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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들2010. 7. 9. 14:06








금요일 저녁 퇴근한 남편이 말했다.
"월요일부터 2주 휴가냈어. 여행가자."
"뭐라고?"

25개월된 아이와 함께 하는 8박 9일의 가족여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예정대로 친구들을 만나고 공원에 다녀오는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하루는 여행준비를 했다. 처음 묵을 숙소를 정하고 간단한 생필품을 샀다.
화요일 아침, 덜마른 연수 옷을 자동차안에 널고 우리는 출발했다. 










날짜가 급히 결정되긴 했지만 우리는 올 여름에 천천히 긴 여행을 한번 하자고 전부터 얘기했었다. 
나는 절들이 가보고 싶었고 남편은 전국의 맛집들을 가보고 싶어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서산의 맛집 '향수가든'이었다.
연수는 이 집의 콩비지 뚝배기를 독차지하고 먹었고, 나는 나물넣고 비빈 비빕밥을 쌈에 싸서 입이 시원하도록 와구와구 씹어먹었다. 
구수한 장맛이 갑자기 오른 여행길의 불안함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 좋은 여행이 될꺼야. 











첫 여행지는 충남 서산으로 정했다. 
여기있는 '개심사'라는 절을 내가 가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숙소는 개심사에서 가까운 용현자연휴양림으로 정했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고 평일인지라 하루 전에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휴양림은 처음 와봤는데 숲이 주는 고요함과 청량감이 참 좋았다. 노루귀란 이름의 4인실 숙소는 아담하고 깨끗했다.










용현자연휴양림 안에는 용현계곡이 있다. 
산 속에 있는 휴양림에서는 그리 깊지 않은 작은 개울인데 휴양림을 빠져나가면서는 제법 물길도 넓고 깊어져서 계곡을 따라 민박집과 물놀이장들이 꽤 많았다. 
이 산과 계곡에 기대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연수는 며칠전에 장만해두었던 '꽃게 보행기'튜브를 타고 신나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깨끗한 계곡물은 정말 시원했다.
연수는 물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숲, 계곡.. 이런 곳에 들어와있으니 정말 휴가가 시작되었구나, 우리가 여행을 떠났구나.. 실감이 되었다.
부모님들께 갑작스런 휴가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드리는 것은 휴가 첫 날의 제일 큰 일이었다.
계곡물에서 용기를 얻은 나는 전화를 드렸고, 예상대로 부모님들은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가'싶어 걱정을 하셨지만 
연수가 물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잘 논다는 말에 웃고 마셨다.  










개울물을 따라 걸어내려갔다.
연수는 휴양림 입구에서 멀지 않은 야트막한 곳을 특히 좋아해서 거기서 돌멩이와 나무가지를 주우며 해저물때까지 놀았다.
남편이 연수를 데리고 계곡과 그 옆 산책로들을 걸어다니는 동안
나는 혼자서 개울가에 앉아 햇빛이 물속에 만드는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소금쟁이가 내 발 옆에서 가만히 가만히 움직였다. 
소금쟁이 그림자는 물속에 작은 동그라미 여섯개로 그려진다는걸 태어나 처음 알게 되았다.
물소리, 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드는 소리, 새소리... 소리와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연수를 낳은 후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났다는 것과 이 여행동안 나는 가끔 이렇게 혼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게 될거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갑자기 행복해졌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