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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8 겨울 소나무 2
하루2017. 12. 18. 10:01


우리집 앞에는 나무가 많다.
봄여름가을에는 창문 바로앞 느티나무가 초록잎과 단풍 풍경을 곱게 보여준다.
새들도 자주 날아오고, 아파트 뜰 건너 교회와 학교 건물위로 하늘과 구름도 본다.





겨울이 와서 느티나무 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남으면
비로소 뜰 끝에 서있던 소나무들이 보인다.
키큰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르고
단정히 서서 눈을 맞는다.




소나무가 많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소나무는 고향같은 나무다.

오늘 아침은 함박눈이 내려 혼자 조용한 집에서
눈 사이로 소나무 풍경을 한참 구경했다.
문득 대학교 입학원서 넣던 날 생각이 났다.
한 대학의 본고사를 보기위해 수시 접수는 안하기로 마음먹고 서울 언니에게 엄마와 같이 놀러가있다가
마침 그 대학을 다니고있던 친척언니와의 통화에서
관심없는 학과에 점수맞춰서 가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에 마음을 바꿔 수시접수를 하기로 했다.
새벽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서
마중나오신 아빠와 함께 고등학교로 갔다.
교무실에서 안된다는 담임선생님께 아빠가 화를 내시며 “아이가 가고싶다고 하잖습니까” 하시던 모습.
아빠가 강하게 말씀하시자 담임선생님도 어쩔수 없이 원서를 써주셨고
그 봉투를 들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와서
지하철안에서도 뛰어
간신히 5시 마감전에 원서접수 창구에 원서를 넣었던 날.
겨우 숨돌리고 나와 엄마랑 대학앞 박리분식에 앉아 참을 먹었던 기억.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으시지만 필요할 때는 강하게 말씀하실 줄 알았던 아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셨던 엄마아빠.

좋은 날들을 살아왔다.
돌아보면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

눈이 살짝 그쳤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산책을 나왔다.
소나무를 보며 나도 저렇게 푸르게 서있어야지 생각한다.
내 아이들 곁에 든든하게.
이제는 내가 엄마아빠의 편이 되어드리고,
원하는 것을 함께 해드리면서.

고향에도 눈이 왔을까.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