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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0 한살림 강일동 햇살모임에 다녀오다 10
생명/한살림.농업2011. 4. 20. 23:56










'햇살모임'에 가려고 나선 아침, 봄햇살이 눈부셨다.
모임이 열리는 우리 동네 조합원님댁은 다행히 우리집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큰 아파트단지안에 있었다.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우리 모자에게는 조금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약속에 늦지않기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봄이 완연했다. 개나리, 민들레, 나무마다 새로 돋은 연녹색 잎들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길.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마음이 설렜다.

사실 '블로그 활동단'이 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번에도 동네 모임에 참석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주로 어린 연수를 데리고 낯선 곳에 갈 엄두가 안난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틀이나마 '모임'이라는 이름을 걸고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왕 마음먹고 3개월 동안 블로그에 한살림을 소개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으니
한살림의 가장 기초적인 소비자조합원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동별 '햇살 모임'을 나부터 한번 가보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전날까지도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다잡고 연수에게 "연수야, 우리 내일 딸기젤리 만들러갈까?" 물었더니 연수는 물론 좋다고 했다.











처음 가보는 생협 모임이라 긴장되기도 했던 마음이 봄길을 걸으며 반쯤 풀어졌다면
나머지 반은 모임 장소였던 이원순님댁에 들어서는 순간 스르륵 풀어졌다.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원순님 댁에서 연수는 누나들의 아기자기한 장난감에 푹 빠져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하며 어디 아는 집에라도 놀러온 것처럼 편하게 놀았다.
덕분에 나도 연수를 슬슬 따라다니기도 하고, 한분 두분 모이기 시작한 우리 동네 조합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동별로 진행되는 햇살모임은 매달 1회, 한가지씩 주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배워보기도 하고 조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다. 이 날의 주제는 '딸기젤리 만들기'.
내가 사는 강일동에서는 오늘이 첫모임이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새롭게 모임을 꾸릴 수 있을만큼 조합원 수가 많아진 것인지, 뭔가 풋풋하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편안한 동네모임으로 10여명의 조합원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9개월된 다희, 연수 또래의 아이가 둘, 그리고 서른넷(내가 막내였다^^:;)부터 쉰셋까지 다양한 연령의 엄마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한살림이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여러 세대의 엄마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 소개를 하는데, 참석자중 두 분이 일본인이셨다.(한살림은 국제적 조합..? 인 것은 아니고..^^; 아직 외국인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어서 두 분 다 남편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하셨다.) 
아니, 진짜로 놀라운 것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이 분들의 국적이 아니라 두 분이 각각 아이 넷과 아이 다섯을 키우고있는 어머니였다는 것이다. 와!! 진짜 대단한 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다니~~!!! ^^

아이가 넷, 다섯이니 큰아이는 대학생 막내는 유치원생인 댁도 있었고,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초중고에 골고루 자녀를 둔 댁도 있었다. 이 분들의 아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뭉클하기도 했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키우더라..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아이들의 성장이란 것은 정말 놀라워서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 할 수있게되고, 내일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있게 되기 때문에 큰 아이들이 자란 뒤에는 모든 것이 훨씬 수월했다.'는 말씀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 곧잘 투닥거리고 늘 소란스러운 대가족의 엄마로서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참 많으셨겠지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받고, 또 보람과 행복도 느끼고 계신 듯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두 분은 출산이 멀지 않은 내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다.

이 두 분께 일본에 계신 친정가족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힘들지 않으신지 물었더니 두 분 다 고향이 오사카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많이 놀라고, 많이 걱정되셨겠다고.. 함께 모인 엄마들이 모두 안부를 묻고 걱정하니 그 모습도 따뜻하고 좋았다. 
 










이 날 모임은 강동구와 송파구, 하남시를 아우르는 한살림서울 '동부지구'의 활동가인 황선화 님이 진행하셨다.
조합원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꼼꼼하게 적혀있는 A4종이 7쪽짜리의 모임 안건지를 받아드니 '아고.. 이런 안건지를 받아보는게 얼마만인가' 싶어 웃음이 났다. 애기낳고 살림하는 지난 3년 동안 참 A4종이 볼 일이 없었고나..^^; 

안건지의 첫머리에는 시가 있었다. 


꽃이 핀다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서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 박범신의 <산다는 것은> 중에서 - 


 
제 목숨을 바쳐서 피워내는 꽃.
그리고 꽃이라는 결과물보다 소중한, 꽃을 피우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
아이라는 꽃을, 그 꽃이 제힘으로 단단한 땅에 뿌리내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엄마의 삶을 사는 요즘이라 시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시가 써있는 안건지가 좋다. 
대학시절에 단과대 운영위원회 안건지 첫머리에 늘 시를 한편씩 써놓던 선배 생각도 났다.
 










한살림 동부지구 소식과 여러 분과모임 안내, '수입 밀가루 끊고 살아보기' 등 모임 순서지에 적힌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눈 뒤에 
오늘 모임에서 배우기로 한 '딸기젤리 만들기'를 하러 부엌으로 갔다. 
동부지구 차원에서 동네모임인 햇살모임을 지원하기 위해 딸기젤리 재료 일체와 간식거리(우리밀 롤케잌, 각종 한과 등)를 푸짐하게 보내주셔서 먹성좋은 연수와 엄마는 맛있는 한살림 간식들을 신나게 먹었다. ^0^ 
엄마들이 젤리 만드는걸 배우는 동안 아이들은 제가끔 잘 놀았다. 가끔 투닥거리기도 해서(주로 연수가 친구와 동생을 향해 제 '힘'을 과시하려했다ㅠㅠ) 긴장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소란없이 모임은 잘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니 엄마 따라와 제법 긴 시간을 잘 견디고 놀아준 애기들도 참 애썼다. 고맙다. ^^   



** 자, 그럼 한살림표 딸기 젤리(실제로는 푸딩같음) 만드는 법을 보실까요~^^





사진순서는 1 - 2 - 3

                6 - 5 - 4    입니다.





재료: 딸기 500g, 물 2컵, 설탕 2T, 한천가루 1t

1. 딸기를 잘라 물 2컵을 붇고 센불에서 끓여 부글부글 끌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딸기가 하얗게 물이 빠질 때까지 끓인다.
2. 익은 딸기를 체에 받혀 거른다.
3. 체에 거른 건더기는 버리고, 남은 딸기물에 설탕 2T를 넣고 녹인 후, 한천가루 1t를 솔솔 뿌려 잘 섞어준다. (유기농설탕은 당도가 좀 약해서 3숟갈 정도 넣기도 해요)
4. 다 섞은후 살짝 끓여주었다가 미리 준비해둔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담는다.
5. 잠시 식힌후 잘라놓은 딸기로 예쁘게 장식도 해주고...
6. 냉장실에서 2~3시간 더 식히면 부드러운 한살림 딸리젤리 완성! ^^













오늘 만든 것은 냉장실에 넣어두고 황선화님이 미리 만들어오신 딸기젤리와 귤젤리를 함께 먹어보았다.
음~~ 집에서 주문해먹던 '한살림 과일푸딩', 딱 그 맛이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과일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있는 푸딩...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
한천가루는 시중에서 구입해야 한다. 집에 갖춰두고 만들어놓으면 손님상 디저트나 아이에게 주는 깜짝간식으로 정말 훌륭할 것 같다.












엄마가 사진찍느라 바쁜 사이, 연수는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께서 떠주시는 젤리를 듬뿍듬뿍 받아먹으며
'어때? 맛있어?' 하는 물음에 연신 '맛있어요!!'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햇살모임.. 좋지, 연수야? ^^;;













이후에는 지부와 한살림에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와~ 이 시간의 열기가 정말 뜨거웠다.
평소 사용하던 한살림 물품에 대한 건의사항이 다양하게 쏟아져나왔고, 누군가 어떤 물품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기저기서 '정말 그래~!', '그래, 그렇게 바뀌면 참 좋겠다'하는 진지한 공감이 터져나왔다. 
누구 하나 '너무 예민한거 아냐~'하며 핀잔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럴땐 이렇게 해보면 좋더라'라는 유용하고 실속있는 노하우들도 속속 공개되었다. (역시... 아줌마선배님들의 생활의 지혜는 정말 대단하다. 초보새댁은 한쪽에서 연수 책읽어주며, 이 아까운 이야기들을 최대한 놓치지않고 들어보려고 나름 무진 애를 썼으나.. 그래도 많이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한살림 보습크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살림 비누와 샴푸를 거쳐 두피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머리카락이 덜 빠지게 하는 머리감기법까지.. 거침없이 흘러갔다. 
한살림 매장에 가서 보고 느꼈던 것,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했고, 그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조합원끼리 함께 카풀해서 매장에 다녀오자는 약속도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혼자 매장가서 무겁게 장봐오기가 쉽지 않았던 애기엄마들로서는 참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웃이 있어서 참 좋다.
한살림을 함께 하는 이웃들이어서 더 고맙다. 

한살림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원하고, 생명을 살리는 밥상을 차리고, 지구를 살리는 생활물품들을 사용하려 애쓰는 여러 엄마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행복하다. 












이 날 모임에는 조합원인 이웃엄마를 통해 한살림 물품은 진즉부터 사용해왔으나 아직 조합원은 아니었던 분도 한분 오셨다.
다음달 모임장소를 의논하던 이 분들, 곧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그 분 댁으로 모임장소도 전격 잡아버리신다.
우와... 한살림, 무서운 조직이다. ㅎㅎㅎ

그러나 4월은 조합원 맞이의 달.
이 달에 가입하고 5월 13일까지 물품을 이용하시는 신입조합원께는 특별가입선물(쌀라면.감자라면 각2봉씩)과
올해의 가입선물 '주방용 물비누'(보충용 600ml)도 함께 드린다 하니... 관심은 있으나 망설이셨던 분들이라면 4월이 가기전에..! ^^


+


돌아오는 길, 한낮의 햇살이 따끈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배부르고 졸렸던 연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내가 더불어 살게된 새로운 동네, 새로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아직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제는 이 분들과 함께 오다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한달에 한번쯤은 모임에서도 만나고 그러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이 동네에서 캠페인도 하고, 아이들 유치원, 학교 이야기도 하고...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한살림 전체를 놓고 보면 소비자조합원들의 동네 모임인 이 햇살모임은 여리고 푸른 새 잎쯤 될 것 같다. 
푸른 잎들이 숨을 잘 쉬고, 햇볕도 잘 받고 해야 줄기도 뿌리도 모두 튼튼해지는 것처럼 
햇살모임들이 싱싱하게, 건강하게 많이 살아있어야 한살림의 줄기인 활동가들, 뿌리인 생산자들 모두 더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겠지. 나무 전체가 신나게 쑥쑥 잘 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라는 작은 잎사귀 하나도 소중하고, 우리 햇살모임도 참 소중하구나... 싶었다. 

햇살모임이 오늘처럼 서로 그렇게 많이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가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었으면 좋겠다. 평화를 낳고 한동안은 또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얼마동안 떨어져있다해도 마음은 참 든든할 것 같은 동네모임, 한살림 햇살모임이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