥갓 씨앗들이 이제는 싹을 틔웠으려나.. 상추들은 그새 많이 자랐으려나.. 궁금하고 보고싶다.
연수야, 우리 곧 보러가자. ^^











까도남 연수아빠는 4평 농사를 시작하고 무척 감개무량해했다.
"야~ 요만큼 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몇천평씩 농사는 어떻게 짓냐~~"하고 너스레를 떨더니
나중에는 "상추 60포기 심어놓으니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하면서 좋아했다. ^*^

웹개발 일을 하셨던 연수아부지 말씀하시길, 요즘 개발자들중에 귀농한 사람이 많아서 '와이파이' 터지는 밭이 그렇게 많대~~ 하더니..
여보, 우리도 텃밭농사 몇년 지은 뒤에는 '와이파이 터지는 밭'딸린 집을 장만해서 본격 시골생활을 해볼까나. 어때? ㅎㅎ



















텃밭 가에 핀 매화나무 꽃이 정말 화사했다.
따로 봄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밭둑가 꽃그늘에 앉아보는 마음이 황송했다. 봄이구나.. 이렇게 예쁜 봄이 내 곁에 있구나.





















집에서 싸온 물과 토마토는 새참. 
 
아버지는 '벼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다.
자주 걸음하고, 자주 눈길주고, 조금씩 보살피는 손길... 
가래여울은 우리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되는 마을버스 종점마을이다. 
연수와 손잡고 마을버스를 자주 타야겠다. 
다음에는 가래여울 텃밭에서 한강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길도 찾아봐야지..

우리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함께 가고 싶은 곳이 한군데 더 늘었다. 
우리 텃밭에서 상추 따가실 분, 함께 어린아이들 손목잡고 한강 나들이 가고픈 분들.. 
이 봄이 가기 전에 우리집에 어서 놀러오셔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 축하~!
    밭을 샀다고 하길래, 정말 큰 맘먹고 진짜 '전욱'소유의 밭을 산 줄 알고 깜놀했다우 ㅋ
    연수도 키우고 평화도 키우고, 그리고 땅에서 자라는 생명도 키우고
    그야말로 자네는 진정 농부구만~ ^^ 자식농사도 식물농사도 잘 할거라 믿는다!!!

    상추뜯어먹고 싶다. 야금야금~ 생각만 해도 침이 흐르는 걸... ^^

    2011.04.23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울 친정엄마 서울오셨을때 이 밭을 구경가자고 했더니 엄마 말씀 "내가 밭을 적게 봤냐? 그리고 진짜 네 밭도 아니고 빌려짓는 밭을 무슨 구경씩이나~~" ㅋㅋ
      그래도 나는 뿌듯하기만 했다오. 뭐.. 언젠가는 내 소유의 밭을 갖게되어도 좋겠지. 그래도 빌려짓든 어쨌든 내가 심어서, 내가 거둬먹는 곳이니 고맙고 좋다.

      상추먹으러 와~~!! 농장 끝에 바베큐시설도 있긴하더라. 삼겹살구워서 쌈싸먹으면 딱 좋을텐데~ㅎㅎ

      자식농사, 식물농사.. 휴. 모두 정말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1.04.23 01:00 신고 [ ADDR : EDIT/ DEL ]
  2. 항상 호시탐탐 노리던 주말농장! 정말 제가 망설였던 것들만 쏙쏙 먼저 해주시는 욱선배님이네요.(둘째아이, 한살림 블로거단, 한살림 마을 모임, 이번에는 텃밭까지!!!!!!) ㅎㅎㅎ
    같이 모였을 때 텃밭도 가보고 싶네요~~^^

    2011.04.23 1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한살 많아 모두 1년씩 먼저인게 아닐까요? ^^;;
      내년에 제가 평화 똥기저귀 빨고 있을때 고래님이 신나게 블로그활동단도 하시고, 주말농장도 다녀오시는 소식을 블로그로 보게 될것같은데요~ㅎㅎㅎ

      놀러오시면 같이 농장(정말 손바닥만한 밭뙈기지만ㅋㅋ)도 가보고, 거기서 걸어서 바로 한강구경을 갈 수있더라고요. 아이들과 같이 가 간식먹고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고, 바로 통하는 한강 갈대밭에 왠 '뱀조심' 팻말이 있어 식겁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자연은 좋은데, 뱀은 무서워..ㅠㅠ
      제가 연락처도 살림님께 입수(!)했으니 연락드릴께요. 곧 뵈요~~!^^

      2011.04.25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3. 살림하는사람

    와우~! 축하드립니다! ^^ '난 밭을 사줘!'라는 전욱님의 통큰 요구가 말만으로도 아주 시원합니다.ㅎㅎㅎ '안토니아스 라인'을 저도 대학때 영화 교양수업때 봤는데요, 아직도 인상이 깊게 남아있어요. 영화 제목만으로도 아주 반가운 이 마음, 괜히 설레는데요. ^^ '봄바람 단단히 난 아줌마' 멋집니다. 그것도 제대로! ㅎㅎㅎ 딸기생산지도 잘 다녀오시고요, 마음껏 즐겁게 누리세요. 다른 날은 없는 것처럼 살아야겠다 요즘 다시 생각해봅니다. 다음에 갔을 땐 상추 따 먹을 수 있겠어요. (침 질질 흘립니다.ㅎㅎㅎ) 상추가 많으면 제가 무쳐드리지요~^_^

    사진 속 햇살이 여기까지 봄내음 물씬 나게 합니다. 전욱님의 모습에서도 연수의 웃음에서도 연수아버님의 미소도 모두모두 봄햇살이고 봄꽃이네요.^^

    2011.04.24 12:05 [ ADDR : EDIT/ DEL : REPLY ]
    • 얼리어답터인 남편이 늘 신종디지털기기들을 열망하는데 반해, 아날로그인간인 저는 늘 밭이나 마당, 책같은 오래된 것들을 열명해요. 그래서 남편이 '맥북'을 사야겠다고 했을때 저는 바로 제가 늘 갖고파하던 '밭'을 얘기했던 것이지요. ㅎㅎ
      사실 늘 조그만 텃밭 하나, 더도 덜도말고 우선 제 손으로 뚝딱뚝딱 해볼수있는 딱 손바닥만한 밭을 원한다는걸 남편도 알고 있으니 아주 '통 큰' 요구라고 보긴 어려웠답니다. 또 모르지요.. 나중에는 정말로 통크게 아주, 아주아주 큰~ 밭을 사달라고 할지도요. ㅋㅋㅋ

      상추는 어제 가보니 정말 손톱만큼 자랐고요(그래도 무사한것만도 다행이라고 아주 좋아하고, 손뼉 열심히 쳐주고 왔습니다) 넉넉히 거둬서 나눠먹고, 살림님께 겉저리까지 무쳐달라고 하려면 몇주는 더 기다려야할 것같아요.
      그전에는 그저 눈요기나 하고, 한강 나들이나 우리 같이 해요. ㅎㅎ (단, 뱀을 조심해야한답니다!!! ㅜㅜ)
      살림님이 해주신다는 칼국수에 저야말로 침 잔뜩 고여있습니다. 얼른 뵈어요~~~^^
      원래는 보리고개도 있고 넘기힘들다는 계절인데 저에게는 이 봄이 참 풍성하고 푸지고 든든하네요, 살림님과 고마운 이웃님들 덕분에요.

      2011.04.25 15:57 신고 [ ADDR : EDIT/ DEL ]
  4. 토토

    맥북을 사야겠어. 그럼 나는 밭을 사 줘. 라는 반전과 스릴 넘치는 두 분의 대화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우하하. 암튼 간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완전 게으르고 도무지 재주도 없다 보니.. 집에서 화분 하나도 못 키워 남푠한테 쯧쯧 소리 듣는 저 같은 사람은 발뒤꿈치도 따라갈 수 없지 뭡니까.
    지금 사는 집에 처음 이사 왔던 3년 전.. 옆집에다가 이사떡을 드렸더니 그 답례로 텃밭에서 키우셨다며 흙 잔뜩 묻은 푸성귀를 한 보따리 안겨 주셔서 그 어떤 선물보다 푸근하고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요. 그때도 남푠한테 우리도 한번 해 볼까 했다가.. 예의 그 쯧쯧 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음냐..

    밭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연수 모습이 너무나 싱그럽습니다. 아.. 참으로 좋지 뭡니까.

    그나저나 연수 아부님은 까도남이셨군요. ㅋㅋ 아래아래 글 보니 상주 분이신 거 같은데.. 저희 남푠 고향도 경북이라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거든요. 울 남편 고향은 문경인데요.. 문경이 아무래도 상주보단 좀 시골이죠? 민하 아부진 살짝 까칠한 구석은 있어도 도시스러운 것과는 완전 멀다지요. 헤헤.

    2011.04.26 12:24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이번 일에 고무되어 제가 그랬지요.
      "담에 당신이 또 뭔가 사겠다고 하면, 나는 '마당'을 사달라고 해야쥐~~^^"
      저희 신랑 왈, "당분간 아무것도 못사겠네, 아무것도 못사겠어~~~--;"

      결혼하고 살림살면서 제가 꿈꾸는 것은 생명있고 작고 꼬물거리는 것들을 키우는 일, 햇볕을 마음껏 받는 일, 좋은 책들을 천천히 읽는 일... 그런 것들이 됐어요. 예전부터 그런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살다보니 자꾸 그렇게되네요.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해요. 아마 오래된 유전자같은게 아닐까? 시골에서 자랐던 유년이 핏줄이 떙기듯이(?) 그저 자꾸 그렇게 살게하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텃밭은 그저 '질러'놓긴했는데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그저 좋아라~하며 이모님 따라다니는 정도라 거창하게 써놓은게 살짝 부끄럽네요. ㅎㅎ

      민하아부님이 문경분이시군요~! 괜시리 반가운 이 마음.^^ 경상도 남자와 결혼했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먼저 밀려왔지만.. 흠. 토토님 글을 보니 민하아부님은 훨씬 다정다감하시고 정겨운 분인듯해요.^^;; (경상도라해도 다 같은건 아니지요ㅠㅠ)

      무튼 언니, 얼른 저희집에 놀러오셔요~. 따뜻한 날잡아 애기들델꼬 같이 한강나들이도 가게요! 제가 곧 연락드리겠습니당~^^

      2011.04.26 23:43 신고 [ ADDR : EDIT/ DEL ]
  5. 와~~ 텃밭이 생겼네요~! 나도 주말농장 해보고 싶었는데.. 여력이 없을것 같아서.. 주춤.
    나중에 수확할때 함 따라나설래요!! 그때 상추 좀 나눠주세요~

    2011.04.27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지요~!^^ 내가 출산하기 전에, 그러니 5월말쯤에는 상추도 제법 컸을테니 그때 또 놀러와요. 상추따서 삼겹살 같이 구워먹어요.^^
      저도 결혼하면서부터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해보고싶었는데 엄두도 잘 안나고, 찾기도 쉽지 않아서 여직 생각만하고 있었답니다. 쭌도 해보고싶은 것들 나중에라도 꼭 해보게되길~!!

      2011.04.27 23:33 신고 [ ADDR : EDIT/ DEL ]
  6. 발랄

    언니 와이파이터지는 밭에서 빵~ 터졌음돠~~ ㅋㅋㅋ
    철 오빠는 필히 와이파이 터지는 밭이 있어야겠어염 ㅋㅋㅋ
    어서어서 농작물 많이 수확하세욤 ^^

    2011.04.28 15:09 [ ADDR : EDIT/ DEL : REPLY ]
    • ㅋㅋ 맞아요~ 철은 잠시 일하는 척 좀 하다가, 사진 몇장 찍고.. 그러고는 나무 그늘에 앉아 맥북펼치고 있어야 살맛나는 사람이지요. ㅎㅎ
      그래도 내가 하고싶다는건 첨엔 좀 말리다가도 나중에는 다 알아봐주고, 차 운전하면서 데려다주고 자기도 좋아해주니 그것만도 감사해야지요.
      얼른 놀러와요~~! 상추 잘 키워놓을께요. ^^

      2011.04.29 22:4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