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11. 5. 23:31









생후18개월쯤부터 아기들이 언어도 부쩍 늘고, 독립심도 강해진다더니
만 17개월을 꽉 채우고 이제 18개월에 접어든 똑순이가 요즘 딱 그렇다.
저 두가지 성장이 함께 진행된 결과는 아이가 '싫어! 안해! 내가 할꺼야!'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라던데
아직 그 정도의 말까지는 할줄 모르는 똑순이는 대신 '울보 떼보'가 되었다.

조금만 자기 맘에 안드는 일이 생겨도 앙~ 울음부터 터트리고
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앵앵 울다가 요구가 관철되는 순간! 바로 뚝 끄치고 룰루랄라 신나한다.
그럼 좀전까지 보였던 그 서러운 울음소리와 절절한 표정은 모두 연기였단 말인가!!
엄마는 배신감에 떨던 말던 원하던걸 얻은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뛰어다니고,
가끔은 거울이나 냉장고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연기 연습'을 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목격되었다.....








요즘은 옷도 자기가 입어야만 한다. 기저귀 안하고 옷 안입으려고 도망다니던 시절을 넘어
이제는 제 옷과 양말을 들고 돌아다니며 엄마는 손도 못대게한다.









혼자 바지를 입어보려고 무진 노력중이다.
똑순아.. 거기는 발이 나오는 곳이야, 들어가는 곳이 아니고...-.-

뭐든지 스스로 해보고, 직접 경험해보려 하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하게하고, 어려워하면 도와주자'가 엄마의 요즘 모토인데 
그런 엄마의 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도발적인 행동도 많다.
숟가락질을 하겠다는 녀석에게 숟가락을 맡기면서 '음식을 흘리면 옷이 더러워지니 조심해서 먹어라' 고 당부하면
숟가락에 음식을 담아 옷위에 일부러 쏟는다...!!!
더러워지는걸 한번 보고싶은 모양인지, 밥을 던지지 말라하면 더 던지고, 물을 쏟지말라 하면 더 쏟으니
'청개구리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엄마는 가슴을 치는 순간이 더 많아졌다.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요즘 똑순이, 자질구레한 떼가 끝이 없지만 그중 반가우면서도 힘든 떼는 책읽어달라는 떼다.









전에는 그림책을 들고 이리저리 엄마를 쫓아다니다가
정 엄마가 바빠 못 읽어주면 앙앙 울거나, 책을 화장실이든, 씽크대 개수대 속이든 던져넣더니
이제는 한두번 조르다 안되면 체념하고 혼자 앉아 읽기도 한다. 비록 거꾸로 들고 읽을지라도..^^;;;










뒤돌아 앉아서도 읽고...

혼자 그림책을 보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뭔가가 나오면 '에헤헤헤~!!'하고 큰소리로 웃거나 '우우!!'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엄마도 얼른 이것 좀 보라는 얘기다. 
그럼 설겆이를 하다가도 먼 발치서 책을 보고 거기 나온 것들을 얘기해주고 같이 웃어야 한다.
책 좋아하는 아이를(아이로?)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휴...  









그래서~!
똑순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이모야들이 놀러오는건 넘 반갑다. ^*^
맛은 없어도 따끈한 밥은 얼마든지 차려줄 수 있으니, 시간있는 이모 삼촌들아~ 놀러와서 우리 아이 책 좀 읽어주소~
엄마 혼자 하루종일 읽어주자니 목이 아프다오..ㅠ.ㅠ









집에 이모들이 놀러와도 엄마 무릎을 잘 떠나지 않던 예전과 달리,
요즘 똑순이는 자기와 놀아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함께 잘 논다.
엄마가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하면 책을 읽어주고, 자기랑 장난을 쳐주는 다정한 이모삼촌과 함께 놀면서 한참동안 엄마를 찾지않는다. 이것도 18개월쯤 되면서 생긴 큰 변화다. ^^


+


아기가 부쩍 크는 18개월 즈음,
갑작스레 늘어나는 보챔과 떼와 울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자라고 있는 아이의 내면세계과 행동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대견하고 기쁘다.
가만히 누워서, 혹은 앉아서 엄마가 해주는 것들을 무력하게 받기만 하던 아가 시절과는 단호하게 결별하고
좋고 싫은 제 기호를 분명히 밝히고, 제 의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제 힘으로 뭐든지 해보려고 하는 아이의 모습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반갑게 받아들여줘야할 변화일 것이다.
아이의 의사와 요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은 분명하게 제지하면서 아이가 하고픈 것들을 잘 할수 있게 도와준다면
하고픈 건 많지만 정작 잘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저도 답답하고 속상한 이 진통의 시기를 아이는 아주 행복한 성장의 시기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퇴근후 매일 그날 똑순이가 벌인 '분통 터지는' 일들을 새댁에게 전해 듣던 신랑이 한마디 했다. 
"우리 마누라, 다시 육아책 좀 읽겠네~"  
한동안 손에서 놓고있던 육아서를 정말 다시 읽어야할 때인걸까..

그런데 어느 순간 많은 것이 다시 좋아졌다.
함께 사는 삼촌이 '요즘 똑순이가 떼가 많이 는것같아요'하며 걱정할 때 '사춘긴가봐요~'하고 웃으며 대답할 때쯤이었을까..
엄마가 자기를 많이 존중해준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그럭저럭 제일 떼 많이 쓰던 시기는 넘어간건지, 그도 아님 잠깐의 '휴식기'인 것인지
똑순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다시 여유로와지고, 똑순이의 새로운 행동들에도 어느만큼 적응이 되어서 더 기다려주게 되었다.
똑순이도 막무가내 떼는 줄어들었고, 엄마랑 의사소통도 더 잘 된다고 느끼는지 떼쓸때 보다는 웃을 때가 훨씬 많아졌다.  








찰칵~! 이건 엄마가 사진찍는걸 흉내낼 때 하는 포즈다.
눈 앞에 카메라를 갖다대고, 눈을 찡그리면서 찰칵~ 한다는 것이다. ^^


아이도, 엄마도 더 행복한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똑순이와 함께 하는 날들은 매일매일이 그 전보다 더 기쁘고 좋았다. 
눈에 띄게 자랄 때는 그 성장이 신기하고 대견했고, 늘 그대로인것 같을 때는 그 평온함과 건강이 고맙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놀랄 준비를 하고, 함께 행복해질 마음만 있으면 아이의 성장통을 함께 앓으며 엄마도 더 자랄 수 있겠지.

긴장과 기대속에 '행복한' 18개월이 시작되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25. 11:22


지난 주말, 똑순이네 세식구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똑순이는 생애 최초로 기차를 타보았답니다. ^^


 


플랫폼에 서면 언제나 설레입니다.
차가운 공기, 철커덩- 육중한 소리를 내며 플랫폼으로 들어와서는 기차,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의 인사...
똑순이는 나중에 자라서 엄마품에 안겨 처음 기차에 오르던 이 플랫폼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객실안은 참 따뜻했습니다. 좀 더울 정도였어요~
따뜻한 점퍼와 윗도리를 벗고 내복만 입은채로, 똑순이 아빠품에 안겨 신나는 생애 첫 기차여행을 시작합니다.






신기한듯 차창밖을 내다보던 똑순이..
에고~ 영등포역을 지나 수원역으로 가는중에 벌써 아빠품에서 코오 잠이 들었네요.
똑순이 잘때 새댁도 얼른 자야하는데
모처럼 기차를 탄 새댁, 신나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오랫만에 꺼낸 새댁 디카로 차창밖도 찍어보고, 도시락으로 싸온 삶은 계란이랑 귤도 까먹으며 모처럼의 기차여행을 즐겼습니다.





오고가는 길에 새댁네가 탄 객차안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기차표 예약할때 '유아 동반'을 표시한 승객들을 아마도 한 객차에 모아서 좌석배치해준 것 같아요.
덕분에 똑순이가 행여 울거나 보챌까봐 넘 맘졸이지 않아도 되어 참 좋았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탄 승객들이라 너그러이 양해해줄 수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객차안에서는 걸음마에 능숙해진 아가가 통로를 걸어다니며 주변의 승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조금 큰 아이들이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하고, 
똑순이같은 어린 아가들이 응애애~ 울기도 하였습니다. 
큰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떠들땐 부모들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옆자리의 승객들이 '학생들만 탄 것이 아니니 큰 소리는 삼가해줘요'하고 당부도 하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기차여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오고가는 길에 크게 울거나 하진 않았지만
덥거나 졸리면 조금 칭얼대긴 했습니다.
그럴땐 신랑이 안고 시원한 객차통로에 데리고 나갔다 오기도하고, 
새댁이 수유를 해서 재우기도 하면서 3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답니다.  

이렇게해서 도착한 곳은 구미-
똑순이의 고모네가 있는 곳입니다. 할아버지댁에서도 가깝구요.
오랫만에 만난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네 식구들, 삼촌...
늘상 엄마랑 둘이 있던 똑순이, 갑자기 많아진 식구들에 둘러싸여 놀랐는지 (톤이 높고 큰 경상도 사투리에 놀랐을수도 있습니다~~^^;;)
앙~~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더없이 다정한 손길들에 파묻혀 행복한 1박2일을 보냈습니다.


  




먼 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와서 그런가-
똑순이가 훌쩍 큰 느낌입니다.
어느새 생후6개월을 다 채워가는 똑순이..
이제 똑순이와 새댁은 새댁 맘대로 명명한 '육아 1기'를 마무리하고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거든요.
모유 수유는 계속되지만 그래도 이제 차츰 덩어리있는 음식들을 먹어가면서
쌀, 야채, 고기, 과일 등 다양한 먹거리들을 먹어보게 됩니다.
이번 여행은 마침 시즌1에서 2로 넘어가는 시점에 다녀오게 되어서 1기를 마무리하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간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도통 안 가는것 같아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보며 우는 똑순이와 발을 동동 구르던 날들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이렇게 금방이군요. 

이 아이가 다 자랄때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고
그 날들 모두 무척 쉽지않은 날들이 되겠지만(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든 날들일수도!!)
오늘은 왠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온전히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게 없는
이 아이와의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 축복인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좀더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똑순이의 생애 첫 기차표를 소중히 챙겨오며 엄마, 아빠 참 행복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