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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11. 9. 23:52



늘 함께 노는 쌍동이들과 서오릉에 다녀왔어요.
일전에도 쌍동이네랑 같이 한번 갔었는데,
아무 걱정없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잔디밭과 숲길이 너무 좋아서 엄마들이 더 신나했었습니다.
그래서 날추워지기 전에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들이하고픈 마음에 다시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얼마전에는 '숲유치원'을 다룬 TV뉴스도 나와 안그래도 서오릉을 좋아하는 엄마들의 정당성(?)과 의욕을 더해준 터였지요.ㅎ

쌍동이 엄마께서 운전을 하시는 덕분에 연수랑 저는 쌍동이네 차를 얻어타고 
아파트 놀이터 다녀오듯 편안하게 서오릉에 다녀오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마음 잘맞는 이웃사촌이 곁에 있으니 고마운 일이 정말 많습니다. ^^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쌍동이의 수레와 가방들을 챙기면서 카메라가 잘 되나 시험삼아 한 장 찍어봤습니다.
지난번 나들이때는 기껏 무거운 카메라가방까지 잘 챙겨왔는데 카메라안에 메모리카드를 안 넣어왔지 뭐예요..
나이도 젊은데 자꾸 깜빡깜빡하니 큰일이예요~;;;
울 아가들은 아침잠이 덜깼나... 졸린 표정들입니다. ㅎ









주차장을 벗어나 명릉으로 가는 숲길에 들어서자 신선한 숲공기에 잠이 다 깼는지 금방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차도 오토바이도 걱정할 필요없는, 그저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엄마도 아이 뒤를 편하게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숲은 도시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휴식처가 됩니다.










도토리 나무에서 낙엽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손에 도토리를 꼭 쥔 연수가 작은 개울옆 풀밭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토리주우러 내려온 청설모라도 본 걸까요..? 

앞서 가는 쌍동이엄마와 쌍동이들의 모습이 아련하니 예쁩니다.
저 두녀석이 자라서도 저렇게 다정하게, 저희들을 정성을 다해 키워주신 엄마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서오릉 주차장 오른편에 있는 명릉 전경입니다.
왼편에 큰 매표소와 입구가 있어 그동안은 그쪽으로만 들어갔었는데
지난번에 나가면서보니 이 곳이 잔디밭은 더 넓어보여 오늘은 처음부터 명릉으로 들어갔습니다.
연수 또래의 어린 아기들이 놀기에는 폭신하고 넓은 잔디밭을 키큰 숲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명릉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연수가 명릉을 지키는 말 석상을 만져봅니다.
마침 눈을 감았을때 사진을 찍어서.. 꼭 말이랑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것 같지요? ^^;;









이 녀석, 말 석상만 만져보고는 휑하니 발길을 돌려 무덤 앞을 떠납니다.
단호한 표정을 보고있자니 정말 말이랑 무슨 얘기라도 한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모르는 신비한 능력-우주와 교감하는-이 있을지도...^^;;;;










명릉앞 돌길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 둘, 아이 셋이 간식을 먹습니다.
사과 반쪽, 배 반쪽, 엄마들은 커피, 아이들은 우유, 보온병에 싸간 따뜻한 물이 이 아침, 소박한 간식의 전부이지만
마음과 몸, 모두 따뜻하고 배불렀습니다.
좋은 숲과 친구들이 함께 있어 행복한 가을입니다.










'가을 커피가 제 맛이네'하는 표정입니다.. 그냥 물을 마시면서 저런 표정이 짓다니. 연기파입니다. ^^;









이번엔 수진이가 인생의 맛을 아는 표정이네요~ㅎㅎ
연수는 잽싸게 컵에 남은 물을 쏟다가 사진에 딱 걸렸습니다. 아고... 저 장난꾸러기! 요즘 아주 못말려요ㅜ









능을 둘러싸고 있는 키큰 소나무숲에서 연수는 나무가지를 주워들고 한참을 놀았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만나는 모든 것은 참 매력적인 장난감들입니다.
그냥 흔들어봐도 좋고, 솔잎들을 파헤치는 것도 재밌습니다.
가지를 짧게 잘라 양쪽 끝에 솔방울을 끼우기라도 하면 더 재밌지요. 솔방울 전화기가 되거든요. ^^










계속 주저앉아 놀려는 것을 그만 잔디밭으로 돌아가자고 부르니 아쉽게 궁둥이를 털고 일어납니다.









손에 꼭 쥔 나무가지는 놓지않고.. 완만하게 경사가 진 숲길을 내려오는 양이 꼭 춤추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젖히고, 턱은 꼭 끌어당기고..
숲에서 놀면서 배우는 자세, 균형감각 같은 것들은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서 배우는 것들과는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소나무잎이 두텁게 덮힌 잔디밭, 그 아래 깊고 오래된 흙이 주는 푹신한 울림.. 
발을 밟을 때마다 전해지는 그런 감촉들은 나이든 엄마를 왠지 뭉클해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배속의 양수를 발로 찰때 아이도 이렇게 푹신하고 그래서 뭉클하진 않았을까요.











아직 하얀 홀씨들을 동그랗게 품고있는 민들레가 있어 반가웠습니다. 
후후~ 불어 날려보내며 '새봄에 노란 꽃으로 만나자' 하며 손흔들어 인사했습니다.









이런 사진을 보고있으면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소년이 다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손엔 솔방울을 들고, 한손엔 나무작대기를 다부지게 쥐고.. 요걸 어떻게 갖고 놀까 궁리하는 것 같은 이런 모습을 보면.


 







서오릉 주차장 마당에 서있는 정말 오래된 은행나무.
키도 크고, 둥치도 어마아마하게 굵어서 어른 둘이 감아도 다 안을 수 없습니다.
암수, 부부나무인지.. 참 오래도록 함께 살아와 이제 뿌리는 하나가 되어있을 것 같은 두 그루가 나란히 서서
서오릉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가을볕을 받으며 한나절 참 잘 놀고 왔습니다.
점심때쯤 낮잠을 자는 녀석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부터 살짝살짝 졸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놀아도, 더 일찍 졸려하는 걸 보니 풀밭에서 뛰어노는 일은 아파트 아스팔트를 걷는 일보다 훨씬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제 속에 담고, 제 몸으로 느낀 터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아름다운 가을이, 오래된 숲의 맑고 그윽한 기운이 아이들 속에 충만하게 담겼기를 빕니다.

이제 씻고, 단 낮잠을 한숨씩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은 더 기운좋게 뛰어놀 것입니다.
낮에는 숲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저녁에는 집에서 엄마아빠와 재미나게 책을 읽고, 밤에는 깊이 푹 자는 것.
제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생활은 사실 이게 다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만 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오릉을 빠져나왔습니다.










쌍둥이의 오빠인 준태.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잘 놀았나봅니다~

오래된 숲과 어린 아기들.. 안 어울릴 것같은 이 조합이 막상 만나고 보면 참 잘 어울립니다.
문득 이 오래된 숲은 할아버지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을 넓은 품속에 포근하게 끌어안고 보듬어주시는..
숲에서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지혜와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지도 모릅니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로로'에 나오는 도토리나무 숲과 큰 나무속에 누워있던 푹신하고 커다란 그 토토로처럼
아이들만 알고있는 어떤 신비하고 다정한 존재들을 선물해줄 지도 모르고요.
서오릉을 자주 찾으면서, 이 오래된 숲에게 작고 어린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숲.. 아이들을 부탁해!
이 아이들이 당신의 너른 품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랄 수 있도록.. 숲, 이 아이들을 보살펴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