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2009. 11. 24. 22:23


대추차를 집에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똑순이랑 밥먹고 집안일하는 짬짬이 만들다보니 1박 2일이나 걸렸어요. ^^;;

새댁의 미숙한 손맛에 똑순이의 손때(?)가 더해진 끝에 탄생한 대추차의 맛은.. 
흠.
'구수하다'는 정도가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전 솔이네에서 먹어본 달콤한 맛이나,
예전에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사먹은 진하고 부드러운 대추차를 내심 기대했는데
제가 만든 대추차는 많이 심심했어요ㅠ.ㅠ 
첫술에 배부르랴.. 더 많이 해봐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걸꺼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쌀쌀한 겨울 아침, 
따끈하고 심심한 대추차를 후후 불어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맛은 참 좋습니다. 
똑순이는 고명으로 띄운 잣을 건져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막상 만들고 보니 (맛이 맛인지라ㅜ) 포스팅을 하기가 좀 부끄럽지만
'곧 이어 대추차 포스팅을 올리겠다'고 큰소리 쳐놓은 것도 있고
맛은 좀 심심해도 새댁이 열심히 만드는 모든 먹거리들을 묵묵히(?) 잘 먹어주는 식구들께 고마운 마음도 담아 제작과정을 올려볼까 합니다. 
자~ 그럼 똑순이와 엄마가 함께 만든 '심심 따끈 대추차' 제작기, 한번 보실래요~^^ 








우선, 물에 잘 씻은 대추를 칼로 손질합니다. 꼭지를 떼고, 씨를 빼고.. 
그런데 살림의 달인 부지깽이님 블로그에서 보니 다른 과실과 달리 대추는 씨도 약이라 함께 끓인다고 하데요.
다음에는 저도 씨를 넣고 해볼까 싶습니다. 
(고마운 댓글을 참고하여 첨부하면.. 씨만 먼저 넣고 20분 정도 달인후 건져내시고, 그 물에 대추살을 넣고 삶는게 좋다 합니다~^^;)







엄마의 대추 바구니를 홀랑 뒤집어 버리고 놀던 녀석이 대추 하나를 집어들고 유심히 살펴봅니다.

냉장고에 넣어둔지 꽤나 오래됐던 대추라 맛이 심심했나...
대추는 2~3년도 두고 먹을만큼 저장성이 좋은 과실이라고 듣긴했지만 그래도 새댁네처럼 냉장고에 그저 '방치'해둔 것보다는
제대로 잘 갈무리해둔, 아니면 갓 거둔 햇과실로 만들면 더 맛이 좋겠지요? (서툰 목수가 연장탓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벌어진 대추판에 신난 녀석이 작은 거실에 대추를 온통 널어놓는 통에 주워가며 손질하느라 무척 애먹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이때까지는 1박2일이나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발려낸 대추살만 넣고 푹~ 삶습니다. 솔이네는 배를 같이 넣고 삶았다 하시던데 그럼 더 달달하고 좋을 것 같아요.
감초나 생강을 같이 넣고 우리기도 한데요. 아이들도 그 향이나 맛을 좋아한다면 함께 넣어도 좋겠지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으면 불을 줄여 오래오래 푹~~ 익혀줍니다.









대추가 푹 잘 익으면 체와 주걱을 써서 대추살을 잘 내려줍니다.
얇은 껍데기만 체에 남을 때까지 주걱으로 잘 훑어주는 것인데, 여기서 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목이 좀 아픕니다.
첫날 저녁에 해보다가 '아고 이게 금방 끝낼 수있는게 아니구나' 싶어 그대로 덮어두었다
다음날 오전에 다시 천천히 하기 시작해서 점심먹기전에 겨우 끝냈습니다.

솔이엄마가 '대추차도 시간의 음식'이라 쓰신걸 본적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시간과 힘(?), 정성 같은 것이 충분히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지요.
그렇게 만든 먹거리들은 만든 이의 기운이 그대로 먹는 이들에게 옮겨지는 종류의 음식들인것 같아요.
그래서 먹는 이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든든하게 지켜주는게 아닐까.. 생각했네요.
우리 어머니들이 끓여주시는 곰탕같은 것들이 그렇듯이...










'시간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이 녀석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함께 합니다.
엄마가 대추껍데기를 발려내는 동안 똑순이는 제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삶은 대추를 몇 개 떠주었습니다.
요 녀석, 숟가락으로 조금 맛을 보더니....










이내 엄마의 냄비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지난번 솔이네에서 처음 마셔볼때부터 달달한 대추맛을 넘 좋아했던 똑순입니다.
푹 고아진 대추맛을 보자 완전히 열광해서 손수 체로 푹푹 건져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껍질을 다 발라낸 대추차입니다.
이 액을 다시 한번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서 졸여줍니다. 바닥에 눌러붙지않게 중간중간 잘 저어주면서요.
이 과정없이 그냥 바로 물에 타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 조금더 연한 대추차가 되겠지요.






휴~~ 긴 기다림과 노동끝에 대추차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먹고 씻어둔 작은 유리병으로 한 병에 딱 찼습니다.
맛은 심심해도, 완성된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걸 만들어낸 요리사마냥 뿌듯했다지요. ^^~










몹시도 추웠던 지난 주, 오후 햇살이 비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주 잠깐 놀고 왔을 뿐인데도 
똑순이랑 엄마가 모두 손이 꽁꽁 얼었어요. 
자~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 드디어 '대추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오호홋~~~ 내가 좋아하는 대추차다!'
동동 뜬 잣부터 먼저 모두 건져먹고...









따뜻한 찻물도 조심조심 떠서 마십니다..










'음~ 좋은데~' 심심 따끈 대추차가 똑순이 입맛에는 썩 잘 맞나 봅니다.
네가 먹고 있는건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란다~ 흠흠. ^^;;










'엄마, 담엔 쪼금만 더 달달하게~! 부탁해~'

냉장고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대추가 한봉지 더 있습니다.
두번째는 조금더 잘 할 수 있겠지요... 
언제든 놀러오세요. 따뜻한 대추차 한잔 대접할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12. 18. 16:34

졸려하는 똑순이업고 둥가둥가 하는 짬짬이 블로그를 보는 새댁,
살풋 잠든 녀석을 업고 허리를 구부려 소파에 놓인 노트북을 켭니다.
앗.
저도 토댁님처럼 뒷골이 으스스~~ 하게 땡기더라니... 난데없는 릴레이 바통을, 것도 한꺼번에 두 개를 받았네요. 
'2009년 새해 각자의 각오, 계획, 목표를 담은 사자성어를 뽑아 공유해 보자'는 릴레인데  
미탄님토마토새댁님~ 제가 사랑하는 왕언냐들께서..
어린 새댁을 '강하게' 키우시려는 깊은 뜻인줄은 알았으나..
똑순이를 업은 등에 식은땀이 삐질 솟습니다. 

이게 어제밤 일어난 사건이고요,,
새댁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똑순이를 업고 왔다갔다하며... 젖을 주며... 아침에 일어나 카레를 끓이면서도... 내내 머리속은 요 숙제로 무거웠지요.
그러나ㅡ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 기저귀와 이유식에 파묻혀 콩인지 팥인지, 연말인지 새해인지..
도통 날가고 해가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때아닌 숙제 덕분에 2009년 새해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으니까요.
역시.. 블로거 이웃님들 덕분에 사람답게(?) 삽니다.
^^
  
생각끝에.. 선택한 새해 새댁의 사자성어는 '우보천리(牛步千里)'와 '천하무인(天下無人)'입니다.
.. 왜 두 개냐구요?
'두 분께 바톤을 받았으니...'는 비겁한 변명이고요~^^
도무지 하나를 선택하기가 넘 어려운 거예요~~
부족함 많은 새댁이, 생각해보면 마음에 담고 살아야할 사자성어들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
이 말도 참 맞고, 저 말도 그리하면 참 좋겠고... 그래도 고심하다 두 개로 압축했는데..
'아고 더는 못 줄이겄다, 그냥 둘 다 하(고 고만 생각하)자'고 철푸덕 내려놨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새댁은 끈기가 많이 부족합니다.
하고 싶어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돌뎅이같은 큰 숙제도 있어요ㅠ)
신나게 시작해놓고 오래 지속하지 못하기도하고요..  
다부지게 맘먹고, 질큰하게 엉덩이 붙이고..
'천천히 가더라도 꼭 간다'는 생각으로 새해에는 한걸음, 한걸음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육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울고싶은 순간도 많겠고, 정신 못차리게 힘든 순간도 많겠지요. 묵묵히.. 씩씩하게 엄마의 길을 잘 걸어가 보렵니다.
단단하면서도 여유있는 마음으로 울 애기와 함께 자라는 새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똑순이도 새해에는 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고.. 어린 녀석이 배울 것이 많습니다. 
많이 힘들겠지요? 쉽게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 녀석을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기를-
이제 막 인생길에 발을 뗀 우리 똑순이가 힘내서 찬찬히 잘 성장하기를-
그리고 새댁과 신랑은 크느라 낑낑 끙끙 힘 많이 쓸 아이 곁을 든든하게, 참을성있게 지켜줄 수 있길 빕니다. 
(사실.. 새해 소망을 네글자로 말하라면 주저없이 '무병무탈'을 꼽을텐데요~^^ 똑순아,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ㅎ)




+ 서화의 출처는 신영복선생님의 글과 그림이 모여있는 '더불어숲(http://www.shinyoungbok.pe.kr/)' 입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면 글과 그림을 자유롭게 가져가셔도 된다하여 관리자께 메일 한통 드리고 담아왔습니다. ^^

 
천천히 걸으면 하늘도 보고 풀꽃도 보고.. 길동무들과 다정히 손도 잡을 수 있습니다. 
차타고 쌩~ 지나가는 것보다훨씬 아름다운 길이지요..
저도 천천히 걸으며 제게 온 힘들고도 아름다운 인생의 이 순간을 최대한 음미하고 싶습니다.
(손잡는 얘길 하니 생각났는데.. 새댁이 젤 좋아하는게 신랑이랑 손잡고 천천히 걷는 거랍니다~ㅎㅎ 
아직 신혼인 새댁과 신랑도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보듬어줘야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여기도 '우보천리'가 필요하겠군요..^^)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참 힘이 센 행위이기도 합니다. 
"1미터도 안되는 걸음으로 아침부터 걸었더니 산을 세 개 넘었어요. 걷는 것이 무서운 거예요" 라는 어느 산악인의 인터뷰처럼
걷기는 힘이 셉니다.
2009년은 마침 소띠해네요(앗싸~!^^;;)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열심히 걸어가보겠습니다.


천하무인(天下無人), 이 세상에 남(타인)은 없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집에서 보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사자성어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내 가족', '내 아이', '내 가정'.. 이렇게 '내' 자가 붙는 것이 많아지면서
자꾸 내 것에만 관심을 쏟고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 내 것이라는 것들도 더 큰 우리들 속에 있으며
큰 우리들중 누군가가 아프고 힘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꾸만 '내 것'이라는 작은 울타리안에만 갖히려는 저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는 못내지만, 아무 행동도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세상과 이웃을 향해 열어놓으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똑순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망을 담아서요..



+ 이 서화도 역시 '더불어숲'에서 가져왔는데요.. 아쉽게도 '천하무인' 붓글씨는 아직 없네요. 그 내용은 저리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담겨있습니다.


*

 
새해를 준비하며 사자성어들을 생각하고, 이렇게 제 마음에 담고살 두 개를 고르고 나니
쌀독을 그득 채운 것마냥 든든합니다. 
2009년에도 블로그 이웃분들과 함께
정도 나누고, 삶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며... 모쪼록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똑순이네도 모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 참참!!! 바통을 넘겨드려야지요~~~

첨 릴레이를 시작한 격물치지님으로부터 시작해 read&lead님을 거쳐 토마토새댁님이 받으셨던 바통,
또 inuit님, buckshot님, 쉐아르 님을 거쳐 미탄님께로 왔던 바통을 제가 받았더랬습니다.(헥헥~~ 계보가 깁니다..^0^;;;)  
음.. 이 바통을 요리와 살림의 달인, 아이들과 삶에 대한 따뜻한 얘기를 들려주시는 '부지깽이' 님께 넘겨봅니다.
받아주실꺼죠~~~?
(아, 이 맛에 '릴레이 숙제'를 하나봅니다. ㅎㅎㅎ 후련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