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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1 새해 첫날 경포바다 1
  2. 2009.08.09 새댁의 휴가, 똑순이의 여름방학 24
여행하는 나무들2013. 1. 1. 21:27

 

 

 

새해 첫날, 부모님과 아이들과 경포에 다녀왔다.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호수와 바다를 나말고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 안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 그 분들께 새해 첫 날의 경포 풍경을 보여드려야지.. 마음먹었는데

사진 실력이 영 부족해서 새해를 여는 선물이 되실지 모르겠다. ^^;;

 

이제는 희끗희끗해진 아빠의 머리칼 왼편으로 경포대 정자 지붕이 보인다.

경포대에 올라서서 보는 경포호수 풍경은 참 아름답다.

봄에 벚꽃필 때, 특히 밤에 와서 달이 비친 경포호수와 반짝반짝 아름다운 벚꽃 야경를 보면 참 좋다.

강릉 경포는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지만.. 4월 벚꽃 필때 봄호수, 봄바다도 참 좋다. 모두들 강릉에 놀러오세요~~^^

 

 

 

 

 

어릴때 나는 겨울이면 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

내 블로그 오른편에 있는 대문사진이 바로 그 때 사진이다. 초등학교 무렵이었나.. 아빠에게 스케이트를 배우며 얼마나 신이 났던지...

지금은 아빠도 나이가 드시고, 나는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지만..

마음만은 아직 볼이 빨갛게 된 채로, 경포 호수위에서 스케이트를 씽씽 타던 그 어린 소녀인 것 같다.

 

오늘 가보니 오랫만에 다시 경포 호수가 살짝 얼어있었다.

아빠 말씀을 들으니 지난 몇년 간은 경포호수로 바닷물이 많이 유입되어 호수가 잘 얼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부터 경포호수로 유입되는 하천 공사를 하면서 민물 비율이 더 높아져서 하천 가까운 쪽은 얼기 시작한 것 같다는데 다시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는 날이 올 수 있으려나...

경포는 아주 큰 호수여서 예전에는 지금 선교장이 있는 자리까지(와보시면 알지만 지금 호수에서 차로 5분쯤 갈 정도로 멀다) 모두 호수였다고 했다.

그래서 '선교장'이라는 이름 자체도 '배가 지나다니는 다리가 있는 큰 집'이라는 뜻으로 호수물이 찰랑찰랑하는 그 위에 지어져있던 그림같이 아름다운 누각과 아흔아홉칸 전통가옥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지금도 주요관광지가 되어있지만 호수만은 줄고 또 줄어 지금 정도의 크기만 남아 있다.

고향집이 있는 우리 동네의 옛 이름도 '못 가장자리'라는 뜻의 '모솔'인데 그 못이 바로 경포다.

호수가 얼마나 컸으면 지금은 차로 10여분을 달려야하는 그 큰 벌판이 모두 호수의 가장자리 땅이라고 불렸을까..

그러니 달밝은 봄밤에 강릉으로 배를 띄워 달맞이 가자는 옛노래도 불렸겠지.

그 옛날 풍경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다.

 


 

 

형아와 할머니가 달리기 경주를 하느라 저만치 뛰어가니

어린 연호도 할아버지 손을 잡고 부지런히 따라 간다. ^^

오늘 낮은 다행히 바람도 없고 포근해 아이들도 잘 뛰고, 어른들도 새해 나들이를 참 잘 했다.  

 


 

 

 

연호의 'V'~^^ 할아버지도 함께~~

 


 

 

 

솔밭길을 걸어 경포바다로 간다.

바닷가의 해송들은 그래도 키가 작은 편이다. 바닷바람을 많이 맞고 커서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 것도 많다.

강릉의 보통 소나무들은 이보다 훨씬 키가 크고 늘씬하다.

 

키큰 나무들 아래를 늘 걷고 싶다. 한 두 그루 띄엄띄엄 서있는 신축 아파트, 신생 시가지의 보도블록길 말고

나보다 훨씬 오래 산, 키 크고 잎 많은 나무들이 여럿 서있는 숲속길을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다.  

바다를 낳기전에 꼭 그런 산책을 해봐야지...

 


 

 

 

연호는 강릉에 와서 외할아버지의 짝꿍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하삐', 할머니는 '함미'라고 부르는데 병아리처럼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삐! 하삐!'하고 부른다. ㅋㅋㅋ

오늘은 좋아하는 하삐와 바다 나들이까지 와서 한층 신났다. ㅎㅎ

 


 

 

 

바다.

드디어 바다.

새해 첫 날의 동쪽 바다는 물빛이 이렇게 푸르렀답니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푸른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이웃들께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무슨 자동보정이라는 것이 되어서 색감이 이렇게나 인공적(?)으로 되어버렸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푸르고 푸른 바다였는데...

 

이 바다의 시원한 기운처럼

우리도 올 한해 이렇게 잘 살자고,

어렵고 힘든 시절 더 꿋꿋하게 우리 안의 바다를 깊고 푸르게 키우면서 잘 견디고 잘 자라자고

따뜻한 손 꼭 잡고 얘기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형아가 파도 바로 앞까지 가서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연호는 할머니와 바닷가를 오고가는 무한궤도 바퀴를 단 보트끄는 트랙터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새해 해돋이 행사의 뒷정리가 얼추 끝나가는 바닷가에는 우리처럼 느지막히 바다를 보러나온 사람들이 한적해진 새해 첫 바다를 대면하고 있었다.

 



 

 

 

바다와 모래와 조개를 사랑하는 연수.

겨울이라고 그냥 갈 수는 없나보다. ^^ 

 


 

 

 

 

올한해 나는 어떤 걸음을 걷게 될까.

내가 걸어간 자리에는 어떤 발자국이 남을까.

연호 업고가시는 아빠 엄마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뒷모습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저렇게 파랬으면 좋겠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8. 9. 21:27


지난 일주일동안 똑순이와 함께 강릉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신랑은 회사일이 바빠 주말에만 잠시 왔다갔다했으니, 새댁만 제대로 여름휴가를 보낸 셈입니다.
아. 똑순이도 신나게 외가집에서의 여름방학(?)을 보냈네요~^^ 

시골 외가에서 보내는 똑순이의 하루는 온통 초록색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외할아버지를 따라 뒷동산에 새를 보러 나갔다 들어오고,
아침먹고 나서는 엄마랑 사촌누나랑 마당가에서 물장난하며 놀고,
오후에는 외할머니랑 누나랑 손잡고 동네 산책을 다니며 온갖 들꽃들을 따들고 돌아왔습니다.






+ 강릉은 저온현상으로 밤에는 살짝 추웠지만 그래도 한낮에 해가 나면 무더웠습니다.
아이들은 마당가에 있는 작은 돌절구에 물을 받아놓고, 꽃잎과 나뭇잎을 띄우며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모릅니다. ^^






+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얼굴에 받으며 요녀석, 어찌나 행복해하던지요..
옷은 늘 하루에 두세번씩 적셔냈지만 함께 노는 엄마도 참 재밌었습니다^^






+ '엄마 나 좀 봐요~' 젖은 옷이 추울까봐 걱정되면서도 깔깔 웃는 아이들 웃음이 너무 좋아 말릴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돌절구를 붙잡고 찬물로 온몸을 흠뻑 적시며 놀던 녀석에게
서울집, 매끈한 플라스틱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고 놀으라고 하려니 왠지 새댁도 김이 빠지는것 같습니다. ^^;;  


졸린 똑순이를 재우려고 업고 동네길에 나서보면 눈돌리는 곳 어디나 눈부신 초록색이어서
아. 이런 곳에서 우리 아이가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한여름, 절정의 초록색 사이에 피어난 봉선화, 민들레, 붓꽃, 도라지꽃, 달맞이꽃, 호박꽃, 토끼풀, 들국화, 코스모스... 
꽃분홍, 연한 분홍, 노랑, 보라, 흰색으로 빛나던 그 많은 들꽃들의 향연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제가 걸어 학교에 가던 논둑길은 이제 하얗게 빛나는 시멘트길이 되었지만
여전히 길옆으론 벼이삭들이 피어나는 논들이 넓게 펼쳐져있고
구릉구릉한 산들도 그대로였습니다.

고향집 마당에서 똑순이를 업고있다 오래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도 보았어요.
멀리 보이는 논둑길 사이로 분홍포대기에 작은 조카를 업은 엄마가 걸어가시고, 
그 뒤를 따라 큰조카를 업은 오빠가 따라가고..
멀리서 자전거를 탄 아버지가 오시다 엄마와 오빠를 만나 큰 조카를 받아 등에 업으시고
오빠는 아버지가 타고 오시던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

초록색 논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걸어가고, 만나고, 함께 걸어오는 한참 동안
저는 잠든 똑순이를 업고 꼼짝않고 서서 영화라도 보듯 그 장면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지켜보았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이 뛰어놀던 길, 논일하시는 엄마 아빠를 찾아가 기다려서는 함께 손잡고 돌아오던 그 길을
이제는 조카들이, 내 아이가 걸어다닙니다. 
따뜻한 힘이 마음에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힘으로 또 한동안은 평화롭게 살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똑순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궈보았습니다. 아. 차가워라!





+ 아빠와 함께 만난 이 바다는 강릉 경포입니다. 똑순아, 저 넓고 푸르고 둥근 물이 바다란다!

 





+ 아빠와 똑순이에게 와서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시원합니다. 
외가에 있는 동안 똑순이는 두번 해수욕을 했는데, 이 사진은 처음 갔을 때 찍었어요.
이 날 똑순이, 열심히 탐색하더니.. 바다가 마음에 들었는지 두번째 갔을때는 어찌나 신나게 놀던지요! 
바다로 퐁당 뛰어들려는 아이를 꼭 붙잡느라 사진찍을 엄두를 못냈내요~^^ 



똑순이는 일주일 사이에 쑥 큰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서울집에 돌아오니 제가 늘 뛰어놀던 아파트 복도가 반가웠는지 
맨발로 뛰어나가 복도에 철퍼덕 주저앉고 한참을 웃으며 놀았습니다.
문득 이 아이에게는 여기가 나고 자란 고향집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일주일만에 돌아온 집이 살짝 낯설기까지 했는데
이 녀석은 익숙한 제 장난감들과 제 놀이터, 그리고 엄마와 둘이 지내던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마음 푸근한 모양입니다. 
 
돌아온 서울은 참 덥습니다.
너무 더워서 똑순이랑 두번이나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겸 물놀이를 했습니다.
젖은 옷을 입힌채로 밖에 데리고 나가 놀기도 해서 행여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짧은 휴가가, 여운은 참 길어서
오랫만에 똑순이랑 둘이 보내는 한나절 동안 문득문득 고향집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마가 요리하는 동안 놀아달라며 매달리는 똑순이를 보니 
똑순이가 찡찡댈만 하면 얼른 안고 마당에 나가 놀아주시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손길이 아쉽고
엄마가 싸주신 물김치와 깻잎 반찬 펼쳐놓고 밥 한그릇 뚝딱 하면서 엄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그리웠고요..
똑순이는 어디 넘어지기만 하면 외할머니의 '땟지'소리가 생각나는지 제가 넘어진 곳을 한참 가리키곤 합니다.

오랫만에 나가본 아파트 놀이터에서 똑순이는 외가집에서 생긴 습관대로 꽃을 따달라 조릅니다.
시골에서야 지천에 널린 들꽃 두어송이를 선뜻 꺽어 아기 손에 쥐어주고, 꽃시계도 만들어주고 꽃반지도 만들어줬지만
아파트 화단에 드문드문 핀 꽃은 차마 꺽어줄 수가 없습니다.
'이 꽃은 경비원 아저씨들이 어렵게 키우시는 꽃이라 안되겠다, 똑순아.. 
우리가 꺽으면 다른 친구들, 형아누나들도 다 꺽고싶을텐데 그럼 더는 꽃을 볼수가 없을꺼야...' 
열심히 달래는 마음이 조금 서글픕니다. 

이 다음에 똑순이가 크면 여름방학마다 강릉 외가집으로, 상주 할아버지댁으로 많이 보내고, 데려가고 해야겠습니다.
혼자 보낼만 하면 그렇게 하고, 아직 그러기 어렵겠다 싶으면 제가 같이 내려가서
여름, 겨울만이라도 시골에서 보내고 오고 싶습니다.
올해는 갓난이 엄마라고 차려주시는 밥만 맛있게 받아먹고 아이 봐주시는 수고만 엄마아빠께 잔뜩 끼치고 왔지만..
다음에 가면 맛있는거 장봐서 부모님께 며칠이라도 제 손으로 밥을 지어드리는 '좋은 휴가'를 보내고 와야지..결심했네요.
새댁, 이제사 철이 쬐금 들려나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